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성
11
포크와 나이프가 접시를 부딪히며 적막이 휩싸인 넓은 공간에 소리를 낸다. 도영은 크게 썰은 고기 한 점을 입안에 넣고는 무표정으로 입을 움직였다. 옆에 서서 그를 지켜보던 마리가 어제 온 상자의 정체에 대해 물으려다 참고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창조주께서 일어나시는 날이네요."
"그러네."
"오늘도 안가실건가요?"
"응."
늘 그녀가 이곳을 떠나기 전, 누구보다 먼저 창조주를 배웅해주던 도영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떠나는 날엔 절대 가지 않겠다는 자신의 룰이라도 만든건지 그 날엔 그 근처에 조금이라도 얼씬하지 않았다.
마리는 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문이 열렸네요."
"......."
그 말에 식사 내내 정면을 바라보던 도영이 고개를 돌려 마리와 같은 시선을 향했다. 넓게 펼쳐진 숲 한가운데 빛이 하늘 위로 끝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하얀빛처럼 보이지만, 저 빛이 열리는 곳에 다가갈수록 흑(黑)색으로 변한다.
하자드. 그 이름에 걸맞다. 도영은 한숨과 함께 들고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놓으며 일어났다.
"마리, 나 오늘 좀 바빠. 방에 아무도 들이지,"
"어제와 같은 일인가요?"
"... 응."
"어제도 안말해주셨잖아요. 무슨 일이길래 자꾸 숨기는건데요."
"마리."
"왕자님 요즘 이상한거 알아요? 어두워요. 왕자님 주변이 어둡다구요."
차마 그 말에 도영은 어떤 말도 덧붙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사실을 말할 수도 없었다. 늘 하던 마리를 좋아한다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도영은 그 어떤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식사 장소를 나갔다. 도영의 뒤로 마리의 외로운 외침만 들리고 있었다.
+
도영은 하자드와 계약을 했다.
하자드는 그에게 그녀의 꿈 속에서 만물을 다스릴 수 있는 마법사의 힘을 주었다. 누구도 그를 함부로 할 수 없는 힘을 그에게 준 것이었다. 그대신 하자드는 도영에게 조건을 걸었다. 언젠가 창조주가 이곳을 잊고 떠나는 날, 그녀의 기억에서 그의 존재가 완전히 잊혀지는 날. 그 또한 하자드에서 죽음을 맞을 것이라는 조건.
그는 흔쾌히 승낙했다.
그가 쉽게 받아들인 이유가 있었다. 창조주는 절대 그를 잊을 리 없으며, 그 전에 하자드의 문을 자신의 힘으로 닫아 이 곳에 그녀를 가두게 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조금씩 준비해가던 그 일을 이젠 마무리 지을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이번 하자드는 왠지 다시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 말은 곧대로 이 곳의 전멸, 도영의 죽음을 의미했다.
[8216, 黑魔法. Black magic.]흑마법.
도영은 해당 마법이 적혀진 장을 유심히 보았다. 복잡한 방법과 주술들이 적혀져있는 장을 그는 아무렇지 않게 정독했다. 이곳을 지켜낼, 자신을 지켜낼 유일한 방법이었다.
'도영이도 민형이 친구니까!'
'내가 왜?'
'...... 어?'
'... 그야.'
'친구니까!'
넌 잘못한게 없어.
너에게 충분히 내 마음을 못 전한 내 탓이야.
그니까, 그니까.
Hazardous spell (★★★★★) (Don't try this!)
"왕자님, 창조주께서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 두고 가세요."
[민형이가 하자드에 갔어. 너가 필요해 도영아, 부탁해 제발. 부탁해. 도와줘.]
"또, 또."
내가 바꿀게. 그럼 너도 날 사랑할거야. 맞지?
"반드시, 그러겠지."
Cloud Castle
"근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
"꽃?"
"응! 갑자기 놀랐잖아."
"그냥 ... 좋아하는거 해주고 싶었어."
수줍어하는 민형이 얼굴이 꽤나 귀여웠다. 그런 민형이를 보고있자니 문득 늘 묻고싶던게 생각났다.
"민형아, 너도 자고 있는거 아냐?"
"어?"
"그냥 왠지 그러지 않을까 싶어서."
맨 처음 나의 꿈에 나오는 왕자님의 구체적 이미지가 민형이는 아니었다. 만화 영화에서 봤던 왕자님들 얼굴을 생각할 때쯤 갑자기 민형이가 나타났다. 물론, 민형이 얼굴을 보자마자 생각하고 있던 디즈니 왕자님들 얼굴 따위 눈녹듯 사라졌지.
"글쎄 ... 잘모르겠네."
"만약에, 만약에 민형아."
"응."
"너도 꿈을 꾸고 있는거라면, 나중에 일어나자마자 나보러 와줄래?"
민형이는 그 말에 당연하다는듯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갈게. 너한테."
"... 응. 기다릴게."
그 대답을 들은 이후부터 그가 꿈을 꾸고있다는 이야기는 내게 더이상 가설이 아니었다.
진실이었고, 어떤 것보다 간절한 소망이 되었다. 그곳에서 잠시 앉아나 있을까한 것도 잠시, 익숙하지만 듣고 싶지 않았던 종소리가 들렸다. 묵직하면서도 웅장한 종소리. 하자드의 문이 완전히 열렸다는 신호였다. 민형이는 종소리를 듣자마자 스르륵 내 손을 놓았다. 허전해진 손을 보다 민형이를 올려다보았다. 평소와 같이 다정한 눈빛으로 그는 말했다.
"조금만 여기서 기다려."
"어디 가게?"
"아, 두고 온게 생각나서. 보고 있어, 다 너 위해서 만든거니까."
"같이, 같이 가."
"뭐 얼마나 걸린다고. 조금만 기다려, 알겠지?"
"금방 올거지?"
"그럼. 금방 다녀올게."
불안한 종소리는 계속 울리는데, 민형이는 내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한다. 분명 다시 오겠다 말하는데, 뛰어가는 뒷모습은 왠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 눈 앞에 펼쳐진 수국은 너무나 예쁜데, 꽃향기가 가득한데.
붙잡아야 하나, 이대로 봐야하나.
뒤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흔들렸다.
"황자님!!! 여기요!!"
민형이 수국 꽃밭을 나와 바로 옆 통로로 향하자, 작은 전용기 하나와 함께 하랑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랑은 불안한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민형에게 물었다.
"... 정말 가실거죠?"
"부탁할게."
"... 조심하세요."
조심하라는 말에 민형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전용기에 올라탔다. 곧바로 비행기는 이륙했고, 하랑은 한숨을 쉬며 오늘 새벽 일을 떠올렸다. 이른 새벽부터 어딜 다녀오걸로 보이는 황자가 하랑을 대뜸 불렀다. 민형은 하랑에게 자신의 계획 모든 것을 얘기했다. 그를 말려야한다는 생각이 들 틈도 없이 황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길 했다. 그리고 자신이 떠나면 곧바로 재현에게 연락해달라고 부탁했다. 누가 뭐래도 자신이 없을 때 그녀를 달래줄 사람은 재현밖에 없다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하랑은 얼마 안있어 정신을 차리고 바로 재현에 연락을 취했다.
- 무슨 일로,
"지금 황국으로 와주셔야겠습니다. 황자님께서 하자드로 향하셨습니다."
- 창조주는요.
"아직 여기 계십니다. 상황은 모르십니다."
- ... 알겠어요. 일단 데리고 있어주세요.
"네."
짧았던 연락이 끝나고 하랑은 떨리는 마음으로 수국 꽃밭에 향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그녀가 있었다. 랑은 천천히 다가가 그녀를 불렀다. 바로 뒤돌아보는 그녀의 얼굴에서 하랑은 알아챌 수 있었다. 알고 있는듯 했다. 눈치 챈듯 보였다.
"............."
그 두 눈에 잔뜩 눈물이 고여있었으니까.
❤️암호닉❤️ |
[빵싯빵싯] [윙윙] [하쿠] [디보] [써니호] [슈비둡] [맠둥이] [초록] [도랑] [어피치] [오렌지] [잼잼] [오렌지 스파클링] [재현나라곤주] [쟨니] [0806] [빵자] [골든로드] [왓더젓가락] [띠용이] [에벳] [피자] [꼬앙] [크림치즈빵] [뿌뿌] [재뇨니] [꼬미][초록] [우재사랑해] [찌뽕] [미뇽천사] [삐약빨] [또용] [로미] [우주] [토낑이] [텐크루10] [고기로케][지나가던 타팬] [플라아이] [초코드링크] [꾸꾸] [마크갈맹이] [구름이민형] [꿀돼지] [맠깅] [윤오윤오] [밍도] [더꾸] [지성오빠] [알티스트] [맠깅아사랑해] [러러] [차차] [열렬] [뽀잉] [썸머] [혜온] [쮸잉껌] [엥씨리인더하우스] [당나귀] [입주] [저하] [복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