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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옹성우/황민현] 주파수 105.2 MHz : 두 번째 이야기 下 | 인스티즈

주파수 105.2 MHz 두 번째 이야기 下

w.서화









 오전 11시 쯤, 그리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빛이 거실을 비췄을 때. 딱 그 쯤 눈을 떴다. 쓰러지듯이 잠들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해주듯 어제 입고 있던 옷이 그대로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선선해진 날씨 덕에 찐득한 느낌은 없었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이 피부에 와 닿아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을 찌푸리며 옷을 벗어냈다. 허물 마냥 벗은 옷을 대충 세탁기에 던져 놓은 뒤 향한 곳은 화장실이었다. 뿌연 거울에 비친 내 몰골은 정말이지, 말이 아니었다. 설명하기도 싫은 상태라 나는 한숨을 내쉬며 샤워기 꼭지를 돌렸다. 조르르 새어나오는 물줄기에 나도, 바싹 말라있던 타일도 함께 젖어갔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은 틀린 것 하나 없었다. 새벽까지 그렇게 안주를 먹어 놓고도 배가 울리는 걸 보니 말이다. 더불어 오랜만에 몸속으로 들어간 알콜은 제대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중이었다. 저 안쪽부터 올라오는 속 쓰림에 내 미간은 펴질 여력이 없었다. 해장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젖은 수건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어내며 열어 본 냉장고엔 달랑 김치 한 통뿐이었다.




“..라면은 없나.”




물기를 털어내던 손을 멈추고 찬장을 열어보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참 지난 조미료만이 나를 반길 뿐이었다. 찬장에게 마저도 환대받지 못한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를 닫았다. 탁, 소리를 내며 닫히는 게 참 정도 없다 싶다. 화장대 위에 덩그러니 놓인 파운데이션과 모자 사이에서 고민하던 손은 결국 자연스레 모자로 향했다. 덜 마른 머리카락 위에 푹 눌러쓴 모자는 그것대로 불쾌했다.
















-













집 앞 24시 해장국 집. 젊은 사람들보단 주로 택시 기사 아저씨라든지, 밤새 술 한 잔 거나하게 걸치신 아저씨들이라든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찾는 가게였다. 점심시간이라기엔 애매하고 아침시간은 지난 지 오래인 가게는 탈탈 돌아가는 선풍기, 작은 소리로 틀어진 티비, 주방 아주머니들의 담소 정도만이 존재했다. 한두 명 있는 손님은 조용히 제 몫의 그릇을 비우기 바빴다.




“저, 뼈해장국 하나만 주세요.”




나는 그 일상적인 공간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 잠긴 목소리를 풀지 않은 채 주문했다. 한 솥을 끓여놓는 해장국은 주문이 들어간 지 오 분도 되지 않아 내 앞으로 도착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그릇에 숟가락을 넣자 동그란 부분 위로 하얀 증기가 타고 올라왔다. 작은 한 술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고 앙 문 숟가락을 빼내려던 찰나,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 하나는 내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이모, 뼈해장국 하나요.”

식당 아주머니를 이모라 편히 부르며 주문을 넣는 그 목소리는 다름 아닌 성우였다.




“..피디님?”


“어?”




헤어진 지 고작 8시간도 지나지 않은 그와의 재회는 꽤 우스꽝스러웠다. 고작 세 번째 만남에 서로의 후줄근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들킨 것도 모자라 바보 같은 표정으로 숟가락을 문 채 마주한 얼굴이라니.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겠지만 왜인지 그의 시선은 쉽게 피할 수 없었다. 그의 진한 눈매는 늪과 다름없었다. 푹 눌러 쓴 모자 아래에서 마주한 두 시선 중 하나는, 금세 호선을 그려냈다. 성우의 시선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박하사탕을 입 안에서 굴리며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와 함께. 테이블은 옮기지 않았지만 밥을 먹는 내내 가끔씩 닿아오던 그 깊은 시선에 뜨거운 국물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 다른 테이블에서, 따로 먹었는데도 불편하기 그지없는 식사는 비슷한 시간대에 마무리 되고 말았고 그 결과는 지금의 우리가 말해주고 있었다. 분명 새벽엔 이 정도의 어색함은 아니었는데. 둘 사이의 널찍한 간격이 모순적이었다.




“아이스크림 먹을래요?”

한참의 정적을 깨뜨리고 나온 그의 목소리는 아주 뜬금없었다.




“네?”


“그냥, 하드.”




그의 기다란 손가락이 향한 곳은 방금 지나쳐 온 대형 슈퍼마켓이었다. 내 고개가 작게 끄덕이자 그는 제 후드 집업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곤 앞장섰다. 지금까지 계속 나의 느린 걸음을 맞춰주고 있었다는 건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입 속에서 녹아내렸다. 알싸한 박하사탕으로도 해결되지 않던 입 속 찝찝함까지 해결되는 듯 했다. 그 상쾌함을 조금 더 느끼고 싶어 어금니로 아이스크림의 끄트머리를 깨물자, 시원하기보단 얼음장 마냥 차갑다는 감정이 더욱 세게 밀고 들어왔다. 얻은 것은 작은 잇자국과 몸의 떨림. 딱히 좋을 것 없는 선물이었다. 어깨 위로 무언가 걸쳐지기 전 까진.




“......?”




그의 시선이 내내 나를 향해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냥 고개를 돌린 타이밍에 몸을 떨고 있었던 건지. 어느 방향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갑작스런 추위를 느낀 내 모습을 본 것은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방금 전 까지 그의 몫이었던 검은 후드 집업이 내 어깨에 걸쳐 있을 리가 없으니.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후드 집업 한 번, 후줄근한 반팔 티셔츠 아래로 훤히 드러난 그의 팔 한 번, 마지막으로 나를 향해있는 깊은 시선을 마주했다. 호선을 그리던 그의 입술이 열렸다.




“홀애비 냄새 날 수도 있어요. 혼자 산 지 꽤 돼서.”


“좋은 냄새 나는걸요.”




싱긋. 오랜만에 올려본 자연스러운 입꼬리였다.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그의 입가에도 더욱 짙은 미소가 번져갔고, 나뭇잎 냄새만 풍기던 집 앞은 옅은 비누향이 바람을 타고 흩뿌려졌다.




















-



















 그 날 예상치 못한 성우와의 만남 이후, 그의 후드 집업은 우리 집 거실 옷걸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루는 세탁기에 돌린 집업이 덜 말라서, 하루는 급하게 나오느라, 하루는 잊어버려. 이유는 가지각색이었지만 결론은 아직까지도 그에게 돌려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사과를 건네도 돌아오는 건 괜찮다는 소리 뿐. 같은 동네라 길래 혹시 우연히 마주치지 않을까 싶어 산책도 나가 보았지만 머리카락 한 가닥조차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었다. 이 쯤 되면 같은 동네 주민도 아닌 건가 싶고.

아직 1절도 마무리 짓지 못한 가사를 끄적이다 문득 고개를 들면 성우의 흔적인 집업이 시야에 들어찼다. 예전엔 민현의 흔적뿐이었는데. 어찌 되든 끝은 민현인 모습에 나는 힘없는 웃음을 흘리며 펜을 내려놓았다.




딩동, 딩동. 딩. 펜을 내려놓은 순간 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 굳이 인터폰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에 나는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쿠션을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비밀번호 알잖아! 그냥 누르고 들어와!”




삐리릭-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비밀번호의 해제를 알리는 발랄한 소리가 울렸다. 그 뒤론 더 발랄한 사람이 제 신발을 벗어 던지며 거실로 뛰어 들어오는데, 어우. 지진이라도 난 줄 알겠다. 제가 왔다는 걸 동네방네 소문 낼 기세인 친구, 소이와 달리 내 행동반경은 소파 앞 탁자. 즉, 내가 앉아있는 이 곳 뿐이었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팔을 뻗어 가사를 끄적인 노트를 덮으며 시큰둥하게 물었다.




“연락도 없이 웬일.”


“우리가 언제 연락하고 만났냐. 가서 잔이나 갖고 오시죠, 디제이님.”


“아, 좀. 하지 마.”


소이는 디제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말했다. 저거 또 놀리려고 저러는 게 분명했다. 나는 그 짓궂은 소리에 툴툴거리며 부엌에서 잔 두 개를 꺼내 탁자 위에 소리나게 올려놓았다. 제대로 마주한 그녀의 얼굴엔 여전히 장난기가 가득했다.




“왜, 잘 하던데. 나 너 라디오 한 번도 안 빼놓고 들었다? 잘했지.”


“네네. 감사합니다. 술 마시게?”


“어. 헤어졌어.”


“또?”




어째 놀릴 때 보다 더 덤덤한 어투다. 이번엔 진짜 좋다며 그렇게 바깥으로 나돌던 게 얼마나 지났다고 이별 통보라니. 10년을 넘게 봐와도 이해하기 힘든 가치관이었다. 이젠 이해할 시기도 지난 게 사실이지만. 소이는 제 연인과 헤어진 날엔 항상 소주 몇 병을 사들고 우리 집을 방문했고 그럼 나는 쓰던 가사를 덮어두고 그녀의 주저리를 받아냈더랬다. 때에 따라 아주 길기도, 30분도 채 안 걸릴 때도 있었지만 오늘은 왠지 아주 긴 밤이 될 것만 같았다. 비장한 소이 앞에서 나는 그저 찰랑거리는 맑은 소주잔을 빙빙 돌려댔다.




“야, 근데 저 집업 뭐야? 샀어? 너 옷 치곤 좀 커 보이는데.”


“뭐? 아 저거, 내 거 아니야.”


“그럼?”


“나중에. 너 이야기부터 해. 언니 바쁘다.”




언니는 개뿔. 잔뜩 삐져나온 소이의 입술이 소주로 촉촉해지자 이야기보따리가 열렸다.


















 아니, 그래서 그 개새끼가. 응, 개새끼가. 하, 진짜 생각하니까 또 열 받네. 왜. 두 시간 동안의 레파토리였다. 정확히 말하면 십 년의 레파토리. 뒤로 갈수록 제대로 된 이야기 없이 욕설이 난무하는지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소이가 한참을 세상의 모든 욕을 읊어내던 중, 시계의 역할만 간신히 해내던 휴대폰이 반짝이며 알람을 울렸다.




[자요?]

[안자면 잠깐 나올래요? 줄 거 있는데 -피디님]




흘깃 본 시계의 긴 침은 이미 2를 지나고 있었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문자라니.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 나는 이 문자 한 통과 술에 취해 욕을 중얼거리는 소이의 사이에서 내적갈등을 일으켰지만 결국 내 선택은 반 실신 상태인 소이의 위로 담요를 던져놓는 쪽이었다. 던져놓으면 알아서 덮고 자겠지, 뭐.

문자가 온 시간은 2시 5분. 지금 시각은 2시 15분. 이미 돌아가고도 남았을 시간이지만 내 발은 저도 모르게 현관으로 향했다. 혹여나 소이가 깰까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가자 가로등불 아래에 기대어 담배를 물고 있는 그를 마주할 수 있었다. 담배 냄새 나는 건 본 적 없는데..




“피디님!”




나의 부름에 그의 시선이 단번에 내게로 꽂혔다.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되는 저 깊은 시선은 ‘참, 여자 여럿 울렸겠다.’ 싶은 생각을 들게 해주는 근원이었다. 그는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제 입에 물려있던 담배를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태우지도 않은 것 같던데, 요즘 담배 비싸지 않나. 고작 그의 행동 하나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그의 나른한 목소리 한 마디에 급작스럽게 잘려나가고 말았다.




“어, ㅇㅇ씨-”




항상 느긋해 보이긴 했다만, 오늘따라 유독 나른한 미소를 짓는 그에게서 듣는 내 이름 두 자란 손끝을 저릿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 저릿함을 소매를 늘려 애써 숨기며 가로등 쪽으로 향했다. 워낙 좁은 골목이라 다섯 걸음 정도면 충분한 거리였다. 딱 다섯 걸음 만에 그와 나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가로등의 그림자가 저린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 시간에 여긴 왜..급한 일 이예요?”




그의 고개가 양 쪽으로 내저어졌다. 절레절레. 여전히 나른한 미소를 지닌 채로. 이번엔 그럼 뭐냐는 듯 내 고개가 갸웃거리자 그는 제 청자켓 주머니에서 작은 카드 하나를 꺼내들었다.




“손.”




강아지를 대하듯 제 손바닥을 보이는 그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같은 손바닥을 보였다. 비교적 작은 손 위로 카드의 딱딱함이 느껴졌다. 딱딱하긴 했으나 다른 플라스틱처럼 차갑진 않았다. 카드가 내내 그의 손 안에 있었다는 걸 증명해주는 셈이었다. 그나저나 이게 무슨 카드지. 가로등 불빛에 의존해 읽어 내려간 카드의 신상은 방송국 출입증이었다. 그것도 무려 직원 출입증. 정식 직원도 아닌 내게 직원 출입증이라니. 과분한 선물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과분한 선물은 고마움보단 당황스러움이 더욱 큰 법이었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자 그의 눈가가 예쁘게 접히며 말했다.




“계속 외부인 출입증 들고 다니 길래 국장님한테 받아왔어요.”


“어,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저희 오래볼 거잖아요. 아니에요?”




오래보다. 오래. 내겐 익숙지 않은 단어였다. 그렇기에 어떤 반응을 내비쳐야 하는 지조차 몰랐다. 친절함에 어색한 나는 또 다시 말을 돌릴 뿐이었다.




“...근데 이거 전해 주시려고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




선선한 새벽, 어스름한 가로등불, 그리고 정적.




“그냥 그것도 줄 겸, ㅇㅇ씨 얼굴도 볼 겸. 야근하고 오는 데 갑자기 생각나더라구요.”




그는 생각보다 아주 솔직한 사람이었다. 여태까지 내 울타리 안의 사람에게선 볼 수 없었던 그런 솔직함을 지닌 사람. 나는 여전히 그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아마, 깨우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


“머리 묶은 거, 잘 어울려요.”


“아, 감사합니다.”


“내일 봐요. 얼른 자고 늦게 불러내서 미안해요.”




그는 제 청자켓을 여미며 자리를 떴다. 나는 그의 손길이 닿은 머리카락의 끝을 만지작거리며 한참이나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득히 멀어져 점이 될 때까지. 새벽의 나른한 그와의 만남은 생각보다 짙은 향기를 남겼다.























주파수 105.2 MHz 두 번째 이야기 下





















“다시.”


“다시.”


“다시.”




 예민미가 폭발한 황민현의 작업실은 얼음판이 따로 없다. 평소엔 그렇게 유순한 사람이 디렉팅만 들어 갔다하면 사춘기라도 온 것 마냥 예민해지는데, 그를 오래 본 나도 한기가 돌기 마련이었다. 나도 이런데 다른 사람은 오죽 하겠나. 그에게서 곡을 받고 디렉팅을 받은 아이돌들은 눈물 쏙 빼놓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 녹음 부스 안의 저 예쁘장한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큰 눈망울에 이미 눈물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게 보이지도 않는지 민현은 제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작업실 안 모든 사람들이 눈치를 보는 찰나, 그의 냉소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노래 그 따위로 할 거면,”


“민현아, 내가 할게. 너 좀 쉬고 와.”




나는 그의 어깨를 다급히 붙잡았다. 녹음할 때 저렇게 화 내놓고 나중에 미안해서 끙끙 앓는 성격은 민현에게도 녹음실 안에서 울기 직전인 저 친구에게도 좋지 않은 방향이었기에 작업을 같이 해오며 정한, 그만하라는 나름의 신호였다. 그는 나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짓기도 잠시, 헤드셋을 벗곤 제 겉옷을 챙겨 작업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히자 작업실 안의 사람들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깊게 내쉬었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둘러보다 마이크 버튼을 꾹 눌렀다.




“좀 나올래요?”




내 부름에 부스 안의 여자 아이가 제 눈을 살살 비비며 나왔다. 이름이 현서라고 했나. 아직 어려보이는 그녀는 눈 주위가 불그스름한 게 누가 보아도 운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어 안쓰러웠다. 하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힘없이 소파에 앉은 그녀에게 휴지 몇 장과 위로를 건네는 것뿐이라는 게, 참 답답했다.




“미안해요. 쟤가 요즘 통 잠을 못 자서 예민하네. 마실 거라도 줄까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원래 저런 성격 아니에요. 녹음할 땐 워낙 예민해져,”


“알아요.”


“네?”


“아아, 그 멤버 언니들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원래는 되게 친절하시다고...”




민현의 이야기를 하는 현서의 볼이 붉은 빛을 띠었다. 예쁜 애들은 홍조도 예쁘게 올라오는 건가. 순간 아침에 거울로 마주했던 푸석한 피부가 떠올라 대충 고개를 휘젓곤 다시 그녀와의 대화에 집중했다. 집중해서 본 그녀의 얼굴은,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더욱 확실히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시절 부터 수 없이 본 얼굴. 황민현 얘기 할 때 저 얼굴이면 열에 열은 그를 열렬히 짝사랑 중인 사람들이었다. 이 예쁜 친구도 그렇겠지. 풋풋한 그녀를 보고 있자니 옛 생각이 절로 떠올라 피식하곤 바람 빠진 웃음이 흘렀다. 그 생각이 좋은 추억일지, 상처가 될 추억일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현서를 달래 보낸 지 한 시간 쯤 지났을까. 굳게 닫혀있던 작업실로 퀭한 모습의 민현이 들어왔다. 반갑기보단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그의 모습이었지만 걱정도 섣불리 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간단한 눈인사를 건넨 후 바로 제 자리에 앉아 녹음 파일을 만지작거리는 그에게 현서가 두고 간 음료를 건네며 장난스레 말했다.




“너 아직도 인기 많더라?”


“무슨 인기?”


“아까 녹음하고 간 친구. 너 이야기 하니까 볼 되게 빨개지던데.”


“..관심 없어.”


“너무하다. 애 상처 받겠는데.”




농담조로 건넨 말에 대답이 돌아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ㅇㅇㅇ.”


“응?”


“...넌, 넌 아무렇지도 않아?”




민현의 목소리는 분명 떨리고 있었다. 제 감정을 드러내는데 익숙하지 않은 그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그 떨리는 목소리로 던진 질문은 잔잔한 호수와 같던 우리 사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던진 질문일까.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은 퍼지고 퍼져 아주 넓은 원들을 그려냈다.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건 그나 나나 마찬가지였고 예전엔 그것이 참 잘 맞는 부분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의 나로썬 아니었다. 위태로운 그에 나는 베일을 덮어 감췄다. 무엇인가를.




“...내가 굳이 무슨 감정을 느껴야 되는 건 아니잖아. 예쁘고 착한 애가 내 친구 좋다는 데 싫어할 이유도 없고.”




생각보다 단호한 어투로 나갔다. 원래도 조용한 작업실은 나 하나에 더욱 깊은 정적이 흘렀고 이는 민현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끊어냈다.




“미안, 내가 너무 예민했다. 나 먼저 들어갈게. 너도 얼른 가.”




그는 제 급한 성격에 걸맞게 부산히 짐을 챙겨 작업실을 도로 빠져나갔다. 그리 오래 있지도 않았는데 그가 남기고 간 온기는 한참을 그 곳에 머물러 있었다. 복잡하다. 절로 나오는 한숨을 막지 않고 눈을 감자 희미한 두 형상이 깜빡깜빡. 참, 복잡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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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나른하고 그런 연애를 쓰고 싶었는데 생각보니 전 미자였어요 역시 되지도 않는 걸 붙잡고 있었던 걸까요 하하핳 이게 무슨 망글인지 모르겠네요..나중에 이 글 완결나면 나름의 해석본을 들고와야겠어요!! 초록글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저 이번주 토요일부터 실기 시작이에요...쥬륵..잘 할 수 있겠죠..? 실기 때문에 바쁘겠지만 최대한 자주 올 수 있도록 노력할게용 그럼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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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헉ㄱ헉 선댓
6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ㅜ성우랑민현이 둘다너무 설레뇨ㅠㅠㅠㅠㅠㅠ특히 마지막에 민혘이가 아무렇지않냐고 물어봤을때 동공지진과함께 수많은생각들이 머리에스쳐지나갔다는...ㅋㅋㅋㅋㅋ큪ㅍㅍ퓨ㅠㅠㅠ진짜루 작가님글 항상 잘 보고있어욤 파이팅하세요❣
6년 전
독자3
너무 재밌어요 ㅠㅠㅠㅠ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6년 전
독자4
와!!!!!!!오늘대박ㅋㅋㅋㅋㅋㅋ앞으로어떻게될지 너무 궁금해요ㅠㅠㅠㅠ
6년 전
독자5
우와!!!!작가님 신알신 해놧었는데 알림 보다마자 왓어뇨!!어른들의 이런 나른한 연애 이야기 넘 조아요❤️❤️민현이의 예민미도 좋아요!!!좋은글 감사합니다 담글 기대되요~~
6년 전
독자7
서화님 팬 옹스더 입니다 ♥
비회원이던 시절 성균관 양아치에 빠져서 북마크 추가 해놓고 작가님 글 올라오나 안 오나 맨날 기다리고 그랬는데 ㅎㅎㅎㅎ 이제는 작가님이 쓰시는 모든 글 팬이 되었어요 ㅠㅁㅠ 실기 화이팅 하시구요! 항상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영

6년 전
독자8
오늘도성우는설레네요ㅜㅜㅜㅜㅠ민현이도넘좋다..
작가님 실기파이팅하시고 꼭 좋은결과있길바랄께요!!!

6년 전
독자10
작가님 진짜 재밌어요!!성우랑 민현이랑 둘다 너무 좋아요ㅠㅠㅠ실기 화이팅 하세요!!
6년 전
독자11
아니 성우 막 많이 나온것도 아닌데ㅠㅠㅠ설레서ㅠㅠㅠㅠㅠ어어어우웅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12
뚱이입니다!! 성우 왜이렇게 설레는거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세심하네요ㅠㅠㅠㅠㅠㅠ 민현이는 여주가 신경쓰이는거같고ㅠㅠㅠㅠ 다음내용도 너무 궁금해요ㅠㅠㅠㅠㅠ 작가님 실기파이팅하시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13
아가베시럽입니다...! 전 성우가 너무 설레네요...갑자기 새벽 두시에 나오라고 하는데도 이렇게 설렐수가ㅠㅠㅠㅠㅠㅠㅠ 민현이 여주랑 무슨 일때문에 헤어진 건지도 궁금하고ㅜㅜㅠㅜ
6년 전
독자14
헉 성우 저돌적이네요! 좋군요..ㅎ 민현이는 아직.미련이 있는거 같네요! 과연 둘 중 누구일지..!
실기준비하시는군요ㅠㅠ화이팅입니다!!

6년 전
비회원29.28
최고존엄글 기다렸어요....댓글 혼자 300개정도 달고가구싶네요ㅎㅅㅎ
6년 전
독자15
전혀 망글 아닌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옹피디랑 민현이랑 여주랑 그 묘한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16
아 세상ㅈ에... 민현이가 나온 뒷부분 읽다가 괜스레 저까지 기분이 이상해졌네요... 뭔가 왜 내가 차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지 8ㅁ8...
6년 전
독자17
망글이라니요ㅜㅜ 어딜봐서 이게 망글입니까ㅜㅜ 진짜 뭔가 어른들의 연애에서의 나른함과 복잡미묘한 것들이 다 보여지고 느껴지는게 너무 좋아요♡
6년 전
독자18
이월사일금입니다 암호닉 신청이 된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렇게 인사합니다! 미잔데 저정도면 성인되면 글이 아주 어마어마하겠는데요..?!!
6년 전
독자19
아진짜 이글을 읽으면 어디선가 선선한 바람이 불고있는 기분이 들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기분좋게 설레는 그런느낌? 암튼 너무 좋아요ㅠㅠ
6년 전
독자20
민현이는 아직 미련이 남아있는건가요??ㅠㅠㅠㅠ 둘이 왜 헤어졌을까ㅜㅠㅠㅠ 성우도 너무 설레네요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217.251
자까님 그저 천재세요ㅠㅠㅠㅠㅠㅠㅠ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 묘한 글의 분위기가 너무 좋고 얼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ㅠㅠ 특히 민현이랑 어떻게 헤어지게 되었는지 너무너무 궁금해요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21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 이런 분위기의 글 매우 좋아합니다ㅠㅠㅠㅠ
6년 전
독자22
옹 피디님 다정하고 좋어요ㅠㅠㅠㅠ 사랑햐요ㅠㅠㅠㅠㅠㅠ 민현이는 여주에게 다시 관심 있는 거 아니에요???ㅠㅠㅠㅠ
6년 전
독자23
세상 재밌습니다 작가님....
하시는일 모두 화이팅입니다

6년 전
독자24
아녜요!!! 작가님이 미성년자라고 하시기전에는 성인이신 줄 알았습니다!!! 나른한 감정이 잘 나타나고있는 것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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