사랑하고픈 사람
w. 빛으로
네가 빛나는 밤이면 가끔씩
별들도 네가 있는 창가로 떨어졌다
양찬우 - 열역학 제 2법칙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어, 어? 아니, 별건 아니고"
별건 아니고, 오늘도 참 잘생겼다는 생각.
넌 어떻게 얼굴에도 별자리가 있어?
네가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해도 난 믿을거야.
"아니긴 뭘 아냐, 나 뚫어질 뻔 했는데."
" ... 그렇게 티났어?"
"응, 네가 이렇게 쳐다보는데."
내 볼을 쓰다듬듯이 감싸쥐고는 눈을 맞춰오는 너.
뺨에 닿는 커다란 손, 굵은 손마디에 놀라는 것도 잠시
애정이 묻어나는 네 눈길에
애인이라도 된 것만 같아 숨이 막혀온다.
시선과 손끝,
네가 닿는 곳곳마다 수줍게 피어나는 붉은 꽃.
내 눈빛이 정말 이랬다면 큰일인데.
"내가 진짜 이렇게 쳐다봤어?"
"응."
답지않게 단호박이다.
부끄러워 시선을 내려깔자 네가 옅은 웃음을 흘리며 손을 떼낸다.
"뭐 하고싶은 말 있는 건 아니고?"
"그게,"
섣불리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혹시라도 내가 너에게 해가 되진 않을까.
"지금 말하기 곤란한거면 나중에 하고."
정말, 넌 왜 이렇게도 다정해서.
네 따스함이 닿아 몸져 누울 것만 같다.
그러니까, 내가 이 온기를 느낀게 언제부터였지.
*
막이 내린 뒤, 자리를 떠야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한참을 벙쪄 앉아있었다.
가시지 않는 여운에 내쉬어지는 달뜬 숨.
짐승에게 잡아먹힌다면 이런 느낌일까.
몸 속을 헤집어놓는, 공포와는 다르지만 비슷하게 소름끼치는 감각.
"저기, 다 나갔는데."
"아."
멍하니 앉아만 있는 내가 이상했던지 툭 치는 손길에 올려다보니 그가 서있었다.
아까와는 다른 다소 차분한 모습.
"계속 여기 있을거야? 곧 과별로 모일텐데."
"아냐, 가야지."
당황하지 않은 척 일어나며 말을 붙였다.
"근데 넌 왜 아직 여기있어?"
"글쎄, 넌?"
"그냥 좀 여운이 안 가셔서."
돌아오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꺼내버렸다.
아, 이러면 계속 너를 생각했다고 고백하는거나 다름없잖아.
"나도 아직 입학한 게 실감 안나긴 해. 이렇게 다른 학생이랑 말 섞고있는 것도."
너는 내가 입학식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고 이해한 모양이다.
다행이다. 내가 너에게 잡아먹힌 사실을 들키지 않아서.
다른 과일지언정 밑을 자청하는 속내를 함부로 드러낼 순 없는 일이었다.
"누구보다 실감날 것 같은데? 아까 잘 봤어."
"사실, 떨려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너무나도 쉽게 유약함을 드러내는 네가 당황스러웠다.
"안그래보이지? 진짜 올라가는 내내 이랬다니까."
하곤 다리를 달달 떨며 장난스럽게 웃어보이는 네가,
한마리 토끼처럼 귀여워 보였다면 착각일까.
내 맘대로 내린 정의가 뒤틀린 순간이었다.
*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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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동안 수고 많았어요 독자님들, 모두 성우만큼 예쁜 꿈 꾸시고 내일도 힘차게 달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