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극복기
w. 뎡울음
학교 점심시간. 그날따라 유난히 교실 못지않게 시끄러운 교무실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부모님 부르라고! 붉으락푸르락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얼굴로 동우에게 삿대질을 해대는 남자. 주위 선생님들은 일단 앉으시라며 허둥지둥 말리셨고 남자는 들리지도 않는지 기어코 앉아있는 동우의 머리를 그 커다란 손으로 빡하고 내리친다. 가만히 앉아 남자를 바라보던 동우의 고개가 푹 꺼진다. 겨우겨우 남자를 자리에 억지로 앉히고는 식은땀을 닦는 선생님들. 동우는 느리게 고개를 들고는 불쾌하다는 시선을 남자에게 내보인다.
" 머리를 왜 때려요. "
안 그래도 분이 안 삭혀 죽겠는데 동우의 반항기 어린 도발적인 저 말은 남자의 분노를 머리끝까지 솟게 하였다. 금방이라도 주먹을 날릴 듯한 얼굴로 앞에 있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입을 축이는 남자. 동우는 이 상황이 그저 여유로운지 자세를 고쳐잡고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도무지 풀리지도 않는 상황에 결국 한 선생님께서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고,
" 일단 이야기를 해보…. "
" 아니! 일방적으로 우리 동생을 아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았구만! "
…? 뭐, 뭐야. 형이었어? 존나 노안…. 남자의 말에 교무실 안은 충격에 휩싸인다.
" 먼저 시비 걸었는데요. "
아이고, 동우야. 좀! 충격에 뻣뻣하게 굳어있던 선생님들의 원망스러운 시선이 동우에게로 향했다. 아무래도 폭발 직전인 남자 앞에서 살살 건드리며 골려대는 동우에 선생님들은 이미 지쳐있었다. 남자는 잔뜩 벌건 눈을 번뜩였다. 일주일에 적어도 네 번은 사고를 치는 것 같다. 장동우는. 하루도 가만히 있는 날이 없다. 툭하면 싸움을 하고 다니지 않나, 사실 이런 광경은 항상 봐왔기에 그리 낯설지는 않았으나 오늘은 뭔가 달랐다. 무슨 아저씨, 아니 형이 이렇게 저돌적이야….
" 입원비 주면 되잖아요. 왜 여기까지 와서 난리야. "
동우의 비아냥거리는 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남자는 씨발, 이라는 짧은 욕설을 내뱉으며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다시 달려들었다.
" 아악! 선생님! 잡으세요! "
갑작스러운 남자의 행동에 당황했는지 동우가 재빨리 몸을 피하며 소리치자 몸을 뻗어 서둘러 남자를 붙잡는 선생님들. 누가 보면 동우를 지켜주는 보디가드 마냥 웃긴 광경이었다. 어느새 교무실에 쩌렁쩌렁 울리는 큰 목소리에 몇몇 학생들이 교무실 문에 빼꼼 얼굴을 내밀며 구경을 한다.
" 야. 너희, 뭘 봐. 나가. "
그런 학생들을 손을 휘휘 저으며 제지하는 성규. 얼굴엔 잔뜩 '짜증' 으로 가득 찬 표정이었다. 이를 빠드득 갈며 성규는 참을 인을 몇 번이고 되새겼다. 씩씩거리며 다시 자리에 앉는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성규. 그리곤 이내 동우에게 시선을 돌리다 질끈 거리는 머리를 짚는다. 성규씨. 저녁 시간에 돈가스 어때요? 그런 성규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치며 다정스레 물어오는 우현. 성규는 그런 우현을 아니꼽게 쳐다봐주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혼자 처먹으세요.
" 아! 입원비 준다고! 입원비! 사과도 하면 될 거 아니야! 아, 존나! "
결국, 잔뜩 반항기 어린 표정으로 살살 남자를 골리던 동우도 폭발한다. 사실 그전부터 저 덩치 큰 남자에게 몇 대 머리를 맞은 동우의 신경은 반쯤 솟아 올라있었다. 동우의 신경질적인 말에 남자도 질 수 없는지 곧이어 전혀 해석할 수 없는 욕설들이 터져 나오고 우현은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점점 험악해지는 분위기 속에 허둥지둥 들어오는 한 남자.
" 왜 이제 와요! "
우현이 허둥지둥 들어오는 호원을 향해 작게 소리를 친다. 호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주위를 휙휙 둘러보다가 어, 라며 작은 신음을 내뱉는다. 동우를 향해 침을 튀기며 욕을 하던 남자의 독기 어린 눈이 호원을 향해 꽂혔다. 당신이 이 새끼 담임이야? 남자의 음침한 목소리에 호원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어색하게 올라간다. 무슨 약속이라도 한 듯 자신에게 길을 터주는 선생님들에 호원은 하, 하하, 라는 어색한 웃음을 내보이며 쭈뻣쭈뻣 걸어가 동우의 옆자리에 앉는다.
" 대체 무슨 일이신…. "
" 아니, 저 새끼가 우리 동생을 아주 죽사발로 만들어놨다고! 지금 병원에 입ㅇ…. "
" 우리 동우는 그런 학생 아니에요. 무슨 이유가 있겠죠. "
" 아니, 말본새를 보니까 딱 봐도 글러 먹게 생겼는데, 뭔 이유가 없어! "
으어, 씨발. 선생님. 저 인간 무서워요. 동우가 핏줄이 툭툭 튀어나온 남자의 팔뚝을 쳐다보다 식겁하며 호원에게 속삭인다. 호원은 미간을 좁히며 동우 몰래 한숨을 푹 쉬고는 열변을 토해내는 남자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런데 저 남자 누구 닮았는데, 누구지. 아, 동물 중에 그…, 고릴라. 헐. 고릴라!
" 알겠어?! "
" 어…, 못 들었어요. "
고릴라 생각에 막 웃음을 터트리려는데 한참 혼자 떠들다가 알겠냐는 남자의 말에 호원은 재빨리 정신을 붙잡고는 못 들었다며 고개를 저어 보인다. 그런 호원의 행동에 남자는 어이가 없는지 허! 라며 실소를 작게 터트리다 이내 화를 못 이겨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 씨발! 이 학교 똥통이라더니 진짜였구만! 어?! 그 학생이 그 선생님이라더니! 어?! "
내가 널 사랑해 어?! 상황파악 못 하고 작게 노래를 흥얼거리는 우현의 옆구리를 꼬집는 성규. 좀 닥쳐요.
벗어두었던 패딩을 챙기곤 쾅쾅, 묵직한 소리를 내며 교무실을 나가는 남자. 그제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생님들이 작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와-, 진짜 살벌하다.
동우는 남자가 앉아있던 소파 자리가 남자의 무게로 푹 꺼진 것을 보곤 미세하게 얼굴이 일그러진다.
" 제발 동우야…. "
" 아씨. 그 새끼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니깐요? 저 못 믿어요? "
" 아니 나 동우 믿지. 그런데…. "
" 나 또 여기서 머리도 존나게 맞았으니 이제 쌤쌤이지 뭐. "
동우는 신경질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원은 말없이 눈을 끔뻑이며 동우를 가만히 보다가 이내 동우의 손을 잡아 다시 억지로 앉힌다.
" 일단 잘못은 했으니까 벌점 받고 벌 청소해야지. 반성문도 3장 써오고. "
" ……. "
" 선생님이랑 마치고 상담 좀 하자. "
상담 좀 하자는 호원의 말에 동우의 잔뜩 굳어있던 표정이 조금 나마 풀린다. 동우의 대답을 들으려는 듯 손을 놓지 않고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호원에 동우는 대답 대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제야 잡고 있던 동우의 손을 놓아주는 호원. 동우는 약간 어수선한 교무실 안을 힐끔 훑어보다 이내 발걸음을 옮겨 교무실을 빠져나간다.
" 아유! 나 같으면 아주 그냥 벌을…. "
뜻밖에 동우를 미미하게 넘어가려는 호원에 성규가 답답한 듯 말하자,
" 너무 그러지 마요. 동우 심성은 얼마나 착한데…. "
라며 재빨리 말을 붙인다. 호원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좀 풀어보려는 듯 짧게 웃어보았고 성규는 아이고, 아이고, 안타까운 탄신을 터트리며 자리로 돌아간다.
" 선생님도 좀 독해지세요. 계속 풀어주지만 말고. "
… 그런데 동우 진짜 착하다니까요.
뎡울음 |
툭하면 싸움을 하고 다니는 문제아 장동우랑 그런 동우를 이해해주는 담임 선생님 이호원 .. 이라는 소재 써보고 싶어서 썼는데 결과는 fail .. 역시 똥손은 어쩔 수가 없나봐요 .. 암호닉 신청 받아요. ☞☜ 부끄부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