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발칙한 우리 사이
W. 토미
PRO
" 너 왜 매몰차게 끊어버리냐."
내 머릿속을 연신 복잡하게 두드리던 주인공이 대담하게 앉아있던 내 무릎에 툭 더플백을 올려놓았다. 운동부인 거는 존나게 티내요. 전화를 거절해버린 이유를 물어오는 그에게 괜히 툴툴거리며 다른 화제 거리로 대화를 돌렸다. 하지만 이런 피나는 노력과는 상관없이 줄기차게 물어오는 그였다.
" 나인 거 알았잖아. 17년 동안 내 전번 하나 몰랐을 리 없고."
" 몰랐는데."
그러자 성운이 안경을 위로 고쳐잡으며 빈정 상하게 입꼬리를 씩 말아올렸다.
" 난 맨날 외웠는데."
" 구라 깐다."
" 말 좀 예쁘게 해라. 대학까지 왔으면."
" 그러니까 왜 대학까지 따라와."
나만 어색해하는 이 광경이 어이없어 태연하게 말대답을 꼬박 꼬박 해오는 성운일 향해 되도않는 심술을 부렸다. 이러한 내 행동에 살짝 당황했는지 얼굴이 점차 일그러지는 그를 올려보다 이내 일어나 그에게서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 아무 일도 없었어, 우리."
"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자 언제 왔는지 금방 뒤따라와 내 손목을 붙잡으며 돌려세우던 성운이 진지하게 말을 걸어왔다.
" 넌 내가 뭘 걱정하는지는 알아?"
" 알아. 필요없이 순수하기만 해서 온갖 이 세상의 남자들을 그런 짐승으로 몰아가는 거."
" ............."
" 야. 어색하다. 우리 사이에 이런 얘기 하고 있으니까."
" ............."
" 왜 그래. 계속 사람 마음 불편하게."
성운이 여전히 풀어지지 않은 나를 조용히 내려보다 내 팔을 조심스레 흔들었다. 애교 섞인 듯 섞이지 않은 미성의 목소리가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잊어버릴만큼 너눅해진 나무 사이로 울려퍼졌다. 주먹을 꽉 움켜쥐며 그를 향해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치켜들었다.
" 어제 널 안은 건 진짜-"
" 실수. 아니, 정정하자."
"............."
" 단지 주정뱅이의 주사였을 뿐이었다고."
"............."
" 그러니까 내 가방은 좀 주지."
내 손에 걸려있던 더플백을 뺏어들어가 가지런히 어깨에 걸친 그의 검은색 머리칼이 단정하게 내려앉으며 순간 영화 속 한 편처럼 바람에 휘날렸다. 그리고 난 생각했다. 하성운, 네 말대로 단지 주정뱅이가 벌인 한 가지의 주정일 뿐이라고. 그렇게 몇 번이고 다시 되짚었다.
그가 말한 우리의 사이가 어떠한지.
그래, 정정하자.
지금처럼 우리 사이가 영원할지.
너와 내가 이 맘때처럼 학교 벤치에서 서로에게 웃어보일 수 있을지 말이야.
*
안녕하세요. 토미입니다. 너무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많이 되네요ㅠㅠㅠㅠ
좋은 글로 계속해 더 발전하는 모습으로 찾아뵐게요.
읽어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