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그의 얼굴을 내리쳤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거리 한 가운데에서.
...
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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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은 내 첫 사랑이었다. 많이 아픈 열병같은 첫 사랑.
그를 등지고 얼마나 걸었을까. 오랜만에 신은 하이힐로 발은 이미 퉁퉁 부어있었다.
차라리 맨발로 걷는게 더 편할 듯 싶어, 걸음을 멈춰 길가에 앉아 구두를 벗는데.
서러움이 복받쳐 온다.
"나 참 불쌍하다. 나 뭘 그렇게 잘못했니."
한참을 엉엉 소리내어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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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앞 나는 너무도 초라했다.
사실, 오늘을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그는 모를거다.
새로운 팀으로 이적하고 처음으로 그가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이었기에, 여러모로 엄청 신경을 썼다.
식당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예약하고.
옷도 새로 사고, 즐겨 신던 운동화 대신 그가 생일 선물로 사준 하이힐도 꺼냈다.
그리고 안하던 화장과 머리도 하면서 여자로서 느낄 수 있는 행복도 느껴봤다.
아니 설렘이었다. 다른 사람에게서 느낄 수 없는, 오직 그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설렘.
소풍가는 아이처럼 밤을 설치면서, 설렘 속에 나는 그에게 선물을 준비했었다.
그의 귀국날. 전화를 몇 번이나 해봐도 도무지 받지를 않는다.
그래, 많이 바쁠거야. 수속 마치고 이리저리 정리하다보면 정신이 없겠지.
- 한국이야? 많이 바쁘지. 자꾸 전화해서 미안해.
저녁 약속 잊지 않았지? 세븐스프링즈 홍대점 7시야. 문자 받으면 꼭 전화해줘. 보고 싶다..
그런데 자꾸 불안해진다. 무언가 한참 잘못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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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게요, 오직 그대 하나만.
예약된 식당에 앉아 한참을 기다려도 그가 오지 않는다.
문자는 받은 건가. 핸드폰을 두고 왔나..
괜히 내가 너무 무리하게 약속을 잡은건가..
그러다 30분쯤 지났을까, 어떤 여자와 함께 들어오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한번도, 내게 보여주지 않은 웃음과 같이.
여자의 감이란게 정말 무서웠다. 차라리 틀렸길. 제발 이 느낌이 잘못된 것이길.
못 본척하며 시선을 테이블 위로 돌렸다. 목이 타서 물잔을 잡는데 그 손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잔에 비치는 그와 그 여자.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 내 앞에 나란히 서있는 두 사람.
그리고 덤덤한 목소리로 날 그녀에게 소개한다.
"인사해. 이 쪽은 아는 동생."
두편에 나눠서 연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