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택운은 학연의 병실 문 앞에 붙여져있는 이름표를 멍하니 바라봤다. 몇년간 봐오던 N이 아닌, 차학연이라는 이름. 별것도 아닌 일이었지만 괜히 눈물이 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살이 많이 빠진듯 수척해진 학연의 얼굴이 가장 먼저 보였다.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학연은 활동 때보다 더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
"학연아"
목소리를 쥐어짜서 학연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갈라진 목소리에서 튀어나오는 이름에 택운은 고개를 숙였다.
"..정택운?"
한참을 고개를 못 들고 서있었더니 학연이 택운의 이름을 불렀다. 놀란 듯 커진 눈에 택운은 가슴 깊이 울컥한 감정이 올라왔다. 왜 이렇게 말랐어, 무슨 일이야, 왜 거짓말 했어.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어린애처럼 우는 택운을 보며 학연은 당황한 듯 몸을 일으켰다.
"하여간 아직도 애라니까. 왜 이렇게 울고그래, 바보야."
학연은 택운을 껴안고는 우는 택운의 등을 두드렸다. 처음 1위를 받았을 때처럼 학연은 택운의 등을 두드렸고, 택운은 그런 학연의 품에 안겨 한참을 눈물을 흘렸다. 학연 역시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 택운을 위로해줬지만 볼을 따라 흘러내리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어느정도 두 사람의 감정이 추스려지자 택운은 잠긴 목소리로 학연에게 물어봤다.
"어떻게 된거야?"
"어떻게 되긴, 그냥 힘들어서. 몸도 아프고, 나이가 드니까 확실히 예전같지가 않다."
"..어디 많이 아파? 죽는데?"
"야, 정택운. 멀쩡한 사람을 왜 죽여. 아프긴 그냥 빈혈기가 좀 있는 것 같아서 정밀검사 받은게 다야."
"근데 왜 이렇게 말랐어.."
"그러니까 나도 그게 의문이야. 병원밥이 맛이 없어서 그런가? 여기 병실 온 거 너가 처음이거든..가족들한테 말도 안했어, 안그래도 나 일 터진 것 때문에 심란해하실텐데 입원한거까진 못 말하겠어서."
씩 웃으면서 담담하게 말하는 학연을 보고있자니 답답했다. 학연이는 우리 때문에 모든 걸 잃었는데, 우리는 정작 학연이가 가장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화 조차 내지 않는다. 억울해하지도 않았다. 그냥 학연은 웃는 것 밖에 하지 않는다. 병실에 온거 너가 처음이야하면서 웃는 학연의 얼굴이 왜이렇게 측은해보이는지 모르겠다.
"일 터진 것도 거짓말이라면서.. 다 듣고 왔어."
"듣고 왔겠지 싶었어. 안 들었으면 어떻게 여기 왔겠어."
"미안해, 학연아. 내가 진짜 미안해. 욕한것도, 때린 것도, 배신자라고 몰아세운 것도, 멤버들이 너 욕 할 때 아무런 방어막이 못 된 것도, 기사 올라올 때 그래 이정도는 너가 받아야 될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 것도 미안해. 결국 모든 원인은 나 때문인데. 왜 너가 이러고 있어, 멍청아."
"야, 미안해 할 것도 많다. 뭐가 미안해. 나 검사 결과만 나오면 바로 방송 복귀 할거야. 이미지야 뭐, 열심히 방송하다보면 좋아지겠지. 너도 알잖아 난 너나 재환이만큼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다른 애들처럼 같이 무대에 설 시간이 있는것도 아닌거."
학연은 그 말을 끝으로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택운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학연이 얼마나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지. 얼마나 무대를 그리워하는지. 무대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그래서 더 붙잡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하면.."
"안돼! 그냥 넌 오늘 여기 왔다는 것도 애들한테 말하지말고, 다음 앨범 준비해. 내가 팀 나가면서까지 지켜온거야, 빅스라는 이름. 알잖아. 지금 내가 다시 돌아가면 애들도 혼란스럽고, 너 이미지도 그렇고. 우리한텐 이게 최선이야. 빅스를 지킬 수 있는 최선."
단호한 학연의 말에 택운은 머리가 복잡해져왔다. 택운의 손을 꽉 잡은 학연의 눈이 흔들렸다. 택운아, 제발. 난 정말 괜찮아. 너까지 이러면 난 정말 도망칠 수 밖에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학연의 눈에 택운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힘든거 있으면 연락하라고 얘기하며 몇 번을 돌아보는 택운에게 학연은 빨리 나가라며 손짓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정말 말도 안되게도 학연과의 연락이 끊겼다. 빅스의 다음앨범을 준비하면서 간간히 주고 받던 문자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꿈같이 사라져버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걸었지만 없는 번호라는 딱딱한 안내글만 나올 뿐이었다. 학연과의 연락이 끊겼지만 학연을 음해하는 기사들은 계속 나왔다.
[빅스 전 멤버 N, 마약사건 연루]
[연매협, "N, 방송 출연 금지" 처분]
빅스가 활동을 시작 할 기점으로해서 나오는 기사들에 택운은 기가 막혔다. 학연의 마약 기사가 터지자마자 사무실로 찾아가 사장실에 들어가 화를 냈다.
"대체 학연이 어디까지 짓밟을 생각이세요!!"
"무슨 소리야."
"그만 좀 하세요, 제발. 이정도면 충분하잖아요."
거의 울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택운을 바라보는 사장은 가소롭다는 듯 택운을 바라봤다.
"마약은 우리가 건든 거 아니야. 우리도 차학연이랑 연락 끊긴지 한참이야. 우리도 걔 때문에 피해본게 얼만데 여기서 행패야. 너도 매장 당하고 싶어? 얼른 가서 연습이나 해."
말도 안된다, 차학연이 마약이라니.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사장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사장은 택운에게 한 마디 남기고는 사장실을 떠났다.
"차학연은 끝났어. 자기 손으로 마약까지 찾은 애야, 방송? 웃기지도 말라고 해."
*
"믿기지가 않았어요. 내가 몇년을 알아온 학연이는 절대 마약 같은거에 손 댈 애가 아니었으니까."
"..."
"마약 때문에 재판도 여러번 섰죠, 학연이. 몇번이고 만나려고 해봤는데 도저히 얼굴을 안 보여주더라구요. 그래서 못 만났어요. 그 병원에서 만남이 마지막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 자살까지 할꺼라곤..하, 그냥 지금은 학연이한테 너무 미안해요."
하연은 택운의 말들을 적어내리면서도 미련한 학연에 대한 욕을 속으로 한 바탕 쏟아냈다. 몇년을 함께 팀으로 있어온 택운조차도 끝까지 진실을 모르게 할정도로 학연이 얼마나 치밀했는지 알 것 같아서 화가 났다.
"근데 그런 학연이가 자살을 했는데, 제 친구 학연이가 자살을 했는데도 저는 할 수있는게 아무 것도 없어요. 병신같이 학연이가 빅스 지켜달라고 했던 그거 하나 때문에 저는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어요. 그냥 몇일 있으면 학연이가 다시 웃으면서 택운아 하고 부를 것 같고, 연습실에서 춤 추면서 행복한 웃음 지을 것 같고, 멤버들이랑 다 같이 별 것도 아닌 일에 웃고 장난 칠 것 같아요.."
"...택운씨, 학연이가요."
말을 내뱉으려던 하연은 눈을 꽉 감고는 그냥 고개를 저었다. 이 모든 것을 말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창밖으로는 해가 뜨고 있었다. 급하게 노트북 속 파일을 정리한 하연은 의아해하는 택운을 뒤로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중에, 나중에 알려줄게요. 기사 뜨면 다 알게 될거에요."
하연의 말에 택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가봐요, 저도 이제 학연이한테 가봐야죠. 멤버들하고 다 같이 학연이 집에서 보기로 했거든요. 유품정리 때문에. 매니저형이라도 와서 다행이네, 저 기자들 뚫을 거 생각하니까. 하연에게 털어 놓으면서 그래도 마음정리가 된건지 하연을 보내주는 택운의 말에 하연은 얼른 택운의 집을 떠났다. 택운의 집 안에서 나오는 하연에게 몇몇 친분있던 기자들이 달라붙었지만 하연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들을 밀쳐냈다. 하연에게는 오직 한가지 생각 뿐이었다. 학연이의 오해를 풀어야한다는 그 생각 하나로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한 새벽의 도로를 미친듯이 밟았다.
[빅스 엔, 그리고 차학연에 대한 진실]
어제는 죽으려고 해도 안 써지던 글들이 술술 써졌다. 옷도 제대로 벗지 못한채 녹취록과 상혁,택운의 글들을 오가면서 글을 쓰던 하연은 결국 기사를 마무리 지었다. 저장을 하고 USB에 옮긴 뒤 빌어먹을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바로 기사 보낼테니 확인하라는 하연의 말에 부장은 무슨 헛소리냐면서 소리를 쳤지만 하연은 완강했다.
"그냥 형식상 전화거는겁니다. 부장님 확인 하시든 말든 상관없어요. 기사 올릴테니까, 자르든 말든 알아서하세요."
뚝 끊은 전화를 옆으로 치워놓은 하연은 인터넷에 결국 기사를 올렸다. 홀가분한 기분과 더불어, 드디어 학연이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이 풀리자 그제서야 잠이 왔다. 하연은 그대로 책상에 엎어져 잠이 들었다.
*
"살려줘, 제발, 살려줘."
몇달 전 학연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하연에게 전화를 했고, 급하게 학연의 집에 도착한 하연은 학연의 모습을 보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활동 때보다 10kg은 넘게 빠진 학연은 침대에 누워 복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손을 벌벌 떨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하연을 보면서 학연은 제발 살려달라며 하연의 몸을 붙잡으며 얘기했었다. 땀으로 온통 범벅이 되어있는 학연에게 119에 전화를 하겠다고 하자, 겨우 쥐어짜는 목소리로 학연이 말했다.
"119는 하아, 안돼."
"살려달라면서!! 어떻게 119도 안된다, 병원도 안간다! 나보고 어떡하라고!"
"저기, 서랍 밑에 약..하아, 약이 있어."
하연이 약을 꺼내오자 학연은 벌벌 떨면서 주사기에 약을 넣고는 자신의 팔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위태로운 학연의 모습에 하연은 주사기를 뺏어들고는 학연의 팔에 주사기를 놓았다. 고통스러워 하던 학연은 10분 정도 지나자 제정신이 돌아오는 듯 그대로 잠이 들었다. 하연 역시 그제야 숨을 고르며 학연의 집을 돌아봤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주사기, 부엌 위에 그대로 올려져 있는 수 많은 약들, 오랜 시간동안 밥을 먹지 않은 듯 물기 하나 없이 깨끗한 싱크대는 학연이 얼마나 처참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한 눈에 보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연은 조용히 어질러진 학연의 집을 치우며 눈물을 훔쳤다. 학연과 이정도로 얽히게 될 지 몰랐다. 자신은 그저 학연과 기자와 연예인의 사이였는데 자신이 학연의 고통을 눈 앞에서 보게 될줄도도 몰랐다. 무시해도 될 법 한데 하연은 그런 학연이 왠지 모르게 불쌍했다.
"불쌍하게 여기지마."
"..깼어요? 불쌍하긴 무슨 미련해서 그런거지."
"표정이 딱 불쌍하다는 표정이야."
"그리고 왜 갑자기 반말이래?"
"이제 죽을 날 받아 놓으니까 무섭지가 않네. 나 이제 연예인도 아닌데 뭐. 너 나랑 동갑이잖아, 우리 친구하자."
"..죽을 사람이랑 친구하기 싫어요."
"에이, 너무한다. 난 이제 말 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 오죽하면 내가 저번주에는 밖에서 인형을 사왔다."
학연이 가르키는 손을 따라가니 정말 하얗고 큰 강아지 인형이 있었다.
"청승 떨지 말고, 멤버들한테 얘기해요. 나도 도와줄게요, 기사도 써주고 기사나면 사람들 다시 동정여론 생길꺼에요. 치료도 계속 받을 수 있게 해주고. 다 나으면 그때 친구해요, 우리."
"나 암 선고 받았어. 길어야 1년? 아님, 6개월? 더 빨리 죽을수도 있고. 멤버들에겐 내가 짐이 될꺼야. 그리고 이젠 살고 싶지 않아. 세상에 미련도 없고."
"거짓말, 아까 그렇게 제발 살려달라면서 소리 질렀으면서."
"에이, 들켰네?"
능글맞게 웃는 학연의 얼굴은 더 이상 빛나보이지 않았다. 죽을 끓인 뒤 학연에게 먹으라며 건내주고 집을 나가려는 하연을 학연이 붙잡았다.
"있잖아, 가끔 들려주면 안돼?"
"어딜요."
"우리집. 우리집 아는건 너밖에 없거든."
모질게 무시하고 학연을 떠났어야 했는데 하연은 그러지 못했다. 그 후로 하연은 일주일에 한번씩 꼭 학연의 집에 찾아와 학연의 집안일을 해주기도 하고, 학연 대신 주사를 놔주기도 했다. 몇번씩 빅스 멤버들에게 사실을 알려야하나 고민을 하다가도 학연의 얼굴을 보면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학연은 하연이 오면 늘 같은 질문을 했다.
"요즘 빅스는 어때?"
"뭘 어때, 똑같아. 똑같이 잘났고, 여전히 멋있고, 여전히 잘나가고. 어제는 1위도 했어."
"애들 울었어?"
"데뷔한지 5년이나 됐는데 뭘 그런 거 가지고 울겠어. 아, 레오는 울긴 하더라고. 제일 안 울 것 처럼 생겨서."
"원래 걔가 속이 여려서 그래."
늘 똑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이어도 학연은 그것마저도 좋은 듯 웃어보였다. 그렇게 몇주가 지났다. 학연은 더 이상 눈뜨고 보기도 힘들만큼 약해져 있었다. 그런데 그런 학연이 마약사건에 연루되어 있었다.
"..너 뭐하냐, 진짜."
하연은 학연의 마약 소식을 접하자마자 학연의 집으로 달려갔다. 아직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학연의 집이었기에 떠들썩한 기사들과 다르게 학연의 집은 평온했다. 몇일 전 하연이 학연의 집에 왔을 때보다 더 수척해진 학연의 모습에 하연은 학연의 어깨를 붙잡고 소리쳤다.
"너 환자야! 병신아! 이제 죽을 날 받아놓고 하루라도 더 살게 해주세요 기도는 못 할 망정 그냥 뒤지겠다고 환장했어? 어?"
"사람들은 팩트를 알고 싶은게 아니라 분풀이 할 상대가 필요한거래. 누군가 이 불행을 책임져야 하니까."
"뭐야, 씨발. 그럼 다 거짓말이야?"
"글쎄, 나 이제 검찰에 입건된다. 너 여기 있다가 걸리면 너 얼굴도 9시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걸릴걸."
자신의 걱정까지 해주면서 농담을 던지는 학연에게 하연은 더 이상 화를 낼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냥 차학연은 병신이자 바보였다. 언론에 희생되는 불쌍한 피해자이자 미련한 놈.
"기사 내가 써줄게, 해명기사. 어차피 너 검사 해봤자 마약 안 했다고 뜰텐데 뭐하러 가!"
"사장한테 연락이 왔어. 나 많이 아픈거랑 너랑 접촉하는거 알았나봐. 욕하더라, 빅스 망하게 할 일 있냐고. 기자가 아니라 친구라고 해명을 하려고 했는데 내 말을 안듣는거야. 그러면서 멤버들한테 그리고 언론에 나 곧 죽을거라고 말하겠데. 그래서 빌었어. 그러지말라고, 내가 정리할 때까지 그러지 말아달라고. 그랬더니 부탁을 하더라고. 소속사 애 하나가 마약 사건에 연루되었는데 대신 혐의 좀 씌어 줄 수 있냐고. 이미 검찰 쪽하고 입은 다 맞춰났다고"
"병신아, 그게 부탁이냐! 협박이야, 이거 사기라고! 됐어, 해명 기사 쓸꺼야. 제발 정신 좀 차려!!"
"알아, 나도 협박인거. 근데 멤버들이 걸려있으니까 그냥 네 해버렸어. 이게 내 길이니까, 나는 괜찮아."
어쩜 이렇게 한결같이 병신같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학연은 미친게 분명하다. 웃으며 이제 너도 가라고 떠미는 학연의 손짓에 하연은 그냥 떠밀릴 수 밖에 없었다.
"있잖아 하연아, 앞으로 안와도 돼. 검찰 조사 끝나고 선고 받으면 나 그냥 엄마집으로 다시 돌아갈꺼니까. 몇달동안 고마웠어. 기사 안 쓸거라는거 아니까, 믿는다."
그 말을 끝으로 도망치듯 학연의 집을 나와 차 안으로 들어가자 멀리서 경찰차 소리와 함께 경찰들이 도착했다. 가만히 있어도 쓰러질 것 같은 학연을 강압적으로 연행해가는 경찰들을 보면서 욱하는 마음에 그들을 쳐다보니 학연이 내 차를 보면서 씩 웃음을 짓는다. 차학연은 미쳤다, 미치지 않고서야 저렇게 미련할리가 없다. 하연은 그 날 이후로 학연의 집에 몇 번 찾아갔지만 불켜져있지 않은 학연의 집 앞에서 번번히 다시 되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