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표정짓지마요."
"그래"
홍빈은 내말에 활짝미소를 지어보고는 수업준비하러가겠다며 자리를 떴다.
그런 홍빈의 뒷모습을보는데 내가 왜이렇게 처량한지
모두가 원하는 사람?
모두가 원치않은 사람!
우린 너무나도 다른삶을 살고있는건 아닐까.
감정이 조금씩 아슬아슬해지는것 같았다.
이런 저런 고민에 한창 표정이 일그러져있었을때 대원이 오며 자리를 정리했다.
대원은 나에게 인사를 해보이고는 다시 종이를 사러 카운터에갔다.
대원이도 학원에서 인기가 많은편이다.
실력도 뛰어나고, 성격도 좋아 다른아이들과 곧잘어울리기도한다.
그런 대원이 부럽기도하고 신기하기도했다.
나한테는 절대로 있을수 없는 일인걸 잘알기때문이다.
어느순간부터 아니 정확히 중학교1학년때부터.. 알수없는 병이 나에게 온이후로는 그런희망을 가지기 어려웠다.
병명도, 치료하는 방법도, 유사한 병의사례도 없는 희귀한병이기에 의사들도 하나같이 나를 괴물로 취급했을뿐더러
주변사람이 나를 기억못하니 그것보다 슬픈일은 겪기어려웠을것이다.
부모님은 나를 기억하시지만 친척들은 기억못한다. 홍빈과 대원은 나를 기억하지만 다른아이들은 나를 기억하지못한다.
조금만 더 알아보면 해결할수있는 방법이있을텐데..
그것보다 홍빈이 나와 비슷한사람이 있다고했다.
그사람은 지금쯤 어디서 무얼할까.. 내처지에도 남걱정을해보았다.
"별빛아 안녕~"
걱정도 잠시, 하나둘 나를 알아보는 아이들에 전에는 느끼기힘들었던 감정들이 속속히 나오기시작했다.
어제는 뭐했냐며, 크로키북보여주며 이게 너의 모습이라며 한두명씩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학원 생활은 좀 어때?"
이제 좀 인간다운 질문을 받기시작했다.
"괜찮아 재밌어"
덕분에 희망을 조금씩 찾아갈수있었던것같았다.
이게 다 이홍빈 덕분일까
곧 애들은 하나둘 준비를 하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홍빈도 조회를 하러 앞에섰다.
"자, 오늘은 야외 크로키해볼꺼야"
홍빈의 말에 하나둘씩 날씨도추운데 그냥 실내크로키가 어떠냐며 불평을했고
홍빈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다들 옷챙기라고하고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
"진짜 추울텐데"
나도 다른아이들과 다를바없었다. 인간이기에 겨울은 추운계절이고 따뜻할일없었다.
오늘은 다행히 햇빛이 내리니 차가운 바람을 맞을일은 없어보였다.
조금 멍해진 나한테 대원이 어제오늘 무슨일없었냐며 물었다.
아마도 정택운을 물어보는거겠지.
나는 별일없었다며 대답했고 대원은 씨익웃어보였다.
"그럼 됐어"
대원은 갑자기 내머리를 강아지털처럼 털어버리더니 딱밤을먹이며 밖으로 나갔다.
-
"그렇게 안춥지? 다들 배경구도 정해놓고 자리잡아"
말로는 안춥다곤하지만 귀와 볼이 빨개지며 발을 동동구르는 홍빈에 애들은 웃어보였다.
홍빈은 웃지말고 빨리자리잡으라고 재촉하고는 갑자기 내 손을 잡아 어떠한 자리로 안내했다.
"너는 여기서 그림그려."
내 배경은 겨울나무가 듬성듬성나있고 그사이에 조그마한건물이 위치해있는 배경이였다.
나는 까짓껏 그리지뭐 하고는 크로키북을 펼쳐 스윽스윽 그려내기시작했다.
10분지났을까 애들은 하나둘 완성을했는지 서로교환해보며 피드백을 나누고있었다.
나는 아직멀었는데.. 급한마음에 조금씩 연필선이 거칠어지면서 그림에 불안함을 표현하고있었다.
"스읍! 그렇게 하면안돼. 여유를 가지고그려야지"
어느새 홍빈이 옆에 다가와 내그림을보고있었다.
나는 쪽팔리는 나머지 그림을 내품안에 꽁꽁 숨겼다.
"그림을 왜숨겨? 난 선생님이야"
선생님한테 그림을 보여줘야 어떻게 뭘고칠지 말해주지! 하면서 내그림을 뺏었다.
아직 완성이 안된 그림인데..
"흐음..."
심각하게 내그림을 꼼꼼히 스캔한 홍빈이 조금은 진지하게 다가왔다.
"잘그렸는데 연필선을 너무 뚝뚝끊겨서 그려."
나는 그게 안좋은건진 알았지만 왜 안좋은건지 모르기때문에 그냥 가만히 있었다.
"연필선을 뚝뚝끊어그리면 그림이 거칠어보여"
"아.."
"이렇게 한선으로 이어그리면 조금은 깔끔해지지?"
홍빈은 뒷장을 펼쳐 똑같은 배경을 스윽스윽그려내는데 정말로 내그림과 달리 깔끔했다.
같은 풍경이 맞는지 스타일이 완전 바뀌어버렸다.
"어때?"
몇분지나지도않은채 홍빈은 완성된 그림을 보이며 내눈을 맞추었다.
나야 달리 평가할 기력도 능력도없는터라 그냥 하하 웃어보이고는 크로키북을 건네받아 다시 그렸다.
"완성될때까지 다른 풍경은 못그려."
홍빈은 이렇게 한마디 내뱉은후 다른아이에게 갔다.
나는 홍빈이했던 연필질을 기억해 다시 새심히 그리기시작했다.
하지만 뭐가 잘못됬는지 그림은 전혀 완성될기미가 보이지않았다.
그래도 악착같이 완성을 시키려고 이를 악물고 그려내었다.
내그림은 홍빈과는 다른 그림인것같았다. 분명 같은풍경인데 왜이렇게 달라보이는지.
알수없는 이질감에 나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야!"
"아 놀래라.."
갑자기 대원이 내어깨를 퍼억 치더니 얼만큼 그렸냐며 고개를 빼꼼내보였다.
"완성도못했으니까 저리로 가지그러냐?"
"우와"
대원은 내그림을 천천히 살펴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나는 그의도를 몰라 놀리려고하는건지 아니면 정말 잘그려서 감탄한건지 분간이안갔다.
아마 놀리려고 그러는거겠지
"선생님! 선생님!"
갑자기 내그림을보던 대원이 다급하게 홍빈을 불러보였다.
"왜, 무슨일이야?"
홍빈은 재빨리 나에게로왔고 무슨일이 생겼냐며 걱정하는 눈초리를 보였다.
"별빛이 그림 진짜 섬세하지않아요?"
"응?"
갑자기 내뱉어진 대원의 질문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섬세하다는게 좋은건가..? 크로키는 원래 단시간안에 묘사하는게 맞는거지만..
"오 정말이네? 별빛이가 그린거야?"
홍빈도 곧이어 내그림을 가져가 천천히 보더니 감탄을 내뱉었다.
"잘그렸네.."
처음.. 아니 두번째로 들은 칭찬에 조금은 기분이좋아졌다.
워낙 기쁜표정을 숨길수없었던 나는 히죽히죽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
평가를 위해 다시 학원으로 하나둘 들어갔다.
추운것도 잊은채 그림에 푹빠져서는 애들은 금방하던 불만도 하지않았다.
"그림 다 책상위에 올려놓고 위에 가림막은 다치우자 서로서로보게"
애들은 서둘러 가림막을 뒤에다 놓아보이고는 그림을꺼내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하나같이 스타일이 달랐다. 똑같은풍경 다른 연필선, 또는 엄청난묘사와 간결한묘사
거칠든, 간결한묘사든 무식해보이지않은 실력에 조금은 감탄했다.
나는 모르고했지만 아이들은 알고한 연필질이라는걸 잘알았다.
"우와 별빛이 그림봐.. 개섬세해.."
애들은 서로 둘러보며 그림을 구경하다 내그림에 하나같이 멈추어보고는 천천히 감상했다.
조금은 쑥쓰러우면서도 부끄러운게.. 익숙치않은 상황인것같았다.
"견제해야겠는데?"
농담반진담반 내 실력에 하나둘 칭찬해주었다.
"근데 첫번째장도 너가그린거야?"
한 아이에 질문에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진짜 많이 나아졌다. 잘못한것만 딱 캐치해서 고쳤어"
전문가도아닌 아이들의 의견이였지만 기분이 정말좋았다.
"이제 자리로 들어가 개별평가로 들어갈거야"
"그림 이름적어서 제출해"
아이들은 바삐 자기자리로 돌아가고는 그림을 홍빈에게 제출했다.
"자, 일단 대원이 그림부터"
대원이가 제일 앞자리이다보니 홍빈은 대원의 그림을 먼저 집었다.
"대원이는 일단.. 묘사를 전혀안했지? 완전날렸어"
욕인가
"근데 선이 되게깔끔하지? 아마 너네들중에 대원이가 제일깔끔한선일꺼야"
칭찬인가
"나무 묘사 너무 깊에안들어갔지? 그냥 정도에서 멈췄어"
욕일까
"근데 그 묘사가 딱필요한 부분만 그려진거라 뭔지 알아보지"
칭찬일까
알수없는 평가에 내머리에서는 욕인지 칭찬인지 오락가락했다.
그 평가에 궁금해진 내표정을 홍빈이 읽었는지 피식 웃어보이고는 이제 너차례라며 내그림을 뺏어보였다.
"자, 별빛이 그림"
첫장을 펼치더니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선이 되게 투박하지? 그림이 거칠어"
"근데 묘사는 정말 섬세하게 잘했어. 이게 첫번째 그림이야."
홍빈이 그린 두번째장을 넘기고 넘겨 내가 그린 세번째장으로 넘겼다.
"자, 선 되게 깔끔해졌어 한눈에도 비교되지?"
아이들은 정말 그렇네 하며 수긍했다.
"묘사 정말 잘했어 너희랑 아마 비슷한시간을 주고 그린그림일거야"
홍빈은 내게 미소를 보이며 덧말했다.
"똑같은시간안에 이정도 묘사했다는건 정말 좋은 스킬인것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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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늦어서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부터 답댓을 달아드리려고 노력하려구요..!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암호닉♥ |
요정요니님 선배님 꽃게랑님 쿠키몬스터님 녹차라떼님 빌리님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