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새벽 1시
w. 블랙박스
도망치지 마,
가지 마,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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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수야 "
코러스 녹음 마저 해야 한다며 준면과 백현을 먼저 보낸 매니저 형이 저를 따로 불렀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녹음실 옆의 작은 빈 방. 작고 흰 방에서 제게 이렇게 말 했었다.
" … 경수야, 형이 … 많이, 많이 미안하다 "
형은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경수는 형의 얼굴이 안쓰럽기도 하고, 형의 이런 태도 또한 너무나 의외였기 때문에 그저 잠자코 있었다.
" 너에게 … 이런, 무거운 짐 지게 해서… 그래서 - "
매니저 형은 결국 제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형의 모자 쓴 정수리가 눈 앞에 보였다. 형의 몸은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 미안해 … 미안, 미안하다- 경수야 …… "
결국 터져나오는 눈물을 막지 못하고 형은 작은 제 몸을 부둥켜 안았다. 큰 몸이 들썩이고 흐느끼는 소리가 작은 방을 울렸다. 경수는 그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형, 현우 혀엉-
고개가 파묻힌 채 작게 재촉하는 제 목소리만 조용했다. 그가 자신에게서 조심스레 몸을 떼고 어깨를 잡아왔다. 마주친 두 눈이 슬픔에 일그러진다.
" 경수야. 도경수- "
" … 형. "
" 형이 하는 말, 잘 들어- "
경수는 형편없이 떨리는 매니저의 목소리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풀어내는 말들에, 머리가 하얗게 비워지는 것을 느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이건-
다시금 고개를 숙이며 제 눈을 피하는 매니저 형.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되돌아 물었다. 형의 눈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아픈 두 눈은, 분명 제게 들이닥친 현실이었다.
-
도망치지 마, 형.
나 봐 ….
커져가던 감정을 비로소 알아챈 순간, 숨통이 조였다. 부정하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밀려드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 질식할 것 같았다. 도망치려 했을 때 손이 잡혔고, 되돌려 마주친 두 눈속엔 작은 제가 담겨져 있었다.
짙은 두 눈 속에 담겨진 제 모습이 잠깐 일렁였다.
도망치지 마, 내 옆에 있어.
- 종인…, 종인아.
잡힌 손을 빼내려 하면 힘을 주었고, 품에서 벗어나려 하면 꽉 안아왔다.
검고 깊었지만 지친 색이었다. 지친 눈이 제게 말한다. 도망치지 말라고, 멀어지지 말라고 … 깨달았으니 받아들이라, 힘겹게 말해 온다. 어쩐지 울고 싶어졌다.
형, 가지 마요.
… 옆에 있어줘,
엉킨 마음을 누르는 음성에, 납득할 수 없는 진실에 … 다시금 목이 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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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썼네요 갑자기 이런 소재가 끌려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