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번외. 애증의 관계 ▒▒▒▒▒▒▒▒ 그렇게 연락이 끊긴 채 3주란 시간이 지났다.나는 나대로,너는 너대로. 이미 최근기록에는 너라는 이름 석자 대신 회사 동료만 가득했다. 나 혼자 정의내렸던 '애증'이란 이 짜증나는 감정은 수그라들었다. 말이 수그라들었다이지 혹여 부채질한번,혹여 찌르기한번이라도 한다면 식지 않은 불씨처럼 곧바로 커다란 불이 화다닥 오를 그런 상태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애써 잊어버린 척 감정을 위장하고 마는 이 어리석은 사람. 그렇게 나는 또 속으로 욕을 되내었다, ▒▒▒▒▒▒▒▒ 평소와 다르지 않은 일상이였다. 조금 다른 것이라면 나답지 않게 실수를 해서 간만에 혼자 야근을 하게 됬다는 거. 이미 일은 끝낸지 오래였다.무의미한 시간만 속절없이 지나갔다. 그냥 까만 사무실 속 밝기만 한 모니터를 하염없이 보니 눈이 아프다는 것 쯤. 빨갛게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으로 책상을 여러번 톡톡 쳤다.듣기 싫은 둔탁한 소리만 울렸다. 핸드폰을 들었다.통화기록을 하염없이 내려 겨우 3주전 네 기록을 찾았다. 네 이름 석자 밑 '0:47' 피식 웃음이 흘렀다. 통화도 1분을 채우질 못하는 구나, 문자도 한두통이 끝이구나. 아ㅡ,우리가 이렇게 가벼운 사이였나.내심 서운해졌다. 근데 이상하다 새어나온 웃음이 무슨 감정인지. 서운한 건지,허탈한 건지. 짧게 자른 머리만 손으로 계속해서 빗어내었다. 화면을 누르지도 않았다.그저 화면이 까맣게 되면 다시 홀드를 열어 뚫어지게 네 이름 석자를 노려보는 것 뿐 다시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다. 눈이 아프게 널 노려보고 미워하다 핸드폰을 책상에 던져버리곤 컴퓨터 전원을 껐다. 차라리 집에서 시간을 버리는 게 더 나은 것 같았다. 대충 책상 정리를 하고 의자에서 일어나 등받이에 걸쳐져있던 코트를 들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휴대폰의 강한 진동과 책상과의 마찰음이 울렸다. 전화가 끊길 새라 핸드폰을 들었다. 이상하다. 아까 뚫어지게 보던 네 이름 석자가 있었다. 멍하니 고민하다 전화를 받았다. '보고 싶어.' 4글자 말만 던진 채 전화는 끊겼다. 이제 최근통화기록엔 제일 위엔 네 이름 석자가 써있다. 꺼지다만 불씨가 화다닥,하고 타올랐다. ▒▒▒▒▒▒▒▒ 차를 타고 가면서 생각했다.과연 네가 전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예전처럼 어정쩡한 관계로 돌아가고 싶단 것일까.도대체 네 진심이 무엇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던 질문이 우스울 정도로 상황은 단순했다. 익숙한 너의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집 안은 예상대로 조용했다. 원래도 조용한 걸 좋아하던 너니까. 후텁지근한 집 안에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쇼파에 놓았다. 안방엔 열에 들끓는 네가 자고 있었다. 순간 모든 상황이 정리됬다.아팠으니 전화를 거는 것도 그냥 어찌하다 걸렸겠지. 오면서 별의별생각을 다하던 내가 우스워 피식 조소를 흘렸다. 뒤돌아 나가려는 내 발목을 붙잡은 건 네 목소리였다. "000.." 그냥 내 이름 세글자였다.내 시야를 뿌옇게 한 것은. 네가 누운 침대를 등지고 주저앉아 울음터트리게 한 것은. ▒▒▒▒▒▒▒▒ 결국은 해가 떴다.10분,20분 네 옆에서 새우잠을 자며 간호를 하다보니 날이 샜다. 네 침실 한쪽의 통유리창으로 짙게 깔린 구름을 헤치고 해가 나왔다. 너란 애는 아파도 이렇게 힘드니. 겨우 식어가는 네 이마에 괜히 알듯모를 한숨이 흘러나와 이마를 긁적거리다 한숨을 뱉었다. 그렇게 미운 너인데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 건지. 왜 너란 애 걱정을 하는 건지. 그래도 다행이다.다시 널 볼 수 있어서.감정이 아무것도 빈 감정이 아니라서, 미운 감정이라도 사랑해서. "보고싶었어.많이." ▒▒▒▒▒▒▒▒ 더보기 하고 싶은 말은 많아. 근데 넌 아직 연락 없잖아. 우리 왜 이래? 나 더 이상 못 참아. 저는 미워하는데 사랑하는 사람있어서 힘들어요. 둘중하나만 하지,짜증나게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