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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온앤오프 샤이니
해령 전체글ll조회 858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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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연락망>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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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집에 돌아와서도 성규는 몸을 가만 놔두지를 못했다. 한참 전 저가 메시지를 보낸 그 때, 메시지 내용 옆에 바로 읽음 표시가 뚜렷하게 보여졌음에도 불구하고 4시간 째 우현에게서 답장이 오질 않았다. 자리를 잡고 침대에 누워 한참을 핸드폰 화면만 쳐다보던 성규가 포기한 듯 침대 앞 선반에 던지다시피 내려놓았다.

 

  …으아!

 

  한참을 침대에 누워 전화는 커녕 보낸 메시지에 답장조차 보내지 않는 우현의 프로필을 떠올리던 성규가 답답해 미칠 지경이라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별 쓸모없는 핸드폰만 몇 시간째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자신을 한탄하기라도 하는 듯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저었고, 항시 그랬듯 성규의 발걸음은 서재로 향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성규의 손에는 뜨겁게 달궈진 핸드폰이 쥐여져 있었던 것 정도.

 


Fresh Summer
w.해령

 


  오늘따라 책장 맨 윗칸에 꽂힌 책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제 심정과 똑 들어맞는 선택에 꽤 만족했던 것인지 성규는 귀퉁이에 있던 작은 사다리를 가져다가 앞에 놓았다. 아직까지도 핸드폰은 알림음을 울릴 어느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체념한 듯 사다리를 올라 밝은 색 커버의 책을 빼낸 성규는 다시 핸드폰 화면을 탁탁, 두드리며 불안함을 달랬다. 필시 문자를 읽었는데도 답장을 보내지 않는 거라면, 메시지 첫째 줄에 쓰여있는 내 이름을 보고….

 

띠링-

 

  버젓이 띄워진 채팅창을 보며 한숨을 폭폭 내쉬며 속으로 쉴 새 없이 우현을 욕하던 성규가 급히 핸드폰을 손 안에서 바로잡았다. 무려 4시간 30분 만에 울린 핸드폰을 하마터면 사다리 위에서 제 몸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뜨릴 뻔 했다. 성규는 집어 들었던 책의 존재도 잊어버린 채 시야를 가리고 있던 앞머리를 급히 오른쪽으로 쓸어 넘겼다.

 

-우선 안녕하세요, 김성규 상무님. 아직 그닥 편하게 지내는 사이는 아니니 ‘김 상무’라는 무례한 호칭은 사용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메시지는 잘 받았습니다. 내용을 보니 오늘 낮에 있었던 사소한 일에 굉장히 신경이 쓰이셨나 봅니다. 상무님께 죄송한 말씀이지만, 지금 샤워를 끝내고 잠에 들려던 참이었습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시다면 내일 아침 출근 30분 전에 오늘 마주쳤던 카페에서 다시 뵙고 싶습니다. 물론 사적인 일은 아닙니다. 내일 있을 임원 대회의에서 제가 브리핑할 부분에서 상무님께서 처리해 주셔야 할 부분이 있어서. 그럼 내일 뵙죠.

 

  성규는 채팅창 한켠을 꽉 채운 우현의 답장에 입을 떡 벌렸다. 얼핏 보기에도 남발하는 딱딱한 온점에 성규는 일어서서 읽다간 낮에서와 같이 꽤나 황당한 충격을 받을까 급히 앉을 곳을 찾았다. 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성규는 우현이 보낸 메시지의 첫 문장을 읽자마자 짜증이 솟구쳐 오름을 느꼈다. 분명 저에게 ‘상무님’이라며 존칭을 쓰는 듯 보였지만, 비꼬는 속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성규는 빠르게 나머지 글을 읽어 내려갔다. 살짝 튀어나온 입술이 성규가 메시지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대변했다.

 

  성규는 답장을 끝까지 읽었음에도 정확하게 우현이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인지 두세 번이나 확인했다. 진짜 나한테 보낸 거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첫 문장부터가 성규를 대상으로 쓰인 글이었다. 성규는 우현은 가정교육을 잘못 받았다고 확신했다. 뭐? 지금 샤워를 끝내고 잠을…, 뭐? 성규는 우현이 지금 저를 깔보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아챘다. 하지만, 반대로 만나자는 제의는 꽤 매력적이었다. 내일 있을 임원 대회의에서 전무의 브리핑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입사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저가 현직 전무의 브리핑에서 처리해야할 부분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이것은 우현도 성규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문제는 우현의 장소 선정이었다. 성규가 우현에게 보낸 메시지의 주목적이었던 ‘그 일’이 있었던 카페에서 만나자는 것은, 필시 성규에게 무언의 압박을 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진짜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 엿 먹이네. 성규는 눈에 불을 켜고 자판을 꾹꾹 눌러가기 시작했다.

 

-예, 남우현 전무님. ‘김 상무’라고 섣불리 명칭하지 않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내일 8시 30분에 사내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내일 부디 좋은 모습으로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안녕히 주무세요.

 

  솔직히 저를 ‘김 상무’라고 부르지 않았어도 이미 무례한 행동은 충분히 보여준 우현이었다. 성규는 망설임 없이 확인 버튼을 누르고 등받이에 몸을 길게 기대었다. 문득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메시지를 보낸 제 모습이 떠올랐다. …잠깐만. 성규는 하루 종일 우현의 답장만을 기다리며 핸드폰에서 채팅창을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우현에게서 답장이 왔고, 성규가 빠르게 내용을 읽어가는 순간 우현의 채팅창에는 성규가 읽었다는 표시가 표시되었을 터였다. 그리고 성규는 이미 장장 4시간 30분동안 답장을 보내지 않은 우현과 상반되게 단 5분만에 당차게 답장을 보내 버렸다. 아…….

 

“……아아아악!”

 

  성규는 얼마 전 정신이 없었던 사이에 바닥으로 떨어뜨린 책을 다시 주워들었다. 오늘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독하지 않으면 잠에 들지 않을 생각이었다. 성규는 책상 앞에 자세를 바로잡았다. 정리되지 못한 저의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는 듯한 적나라한 책의 제목에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턱밑까지 올라왔다. 성규는 자신의 손에 붙들린 책의 제목을 쉴 새 없이 되뇌며 첫 장을 넘겼다.

 

  화를 다스리면 인생이 달라진다.

 


*

 


  여지없이 아침부터 사나운 빗줄기가 쏟아 내렸다. 전무실 안은 빗소리로 가득 찰 뿐 적막이 맴돌았다. 페르세폴리스 그룹의 전무로 일해온 지 정확하게 3년 째였다. 오랜만에 시행되는 임원 대회의에서 브리핑을 맡겠다고 한 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우현, 자신이었다. 어릴 적부터 매사에 열정이 가득하고 무엇이든 적극적이었던 우현에게 있어서 페르세폴리스의 ‘전무이사’라는 자리는 무엇과도 바꾸기 싫은, 뺏기기 싫은 자리였다. 교수로 활동하시는 자신들 아래에서 반듯하게 자라기를 원하셨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렸던 것은 고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우현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 일을 입 밖으로 언급하지도, 나타내지도 않았다. 저 스스로만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로 남겨두고 싶었다. 흔히 말하는 귀족 중학교와 귀족 고등학교를 거쳐 명문대에 입학하기를 바라셨던 부모님의 뜻을 반대하며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집을 나갔던 것이 고등학교 2학년 여름이었다. 17년을 걱정하지 않았던 돈을 벌기 위해서는 가릴 것이 없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라는 이름을 달고 일자리를 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현은 그날로 친구들을 불러 주민등록증을 위조했다.

 

  성인이 되니 못 할 것이 없었다. 막노동은 물론, 대리운전 기사, 편의점 알바, 레스토랑 알바까지는 무리가 없었지만,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니 머무를 집도 필요했고, 겨울이 다가오면 두꺼운 옷과 신발, 그리고 무엇보다 한 번 배불리 먹을 음식이 필요했다. 자신의 몸을 돈에 바친 것은 그 후의 일이었다.

 

  파국으로 치닫던 우현의 생활은 그렇게 2년을 버텨냈다. 여유롭지는 못했지만 잠을 잘 수 있는 따뜻한 집을 구했고, 배는 항상 채워져 있었다.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던 목표를 이루고 나니 깊은 회의감에 빠져들 때가 훨씬 많아졌다. 고등학생임에도 자신을 버리고 벌어왔던 돈, 성인이 되었지만 지워지지 않아 매일 밤의 악몽으로 남은 기억, 그리고 자신의 꿈.

 

  성향이 변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에 대한 열망과 권위에 대한 동경, 그리고 어릴 적 꿈에 대한 선망까지, 지워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턱대고 시작한 사법고시 준비는 그리 순탄치 못했다. 두 번의 낙방과 함께 극심한 스트레스와 좌절감이 우현을 괴롭혔고, 2년 새 우현의 몸무게는 15kg이나 감량되었다.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지금까지 제 몸에 남겨진 흔적이 아까웠고, 줄어든 몸무게가 아까웠고, 자신의 정신력이 아까웠다. 그렇게 악으로 깡으로 버텨온 지 6년이 지난 지금, 우현은 페르세폴리스의 전무가 되어 있었다.

 

  ‘예비 검사’라는 이름을 달고 그 명분으로 다시 찾아간 본가에서 뛰쳐나오시던 부모님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우현의 심장을 시큰하게 했다. 우현의 성격이 무뚝뚝해진 것은 그 때부터였다. 다시는 이 자리를 뺏기고 싶지 않았고, 다시는 이 생활을 놓고 싶지 않았다.

 

  우현이 차가운 빗줄기가 때리는 유리창 위에 손을 대어 보았다. 찌릿한 한기가 저의 발끝까지 전해지는 듯 했다. 우현은 유리창에 댄 손바닥 주위로 허어, 하며 입김을 불었다. 유리창에 보란 듯이 우현의 손바닥 자국이 남았다. 이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삐- 전무님, 사장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들어오십시오. 우현이 급히 마중 나가 귀빈용 의자에 안내하며 인사를 나누었고, 이어서 비서가 홍차를 준비해 왔다. 다리를 꼬고 앉아 앞에 놓인 찻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웃던 사장이 먼저 말을 꺼내었다.

 

“브리핑 왜 하겠다고 했어? 전무씩이나 돼서. 굳이 그럴 필요 없었잖아?”
“오랜만에 열리는 대회의에서 제가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사장의 웃음소리가 적막을 울렸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쓰읍, 하며 잇새로 공기를 들이마시는 소리가 진지했다.

 

“그…, 이번에 새로 입사한 상무 알지? 이름이 김성규라던가….”

 

  남 전무가 잘 맡아줘. 어차피 이제 사내에서 친구처럼 지내야 할 관계인데 말도 좀 걸어 보고.
 
  순간 우현은 ‘친구’라는 단어에 생소한 이질감을 느꼈다. 사내에서 일 외에는 전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우현이었다. 게다가 뭣도 모르는 신입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우현의 딱딱 들어맞는 생활에 굉장히 큰 오점을 남기는 것과 같았다. 초면에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도 버거울 듯싶었다. 우현은 자신의 일에 간섭당하는 것도, 자신이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하는 것도 무척이나 혐오했다. 서로의 일은 서로가 알아서 잘 처리하자는 사상의 우현은 단 한 번도 다른 누구를 챙겨보거나 나서서 도와준 적이 없었다. 수많은 임원직 중에서도 우현이 ‘전무이사’를 선택한 이유도 그 곳에 있었다. 경영진을 보좌하고 회사의 일을 혼자 총괄할 수 있는.

 

“사장님, 그건 좀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왜지?”
“요즘페르세폴리스의흑자로인해경영문제로해결해야할미팅도많고한번도누구와함께일해본적없는저에게있어서굉장히많은시행착오를겪을것같습…….”
“그러니까 한 번 해보라는 거야. 그래야 나중에 이 회사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지 않겠나. 남 전무는 아직 어려. 여러 시도를 해 보는 것도 좋지 뭘 그래.”

 

  그럼 이만 난 가 보겠네. 중요한 선약이 있어서. 얼떨떨하게 비서를 불러 사장님을 배웅한 우현이 푹신한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오전 내내 붙잡고 있던 브리핑 준비로 복잡해진 머리를 식힐 틈도 없이 다시 어질러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점심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

 


  온 몸에서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차가운 무언가를 마시고 싶었지만 여름이 여름인지라 가까운 자판기의 아이스 배지가 달린 음료는 모두 품절이었다. 우현은 하는 수 없이 자주 찾던 사내 카페를 찾아 간단한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많이 찾는 모양인지 주문과 동시에 바로 준비된 아이스크림을 내 주었다. 우현은 아이스크림의  뾰족하게 솟은 부분을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제 옆으로 인사하며 지나가는 수많은 사원들이 거슬려 북적이는 카페 안을 피해 휴게실로 걸음을 재촉했다. 동시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핸드폰으로 페르세폴리스 그룹에 관한 기사를 검색하던 우현 앞으로 누군가가 우뚝 섰다.

 

  짙은 쥐색의 체크무늬 수트로 한껏 멋을 낸 남자였다. 상대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우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얼핏 보니 구면은 아니었다. 우현은 갑자기 나타나 저의 앞길을 막는 그의 행동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우현의 앞에 서 있던 남자는, 이거 그 쪽이 묻히셨어요, 라며 항변했다. 저에게 따지는 듯한 말투에서 딴에는 꽤나 진지하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남자의 셔츠에는 우현이 들고 있었던 아이스크림이 흥건하게 묻어 있었다. 우현은 자신의 아이스크림을 살펴보았다. 군데군데 먼지가 들어 앉아있었다. 아, 예. 올라올 듯 말 듯 하던 짜증을 억누른 우현이 가장 무난하게 대답했다.

 

  그를 무시한 채 지나가려는 우현을 막는 것은 또다시 그 남자였다. 저를 쳐다보는 올곧은 눈동자가 사과를 요구하는 듯 보였다. 이윽고 사과하려는 그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고, 우현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잡히는 대로 건넸다.

 

  이봐요, 저 이 회사 상무에요. 내가 이런 돈이나 받고 싶어서 이러는 것 같습니까?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아직 입사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뭣도 모르고 시비를 걸었던 이유를 알았다. 내 앞에 있는 개념 없는 사람이 페르세폴리스 신입 상무이사라니, 생각만으로도 한숨이 입 밖으로 새어나올 듯 했다. 앞에 있는 신입 상무에게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해 주어야 했다. 우현은 다시 지갑에서 작은 수납공간 사이에 끼워진 명함을 꺼내들곤 저를 소개했다. 상상치도 못했겠지. 당당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제가 당황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머리끝부터 귀 끝까지 벌개진 모습이 귀여웠다.

 

“상무님의 옷이 제가 물어드린 금액으로 처리가 되지 못한다면, 명함의 번호로 제게 전화해 주십시오. 제가 말끔히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귀여웠다.

 


*

 


  낮에 재수 없는 일을 겪고 난 후로 더 이상 브리핑 준비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서서히 의미 없는 시간이 지나고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띠링-

 

  슬슬 옷을 챙겨 브리핑 준비 대신 정리한 페르세폴리스의 주간 이익과 지출 비용, 흑자율을 정리한 서류를 챙겨 사장실로 가려던 참이었다. 우현에게 메시지를 보낼 사람은 부사장과 사장, 간혹 가다 회장뿐이 없었다. 하지만 그 분들이 이 시간에 문자를 보낼 만큼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은 세상사람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메시지를 확인한 우현은 낯선 사람에게서 온 단편 글과 맞먹을 장문의 편지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떵규♡
-안녕하십니까, 남우현 전무이사님. 낮에 보셨던 김성규 상무이사입니다. 제 이름을 이렇게 소개하게 되어서 굉장히 유감이네요. 다름이 아니라,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은 온전히 제 실수였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 이렇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물론, 전무님께서 제 옷에 아이스크림을 묻히시긴 했지만 다행히 상큼한 요거트 아이스크림이어서 많이 티나지는 않습니다. 하하하. 제가 순간 황당해서 아무 말이나 내뱉었는데 기분이 많이 나쁘셨다면 물어주신 드라이 값은 다시 돌려드리도록 할께요. 하지만 이제서라도 사과는 받고 싶네요. 너무 꽉 막혀 보일 수도 있겠지만 계급 떼고 보면 나이도 비슷할 것 같…은게 아니라 그저 예의상으로라도 이번 일에 사과는 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순간의 잘못된 언어 선택에 대해 사과 드려요.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오후 5:34)

 

  진지한 분위기의 메시지 곳곳에서 이성열의 문체가 보였다. 아 맞다, 이성열이 신입 상무 비서라고 했지…. 닮아가는 건가. 우현은 찜찜한 기분으로 전무실을 나왔다. 비가 그치려는지 빈 전무실에 햇빛이 내려앉았다.

 


*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우현은 좀처럼 운전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인지 계속해서 진지했던 성규의 표정과 숨이 막히는 듯 살짝 넥타이를 푸르는 하얀 손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우현은 생각을 억지로 정리하려는 듯 음악이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볼륨을 크게 높였다.

 

  우현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허기가 지는 배를 움켜쥐며 냉장고에 다가섰다. 오늘 뱃속에 들어간 것이라곤 아침으로 먹은 닭 가슴살 샐러드와 저지방 우유, 그리고 낮에 딱 한 입 베어 문 요거트 아이스크림밖에 없었다. 하루 종일을 조그만 찻잔에 홍차를 수십 번 타서 먹은 기억밖에 없었다. 냉장고에는 보란 듯이 참깨소스 케이준 샐러드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저가 집에 없었던 하루 종일 케이준 샐러드 하나를 위해 돌아갔을 냉장고가 아까울 정도였다. 언제 한 번 어머니께 전화해 집밥을 조금 가져다 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우현이 냉장고에서 케이준 샐러드를 꺼내어 화이트 와인과 함께 한 접시를 모두 비워냈다.

 

  우현은 다시 핸드폰 채팅창을 확인했다. ‘♡떵규♡’라고 적힌 상대 이름을 ‘신입상무 김성규’라고 저장한 우현이 성규에게서 온 메시지를 한 번 더 읽어 보았다. 그 후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아마 제 답장을 기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우현이 가볍게 답장을 보냈다. 분명 가벼운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던 메시지였다. 낮의 일은 상관없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솔직히 성규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저를 만나본 적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그러나 한 문장이 끝나면 또 한 문장이, 그 다음 문장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이윽고 정신을 차려 이미 보내진 메시지를 확인한 우현이 한숨을 푹 쉬었다. 샤워를 하고 자려고 했다고? 턱도 없는 말이었다. 우현은 평소 밤 열 시가 되면 바로 잠에 드는 규칙적인 새 나라의 어린이 같은 생활은 하지 않았다. 게다가 메시지의 끝물에는 내일 아침 약속까지 잡아 버렸다. 그것도 오늘의 그 카페에서. 제 브리핑에서 성규가 처리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무적인 일로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던 성규가 무엇 때문에. 우현은 자신도 모르게 본심이 드러난 듯한 메시지의 내용에 현기증이 일었다. 우현이 빙글빙글 돌리던 와인 잔 안에서 투명한 화이트 와인이 찰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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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오늘은 완전히 제 취향대로 썼네요.ㅋㅋㅋㅋ 취향 저격 으으으윽...

이번 작품이 제 부서진 멘탈 힐링힐링 용으로 쓰는 거라서 제 취향 100% 반영될 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그리고, 1화에서 오타 발견해 주신 독자분 감사합니다!!! (__)(--)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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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해령
어휴ㅠㅠㅠㅠ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 잘부탁드립니다, 퓨어님!
10년 전
독자2
안녕하세요! 신알신 받고 달려왔습니다ㅋㅋㅋㅋ ㅠㅠ성규 귀여워욬ㅋㅋㅋㅋㅋ ♡떵규♡라닠ㅋㅋㅋㅋㅋㅋㅋ 읽다가 빵터졌네요ㅋㅋㅋㅋ 둘이 만나서 딱시 브리핑 할 내용도 없는데 무슨 얘기를 할지 궁금하네요..! 이번편 완전 제 취향도 저격했는데요? 취향 저격 탕탕! 으윽..ㅇ<-< ㅋㅋㅋㅋㅋㅋ 잘보고 가요~ 다음편 기다릴께요!ㅠㅠ
10년 전
해령
ㅋㅋㅋㅋㅋㅋ 성규 카톡이름 많이 고민했습니다... '김성규'로 하자니 글 속의 성격과는 다르게 너무 딱딱하고.. 물론 나중에 딱딱해지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성규'로 하자니 좀 뭔가 제가 왠지 싫고..... 아 댓글 쓰다보니까 진짜 제 취향대로 쓴 게 맞네요...하... 독자님 통했thㅓ...ㅋㅋㅋㅋㅋ 항상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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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해령
아휴 연휴 때문에 답글 못달아 드렸네요 퓨ㅠㅠ 쓰는 즉시 올리고 그러다 보니까 글 맥락이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이제 세 편 정도 쓰고 있습니다! 성규 너무 차갑고, 도도하고 그런 것 보다는 진짜 성규 성격대로 귀엽고 엉뚱한데 어른스럽고.. 그렇게 가려고 해요! 잘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수면바지님!! (하트배달)
10년 전
독자4
아이 재미진데 그다음편은 아직 없어서 아쉽네요ㅠㅠ 완전 재밌어요!
10년 전
해령
아이고 재미지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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