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인 너도, 사람인 너도 좋아. 아니, 그냥 성우 네가 좋아." * "성우야! 나 아침 하는 동안 이불 좀 개줘!"
"응, 주인." 앞치마를 두른 주인이 평소보다 많은 양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테이블에 세팅된 숫가락도, 포크도 모두 두개씩이에요. "너 강아지일 때 소고기 육포 좋아했잖아. 그래서 불고기 했는데, 어때? 괜찮아?" "응, 진짜 맛있다!!" "다행이다. 많이 먹어 성우야." 같은 테이블에 마주앉아, 같은 음식을 먹으며, 같은 언어로 통하는 우리. "물론 양 쪽 다 소중한 성우지만," "나, 어쩌면 사람인 네가 더 좋은지도 몰라." 자기가 말하고도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이고 밥 먹는 데에 급 집중하는 주인. 빨개진 귀는 감출 수 없어요. "난 주인이 어떤 모습이든 좋아." 이런 내 모습도 사랑해주는 주인이니까요.
"그냥, 내 곁에만 있어주세요 주인님." "..응, 약속해." "..." "우리 새끼손가락 걸까?"
"..약속." * 정말 행복한 꿈을 꿨어요. 너무 가까워서, 너무 아득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런 꿈. 칫솔, 숟가락, 젓가락, 밥의 양까지, 정확히 이전의 두 배. 짝지어 놓여 있는 모든 것이 사랑스러운 그런 꿈. 그런 미래가 존재할까요? *
"와, 살다보니 그 딱딱한 허스키가 자발적으로 우리집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있네. 그래서, 왜 왔는데?"
"..물어볼 게 좀 있어서요." "그래, 일단 들어와." *
"..결국 밝히고 싶다는 말이네?"
"역시 그렇게 되겠죠." 주인과 사람 모습의 내가 같이 나오는 꿈은 영영 깨고 싶지 않을 정도로 행복해요. 하지만 얼마 못 가 눈을 뜨면, 행복했던 순간만큼 가슴이 뛰면서 답답해져요. 꿈은 반대라던데, 이대로 주인에게 반쪽짜리 옹성우만 보여주게 되나, 하고요. 미친 척 아랫집을 찾아갔어요. 가서, 나라면 주인이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내가 정말 노력하면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나 만난 날에, 울었다며." 알아요. 지금은 이르다는 거. 그런데 자꾸만 커지는 마음에 조바심이 나요. 이게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르겠지만, 더 지켜주고 싶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 주인이 사람때문에 좀 많이 힘들었어요. 강아지인 저한테도 망설일만큼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긴 대화는 어려워합니다. 아마 제가 반인반수란 걸 알면, 앞으로는 같이 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모르면, 같이 할 수 있어?" "..."
"차라리 대놓고 말해버려. 둘 중에 하나는 행복해야지. 예고없이 들켰다간 둘다 불행해져. 거짓말이 길어질수록 진심으로 덮는 데는 한계가 생겨. 물론 네가 평생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모르지만." "..." "네 주인이나 너나 참 고생이다. 어쩐지 윗집에서 짠내가 나더라니." "..오늘 신세졌네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내가 친해지자고 했잖아, 그거 빈말 아니야. 자주 놀러와. 시간은 얼마든지 내줄 수 있으니까." * 꿈을 꿨어요.
"주인님!" 성우가 사람이 된 꿈. "그거 알아요? 주인이 맨날 해주는 음식, 그거 진짜 맛있는 거." "주인, 왜 울어요. 나 안아요. 아이고, 마음 아프다. 누가 우리 주인님 울렸대, 내가 혼내줄까요? 이래봬도 꽤 믿을만한데."
"..사랑해줘요. 이런 나지만." 꿈에서 깬 저는 부쩍 생각이 늘었습니다. "그쪽도 반인반수 키우시나봐요. 요즘 보기 드문데." 성우가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분명 꿈에서 본 사람 성우는 강아지일 때와 다름없이, 아니 어쩌면 더 따뜻했는데. 만약 정말로 성우가 반인반수라면.. 아니다. 역시 한낮 미몽일 뿐이었겠죠? * '반인반수' 꿈자리가 영 뒤숭숭해서 일어나자마자 초록창을 열었어요. '반인반수 동물로만 평생 살 수 있나요? 내공 많이 드립니다.' '답변- 그건 아니죠. 사람이 하반신 못쓰고 평생 사는 정도의 불편함 아닐까요. 말을 할 줄 아는데 하지 못하게 되는 거니까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봅니다. 실제로도 반인반수는 생후 1년정도 되면, 인간으로 바뀔 수 밖에 없는 시기가 옵니다. 한 일주일 정도요. 자세한 건 잘 모르겠네요. 모쪼록 잘 키우세요.' "우리 성우도 1년 다 되가는데.. ..성우야?" 어느새 제 옆에 앉아 모니터를 보고있는 성우예요. 글자를 읽기라도 하는 듯 뚫어져라 쳐다보네요. "주인이 그냥 찾아봤어- 성우는 아닌 거 알아." 성우가 꼿꼿이 굳어있어요. 왠지 정말 알아듣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죠? "..산책, 갈래?" * 부쩍 얌전해진 성우와 길을 나섰어요. 오늘은 전에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려구요.
(빤히) "혀아?" 그런데 왠 덩치 큰 남자가 멈춘 성우 앞에 쪼그려 앉아 형아를 찾네요. "..누구세요?"
"대님니다. 대니." "보호자분 안 계세요?" "쥬잉 들어가써. 여기서 대니가 백 세면 온대요." ".. 아, 네.." 좀 이상하긴 하지만 제가 신경쓸 건 아니죠. 가던 길이나 가야지.
"혀아 인사! 대니 인사해!" 여전히 쪼그려 앉은 채로 말하는 남자. "..뭐지.. 성우야 가자." "혀아 아녕. 대니 또 만나!" '..발음이 잘 안 되나?' 이상하리만큼 해맑은 사람이네요. * 집으로 돌아온 후, 새근거리는 소리가 거실에 울려퍼져요. "휴.." 주인이 왜 반인반수에 대해 찾아본 걸까요? 저는 정말 심쿵했습니다.(다른 의미로)
"주인아, 우리 주인. 이름아." 가깝고도 멀어서, 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사람.
"만나고 싶어." 오늘도 사람의 모습으로 잠든 주인 곁에 마주 누웠어요. "..성우야?" 위험하다. 아직 준비가 전혀 안 됐는데. 이대로 들키면 안 되는데. 최악의 시나리온데. * "..성우야?" 가늘게 뜬 눈 사이로 어떤 사람이 보여요. 낯익은 얼굴, 꿈에서 본 성우. ..꿈인가? 다시 눈을 꿈뻑이자, 남자의 모습이 사라졌어요. "멍!" "으응.. 왔어?" 과연, 제가 헛걸 봤던 게 틀림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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