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김남길
테온 전체글ll조회 679l 2


"너 또 고양이 데려왔어? 이번이 몇 번째인지 알아?"


"그치만 불쌍하잖아..."


"얼른 제자리에 두고 와!"



어릴 적의 나는 길거리에 버려진 동물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동물에게 느끼는 귀여움과 동정심만으로 그들을 품에 안아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것도 초등학교 5학년 여름에 끝났다. 데려온 고양이만 3마리째인 시점에서 엄마는 크게 화를 내셨고 집 안에 있던 고양이들까지도 다시 공원으로 돌아가야 했다. 내 소매를 긁어대며 나를 바라보던 동물들의 눈빛에 마음이 약해졌지만 더 이상은 엄마를 설득할 수 없음을 알기에 눈을 질끈 감고 집까지 달려왔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때 혼자 속으로 곱씹었다. 언젠가 어른이 되면 나 혼자 살면서 불쌍한 동물들을 보살필 거라고. 그래서 수의사가 되기로 다짐하고 공부에 열중했다. 집에 오는 길에 보이는 길 잃은 동물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내가 너희를 도와줄 것이라고. 그들은 내 말에 대답이라도 하 듯이 소리를 냈고 나는 다시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뭐 먹을 거 없어? 아까 준 거 맛있던데."




***


수의사가 되겠다며 공부에 매진했던 나는 가까스로 원하던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고 입학 후에는 그럭저럭한 성적을 내며 알바와 공부를 병행하고 있었다. 공강인 날과 주말에 카페 카운터를 보는 것이었는데 체인점이 아닌 개인카페라서 그런지 손님이 많아 바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오후 6시가 되면 내 다음 차례 알바생이 온다. 그러면 간단한 정리를 하고 퇴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조금 더 오래하고 싶었지만 성적도 신경을 써야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노을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골목을 돌았을 때 무언가가 낑낑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릴 때 들었던 것고 비슷한 소리에 자연스레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꽤 큰 종이상자가 있었고 그 안에 있던 개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데려가 상태를 살펴주고 싶었지만 제법 커다란 덩치에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개의 소리가 귓가로 울릴 수록, 하얗고 보송해야 할 털에 잔뜩 묻은 먼지가 눈에 들어올 수록 점점 마음은 약해졌다.


"나랑 같이 가자."


결국 나는 그 커다란 개를 한 번 안아주고 상자에서 나오게 했다. 처음엔 버려진 기억 때문인지 선뜻 상자 밖으로 나서지 못했지만 괜찮다는 의미로 몇 번 쓰다듬으니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개는 내 옆에 붙어 나를 곧잘 따라왔다. 얼마나 그 상자 안에 있었는지 가늠이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웃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로는 쭉 자취를 하고 있던 터라 외출 후 돌아온 집은 고요했다. 불이 켜져 있지도 음식하는 소리, 인기척도 없는 그저 빈 집이었다. 난 이 외로움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 외로움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이 이 개였다. 쌀쌀해지는 날씨에 찬 바람이 부는 밖과 달리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니 움직임이 더 활발해지는 듯 했다. 


우선 씻기자는 생각에 옷을 갈아입고 바로 화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개는 큰 덩치를 자랑하는 것처럼 좁은 화장실을 채웠고 낯선 장소를 신난다는 얼굴로 바라 보았다. 개가 계속 빙빙 도는 탓에 씻기는게 어려웠지만 깨끗해진 모습을 보니 뿌듯한 생각도 들었다. 털까지 다 말린 후 1인용 소파에 앉았는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내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내가 축 늘어져 있어서 잘못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도 하는 눈치였다. 그 모습이 귀여워 소리를 내어 웃으니 금방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씻기는 건 했고 먹일 것이 필요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집에 개가 먹을 만한 음식은 육포가 전부였다. 배부른 밥은 조금 이따가 사다주기로 다짐하고 우선은 육포를 먼저 뜯어서 주었다. 나중에 안주로 먹으려고 사둔 것인데 이렇게 가게 되어서 약간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작은 육포 한 조각도 맛있게 넘기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였다.


급한 일이 끝났다는 기분에 하품이 나오고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눈이 감기는 것이 느껴졌고 고개도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나를 바라보고 있던 개의 얼굴이었다.


잠이 들었던 나는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에 눈을 떴다. 눈 앞에 보이는 시계를 확인해보니 시간은 벌써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사료를 샀어야 했는데 시간이 지나 버렸기 때문에 편의점을 가야 하나, 하고 고민하던 찰나 내가 아닌 다른 이의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개는 어디 갔지.


옷도 걸치고 있지 않은 낯선 다리에 나는 작게 몸을 떨었다. 자극하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당황하면 안,



"나 배고파."



나는 배가 고프다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가족이나 아는 사람은 아니었고 더욱이 이 사람은 내 앞에 전라를 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그를 자극할까봐, 너무 겁이 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 개는 어디 있고 이 사람은 누구야. 대체 누구길래 우리집에 있는 거야.


남자는 내 얼굴을 빤히 보고 있었다. 아주 무서운 인상은 아니었지만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니 겁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조금씩 나에게 다가왔다. 내 발에서부터 종아리, 허벅지, 골반 옆에 있는 바닥을 짚으며. 가까워진 얼굴과 당장이라도 눌릴 듯한 몸에 손끝이 얼고 입술이 꼭 붙었으며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하지만 내가 걱정했던 느낌은 나지 않았다. 무서운 호통이라거나 뺨을 맞아 고개가 돌아가는 상황이라든가. 그저 볼에 닿는 머리카락이 간지러워 눈을 뜨게 되었다.



"왜 그렇게 겁 먹은 얼굴을 하고 있어?"


"누구신데 여기에..."


"네가 나 데려왔잖아. 그러고 보니까 너 내 이름 안 지어줬어."


"제가 데려왔다니,"


"데려와서 씻기고 밥도 줬는데."


"설마..."


"아까는 나 안아주고 그랬으면서."



순간 주마등이 스치 듯이 개를 만났던 장면부터 잠들기 전까지의 순간이 떠올랐다. 지금 이 남자 말로 추측해보면 이 남자는 내가 데려온 개라는 건데 그걸 어떻게 믿어. 눈매랑 큰 덩치는 비슷한 것 같은데 애초에 개가 사람으로 변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하지만 남자는 나의 혼란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연스럽게 내 품에 안긴 모양새로 머리를 부비적거리고 있었다. 아까 그 개처럼 머리카락이 부드러운 것도 알겠는데 이건 정말 아니잖아.


나는 우선 남자의 전라를 가리기 위해 절대 위는 내려보지 않고 곧장 옷장으로 향했다. 내 옷 중에서 제일 큰 옷을 찾아 다시 뒤로 걸어 방을 나섰다. 남자는 여전히 앉아 있는 채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게 뭐야?"


"옷 입을 줄 알죠?"


"옷? 너처럼 입으면 되는 거야?"


"네."


"줘봐."



남자는 자신감 있게 내 손에서 옷을 가져갔다.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여러번 들렸지만 다 입었다는 말은 들을 수가 없었다. 곁눈질로 살짝 상태를 보려고 하는데 남자가 불쑥 일어나 팔을 뻗는 것이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는데 뭔가 입을 막고 말하는 것처럼 웅얼웅얼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머리가 안 들어가."


"머리가 왜, 거긴 팔 넣는 곳이에요."


"맨처음에 머리 넣으면 되는 거 아니야?"


"제일 큰 곳에 다시 넣어보세요."


"아, 됐다."



남자는 내 말을 듣고 나서야 제대로 티셔츠를 입을 수 있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 하하 웃었고 남자는 내 웃음의 뜻도 모르고 그저 나를 따라 웃었다. 일단 옷은 입혔는데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정말 그 개가 맞는지는 눈으로 봐야 알 것 같은데 지금 당장 변하는 것은 아니니. 내가 그를 계속 바라보는데 본인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나와 눈을 맞춘다. 그리고는 아까처럼 내 품에 안겨온다. 말이 안기는 것이지 덩치가 큰 그가 나를 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떼어 놓으려고 해도 팔에 힘을 주고 버티니 방법이 없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그에게 말했다.



"정말 아까 그 개 맞아요?"


"그렇다니까."


"내가 어떻게 믿어요?"

"어떻게 하면 믿어줄 건데?"


"그건 나도 모르죠.."


"내가 그 개가 맞으면 나 책임질 거야?"


"네?"


"내가 그 개가 맞으면 나 계속 데리고 살 수 있어?"


"... 글쎄요."


"새벽에 내가 너 깨울게. 내가 다시 개로 변하기 전에."



나를 깨우겠다는 그의 말에 거짓이라고는 보이지가 않아서, 너무나 당당해서 나는 더 겁이 난 것 같다. 정확히는 개가 맞으면 데리고 살며 책임을 지라는 그의 말에. 나는 우선 그에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아까 먹었던 것과 같은 육포를 한 봉지 더 뜯었다. 사람인 상태이기는 하지만 혹여 다른 것을 먹어 탈이라도 날까봐. 그는 그 개가 먹었던 것처럼 맛있게 육포를 먹어치웠다. 


그의 옆에서 앉아 있던 나는 초저녁부터 잠을 잔 지라 졸음이 오지는 않았다. 새벽에 자지 않으면 피곤하기는 하지만 그냥 깨어있기로 결정했다. 끝내야 하는 과제도 있고 아직 확인이 되지 않은 낯선이의 옆에서 자기에는 내가 겁이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그는 내가 노트북을 열고 할 일을 할 동안 말 없이 창 밖을 내다 보았다. 보고싶은 것이 그리도 많은지 한 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가끔씩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나랑 눈이라도 마주치면 눈을 접어가며 웃다가 다시 창문을 바라보았다.


해가 뜰 시간이 다가올 수록 내 다짐은 무력해졌다. 다시 졸음이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잠에 들지 않으려 눈을 몇 번이나 비볐지만 금방 꾸벅거리고 졸기 일쑤였다.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한 나는 노트북을 덮고 잠을 청했다. 그는 내가 엎드려 자기 시작하니 잘자라는 말과 함께 내 머리를 만지작거렸고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일어나!"



그는 내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나는 비몽사몽한 얼굴을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너머에는 해가 떠오르는 풍경이 보였고 그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이제 나 데리고 살아야 해. 알았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 골목으로 오지도, 개를 주워오지도 않았을 텐데. 내 눈 앞에는 믿을 수 없게도 흰 털에 커다란 개 한마리가 앉아있었다. 내 무릎에 놓인 손에 제 머리를 부비는 감각에 확인사살까지 당하는 듯 했다. 앞으로 이 개와 함께 하는 생활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154.72
이거는요.. 이거는.. 꼭 더 봐야합니다..(현기증) 이 정도로 뒷이야기 더 보고싶은 글 오랜만이에요 정말로.. 작가님도, 글도, 반인반수 대니얼도 사랑하구요.. 예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6년 전
비회원136.148
그..그래서요.. 어떻게 됐죠..?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1
헐 ㅠㅠㅠㅠㅠㅠㅠ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한데 기다리겠습니다 ㅠㅠㅠㅠ 여주가 많이 당황스러웠을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김남길[김남길] 아저씨1 나야나05.20 15:49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기타 [MXM/스타쉽/임영민/정세운] CCC = 캠퍼스 커플 씨X ㅡ ⓑ43 글. 08.28 23:19
워너원 [워너원] 위험한 반인반수들과 동거 중 J115 서울사람 08.28 22:57
워너원 [워너원/하성운] 아주 발칙한 우리 사이 0318 토미 08.28 22:09
기타 [스타쉽/정세운] 까칠한 정치프 G203 냉포뇨 08.28 22:04
워너원 [워너원/강다니엘] 우연에서 인연으로 055 알았다의건아 08.28 22:04
프로듀스 [프로듀스101/너듀] 우리의 페이스북에는 무엇이? 무엇이! 있을까요.facebook20 08.28 22:00
워너원 [워너원] The Secret 002 Rustica 08.28 20:17
뉴이스트 [뉴이스트/워너원/황민현] 너, 나, 우리. 026 부기투나잇 08.28 17:16
엔시티 [NCT/마크] 21 GRAMS 上2 별다방 08.28 11:44
아이콘 [iKON/김진환] 아저씨! 우산 같이 쓸래요? 24 늙은재주꾼 08.28 01:38
워너원 [워너원/옹성우] 7년 사귄 남자친구랑 헤어지려고요 7307 워너워너 08.28 01:10
워너원 [워너원/뉴이스트/박지훈/황민현] 三년째 일방통행 0335 연상 08.28 01:01
워너원 [워너원/황민현] 연애를 게임으로 해요79 애꾜 08.28 00:47
워너원 [워너원/강다니엘] 로맨스 2차전 F18 곤지 08.28 00:46
워너원 [워너원/강다니엘] 아기와 너 1341 22개월 08.28 00:38
뉴이스트 [뉴이스트/김종현] 빌어먹을 어니부기는 날 싫어한다 S206 어니 08.28 00:27
워너원 [워너원/강다니엘/옹성우/뱀파이어물] 넘어와줄래요? 114 누가크래커 08.28 00:14
워너원 [워너원/퇴마물/역하렘] 망자들의 거리 BEHIND33 너블리 08.28 00:09
프로듀스 [스타쉽/정세운] 짝사랑 다큐멘터리8 라임포뇨 08.28 00:02
프로듀스 [프로듀스101/워너원] 프듀 홍일점 너듀 썰 1049 08.27 23:56
엔시티 [NCT/정재현/이동혁/이민형] 愛夢 :: 애몽 39176 니퍼 08.27 23:45
프로듀스 [프로듀스101/강다니엘/옹성우] 해양구조대 강다니엘 X 술 취한 너프듀 썰 014 녤복 08.27 23:34
워너원 [워너원/배진영] 좋아해? 좋아해! #220 딱풀 08.27 23:1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태형] 오월의 소년 1214 티티 08.27 23:17
엔시티 [NCT/이민형/황인준] 호그와트부터 보바통까지의 거리를 구하시오 0045 2젠5 08.27 23:11
프로듀스 [프로듀스101/워너원] 먹방동아리 홍일점 kakaotalk 06106 먹방동아리 08.27 22:32
워너원 [워너원/옹성우] 반인반수 시베리안 허스키 옹성우 × 소심한 주인 7화25 pillown 08.27 22:07
급상승 게시판 🔥
전체 인기글 l 안내
6/4 0:54 ~ 6/4 0:56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