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REGRET
후회
(BGM.성시경- 너는 나의 봄이다)
"선배! 저 좀 도와주세요.."
첫 후배들이였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자신에게 생긴 첫 후배.
처음에는 모든것을 낯설어하는 후배를 위하는 선배의 마음이었다.
근데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너와 준휘를 다른 마음으로 챙기기 시작한건.
"왜 무슨일인데??"
왜 너에게만 조금 더 친절해지고 싶고 시선이 가고 듣고싶을까.
"이거요.."
왜 하필 너였을까,
네가 들어오고 1년,2년이 후다닥 지나버렸다.
나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보다 너를 챙겼고 너는 항상 고마워했다.
아니 척이었으려나..
나는 퍼스트 클래스를 벗어나질 않아 몰랐었다.
네가 다른 비행칸들과 기장들에게 나에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후배를 시키지 않고 직접 너를 찾아 나섰을때, 그때 처음 네 마음을 들어버렸다.
"홍지수?ㅋㅋ 호구지 호구. 내가 해달라는거 다 해주고 잘못한거 다 덮어주고 귀찮은거 다 해주고 걔는 나 남자친구 있는지도 모를걸?"
네가 다른 여직원들과 나를 욕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너를 좋아했었다.
하지만 너는 주지 않고 나 혼자만 주는 사랑임을 안 순간부터 나는 시들어갔다.
나의 사랑을 욕되게 하는 너를 더이상 전과 같은 마음으로 보지 못했다.
나는 점점 시들어갔고, 너는 그런 나를 알았다.
한국에서 뉴욕으로의 비행이 끝나고 우리에겐 3일의 휴가가 생겼다.
홀로 생각을 정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너를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3일째 밤, 정리가 거의 끝났다.
나의 외사랑도 오늘 밤 끝날것이노라 생각하고 홀로 호텔 방 안에 있었다.
초인종이 울렸다.
술에 취한 너였다.
"좋아해요 선배."
네 입에서 나온 말은 그때와 달랐다.
외사랑이 끝났다.
사랑이었다.
분명 모든 정리를 다 했다 생각했는데 마음 구석구석에서 네가 나왔다.
"안아줘요."
사랑이라고 믿었다.
온 몸 구석구석으로 너를 안았다.
모든것이 처음이었다.
눈을 뜬 순간 옆에 있는 네가 꿈이 아님에 감사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집앞에서 확인한 휴대폰에 남겨진 네 문자도
모두 눈물날정도로 감사했는데..
왜..
오랜만의 출근길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간 공항에서는 함께 일하던 모든이들의 차가운 시선이 맺혔다.
영문도 모른채 차가운 시선을 맞고있던 나를 찾은건 승철이형이었다.
"너 사실이야?"
평소 나에게 늘 친절하던 형까지 표정을 굳히며 사실을 묻는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윤칠봉씨가 너한테 강간당했다고 술먹은 사람 네가 억지로 안았다고.."
머리를 세게 맞은것마냥 정신이 아득했다.
앞에서 말하는 형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사랑은 때때로 악마가 되어 돌아왔다.
이기적인 행복이 눈을 가려버려 악마임을 몰랐을뿐
너의 사랑은 처음부터 악마였다.
"나는 네가 그럴 애 아닌거 알지만.. 어떻게 할거냐 너."
"형.."
그리고 그 악마에게 넘어간 책임은 내가 져야했다.
"저 사표 낼게요."
"뭐? 야 너 미쳤어??"
내 사랑은 벼랑 끝으로 떨어져버렸다.
터덜터덜 넝마가 된 마음을 갖고 걷는 공항은 흐릿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 며칠을 빛을 보지 못했다.
한순간의 사랑과 믿음이
나를 구역질나는 쓰레기로 만들었고
누구도 믿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날짜 개념도 없게 살던 어느날 누가 문을 두들겼다.
화면 밖으로 보이는 사람은 너도 형도 아닌 너보다 덜챙겼던 너보다 덜 아꼈던 준휘였다.
"잠깐 얘기 좀 해요 형. 열어줄때까지 기다릴게요."
그렇게 너는 한시간 두시간이 지나도록 그자리에 있었다.
모든걸 잃은채 문을 열어주는 나를 보던 너의 시선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살아있음을 느낄수있는 딱 그정도의 온도였다.
"병신이에요? 왜 그러고 가만히 있어요?"
화가 난건지 동정하는건지 모를 복잡한 감정을 뱉어내는 너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너는 숨겨놓았던 검은 손을 내밀었다.
"형, 복수 하고싶지 않아요?"
네가 내미는 검은손을 나는 잡았다.
사랑은 추악한것으로 변해버렸다.
준휘에게 들은 네 소식과 준휘가 하는 일에 대해 들었을땐 놀랐다.
하지만 그것따위는 나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고 오직 너를 끝까지 가게 만드는것만이 내 목표였다.
"목숨 걸고 할 자신 있어요?"
"자신..있어."
내 답을 들은 준휘는 검은 바탕의 하얀색 글씨만이 적힌 작은 명함을 전했다.
"이 번호로 연락할게요. 저장은 거기 적힌 이름으로 하시면 될거고, 웬만하면 사람들 눈에 보이지 마세요."
ZOOT. 준휘의 코드네임. 그리고 바라는것이 있냐는 너의 말에 쓰게 웃었다.
"나도 같이 죽을래."
너는 아무 표정이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이 없는 너의 얼굴이 오히려 썼다.
「 10월 6일 뉴욕행 비행기 퍼스트클래스 내
염화칼륨과 마취제가 들어있는 음료로 할거야.
네가 전달만 해줘. 내가 주면 안먹을거야 」
ZOOT에게 보낸 문자한통. 모든 계획은 짜여졌다.
"윤칠봉씨..!! 눈떠봐요!!!! 칠봉아!!!!"
그리고 놀랍게 소설처럼 모든 계획은 이루어졌다.
계획이 끝나고 탐정을 통해 들은 네 아이소식,
부승관도 이석민도 아닌 나의 아이 소식...
네 뱃속에 있는 내 아이의 소식을 들었다면
나는 절대 이런 일따위 하지 않았을텐데. 아니 못했을텐데.
나는 사랑이 추악한것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추악한것은 사랑이 아니라 나였다.
범인 홍지수의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