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막둥이 만다꼬 ?ㅅ?
05.
석진이가 탄소를 처음 봤을 때, 탄소의 나이가 15살이어서 그런지 석진이는 유독 탄소와 정국이를 챙겼음.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꽤 나다보니, 그냥 동생들 챙기는 마음에 챙긴 것 같음. 그래서 그런지 낯을 꽤 가리는 탄소도 아무런 경계심 없이 석진이에게 마음을 열어줬고, 다른 멤버들도 별 다를 게 없었음. 하지만 멤버들 중에서 친해지는 데 유난히 오래 걸린 멤버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랩라인 멤버들이었음.
처음 연습실에 놀러와봤을 때 봤었던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는지 탄소는 남준이와 호석이를 존경(?)하고 있었고 다가가려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함. 약간, 나같은게 어떻게...이런 느낌? 그래서 막, 다른 멤버들이랑은 잘 떠들다가 연습실에 호석이나 남준이가 나타났다! 하면 입을 싹 다물고 있는 다던가. 소동물이 무언가를 관찰하듯 둘을 관찰하니까, 남준이랑 호석이는 처음에 탄소가 자신들을 마음에 안 들어하는 줄 알았다고...
그 모습을 보고있던 석진이가 답답했는지, "야, 탄소가 너희 둘 좋대." 라는 말을 전해주고 나서야 셋은 친해질 수 있었음. 그 후로는 낯을 가렸던 기간이 무색하리만큼 빠르게 친해져갔고 남준이와 호석이도 탄소에게 다른 의미의 존경이라는 감정을 품게 됨.
"나는 그때 탄소가 나랑 남준이 싫어하는 줄 알았다니까."
"미움받는 줄 알았잖아. 맨날 빤히 쳐다보는데, 무섭더라."
"그래서 석진이 형한테 그렇게 제 얘기를 하셨어요?"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나빠지잖아..."
"어쨋든 끝이 좋으면 됐지! 안 그냐!"
이 둘(호석이와 남준이)과는 별게로 윤기와 탄소는 그냥 좀 서먹했음. 둘이 말도 별로 없고, 탄소는 낯을 꽤 가리는 애라서 둘의 관계에는 발전이 없어보였음. 그러던 둘이 친해지게 된 계기가 있음.
평소처럼 학교에 갔다가 바로 회사로 와서 연습을 하던 탄소는 해가 다 저물 때까지 연습을 하다가 마지막 정리까지 하고 연습실을 나섰고 윤기는 작업을 하다가 편의점에 가려고 나오던 참이었음. 회사 입구에서 딱 마주친 둘은 마치 얼굴 한 두 번 본 사람들처럼 쭈뼛거리며 인사를 건냈고, 윤기는 문뜩 이 시간에 혼자 가는건가. 위험하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앞서가려는 탄소를 불렀음.
"김탄소."
"ㄴ..네?"
갑자기 불려진 이름에 깜짝 놀란 탄소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윤기가 멋쩍게 뒷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음.
"집 가?"
"네... 오빠는요?"
"요 앞, 편의점."
"아... 안녕히 가세요."
하고 가려던 탄소를 윤기가 다시 불러 세웠음.
"지하철 타고 가?"
"아, 네. 지하철 역 가면 오빠 와있을 거예요..."
"그럼 같이 가."
"편의점 가신다고..."
"이 시간에 어딜 혼자 간다고, 그냥 가. 거기도 편의점 있으니까."
단호한 윤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탄소는 앞만 보고 걷기 시작했음. 회사에서부터 지하철 역까지는 꽤 거리가 있기도 했고 좀 음침한 골목이 몇 개 있어서 무서웠는데 잘 됐다는 생각에 탄소는 기분이 좋았음. 정작 탄소 옆에서 걷던 윤기는 거기에 편의점이 있던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탄소의 걸음에 맞춰 걷다보니 어느새인가 지하철 역이었고, 윤기는 탄소가 자신의 오빠를 만나는 것까지 본 후에야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음.
이 일을 계기로 탄소와 윤기는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함.
06.
벌써 탄소가 회사에 들어온지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이 추고 싶던 춤, 부르고 싶던 노래를 마음껏할 수 있어서 기분은 좋았지만 이제 고등학생이 되고 뚜렷한 진로를 정해야 할 때인데 탄소는 좀 걱정이었음. 지금 까지야 뭐, 데뷔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품고는 있었지만 같이 연습하던 언니들은 하나, 둘 떠나가고 동갑인 전정국은 벌써 데뷔가 결정이 났는데 자신은 아니니까. 언제 데뷔할지도 모르고, 데뷔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탄소는 조금 우울하던 참이었음. 아직 16 살이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탄소는 벌써 16살이네.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좀 많이 힘들던 시기였음.
그 당시의 방PD님께서도 생각이 좀 많으셨던 것 같음. 탄소는 지금 데뷔해도 모자름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으나, 벌써 방탄소년단을 계획해 놓았고 탄소와 한 팀에 들어갈 여자 연습생들도 마음에 안 찼기 때문. 일단, 방탄소년단이 데뷔를 하고 나면 탄소의 데뷔는 끊임없이 미뤄질 텐데, 그걸 탄소가 버틸 수 있을까 싶었음.
평소처럼 연습을 하던 탄소는 갑작스레 온 호출에 안 좋은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고, 초조해져서 애꿎은 손을 괴롭혔음. 내가 뭘 잘못했던가...? 요즘 내가 나태해졌었나...? 이런저런 걱정들 속에 어찌저찌 도착한 방문 앞에서, 탄소는 심호흡을 한 후 가볍게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음. 안에 들어가자 아니나 다를까, 방PD님께서 진지한 얼굴로 앉아계셨고 탄소는 정중히 인사를 한 후 그 앞에 섰음.
"김탄소."
"네."
"축하한다."
"...뭐가요?"
"데뷔."
훅 들어온 방PD님의 말씀에 탄소가 가만히 서있다가, 한쪽 손을 들어올려 제 뺨을 찰싹하고 때렸음. 탄소의 행동에 놀라신 방PD님께서 탄소를 불렀지만, 탄소는 이게 꿈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바빴음.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걸까? 아냐, 아프잖아. 그럼 현실이야. 뺨에 알싸한 통증이 돌때 즈음 정신이 들어온 탄소가 방PD님께 인사를 드리곤 방 밖으로 나갔음. 밖으로 나가자, 회사 직원분께서 탄소를 안내해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고 탄소는 그 직원분을 쫄래쫄래 따라가다가 문뜩 의문이 생겼지.
...방PD님께서 여자 그룹을 준비하고 계셨던 걸까? 나도 모르게? 좀 섭섭한데.
여자 그룹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은 듣도보도 못했는데, 방PD님께서 말씀하신, 그 '기다리고 있는 멤버들'은 누구며, 대체 내가 속하게 될 그룹은 어디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때 즈음, 탄소는 몸에 한기가 돎을 느꼈음. 아, 설마...
"...아니겠지?"
그리고 그 설마가 결국 사람을 잡고 말았습니다.
07.
8명이 삥 둘러앉은 연습실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멤돌았음. 아무래도 쉽게 얘기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보니, 그 누구도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았고 활발하던 지민이랑 태형이 역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음. 이 상황을 자신이 만든 것만 같아, 탄소가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입을 열려고 할 때 즈음, 남준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탄소를 안쓰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봤음.
"탄소야."
"네."
풀이 꺾인 아이의 목소리에 남준이는 한숨이 나오려는 걸 참고 손을 뻗어 탄소의 머리 위에 제 손을 올려놓았음. 뭐라고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고, 뭐라 해줘야할 지도 몰랐었기 때문에 남준이 따름에는 배려였고 위로였던 걸, 탄소가 알아챘는지 고개를 들어올린 탄소가 희미하게 웃어보였음.
"PD님께는 제가 말씀드려 볼게요."
순간 윤기의 눈빛이 사나워진 걸 느낀 탄소가 우물쭈물 거리다, 다시 고개를 숙였음. 윤기가 인상을 확 찌푸리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눈빛으로 탄소를 바라보았음. 대체 왜 쟤가 저러고 있는 건데.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한데."
"...그냥."
"형, "
순간 눈물이 나오려던 걸 꾹 참은 탄소가 고개를 더 푹 숙이자, 윤기 옆에 앉아있던 호석이가 제지를 가하는 듯 했음. 저 형은 또 왜 저래, 라는 듯한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윤기가 다시 입을 뗐음.
"고개 들어, 김탄소. 니가 죄 지었어? 니가 대체 뭐가 죄송한데. 넌 뭐 알고 왔어?"
"그건, 아닌데..."
"설령 알고 왔더라도 너가 미안해야할 문제 아냐. 그러니까 고개 들어."
"그래, 탄소야. 목 아프겠다."
상냥한 석진이의 위로와, 상냥한 말투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를 배려해주는 듯한 윤기의 목소리에 탄소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음.
"PD님 마음대로 결정하신 거 아냐. 우리는 이미 상의 됐던 거고."
"에이, 그냥 축하한다는 말 한 마디만 해주면 되죠 뭐."
뭘 그렇게 돌려 말해요.
장난기 넘치는 호석이의 말에 굳어져있던 멤버들의 얼굴이 하나, 둘 풀리더니 금새 활기를 되찾고는 탄소에게 축하 인사를 건내왔음. 탄소의 눈치를 보던 정국이, 무슨 말을 해야할지 감을 못 잡던 태형이와 지민이, 말투는 엄했지만 탄소를 배려하던 윤기, 옆에서 손을 꼬옥 잡아주던 석진이와 남준이도 탄소에게 밝은 목소리로 축하 한다는 말과 동시에 춤이 어렵지만, 넌 잘 할 것 같다는 둥의 이야기를 늘어놓았음. 꽉 잡고 있던 긴장의 끈이 탁하고 풀리자마자, 참을 새도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에 탄소가 그대로 입을 틀어막자 옆에 앉아있던 석진이가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토닥여줬음.
"진짜 축하해, 탄소야."
결국 눈물이 제대로 터져버린 탄소는 석진이 품에서 펑펑 울어버렸음. 왜인지모르게 짠한 모습에 정국이가 눈물을 훔쳤다는 말도 있지만 그건 잘 모르겠고, 그날 이후로 탄소는 방탄소년단의 8 번째 멤버가 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