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흔한 전남친들의 전용멘트
ⓒ뉴리
"일어났냐"
"아, 씨 뭐야."
"뭐긴 뭐야"
"어떻게 된거야?"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 봤고, 무거운 몸이며, 띵띵 부운 눈이며 내 모든 상황이
어제 술을 진탕 먹었다는 걸 알려주었다
"석진이 형이 너 여기서 재우고 술 다 깨게 한 다음에 들여보내래"
"여기가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내 작업실이지"
"아으. 머리야"
"그니까 내가 그만 마시라할때 그만 마셨어야지. 어제 기억은 나냐?"
"....."
"표정 보니 기억 안나나 보네"
"미안. 내가 혹시 사고쳤냐"
"됐어 빨리 씻고 밥이나 먹어"
-
"나 때문에 어제 작업 못 한거 아니야?"
"빙고."
"......"
"아, 뭐야 그 표정 너가 이런 적 한 두번이냐? 이젠 익숙해"
"......"
"아씨,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그래도 미안한걸 어떡해"
"그럼 이따 저녁이나 쏘던지"
"그래, 이 누나가 오랜만에 거하게 쏜다! 2차로 술도,"
"야 어제 그렇게 먹고 또 술 얘기하지."
"아, 실수"
"넌 술 부터 끊어야 돼 아주"
"히.. 이따 전화할게 우리 호시기~"
호석이의 작업실에서 나와 단단히 욕먹을 준비를 하고 집으로 출발했다
아, 우리 오빠님 또 얼마나 난리를 치실까.
-
"넌 진짜 하루라도 술을 안 마시면 어떻게 돼?"
"아니.. 그게 아니라 오빠.."
"할말이 있나봐 이상황에?"
"아니. 없어야지 그럼,그렇고말고."
"너 한번만 더 먹고 정호석한테 전화오게 하면 외출금지 당할 줄 알아"
"그럼. 나 혼자 먹,"
"뭐?"
"아니야 다신 안먹을게."
내 나이가 몇인데 외출금지가 말이 되냐고.
아무리 우리 오빠지만, 너무해도 엄청 너무했어!
혼자 씨익 씨익 대며 방으로 들어왔고, 문을 쾅 닫자 밖에서 오빠의 묵직하고 큰 소리가 들려왔다
"너 지금 문 쎄게 닫았냐?!"
"아니거든!!! 바람이 그런거거든!!!"
-
그렇게 방에 들어와 씨익씨익대다 언제 잠든건지 눈을 뜨니 집 안은 조용하고
밖은 어두어져 있었다
"오빠?"
나보고는 밤늦게 싸돌아다니면 엄청 뭐라고 하면서 자기는 맨날 늦게 기어나가지
아 짜증나. 짜증나니까 술 땡기네
지잉-
"뭐야."
쇼파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어 화면을 확인했고
나는 또 흔들리기 시작했다
- 보고싶어 탄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