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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악몽을 꿨다. 유달리 어둡고, 또 유달리 쾌쾌한 냄새가 자리잡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나는 지옥같은 시간을 갖는다.

 

 

 

'민석아, 하고 싶은 말을 해봐.'

'..........살려줘.'

'그거 말고. 나한테 요구하는거. 살려달라, 그만해달라, 그런 말 말고. 네가 좋아하는거.'

'.....그러니까 그만..그만...해..제발 그만..'

'개새끼.. 그런 말을 하라고 입을 열어준게 아니야. 그럴거면 닥치는게 좋겠어.'

 

 

 

나보다 두 배는 큰 손이 내 주변에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셀 수 없이 많았다는것만 기억한다. 그 손들은 내 몸을 잡고, 이곳 저곳을 기분 나쁘게 만져댄다. 제발 그만하라는 내 발길질과 소

리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는듯 무시하고 한 번에 나를 제압했다. 입에 무언가를 물린다. 기분나쁜 냄새가 올라와 구역질이 났다. 영문도 모른채 나는 당하고, 얼굴이 부어 오를만큼 울고

있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걸 막지 못하겠다. 울지도 못하게 했으면 난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죽지 않을 만큼만 하잖아.'

'그래. 우린 나쁜 놈들이 아니야.'

'민석아, 이게 뭔지 알아? 네가 학교에 처음 가져온 물건이야.'

'지금은 쓸모가 없지...'

 

 

 

낮은 목소리를 한 누군가 내 머리위에 하얀 무언가를 흩뿌린다. 힘겹게 눈을 돌려 그것들을 쳐다보니, 주변에 백합들이 마구 떨어져 있었다. 백합꽃은 원래 아주 희고 고운걸로 기억하고 있

다. 내가 지금껏 봐온 백합은 그랬다. 그래서 나는 늘 학교에 꽃을 가지고 갔다. 모두가 가꿀거라는 그런 욕심따위 없었다. 그냥 멀찍이서라도 자라는걸 보고 싶었다. 그 꽃, 고왔는데. 고와야

했는데. 지금은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내가 보고 있는 백합들에는 누군가 인위적으로 뿌린듯 더러운 구정물이 가득 묻어있었다. 꽃잎이 멀쩡하지 않고 잘게 찢어진 것도 있었다. 다 너희들 짓

이겠지.

그 꽃잎을 향해 다 죽어가는 손을 뻗으려 하자, 나의 위에서 멀찍이 날 쳐다보는 그들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민석아. 갖고 싶어?"

' ..........'

'그래도 관심은 갖지마. 네가 관심 가질만한게 아니야. 그런거랑 네가 막 어울린다고 생각해?'

'더러워진 처지는 비슷하다만. 넌 순결하지가 못하잖아. 이미 틀렸어.'

'우리가 다 가졌잖아. 나눠서.'

'이리 와. 더 해줄게.'

 

 

 

그리고 어느 한 명이 내 머리채를 잡고 올렸다. 나는 그 때, 정말로 정신을 잃을 뻔 했다. 내가 완전히 엎어져서 팔을 뻗기는 커녕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자 그들은 확인 사살이라도 하겠다는

확실히 나를 발로 짓밟았다.

구둣발이 내 등을 제대로 가격했을때, 정말로 죽고 싶어졌다.

내 허락없이 나를 가진거잖아.. 맘대로 몸을 놀린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잖아. 반박할 힘도 없었다. 그냥 그대로 당해야 했다. 나는 힘이 없으니까. 공공연한 피해자, 아니. 그냥 당연한 일이였

으니까. 집에 돈이 많지도 않고, 잘생기지도 않고, 공부도 잘하지 못하고, 할 수 있는것도 없는 그런 나약한 인간이 당하는 최적의 조건이였으니까. 요즘 세상은 다 그렇게 돌아간다더라. 

 

 

그러니까 난...

나 김민석은, 왜 그래야만 하는건지. 그 의구심을 품는건 세상에 역시 나 하나 뿐이였다.

 

 

 

 

 

 

 

 

 

 

 

 

 

* *

 

 

 

 

 

 

 

 

 

 

 

 

 

새벽 여섯시 삼십분.

늘 시간마다 정해둔 핸드폰의 알람소리로 인해 극적으로 그 꿈에서 깨어났다. 기쁘다.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은 끌 신경도 없이 나는 그저 안도감에 숨을 몰아쉬었다. 알람은 내 귓가에서 아주

시끄럽게 쨍알거렸다. 내가 자는 내내 알람을 세 번이나 울리게끔 맞추는 이유. 언제 악몽을 꿀지 몰라. 그럴때마다 나는 즉시 잠에서 깨어나야 했기 때문에.

 

 

온 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팔을 들어 이불을 거둬내려 하자 내 몸은 정말로 짓밟히고 심하게 맞은것처럼 몸이 욱신거렸다. 팔을 들어올리려다 느껴오는 통증에 다시 내렸다. 두꺼운 이불은 내

리 끝까지 물고 있었다. 이건 악몽이였다. 절대로, 두 번 다시는 꾸고 싶지 않은 그런 추악한 악몽.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겪을 내 현실.

 

 

 

"......힘들다..."

 

 

 

내 잠을 깨워준 그게, 따뜻한 손이 아닌 아무런 감정 없는 차게 식은 사물일지라도, 나는 꿈에서 깨어남을 감사했다.

 

 

 

 

 

 

 

 

 

 

 

 

 

 

 

 

 

 

 

 

 

 

 

 

 

 

 

 

 

 

 

 

 

 

비밀의 화원 (副題 : 내 사랑, 나의 순수) 01
W. Shelter

 

 

 

 

 

 

 

 

 

 

 

 

 

 

 

 

 

 

 

 

 

 

 

 

 

 

 

 

 

 

 

 

오늘은 왠지 다른 날보다 의식이 좋지 않았다. 늘 좋진 않았지만, 오늘은 특히나 좋지 않았다. 일진이야 늘 나빴으니 오늘도 그럴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오늘따라 머리가 아픈게 학교를 빠

지고 싶었다. 내 의지만 아니였더라면 이미 자퇴를 하고도 남았을거다. 내 뒤에서 나를 가만히 달래고 있는 약한 엄마만 없었으면...학교 주변이나 배회하는 그런 영혼이나 되어 살아갔겠지.

 

 

 

"민석아, 아침은 먹지 않니..?"

"괜찮아요. 저 배 안고파요."

"아침은 배가 고파도 고프지 않아도 꼭 먹어야 하는건데.."

"..됐어요, 엄마. 먼저 드세요."

"내일은...민석이 네가 좋아하는 고기반찬으로 준비해줄게..엄마가 사정이 좋지 못해서, 늘 똑같은 반찬만.."

"저 다녀올게요."

 

 

  

나는 구차한 그런 변명을 듣기 위해 태어난게 아니야.

고개를 떨군채로 다 헤진 신발을 꾸깃하게 구겨신었다.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보니, 작은 거울이 걸려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늘 나가기 전 용모를 단정히 하라는 엄마의 의도로 지금껏 쭉 걸려

져있던 거울이였다. 그리고 나는 며칠 전 엄마에게 그걸 치울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 거울은 내 보잘것 없는 얼굴을 비춘다. 웃지 않는 거 비춰서 뭐해, 넌 아무 쓸모가 없어.

 

 

 

"엄마."

"응, 그래.."

"......."

"왜그러니 민석아."

"엄마. 이 거울 말이에요."

"......."

"..이제는 좀 치워주시면 안될까요."

"......."

"부탁해요."

 

 

 

현관 앞에 놓여있는 도시락 통은 지나쳤다. 또 눈시울이 빨개지려 하고 코 끝이 시려온다. 나는 당장에 문 밖을 나섰다. 문을 닫는 순간, 희미한 엄마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리고 문 앞에 주저앉았다.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머릿속은 똑같은 문구들만 되새기고 있다.

 

 

 

힘들다, 힘들다, 힘들다. 열 여덟살의 나는, 언제나 세상 모든것이 힘들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학교에 가는 버스를 놓친걸. 요즘은 시간을 잘 지킨다 했더니, 오늘 또 다시 어긋났다. 힘겹게 달리고 달려 다음 버스를 탔다. 차라리 힘들게 뛰는 내 몸이 더 가벼운건

이유는 뭔지 잘 모르겠다.

 

 

아슬아슬하게 교실안에 들어갔다. 나무로 된 문을 약하게 열자마자 칠판 지우개 가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다. 아무렇지 않은척 하며 고개를 숙인채로 머리를 털고 다

시 내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어떤 애가 내 발을 걸어서 그 발에 걸려 꼴좋게 넘어졌다. 이건 조금 의외였다. 유치한 장난따위는 하지 않는다면서, 그렇게 소심하게 건드는 놈들이 아닌데. 그래서

내 몸이 엎어짐과 동시에 내 책상에 있는 책들도 다 쏟아지고, 책상도 엎어졌다. 그러자 그 안에서 멀건 액체들이 흘러내렸다. 

  

  

  

"이야. 김민석." 

".........." 

"너 지금 되게 보기 좋다." 

".........." 

"뒷모습 봐. 완전 꼴려." 

".........." 

"민석아. 형아가 일으켜줄까? 응? 혼자는 쪽팔려서 못 일어나겠지?" 

".........." 

  

  

  

나는 내 몸을 만지는 그 손길과 그 눈빛들에, 하지마. 이 한 마디도 못하는 바보 등신이다. 가만히 엎어져서 떨리는 눈을 꼭 감았다. 두 주먹을 쥐어봐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놈이 내 어깨

를 잡으며 또 한 손으로는 허리를 만진다. 내 자신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 정도는 벌써 익숙한 일이다. 일부러 만지기 싫게끔 살을 찌워보려고도 했지만 빌어먹게도 내 몸은 살이 잘 찌지도

않는 남자답지 못한 체질이다. 정말로, 화가 난다. 상스러운 욕을 하고 싶지만 나는 바보라서 그런 욕 조차 하지 못한다. 화가...많이 난다. 그 뿐이다. 

  

  

  

"아침밥은 먹고 왔어?" 

".........." 

"대답해. 먹고 왔니? 응?" 

"......아니." 

"그럴줄 알았어. 그래서 민석아. 내가 널 위해 준비했어." 

".........." 

"지금, 네 손바닥 밑으로 흐르고 있는거 말이야." 

".........." 

"뭐~게." 

".........." 

"네가 어디서 우유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들었어. 그러니까 그거 마셔, 민석아. 배고프잖아." 

  

  

  

나는, 그 말이 끝나고 정적이 흐르자 머리를 파르르 떨었다. 그 후 몇 초가 지나지 않아 강제로 몇 십명에게 팔과 다리가 잡혀 억지로 일어났다. 오늘따라 이 놈들은 나를 더 크게 괴롭힌다. 가

만히 몸에 힘을 풀고 있는게 보기 좋다나, 뭐라나. 나는 힘없이 몸이 들려 반 강제로 앉혀졌다. 그러다 또 한 놈이 내 목을 콱 조여온다. 내 뒷 목, 어제 니들 이 쇠로 때려서 아직도 멍이 들어서

아프단 말이야. 조금만 살살 잡아, 제발. 

  

  

  

"먹으라고." 

".........." 

"말을 안들어. 맞다보니 멧집만 세졌나봐?" 

  

  

  

싫다고 대답하면, 어떻게 할거야..? 

  

  

  

"먹어. 개새끼야. 먹으라고." 

  

  

  

싫다고 대답하면. 원하든 원치 않든 나는 어제처럼 네 거지같은 아래를 물고 흔들겠지.

  

  

  

"안되겠네.." 

  

  

  

그래서 난, 네 아래보다 차라리 바닥에 떨어진 물이나 주워 마시는게 나을것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인다. 주변에서는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나는 힘없이 복종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난 버려지듯이 풀려났다. 풀려나자마자 내가 도망친곳은, 학교 밖이였다. 나무가 우거진 울타리에, 나는 밑도 끝도 없이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도망가고 피하고 피하지 못하면 맞아야 하는 나는, 

네가 혐오하고, 모두가 혐오하고, 그리고 또 나 조차도 나를 혐오하는 나는.

필요악인건가.

 

 

 

  

  

  

  

  

  

  

  

- 

  

  

  

  

  

  

  

  

  

  

  

  

  

 

 

 

 

 

선생님한테 말도 없이 학교를 조퇴했다. 아니, 땡땡이를 쳤다. 이 정도야 내일 학교 가서 반성문 다섯장만 쓰면 다 풀리는 일이다. 나는 가방도 없이 다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편의점에 들어가

서 주머니에 꼬깃하게 접혀져 있는 천원짜리를 꺼냈다. 다행이다. 오늘따라 그 험악한 놈들이 왠일로 돈을 뜯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지폐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편의점에 들어가자 알바생

이 나를 보고 위아래로 훑는다. 너도 내가 웃기지? 아, 머리라도 좀 만지고 올걸 그랬어. 어차피 분필가루 묻어 있어서 다 털리지도 않겠지만. 

나는 라면이 줄줄이 놓여있는 코너로 넘어갔다.  

  

  

  

"아, 나. 담배 다 떨어졌네. 이런.." 

  

  

  

갑자기 내 옆에 어떤 남자가 쑥 들어와 라면을 뒤적이다가 제 주머니를 뒤적였다. 위아래로 츄리닝을 입고 있는 본새가, 좋지는 않아보였다. 그리고 하는 말이 저거다. 담배가 없다고. 너무

큰 소리로 말하기에 나도 모르게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뭘 봐?" 

  

  

  

나한테 말을 걸어온다. 말을 걸었다기 보다, 시비투였다. 딱히 쳐다보려고 쳐다본건 아닌데. 그래서 그게 아니라고 대답을 해야되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눈만 굴려 마른침을

켰다. 당한지 얼마 안되서 또 당하기 좀 무서운데.. 모르는 사람을 막 때리는 그런 사람은 아닌것 같아 보여 일단은 자리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만 빠르게 젓고 옆으로 넘어왔다. 그때

지는 내 뒤 에서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야, 너." 

"........" 

"어디서 싸우고 돌아다녀? 등 뒤에 뭐가 그렇게 지저분하게 묻어있어? 어?" 

  

  

  

처음 보는 사람 뒷모습은 봐서 어따 쓰려고. 

  

  

  

"이리와봐." 

"........." 

"그러고 보니까 지금 아침인데. 수업시간 아니야? 학생이 이 시간에 편의점은 왜 와?" 

"........." 

"심부름?"

"........."

"심부름...을 하기엔 꼬락서니가.."

"........."

"대답 안한다 이거지. 아. 뭐, 알았어. 내가 거기로 갈게." 

  

  

  

슬리퍼를 신고 있는지 스슥거리도록 발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나도 모르게 빠르게 옆 코너로 넘어갔다.  

  

  

  

"어쭈. 야. 너 멈춰봐." 

"........" 

  

  

  

이런 상황에도 말 한마디 못하는 나는..정말로 병신인가보다. 

더는 그 누구하고도 엮이고 싶지 않아.

나는 용기를 내어 뒤를 돌아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저한테 신경쓰지 마세요." 

  

  

  

최대한 큰 소리로 목소리를 내어 말했다. 그리고 눈을 뜨고, 고개만 푹 숙이고 그대로 편의점을 돌아 나왔다. 눈물이 핑 돌았다. 야, 너 왜 울고 그래. 왜 코 끝이 시큰해지고 그래. 바보같은게.  

민석, 너 진짜 끝까지 등신같아.. 

  

  

  

"야!" 

".....!!!" 

  

  

  

심장이 뛴다. 방금 전 그 사람 목소리다. 알 수 있었다. 차라리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라면 뒤 돌아서 죄송하다고 허리를 숙일 수 있을텐데. 나는 방금보다 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왜 따라와.. 왜.. 

  

  

  

"너 이리와봐. 어느 학교야." 

"......아, 아니.." 

"듣고 있어? 자리에 서라고!" 

".........." 

"너 어디서 맞고 왔지?" 

"......안맞았.." 

"아, 그럼 좀 멈춰봐!" 

  

  

  

빠르게 내 손목이 잡혔다. 욱신거린다. 아프다. 손목, 아프다. 아마 잡히지 않았더라 해도 바람만 스쳐도 아팠을거다. 내 상태가 그랬으니까.  

나는 곧장 빠르게 어깨가 잡혀 몸이 돌아갔다.  

  

  

  

"너 어디 학교냐고. 지금 네 몰골이 그냥 싸우다 온 그냥저냥 그런게 아니야. 어? 말해봐." 

".......이러지 마세요..저한테 관심 주지 마세요. 제발요.." 

"그런 말이 나와? 이럴때는 도움을 요청해야되는거야, 이 병신아!" 

"....저 병신 맞아요.." 

"뭐?" 

"저 등신 맞으니까...이 손 좀 놔주실래요.....제발.." 

"..아, 뭐 이런게 다 있어...아. 그래. 취소. 방금 그 말은 취소. 야, 너 사내새끼가 그런걸로 이러면 못써. 봐."

".........."

"...아오, 머리가 이게...교복이..이게 다.....뭐냐.." 

  

  

  

남자가 내 몸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그런 눈빛은 처음이다. 경멸하지 않아, 왜.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나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손을 올려 소매로 눈가를 가렸다. 너..지금 설마 울어? 왜, 병신아 왜 울고 난리야. 울지말라고. 울지마.

...마음속으로 몇 번을 외치고 또 외쳐봤지만 나는 한동안, 끅끅대며 눈에서 손목을 떼지 못했다. 교복이 축축하게 젖어갔다. 남 앞에서 우는거, 딱 질색인데. 정말 싫은데.  

  

  

  

"......야.." 

"........." 

"....야..너...." 

".......끅.." 

"........." 

  

  

  

그리고 그 날, 

나는 처음으로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검은 머리의 한 남자에게 내 등을 내준채로 펑펑 울었다. 

  

  

  

  

  

  

  

  

  

  

  

  

  

  

  

  

  

  

  

  

  

  

  

 

 

 

 

 

 

 

 

  

  

 

갈색머리가 질린다며 최근 검은 머리로 새까맣게 염색을 한 남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새로운 염색약을 찾기 위해 편의점에 들렀다. 어차피 검정 머리라 염색약은 어림도 없을거라는 친구

들 말은 무시한채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온게 지금 이 사건의 화근이였다.

 

 

영문도 모른다. 자신의 옷깃을 안쓰러울 정도로 세게 잡고 울고 있는 어린 남자 아이를 보며 그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드는듯 했다. 무슨 상황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화는 나지 않고, 또

그렇다고 웃음이 나오지도 않았다.

집에서 가출을 한건가. 옷차림이 말이 아닌데. 사실 꼬락서니가 맘에 들지 않아 말을 건게 사실이다. 그게 아니면 학교에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당한걸까. 민석이 아무 없이 그저 힘겹게

울기만 하자 남자가 한숨을 푹 내쉬며 그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뭔 짓인지 싶지만, 그럴수 밖에 없었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난 그냥 빌어먹을 염색약이나 살까 해서 집 근처 편의점에 나온것 뿐이고, 담배가 없어서 짜증나 혼잣말을 지껄인것 뿐인데 왜 지금 정신 차려보니 어린 놈이 내 안

에서 울고 있는건지.

 

 

"..저기, 아가야. 울지말고 나 봐봐."

"........."

 

 

 

그의 말투가 유해졌다. 그럴수록 민석은 더 울음을 참기 위해 애를 썼다. 망할. 망할 노릇이구만.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왜 그러는지 모르니까 달래줄수가 없잖아."

"...전...저는.."

".....아, 그래. 그래. 알았다.."

 

 

여전히 울고 있다. 교복 소매가 다 젖어서 조금만 힘주어서 짜내면 물이 뚝뚝 흐를것 같았다. 이대로 학교에 보낼수도 없고, 집을 알아낸다고 물어봐도 대답따위 안해줄것 같고.

그래서 남자는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 끝에 결정을 했다. 일단, 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집으로 데려가자. 애 뭣 좀 먹이고, 씻기고 보자. 그럼 자연스럽게 입이 열리겠지. 뭐.

 

 

 

 

 

 

 

 

 

-

 

 

 

 

 

 

 

 

 

 

 

"편히 들어와라."

"...괜찮은데."

 

 

 

어느새 울음을 그친 민석이 급히 낯을 가리기 시작했다. 별 꼴이야, 존나 쳐울던게. 남자가 피식 웃으며 제 방에 들어오지 않으려고 하는 민석의 등을 툭툭 쳤다. 제 손에 약간 힘을 주니 바로

체념하고 방 안으로 힘없이 들어온다.

 

 

 

"어....뭐부터 해야되지."

"네..?"

"야. 일단 너 좀 씻자."

"아, 저.....아저씨."

"아저씨..?"

 

 

 

 

아저씨라는 소리를 들은 장본인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아저씨라고 했나 지금. 이게 죽을라고..

 

 

 

 

"혼난다. 형이라고 해. 보아하니 고딩인거 같은데. 맞아?"

"..네."

"웃기는 놈이네. 친구, 나 너랑 그렇게 나이 차이 많이 안나거든? 어디서.."

"..죄송해요."

 

 

 

얼마만에 듣는 아저씨 소리야. 조금 어이없는 표정을 짓던 그가 두리번 거리며 옷장으로 추정되는 나무로 된 가구로 다가가 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멀뚱히 불편한 자세로 서

있는 민석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너 옷.."

".........."

"..남자애가 그렇게 깡말라서 어따써? 덩치도 작아가지고는."

"아, 그게.."

"됐고. 주는대로 입어 일단."

"...저 진짜 괜찮은데. 감사했어요. 저 이제 집에 돌아갈게요."

"괜찮다는 말 한마디만 더해."

"......."

 

 

 

그가 떽, 하는 소리를 내며 티셔츠 한 벌과 짧은 바지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민석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건넸다.

 

 

 

"저기 욕실이니까 가서 좀 씻고 갈아입어."

".....저기.."

"뭐."

"..저 여기서 사는건가요?"

"........응?"

"왜..이런걸 해주시는거에요?"

"...미친소리 그만해."

".........."

"너한테 거울을 보여줘야 알아들을래? 네 꼴이 지금..무슨 난민도 아니고."

"아, 그게 아니라요.."

"이럴땐 그냥 고맙습니다- 하고 들어가서 곱게 말 듣고 들어가서 할거 다 하고 나오는거야. 어?"

"........."

 

 

 

 

그가 엄한 얼굴을 하고서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었다. 그리고 고갯짓으로 욕실을 가르키며 들어가라고 무언의 눈빛으로 설명했다. 민석은 풀이 죽어 그의 눈치를 애써 보다, 뒷걸음질 치듯

조그만 걸음걸이로 걸었다. 쬐깐한게...귀엽네.

그 남자도 뒤를 돌아 어디론가 가려는 찰나, 번뜩 생각났다는 듯 뒤를 돌아 말을 보탰다.

 

 

 

 

"아."

"........."

"한 가지만 말할게. 나 나쁜사람 아니야. 응? 그것만 알아둬."

"........."

"대답 하는 법부터 가르쳐야 되나. 너 안보내준다는건 아니고, 말끔해지면 집에 보내줄게. 그러니까 그렇게 알아."

 

 

 

그가 민석의 어깨를 툭 치며 입고 있던 추리닝을 벗어 던지며 작은 방 한칸으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보던 민석은 눈을 도르르 굴리며 제 손에 놓여진 옷을 꾹 쥐었다.

 

 

 

"이름 정도는 좀 물어봐도 돼?"

"......."

 

 

 

그가 고개를 빼꼼히 밀어내며 물었다. 네 이름말이야. 이름. 민석이 눈을 굴리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그는 인상을 쓰며 '뭘 바라겠냐..'하고 중얼거렸다.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다시 뒤를 돌

아 넘어가려 하는데, 뒤에서 개미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김민석이요."

"...뭐? 다시. 잘 안들려."

"김민석...."

"김..."

"..민....석.."

"..아.. 민석이."

".......네."

"오케이. 알아들었다, 민석아."

"........."

"형 이름은."

"....."

"어..김루한이야. 이따위로 만나서 좀 달갑진 않지만. 이름 정도는 아는게 좋겠지? 그래야 네가 나 의심하지 않을테니까. 경찰서에 신고하면 내 이름 쫙 뜰거야. 그러니까 안심해."

"..........."

 

 

 

 

저 사람이 뭐라고 하는거지.. 민석이 고개를 갸웃 하다가도 언뜻 스쳐 지나간 김루한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고스란히 마음 한켠에 적었다. 김..루한.. 

 

 

민석은 다시 한 번 차오르려는 눈물을 막으려 눈을 꾹 감고 욕실의 불을 켰다.

 

 

 

 

 

 

 

 

 

 

 

 

 

 

 

 

 

 

 

 

 

 

 

 

 

 

 

 

 

 

 

 

 

 

 

 

 

 

 

 

 

 

 

 

 

 

 

 

 

 

 

 

 

 

 

 

 

 

 

 

 

 

 

 

 

 

 

 

 

 

 

 

 

 

 

 

 

 

*  *  *  *  *  *  *  *

또 오랜만에 시덥잖은 글로 인사드리는 셽....인사드립니다 쏉....아흝..

 

my sweet candy는 조만간 삭제하고 다시 업데이트 할 예정이에요^^; 뭔가 균형이 안잡힌 글이라..(그렇게 흥에 겨워 싸지른 글은 처리가 안된다고 하빈다...)

늘 제 예정은......갈수록 산이네요 하하하ㅏㅏ.......하하..ㅎ..ㅏ..

암호닉도 재정비 하겠다고 했는데, 

사실 제가 출장 아닌 출장 좀 다녀오느라 공지도 못 띄우고 이런저런 일로 바빴습니다 

근데 일이 잘 끝나서요~ 다시 글잡으로 돌아왔어요.

이 글들은 다같이 개인 블로그에 운영하도록 할게요!

늘 핑계만 대는 제 글 좋아해주시는 분들께 정말정말 감사해요.

기다리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아 그리고 특별 땡쓰투. ㅠ_ㅠ

치즈스틱님..

이 글을 보고 계시려나요. 고등학교 문제 때문에 힘들다고 댓글 남겨주셨는데 차마 답글 달아드리지 못해서 죄송죄송해요..ㅠㅜ 하지만 잘 되셨으리라 믿고, 마음 편하게 가져도

될런지요... 못된 작가는 이번에도 영 이상한 글을 들고 나타났답니다..^_ㅠ 늘 감사해요. 사랑해요.^^

 

+ 암호닉은 다음화에 제대로 올려드릴게요

마스윗 1편에서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도 포함해서 올려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가장 쓰고 싶었던 아련아련...상처받은 루민이들 그리는게 제 꿈이였ㅇ..

제발 이번엔 롱런좀 하길.............

민석아....내가 미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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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신작 알림신청 찡긋-
10년 전
독자2
나 트윈홈 그징이예용
10년 전
독자3
헐루한아ㅠㅠㅠㅠㅠ아분위기좋다ㅠㅠㅠㅠ신알신이여!
10년 전
독자4
멈춰라! 요번편은 아주 심오하네요 ㅠㅠㅠ 불쌍한 민석이 루한이가 가담안해서 다행...?은 무슨 다들 나쁘네요 ㅠㅠㅠ 루한이가 옆에서 잘 챙겨줄것 같아요!!! 폭력은 선생님의 무관심에서 비롯 된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10년 전
독자5
ㅠㅠ답글 보고 바로 와써여ㅠㅠㅠ연재 해주시다니 지금 이순간이 감덩인니다~~그나저나 우리 우미니 부짱해서 우째요ㅠㅠ루한이가 알아서 다 하겠죠??ㅋㅋ루한이 어떤인물인지도 궁금하네요 신알신 할게여!!
10년 전
독자6
신알신 하고 가요! 정주행시작~ㅎㅎ
10년 전
독자7
으아.. 기억하실런지 모르시겠지만 매번 bgm이 좋다로만 댓글을 채웠던 독자..?라고 해야겠죠..? 암호닉은 신청하지 않았으니깐요.. 그동안 안보이셔서 개인블로그에 전념하시는 줄 알고 있었는데 기나긴 사정이있으셨군요ㅠㅠㅠ 처음 쉘터님의 글에 댓글을 달던 때가 벌써 작년이 되었네요. 시간은 빠르고 쉘터님의 글을 읽다보면 시간이 빨리간 것 같아요..☆★ 정신 없이 읽었답니다. 이번 bgm 틀자마자 많이 놀랐어요! 갑자기 흑인형아의 목소리가 나와서 우왕! 했다가 글에 녹아드는 bgm에 어느세 또 몰입해서 bgm끊기면 다시 가서 틀고 틀고 틀고 했답니다! 쉘터님의 모든 글이 그랬지만 역시나 이글도 제목서부터 정말 기대되는 글이랍니다! 그래서 처음 신알신뜨고 확인했을때 제목보고 그저 좋다만 연발했습니다!
다시 돌아오셔서 정말 기쁩니다!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매번 좋은 글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8
헐..저 치즈스틱이에요... 헐 나어떡해 저 감동먹엇어요ㅠㅠㅠㅠㅠ 엉엉 어제 성묘다녀오느라구 못봐서 죄송하다고 생각햇는데 이럴수가 엉엉 ㅠㅠㅠ 고등학교는 떨어졋어요..ㅎ.. 그래도 뺑뺑이 돌려서 나름괜찮은 학교에 갓어요! 여중여고라는게 큰 단점이지만 헤헤.. 그나저나 루한아저씨!! 오빠말고 아저씨라닠ㅋㅋㅋㅋ 우미니 귀엽네여 헤헤 아니 근데 귀여운건 둘째치고ㅠㅠ 우민이 오또케요ㅠㅠ 맨날 당해서 오또케ㅠㅠㅠ 부쨩한 우미니ㅠㅠ 루하니가 잘 챙겨주겟죠? 그쳐? 아니 근데경찰서에 이름 치면 쫙 나온다니.. 그건 또 뭐지..ㅇ.ㅇ.. 어쨌든 저쨋든 우리 작가님 글이라면 저는 그냥 읽습니다 왜냐 우리 작가님 글이니깐! 써주시는 대로! 편식하지않고! 어쨌든 작가님 오늘도좋은글써주셔서 감쟈합니당~
10년 전
독자9
얼른 다음글 읽으러가야겟ㅇ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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