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 끼 충 만 한 녀 석 들
음, 오늘은 아주 운수가 좋은 날이 되겠군. 그 생각을 한 이유는 사실 별 거 없다. 그냥 개-강아지상-같은 강다니엘 군이 내게 개-이건 진짜 개같다는 의미임-같은 짓을 했기 때문이다. 분명 12월 25일에 다니엘이 제게 그랬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은게 뭐야? 그래서 저는 답했다. 과대에서 내려오는 것. 그래서 내 의견을 수렴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 의견을 0에 수렴했나보다. 왜냐하면 집순이인 내가 그것도 제일 가기 싫은 한국대학교 상담심리학과 학생회실에 오라고 불리었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하아…밥은 먹었,"
"여보세요? 흑흑…나야. 흐어러어러어엉렁…거기 잘 지내니."
"후우, 내가 졌다."
"됐고, 용건은?"
"일학년 오티 준비해야하니까 나오라고."
"나 그만뒀잖아. 으건아."
"아, 미안. 다시 자. 아, 너 한 번 깨면 잠 잘 못들지? 그냥 나와. 네가 으건이라고 해서 그런건 절대 아니야."
"너 혹시 빨간맛 좋아하냐? 물론 레드벨벳 노래 말한거 아니야. 그냥 김여주 불꽃주먹 좋아하냐고 물어보는거야."
그렇게 나는 귀엽고 상큼한 새내기들을 위해 모성애같은 마음으로 캠퍼스에 갔다. 눈이 왔는지 멀리서 보니 설원같지만 그래도 두 번 다시는 방학에 나오고 싶지 않은 곳이다. 오늘 날을 잡은 게 정세운인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정세운에 운이 들어갈 줄 알고 백퍼 다니엘이 언제 잡을지 물어봤겠지. 그런데 이름과 다르게 비와 눈을 몰고 다니는 아이였다. 그러니 겨울이 다 끝나갈 판에 폭설이 내리지 않겠는가!
후우, 그래도 나는 캔디의 감정에 이입해서 굳건히 60개의 계단을 오르고 올라 학생회실에 도착했다. 문 앞에 귀를 대니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뭐야, 지금까지 아무도 안 온거야? 그래놓고 감히 나를 불러?
그렇다면,
상심과 기요미 등,
"그 전에 상심과 상큼이 지성씌 등장했구요. 윤여주는 얼른 앉아라."
"뭐야, 다 왔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해?"
"네가 뭔 하찮은 짓 하려나 싶어서."
"넌 학생회도 아니면서 여기 왜 있냐."
"허, 전 부과대였던 너는 왜 온거임?"
"아, 진짜 부과대만 생각하면 잠이 안와요, 내가. 누구누구 때문에 열불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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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초다. 분명 내가 지원했던 곳은 한국대학교 상담심리학과인데 남초현상이 일어났다. 다시 둘러봐도 여자가 열 명 정도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도 나를 포함해서. 남초로 유명한 공대로 잘못 찾아왔나 싶어 문을 다시 열고 나가 봤지만 문에는 대문짝만한 궁서체로 상담심리학과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 옆 강의실이 사회복지과면 말 다한거지. 수시 면접 때 여자가 다섯명 밖에 없다는 것을 보고 알아봤어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공부해서 간호학과나 갈걸. 아니면 경상대라던가.
트라우마 때문에 모든 학교의 이 과는 여초라고 하길래 상심과로 지원했더니만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당당하게 지원을 했던 내 손을 탓하기 위해 같은 학교 간호학과인 박수영에게 전화를 했다.
"야, 여기 완전 대박이야. 상심과가 극남초인 경우도 있냐."
"차라리 여기도 그랬으면 좋겠다. 알고 갔지만 정말 남자가 두 명 있을 줄이야."
"나랑 바꾸자. 나 전과할래."
"뭐래, 보건계열 전과 안 된다며. 나도 네가 왔으면 좋겠다. 아는 사람 한 명도 없어."
"나도 마찬가…."
오티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남아서 전화하고 있는데 예대나 미대에 다니는 것 같아보이는 남녀 한 쌍이 티격태격하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뭐야, 여기 인문대잖아. 친구 보러 온건가. 여자는 열불을 내고 있는데 남자는 아무 표정 변화 없이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 커플인가. 그래보이진 않아보이는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어쨋든 책상은 몇 개 놔뒀어."
"몰라, 아까 가보니까 육십 개 정도 있더라. 설마 성우가 실수하겠어?"
"어. 혹시 모르니까 과대한테 책상 이십 개 가져오라고 전화해. 그리고 옹성우한테 축제 때 파전만 부칠 생각하고 있으라 하고."
"미친, 그놈의 파전. 누가 김상균 아니랄까봐. 어쨋든 과방 가서 피피티 확인해. 난 교수님들 모시러 갔다올게."
옹성우? 아까 나한테 이름표 준 선배 이름과 같다. 성우면 모르겠지만 옹씨란 성이 흔하지 않은 성이라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나보네. 파전이란 소리에 여자가 질리단 표정으로 말하자 남자는 대답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며 알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들은 이 복도를 벗어났다. 의미심장하다고 했지만 그건 내가 오해한 것일 수도 있고 그 전에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은거라 생각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 학교에 정을 붙일 생각이 없으므로.
시계를 보니 곧 시작할 것 같아서 다시 남자들로 가득 찬 강의실에 들어갔다. 가방을 놔뒀던 세번째 자리에 앉았다. 왜 내 주위에는 다 남자들 뿐인거지. 아무리 열 명이라고 해도 한 명 쯤은 내 주위에 있을 줄 알았는데…. 맨 앞에 두 명은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미친개의 소굴에 제 발로 들어오다니, 김재환 정말 대단해."
"김상균한테 지랄했더니 실음과에 넣으라고 준 정시 원서를 여기다 집어 쳐 넣을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러니까 내가 형한테 개기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닥쳐, 서성혁. 안 그래도 막막하니까. 나 반수할거야."
"지랄. 이번 점수 존나 인생점수면서. 그나저나 밥이나 다 먹고 말해."
내 앞자리에 있는 김재환과 내 뒷자리에 앉은 서성혁이란 애의 대화에 엿듣고 싶지 않아도 엿들을 수 밖에 없는 위치라 잠자코 듣고 있었다. 듣고 있으니 저 애 인생이 왠지 모르게 스펙타클하다. 저런 애들이랑 절대 엮이지 말아야겠단 생각으로 다른 애들에게 시선을 뒀다. 성혁이란 애 옆에 앉아있는 애를 봤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성혁 머리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칭얼대는 것 같아보였다. 생긴 것과 완전 다르다. 마치 빙구같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성혁아, 황민현 쟤 왜 나사 하나 풀린 거 같냐."
"미미 못 봐서 저런거겠지. 세운아 솔직히 생각해봐. 저런 적 원투데이냐?"
"성혁아, 어쩌지? 나 오늘 미미 본 적이 없어."
"응, 아니야. 핸드폰 속에 있잖아. 우선 같이 짝짝꿍하고 놀아."
미미? 뭐야, 여자친구 애칭인가. 서성혁 말에 민현이란 애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보는 것 같았다. 보자마자 표정이 아주 사랑꾼 납셨다. 저런 애 여자친구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저도 모르게 고개를 앞으로 돌렸더니 김재환이 뒤를 돌아봤다. 그 행동에 나는 얼른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우고 정색으로 답해줬다. 김재환이란 아이는 친화력이 좋은 지 내게 오래봤던 친구처럼 제 소개를 했다. 한국고등학교 출신이라 했다. 아, 서울에 있는 친구 고등학교인데 걔가 노래 잘하는 애 이야기 해줬는데 그 아이가 이 아이인 것 같다. 그 아이도 김재환이라고 했으니.
"아, 난 김여주야."
"설마 박수영 친구?"
"너 수영이 알아?"
"어, 그게. 뭐 그렇긴 하지. 그래서 너랑 친해지고 싶어."
그러면 그 김재환이 확실하다. 순진한 얼굴로 방탄-피해자의 날아오는 탄압을 막음, 그 정도로 하루살이 인생- 한 인생인 순얼방인 김재환. 수영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땐 그냥 미친놈 하나 있다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들었는데 그것을 내가 실제로 겪으면 어떤 느낌일까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든 생각은 전학이었다. 그런데 대학교는 전학을 할 수 없지 않은가, 휴학을 해야하지. 그런데 그 정도였던가.
마침, 수영의 경험담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가자 경계대상 1호급 경보음이 울렸다.
그리고 나는 결론을 내렸다.
재수각.
그 순간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 원인제공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와, 남자인데 저렇게 피부가 하얗다니. 얼굴도 잘생겨서 그런지. 안 그래도 없는 여자들이 다 거기에 들러붙어있었다. 차라리 내 앞이 김재환이 아니라 저 아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너 이름이 뭐야?"
"강다니엘. 너는?"
"최연희야. 그런데 십자가 목걸이네. 교회다녀?"
"응. 신천지라고 있어. 같이 다닐래?"
강다니엘 또 시작이야. 성혁의 말에 세운은 카톡을 게임하는 것 처럼 키패드를 공격적으로 두드리며 답했다. 저 녀석 한 두번도 아니지.
"저 녀석 성당 다닌단 말보다 신천지 다닌단 말을 더 했을걸."
나는 저 녀석이 신천지를 진짜 다니든 안 다니든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김재환 때와 같은 경계 경보음이 들렸다. 아, 저 얼굴은 분명 내 빠심을 들끓게 하는데 말이지. 그래, 어차피 동기를 덕질해봤자 뭐해.
"이제 강다니엘 여기로 온다. 삼, 이, 일."
"재환아, 민현아. 보고 싶었어."
강아지처럼 오는 아이를 이 둘은 개무시를 하고선 다시 나를 쳐다봤다. 아, 왜, 뭐. 삼단 콤보를 날리고 싶었지만 이들은 내 동기였기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수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이들이 내게 무슨 말을 할지 모르긴 하지만 이상한 말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누군데 그렇게 쳐다봐? 어? 박수영 친구다."
"아, 얘가 박수영 친구야?"
"너네 수영이 친구야?"
"아니, 나만 친한데."
"재환이만 친하면 너네는?"
"박수영이 스크린으로 네 영상 틀어줘서 봤어. 축제 영상 같던데."
뒷자리인 세운의 말이 내 귓속을 파고들었다. 잠깐만, 축제 영상이라면 요술봉 들고 마법소녀 부른 영상일텐데. 시발, 박수영. 어쩐지 네가 언젠가 나한테 죽을 죄를 지었다며 용서해달라한게 이거였냐. 강다니엘은 눈치가 없는건지 보충설명까지 했다. 원래 박수영이 내가 서울에 올라가서 친해진 수영의 친구와 같이 교실에서 보려다가 남자애들이 갑자기 들이닥쳤다고 했고 그 남자애들은 여기에 있는 한국고등학교 아이들이란다.
그래서 나는 다시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왜냐하면
"몸치더라."
결론은,
자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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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여주와 동기들의 첫만남이에요. 오티구욤ㅎㅎㅎㅎ
신알신, 댓글 달아주신 분들 너무너무너무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등장인물 소개였는데도 초록글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