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아지 이름은 성우예요. 옹성우. 강아지 이름이 이게 뭐냐구요? 음.. 성우가 강아지는 맞지만 사람이거든요. 적어도 저한테는요! 그냥.. 사람이랑 가까워지고는 싶은데 막상 같이 살려니 그건 또 막막해서요. 억지같지만 그래도 사람과 조금은 비슷한 커다란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요. 사람만큼 똑똑하게 말도 잘 듣고, 애교도 피우고. 어쩌면 사람보다 더요. 성우도 저랑 같이 있는 게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저만큼, 더요.
반인반수 시베리안 허스키 옹성우 × 소심한 주인
1화
"네깟 것만 없어지면 돼. 거머리같은 년. 네 엄마가 남긴 그 개같은 통장만 찾으면 넌 바로 이 집에서 나가는 거야." 그날, 저는 그 개같은 통장을 빼들고 몰래 이모네 집에서 나왔어요. '어디보자.. 일, 시, 백, 천.. 히익.. 꽤 많이 남겨주셨네..' 생전에 나를 끔찍이 사랑해주셨던 우리 엄마, 제가 이렇게 될 줄 알고 이 많은 돈을 두고 가신걸까요. 방 두칸의, 혼자서 꽤나 넓게 살 수 있는 집을 구했어요. 대책없이 이모네 집을 나온 거라 돈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 마트에 들러 당분간 입을 옷을 사고, 생필품과 당장 필요한 식자재를 사왔어요. 집에 도착해 장바구니 가득 눌러담아 묵직한 짐을 내려놓았어요. 휴, 그래도 돈이 있으니, 모든 과정이 나름 수월했던 것 같네요. 불행 중 다행이랄까. '이 돈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장을 봐 온 물건들을 정리하는데, 문득 걱정이 밀려왔어요. 혼자 살기에는 넉넉한 액수이지만, 언제 이모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거니까요. "학생이 아르바이트 지원한 거야? 일이 좀 고된데, 괜찮겠어? 삐쩍 말라가지곤.." "아뇨, 괜찮아요! 뭐든 열심히 할테니까 막 부리셔도 돼요!" 영 못미더운 눈빛의 사장님이었지만 꾸역꾸역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눈칫밥 먹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거든요. "몇살이야, 아가? 어려보이는데." 이따금 이런 질문을 하시는 손님이 있어요. 보통 고등학생이라는 저의 대답을 듣고는 쩝, 입맛을 다시며 담배 한 갑만 사들고 나가시지만요. "아, 저 아직 고등학생이에요!" "여기 일 힘들지 않아? 내가 쉽게 돈 버는 방법 아는데, 얼굴도 반반한게 조금만 알려주면 금방 따라오겠네. 아저씨랑 가자." 남자 손님이 제 손목을 잡아왔어요. 여기서부터 멘탈이 붕괴되기 시작했죠. "네? 저는 이렇게 고생하면서 돈 버는 것도 보람있고 좋아서요! 죄송하지만 마음만 받겠습니다." 제대로 대답한 거 맞겠죠? ".. 나 참. 뭐라는 거야, 이 미친년이. 얼굴 좀 예쁘장하다고. 거기서 돈 많이 벌어보자니까? 넌 입 다물고 나랑 같이 가면 돼." 저는 이 말을 하는 남자의 등 뒤에 숨겨진 작은 칼을 봤어요. 아니라고, 안 간다고 대답을 해야 하는데, 몸이 바짝 얼어버려서, 바보같이 그 자리에서 떨고만 있었어요. "아, 아니요, 제가, 도, 돈이 급한게 아니라서요, 그, 그러니ㄲ.." 그 순간이었어요. 남자가 제 머리채를 확 잡더니, 목에 칼을 들이댔어요. "여자가 너무 튕기면 매력이 없어요, 아가야. 돈도 되게 생겼는데 왜 이럴까? 개같은 년. 너 같은 애들은 좀 맞아야 정신을 차려." * 그 기억을 끝으로 저는 새하얀 방에서 눈을 떴어요. 몸을 일으키려고 했는데, 온 몸이 욱신거려 다시 눈을 감고 누웠어요. "그럼 몸 파는 애야? 더러워." 침대 주위의 얇은 커튼 너머로 대화소리가 들려왔어요. "모르지, 뭐. 보호자도 없고, 휴대폰도 없던데? 보니까 예쁘장하잖아. 이런 애들이야 뻔하지 뭐. 쓰러져 있는 거 지나가던 사람이 겨우 데려왔다는데?" 지금 내 얘기 하는 거 맞죠, 근데 전혀 내가 아닌데요. 나 끝까지 거절했는데, 이렇게 다치면서까지 싫다고 했는데. 그제서야 이리저리 생채기가 난 몸이 보였어요. 깊게 패여 붕대 감긴 곳, 울긋불긋한 멍자국. 이모네 집에서 나온 이후론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이제 겨우 나아가는데, 딱지가 앉아 막 가려울 참이었는데. 갑자기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몸을 뒤척였어요. "환자 분, 괜찮으세요? 붕대 갈아드릴게ㅇ.." "됐어요." 아까 나보고 더럽다고 한 간호사, 맞죠. "당신한테 치료 안 받아요." "네?" "살아있으니까 됐죠, 저 이제 갈게요. 그쪽 말대로 저 더러워서, 깨끗한 병원 오염시킬까봐 더 이상 오래 있는 건 어려울 것 같네요." 휴, 다행히 울지 않고 끝까지 말하고 병실을 나왔어요. "뭐야, 쟤? 왜 저래?" 뒷통수가 따갑지만, 이제 그런 거 모를래요. 전 혼자니까요. 바깥으로 나오자, 때마침 비가 왔어요. '날씨도 더럽네.' 저 때문일까요. 비를 맞는 모든 사람들에게 괜히 죄책감이 들어 우산을 접어서 손에 든 채로, 젖어들어가는 붕대를 바라보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집으로 향했어요. 낑, 낑-, 건물 앞에 도착했을 쯤일까요, 어디선가 동물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좀 더 소리에 다가가니, 비좁은 상자 안에 강아지 한 마리가 흠뻑 젖어있었어요. '미안해. 누나가 지금 누굴 도와줄 처지가 못 돼. 좋은 데 가서 행복해.' 나보다 한참이나 작은 가여운 몸을 한 번 쓰다듬고, 장식품처럼 손에 들고 있던 우산을 펼쳐 상자를 드리웠어요. 그리고 저는 미련없이, 집으로 들어갔어요. 낑, 끼잉.. 강아지는 밤새 울었어요. 혹시나 우산을 누가 가져갔나 싶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1층으로 발길을 향했어요. 바람에 날아가 찌그러진 우산, 그 옆에 돌처럼 무겁게 놓인 상자와 강아지. 마치 누군가 들지 않으면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어요.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지. 머리를 콩콩 쥐어박으면서도, 결국 저는 강아지를 안아들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축축히 젖은 몸이 비쩍 말라있었고, 추운 듯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어요. "..나랑 같이 살래, 강아지야?" 너 있지, 나랑 꼭 닮았다. "성우야, 네 이름. 옹성우." 옹, 옹. 내가 붙인 이름이지만 특이하고 썩 마음에 들어서 큭큭 웃었어요. 추위에 떨던 우리 강아지 성우도 이내 안정을 찾았어요. 폭신한 담요에 싸여, 한껏 웅크린 자세가 불편한 지도 모른 채 그렇게 우리는 잠에 들었어요. - - - 그리고 몇달이 지난 지금, 우리는 누구보다 각별한 사이가 되었어요. 주인과 강아지를 넘어선.. 음.. 진짜 친구랄까요? 그런 거 있잖아요, 베스트프렌드. 감정적인 성장 못지 않게, 제법 성견의 모양새를 갖춘 성우랍니다. "고마워." 같이 있으면 그냥 툭, 터져나오는 말. 고마워. "네가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강아지인 널 마음껏 예뻐해주고, 사랑해주고 싶어. 이렇게 얼굴을 파묻고 마냥 쓰다듬을 때면 성우는 기분 좋은 얼굴로 가만 엎드려 있어요. 으구, 예뻐라. * 그런데 요즘 성우가 이상해요. "우리 강아지!" 라든가, "옹강아지!" 등등, '강아지'라는 말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해요. 짖는다거나, 아예 외면한다거나. 너무 친구같이 지내서 자기도 인간인 줄 아는 걸까요? 아니면 이제 어엿한 성견인데 그만한 대우가 아니라는 생각에서일까요? 둘 중 어느 쪽이라고 해도, 그거 나름대로 또 귀엽겠네요. 그래도 우리 강아지, 우리 강아지 하는 게 제 인생의 낙인데, 살짝은 고민이 돼요. 이제 정말 다 커버린 건가 아쉽기도 하고. 성우랑 저, 앞으로도 잘 살 수 있겠죠?더보기 |
제가 생각하는 허스키 성우 이미지예요. 이래봬도 애교는 많답니다..ㅋㅋㅋ 네이버랑 구글 뒤적이다가 이거다 하고 가져왔는데.. 모든 사진의 출처는 네이버입니다. 이거 써야 되는지 잘 모르겠어서.. 암호닉은 신청해주시면 감사히 받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