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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배진영] Ligne Maginot | 인스티즈 


 


 


 

Ligne Maginot 


 


 


 


 


 


 


 


 


 


 


 


 


 


 


 

   


 


 


 

  `



안녕.

흐르는 추억 속에서 너를 건져본다.
다 젖기 전에.
이미 번지고 얼룩져서 보이지도 않지만 말리는 시늉이라도 해보게.








*







배  진  영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내 인생에서 첫번째로 사귄 친구이다. 그리고 첫 짝사랑 상대이다. 짝사랑에는 왜 첫 이라는 말이 낄 틈이 없을까. 둘이 붙어 있으면 어색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처음과 끝을 구별하지 않는다는건가보다.
그래도 나는 붙인다. 내 첫 짝사랑, 진영이에게.




진영이는 축구를 정말 잘한다. 맑다못해 눈부셔서 제대로 뜨지도 못할만큼 강렬한 태양 아래서 그 빛을 보란듯이 흡수하는 그 애는 유치찬란하게 들리겠지만 자체발광.

나는 천식이 있어서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을 가볍게 뛰는 것 조차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너라도 뛰어서 다행이다. 나를 위해 뛰어주는게 아니지만 그래도 너니까 다행으로 보인다. 진영이 너니까.

배진영의 어디가 그리 좋으냐 짓궃은 질문을 해 올 수도 있겠지?
웃기겠지만 나는 배진영이라는 애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도 전에  배진영 이라는 석 자에 반해버렸다.
잠금을 건것처럼 'ㅇ' 에서 멈춰 내려가지 않는게 확신했다, 나는 이 애한테 관심이 있다고.
배진영은  게다가  나의 첫 짝꿍이라는 타이틀까지 가져갔다.
배진영은 수줍음이 많다가도 경계가 풀리는 순간부터는 무작정 살가웠다. 생긴건 도도하게 생겼는데 재밌고 털털했다.
배진영의 개그 코드는 내 수준에 딱 맞아서 남들 다 안 웃을 때 나 혼자 깔깔 거렸다. 머쓱해하는 배진영은 그런 내 반응에 힘을 얻는다고 했다.
 


 


 


 

야 배진영, 내가 너 아끼는거 알지
 


 


 


 


누가 누굴 아낀대.

 


 


 


 


농담같아 보이는 무거운 진심을 전해주고 나와는 다른 유형의 애정을 받았다. 


진영이가 방금 골 하나를 넣었다.
바보야 세레머니가 그게 뭐야. 무릎 다 까지잖아.
이따가 종이 치면 진영이는 잔뜩 땀에 젖어서는 뜨거운 호흡을 뱉으며 눈을 반짝일것이다.
 


 


 


김여주 봤어? 오늘도 내가 캐리했어.

 


 


 


 


응 봤어 진영아.

 


 


 


 


시큼한 땀 냄새마저 좋아서.
진영이가 막 들어와서 바쁘면 나는 그 사이에 배진영 책상에 교과서와 필기구를 셋팅해주고 숙제가 있으면 찾아 올려준다.

 


 


 


 


완전 엄마네, 엄마.  여주맘.

 


 


 


아니지. 진영맘이지.
 


 


 





 


 


 


 


 


키득키득 거리며 웃는데 온 얼굴로 웃는 그 작은 얼굴이 얼마나 사랑스러운데.
의식의 흐름은 온전히 진영이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런데 또 마냥 좋지만은 않다.
사실 나는 배진영 곁에 편하게 있어본 적이 없다.
내 마음은 진영이 옆에서 늘 지직거렸다. 주파수가 맞지 않는건 가정이지만 거의 사실화되어 있으니까.
배진영은 나를 정말 편하게 생각한다.
그게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진영이라는건
오랜 친구로 지낸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절대 친구 이상으로 보지 않는 배진영 이라는건
많이 고된 일이다.













*






피씨방 고고.


맨날 피씨방이야.


그래놓고 같이 갈거면서


어.



진영이는  피씨방이 마치 자기 집인양 드나든다. 학교가 파하면 집가야지가 아니고 피씨방 가야지다. 우리 둘은 게다가 야자도 안했다. 무신경한 담임 덕분이다. 나는 피씨방을 너무 좋아하는 진영이 때문에 엄마에게 야간 자율 학습 신청을 했다고 거짓말도 했다. 진영이 역시 그렇게 거짓말을 하곤 피씨방으로 출석하러 간다. 그러나 내가 너무 잘 아는 배진영은 게임을 잘 하지도 않을 뿐더러 관심도 없다. 다만 교육열이 지나치게 높은 어머니의 교육 방침에 컴퓨터, 텔레비전은 큰일나게 위험한 가전제품이기에 없을 따름이다.


알바 바뀐거 알지
 


 


 


그래?


내가 알 턱이 있나. 배진영한테 집중하기도 바쁜데.
건성으로 대답하는 나에 평소같았으면 영혼리스를 외치기 바빴을 애가 웬일로 그냥 넘어가고 자기 말만 계속 했다.
피씨방 알바생이 바꼈는데 여자란다. 근데 엄청 예쁘단다.
나는 공감해 줄 수가 없어 계속 그래, 응, 그렇구나.로 대답들을 돌려막았다.



이번엔 기필코 남친 있냐 물어본다.


백퍼 있다에 내 지갑 안에 들어있는 동전들 건다.


아싸 김여주 돈 내꺼


그 언니 남친 있으면 어쩔거야


내심 포기해야지 라는 쿨한 답을 원했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내 동공을 뚫어져라 보던 배진영이 씨익 웃으며 등을 탁탁 내리쳤다.


헤어질 때까지 기다리는거지



멍청하게 굳어 서있는 내게 앞서가던 배진영이 뭐하냐며 손짓했다. 나는 제발 그 알바생이 잘리거나 그만두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진영이가 기다리는 것에 소질이 없기를 더욱 바랐다.




아아 .... 누나 남친 있대




....거 봐. 내 촉은 틀리지 않았어




대단하다



그래서, 기다릴거야? 헤어질 때까지?



아니. 세상에 예쁜 여자는 많잖아




세상 모든 여자들을 경계하는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나는 기분이 좋아서 말은 위로랍시고 진영의 피씨방 값까지 다 내줬다.  


 


 


 


 


 


 


 


 


 


 


 


 


 


 


 


 


*





나 이제 안 해.

이제 나 못 해.




너무 아파서 안되겠어. 내가 살아야겠더라고.



그럼 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왜 날 놓질 못해 이러고 있어.




기억이 쓰라리다.











*






진영이는 잠이 많다. 자기 말로는 밤 11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난다던데. 그정도면 대한민국 고등학생 치고는 꽤 자는 편 아니냐고 물었다가 헤드락을 당했다. 넌 잠 좀 많이 자라며. 

진영이는 그렇게 집에서 자고도 학교에 와서 조금만 수업이 지루하다 싶으면 냅다 엎드렸다.
나는 진영이가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게 달갑지 않았다.
도저히 무방비로 잠든 진영이를 보고 수업을 들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진영이는 평화롭게 식사를 마치고 기분이 한창 좋을 때 자는 인자한 여우같이 생겼다. 스킨 로션도 귀찮아서 스킵 잘하는 우리 배진영씨는 관리 안하는데도 피부가 좋았다.
하얀 솜털을 보면 만지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


5분만 잘게, 깨워줘


진영이는 절대 5분 뒤에 깨지 않는다.
나는 잠든 천사를 깨우기가 싫었고,첫째로 배진영은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았다.
네가 잠들면 꼭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 것 같아서 좋단 말이야.
진영이는 내리 2시간을 연속해서 자고 점심 시간 때 겨우 일어났다.



와 벌써 밥 먹을 때야? 시간 짱 빨리 간다 오늘 급식 뭐 나온대



맛있는거



고기 나와? 어디봐 


진영이는 애처럼 편식이 심했다. 진영은 육식파였고 나는 편식 없이 잘 먹는 편이었지만 진영이를 위해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난 고기 싫어해 너 다먹어. 진심으로 기뻐하는 진영이를 보면 엔돌핀이 솟는 기분이었다.



너 편식 하고 그러면 안되는데


너나 나나 오십보백보거든?


난 야채 안먹고 넌 고기 안먹으니까 궁합 딱이다



우리 졸업할 때까지 붙어있자고ㅡ
그 말 참 싫다.
졸업 안하면 계속 붙어있을 수 있어?

속마음을 은폐하는거 참 힘든 일인데. 바보. 알아주지도 않을거면서 더 힘들게 해.




학교 생활패턴은 지겹도록 똑같다. 그나마 진영이가 있어서 잘 다닐 수 있었다. 딱히 같이 있자 라는 말이 없어도 진영이는 집으로 각자 돌아가기 전까지 항상 옆에 있었다. 우리는 꼭 그래야만 하는 자석이었다. 자리를 바꿔도 배진영은 내 짝꿍이었다.


니가 내 짝꿍 아니면 이상해. 김여주 넌 내 옆에 꼭 있어야 돼


있잖아 진영아. 만약 내가 널 좋아한다고 말해도 넌 그렇게 말해줄 수 있니.

아니야 묻어둘게.

어린왕자가 하루도 빠짐없이 자기 별의 활화산을 관리하듯이
나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속내를 다스린다고 야단이었다.


분반 시간은 영어, 수학 딱 두 과목이었다. 시험에서 조금만 더 틀렸어도 진영이랑 같은 반이 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워하며 말로만 그러니까 공부 좀 열심히 하라고 타박했다.


이따 봐 빠빠



애같이 인사하며 울상 짓는 진영이는 같은 분반 친구한테 끌려갔다.
빠빠래.
전체 수업 시간 50분 중 40분동안 이따 봐 빠빠 라고 말하는 음성과 표정만 생각했다. 


진영이는 서두르는 법이 잘 없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유일하게 분주할 때가 있다면 체육시간 전 후와 음악시간.



종이 치자마자 몇초만에 체육복을 갈아입는다. 운동을 좋아하는지라 막 뛰어다니고 그래서 잔근육도 좀 베겨 있을 줄 알았는데 뽀송뽀송 하얗고 물렁한게 완전 애기다 애기.
고기만 좋아해서 그래.
끝이 올라가 살짝 드러난 옆구리를 콕 찌르면 부끄러워서 몸을 웅크린다.


하지마





빨리빨리


밍기적거리는것도 아닌데 느리다고 난리다.
신발을 대충 구겨 신는걸 보자마자 내 손목을 잡고 나갔다.
가랑가랑 앓는 내 숨결에 진영이가 놀라 나를 돌아봤다.
잔기침을 하며 무릎을 짚고 그 자리에 서 있으니까 내 등을 토닥이며 연신 사과만 해댔다.


깜빡했다 천식 미안해 미안해 진짜로



괜찮아



보건실 갈래? 가서 좀 쉴래? 쌤한테는 내가 말할게


그렇게 말하며 내 어깨를 감싸는 진영에게 부축 받으며 보건실로 갔다. 나는 늘상 이렇다. 보건실 아니면 운동장 벤치에 앉아서 활기차게 뛰노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했다.
나만 그늘 아래 어둡게 있다.
체육 시간이 20여분 남았을 때 나는 슬그머니 교실로 올라가 진영이가 잘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야 패스ㅡ 패스하라고 새끼야!!



그러고보니 진영이는 나와 있을 땐 욕을 거의 안했다.
갑자기 풀 죽어있다 다시 살아난 기분이 들었다. 


 


 


 


 


 


 


 


 


 


 


 


 


 

*














P.S.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수신인 부재















*















진영이는 노래를 잘 불렀다.  나는 특히 진영이의 무심한 음색을 좋아했다. 우리 학교 밴드부는 전국 청소년 밴드 대회 참가가 거의 필수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고 군기도 셌다. 그래도 그만큼 실력이 있고 나갔다 하면 상은 무조건 타왔다. 1학년때 두근대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봤던 진영이는 이제 밴드부 보컬이 되어서 무대에 선다.
나는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노랫소리를 듣고도 목소리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넌 피아노 잘치니까 건반으로 들어오는거 어때?



됐어 밴드부 들어가면 공부할 시간 부족해 토요일마다 연습 나가야 되잖아 그리고 1학년만 뽑는다며


아 그렇구나 1학년때 나랑 같이 오디션 봤어야 했어


내가 예체능도 아니고 취미로 치는거라 잘 치지도 못해서 떨어졌을거야



배진영은 아쉬운 티를 팍 내며 점심 시간 동안에 밴드부 보컬 모집 오디션 때문에 오늘만 밥을 같이 못먹는다고 말하곤 강당으로 갔다. 진영이의 엉덩이에 달린 꼬리가 처져서 질질 끌리는게 보이는 것만 같았다.



박주미 걔는 왜 중간에 전학을 가가지곤 2학기 지나고 애매하게 뽑게 만드는지 나 원


있는 애들 중에서 커버 못해?


우리 완전 소수정예라서 한 명 빠지면 거기 자리 싹 비워져
그리고 보컬은 음역대별로 한 명씩 맡아가지고 안돼안돼


마음에 드는 애들이 한 명도 없다며 입이 툭 튀어나와있다.
자기는 다 별론데 같이 심사를 본 다른 애들은 다 어떤 한 아이가 괜찮다고 했단다.
나는 진영의 옆 얼굴을 살살 쓰다듬어주고 싶었지만 그보다 아래, 어깨를 두드리는걸로 만족했다.



진영아, 노래 불러줘



내 말에 뭘 부를지 고민하며 핸드폰을 뒤적거리더니 이내 볼륨을 최대로 낮추고 노래 하나를 틀었다.



물들어
너의 사랑 안에 나는
물들어
벗어날 수 없는 너의 사랑에
나를 모두 버리고
커져만 가는 너의 사랑 안에 나는 이제



걔가 이걸 불렀거든? 근데 진짜 뭐랄까 나 지금 노래 불러요 이런 느낌? 소울이 없어요 소울이.

나는 그런 진영을 지그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진영이는 아무래도 찜찜한듯 미간에 주름을 새기다가 박수를 탁 쳤다.


여주야.  동전 노래방 가자 내가 쏠게. 오늘은 피방 말고 동전




어설프게 마이크를 잡은 내 손을 진영이는 동전을 넣고선 물끄러미 보다가 내가 편하게 쥘 수 있게 고쳐 잡아줬다.
내 손 위에 얹어진 온기에 떨려서 노래는 커녕 진영의 이름도 못부르겠다 싶었다.



듣고싶은 노래 다 말해 다 불러줌


좋아 다 불러 꼭




(이젠 고백할게 처음부터 너를 사랑해왔다고
이렇게 널 사랑해)

진영아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날 보는 너의 그 마음을
이젠 떠나리 내 자신보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널 아끼던
내가 미워지네)

어떡하지 진짜

(그댈 마주하는거는 너무 힘들어 그때 그 기억이 나를 괴롭게 하네 이런 말을 해도 될진 모르지만 행여 나와는 제발 마주치지 마요)

혹시라도 내가 실수하면 어쩌지


(어쩜 우린 복잡한 인연에 서로 엉켜 있는 사람인가 봐
나는 매일 네게 갚지도 못할 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어)

내가 들켜서는 안되는 비밀을 말하게 되면 어떡하지




(그토록 믿어왔던 그사람 돌아설 줄이야
예전에는 몰랐었네 진정 난 몰랐네)


진영아, 하지마?





잃을까 두려워.










나만 노래 다 불렀어


진영이는 텁텁한 목이 답답했는지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다 사레가 들렀다. 나는 끝까지 마이크만 쥐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밤공기 냄새가 났다. 무덥지근한데 허한 공기가 폐 속에 들어찼다.



근데 네 덕분에 축제 때 부를 노래 정했어



뭐?



취 중 진 담
노래 짱 좋아 진짜 불후의 명곡이여



어우 밤에도 이렇게 덥다.
끈적한 팔을 만지며 진영이와 나는 버스 정류장 쪽을 향해 걸었다.
가는 중간중간 우리 집으로 가는 버스는 배차 간격이 짧아 자주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30분에 한 대씩 오는 진영이를 먼저 보냈다. 환하게 불 켜진 버스 안에서 그보다 더 하얀 얼굴의 배진영이  입모양으로 잘 가 라며 손을 흔들었다.
버스는 가스를 뿜으며 초록불로 바뀌기 무섭게 달려갔다.


올려다 본 하늘에 박혀 있는 달은 반으로 동강 나 있었다.




















*





네가 잘 지냈으면 좋겠는데
잘 못 지냈으면 좋겠다.

나쁜 놈 맞아.












*















나는 딱히 배진영 말고는 스스럼없이 지내는 애들이 없었다.
원체 인간관계에 집착하지 않는 것도 있고 여럿 보단 두 세명이 더 편했다. 내 시선 자체가 진영에게만 올곧게 떨어지기 때문에 진영이가 누구와 무엇을 하든 나의 눈은 자체적으로 배진영을 제외한 모든 것들엔 암막 커튼을 친다. 반면에 진영은 주위에 친구라는 애들이 많다. 이럴 경우에 나의 입장에선 내개 아닌 누군가에 정신 팔려 나를 뒤에 두는 배진영에게 꽤나 섭섭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데, 거기에 내가 배진영을 친구 이상으로 좋아한다는 것 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지금 진영이가 그랬다.



그래서 이대휘가
이대휘 걔가
그  이대휘라고


새로 등록한 보컬 학원에서 만나 친해진 동생이라는데 나는 그 이대휘인지에게 방과후 피씨방 가던 배진영도 뺏겨버리고 대화 중에서도 뺏겨버렸다. 뭐만하면 걸고 넘어지는 통에 아주 닳을 지경이었다.



넌 걔가 그렇게 좋아?




뭔 소리야 징그럽게.  나 여자 좋아하는데



너 게이 비하 발언이야 그거. 징그럽다니



아니야 아니야 나 취향 존중 해준다구. 나 차별 안해




손사레를 치며 절레절레 흔드는 진영이 귀여웠다.
정색을 할래야 할 수가 없어.
있잖아 너, 그렇게 귀여우면 마음이 달궈진 후라이팬에 버터칠 하듯이 마구 녹는단말이야.

길쭉길쭉 뻗은 손가락을 잡았다.
손끝에 물든 분홍빛을 엄지로 슥슥 문질렀다.
시간이 멈춘 기분.
모든 것들이 속도를 잊고 정지되어서 그 부유함 속에서 너를 취하는 기분.




그런데 대휘가 나 여소 해준대



여소?




어 자기랑 친한 사람인데 소개해준대. 아아, 나 연하는 별론데, 이러니까 우리랑 동갑이라더라



걔가 눈이 높았으면 좋겠다 너 뻥 차버리게



말이 심하네 여주.  여친 생기면 너도 이어줄게 인마



심통이 났다. 정말 뒤틀리고 베베 꼬여서 잘 안됐으면 좋겠다.
이름밖에 모르는 이대휘라는 애가 얄미워죽을 것 같았다.
그 여자애가 싫어하는 요소를 갖춘 남자가 배진영 이었으면 좋겠다. 배진영은 끝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자기만 혼자 여친을 만드는 것에 내가 배신이라고 생각하는 줄로만 알고 내 팔을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정작 저가 흔드는 것이 내 마음인줄도 모르고.
꿈에도 모르고.

니가 휘두른 폭력에 나는 쓰러진다.
아파도 아프다고 티조차 낼 수 없는 비애였다.








*











사연 많아 보이는 눈동자에는 내가 담겨 있었다.
나는 진영의 눈동자 속에 들어있는 걸 좋아했다.
 

배진영은 요 사이 동안 기운 없이 있었다.  초점 없이 먼 곳을 얼빠져 바라보는 날이 잦았다.  





잘 안됐어 여주야. 진짜 마음에 들었는데 내가 너무 순수해서 못사귀겠대

 


 


그건 그냥 둘러대는거고
 


 



얌마 넌,  하,  맞아.  그냥 내가 별로인거겠지

 


 


너 별로아닌데 너 최고야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진영아, 내가 너에게 던지는건 빈말이나 농담이 아니야
어설픈 추파야.  





저도 안다고 대답해놓고 진영은 스쳐가는 바람의 뒷통수에 대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햇살을 받으며 빛나는 솜털들을 눈으로만 어루만지다가 진영의 볼을 잡아당겼다.



흐지마







배진영 때문에 나까지도 좌불안석이었다. 조금만 이렇다가 말겠지 했는데 그 뒤로도 계속 건성인 태도에 내 심기는 덩달아 불편했다. 정확하게 나는 그 원인이 되는 여자애에게 불만이었다. 진영이가  그 애에게 느끼는 감정이 내가 저를 보는 것과 비슷한거 같아서. 배진영보다 매력적인 사람은 없는데 그런 배진영을 어찌 홀린거야. 아니다. 알고 싶지 않다. 되도록 모르는게 좋겠다. 진영아, 나 한 길만 걷고 싶다.  딴청 피우지 않구.


뒷자리에 조는 짝꿍 좀 깨우라는 타르 낀 목소리가 칠판 앞에서 들렸다. 과학 선생님의 거뭇한 입술을 보며 엎드려 있는 진영이의 등을 살살 쓸었다. 배진영은 금방 일어났다. 웬일로 안 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야속한 감정을 품기도 전에 진영이가 엎드린 자세로 고개만 살짝 들어선 내 교과서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정자세로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앉아 있는 나는 까만 그 정수리를, 그 위에 하얀 회오리를 숨을 꾹 참고 내려다봤다.
숨이 막혔다. 켁 하고 끈적한 점액을 뱉기 직전이었다.
훅 끼쳐오는 섬유 유연제 냄새에 아찔해졌다.
필통을 베고 자서 지퍼 자국이 관자놀이 쪽에 붉게 찍혀서는 눈도 제대로 못뜨고 대충 내가 적어놓은 필기를 자기 책에 끄적이곤 자세를 고쳐잡아 졸았다.
생각지도 못하게 무방비 상태에서 들어오는 배진영에 심장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배진영 앞에선 단단해지지 못하고 물러터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아 상처받기도 쉬운것을.



진영이는 다시 전처럼 잘 지내기 시작했다. 나는 한시름 놓은 것에 대한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나 전생에 외줄타는 광대였나.
가부좌를 틀다가 아래로 고꾸라질뻔한걸 겨우 지기로 바둥거리며 줄 위에 다시 섰다.

배진영은 다시 잘 지내기 시작했다. 더 활발해진 것 같기도 했다.
잘 지내는게 결코 좋은게 아니란걸 빨리 알았더라면.








그런데 알면서도 나는 끝까지 가지 않았을까.
미련많은 짝사랑인지라.
짝.
이제 아니야.











*











진영아  네가 불행했으면 좋겠어.
응?
꼭 불행해야 해 진영아.

















*









10






밤은 무섭다. 경적 소리가 머리 아프게 울리는 지상과는 다르게 잔인하도록 조용한 하늘에 취하면 답도 없지. 밤보다는 더 깊은 새벽이 무섭고 새파란 새벽보단 가장 어두운 새벽이 무섭다.
너무 어두워서 빨려들어가는 흔적조차 생기지 않는 새벽.
나를 위험하게 하는 새벽과 나를 위험하게 하는 사람이 같은 시간을 달리고 있다면.
가히 비극적이다.





뭐해




막 자기 전인데
넌 뭐하는데 이 시간까지 깨어있어?



음 ㅋㅋㅋㅋㅋㅋ 그냥



그렇구나



여주야나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왜? 야동봤어?



야 아니야 그런거.  잘 자




좋지 않다. 좋지 않다. 좋지 않다.
엄지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자꾸만 입술에 침을 바르게 되는게 아무래도 몸이 안좋은 예감을 느꼈나보다.
내가 제발 예민한거라고 해줄래.
결국 난 뜬 눈으로 날을 샜다. 거울 속애 비친 퀭한 얼굴을 보다 힘없이 터져나온 웃음에 무거운 고개를 떨구고 마른 세수를 했다.
무슨 정신으로 학교까지 간건지는 모르겠다. 컴푸터처럼 매일 아침 일어나면 해야하는 입력값대로 출력되어서 나오는 행동이 이어졌다.




김여주 안색이 안 좋네 잠 얼마나 잤어? 또 무리해서 공부한거야?


 


 


어 뭐 응

 


 


 



살살해 아직 고3 올라가지도 않았어
 


 


 




고3 금방이야 벌써 10월이잖아



아 진짜 싫다 수능 치기 싫다



그렇게 말하며 진영은 늘어졌다. 나는 간단히 짐을 풀고 앉았다.
애들 시끄러운건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피곤했다.
들어올리기 무거운 눈꺼풀이 자꾸만 눈을 감기려했다.
무릎 위에 올려둔 손 위로 아주 뜨거운 온기가 덮쳐왔다.
수족 냉증이 있는 내 손을 진영의 손이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진영은 나를 보지도 않고 엎드려 있었지만 내 손을 꽉 잡고 주물거렸다. 몸이 노곤해졌다. 배진영은, 나는, 우리는 서로에게 딱 맞게 익숙해져버렸다. 진영의 행동은 익숙하게 그의 몸에 베여있는 것이었다.
슬퍼졌다. 내게 내밀어진 손이 그저 손 '만' 이라는 것에 대해.






늘 당연했던 우리의 루트, 피씨방.
배진영이 보컬 학원에 등록하고나서부터는 발길이 끊어졌었는데 오늘은 휴강이라며 가자는 말에 순순히 끄덕이며 가방을 쌌다.

오늘따라 내 입은 침묵을 즐겼고 진영이는 수다스러웠다.





김여주.  너 무슨 일 있어? 하루종일 기운이 없어보여.






아무것도 아니야.  나 늘 무기력 했잖아





뭐래, 무슨 일이야?





됐어. 해결해 줄 수도 없는데 뭣하러 얘기해.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을지 없을지 네 마음대로 판단해 왜






충분히 내 마음대로 판단 가능하니까






내가 그 정도 밖에 안돼? 난 너 존나 친한 친구라고 그렇게 알고 지냈는데 나는 너한테 그 정도 믿음 밖엔 안 되는 애야?






내가 너 좋아한다고 하면 사겨줄거야?






밤은 위험했다. 해는 짧고 밤은 길고 더 위협적이었다.
배진영의 표정엔 당혹스러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홧김에 울분이 터져서 그냥 그렇게 들춰버린.






김여주 너 뱉으면 다 말인 줄 아냐.




내가 이래서 이래서 말 하기 싫었던거야.  너 이럴거 뻔해서.
믿음이 그 정도 밖에 안되냐 물었지? 니 딴엔 나랑 너랑 존나 친한 사인데. 그래 맞아,  너한테만 내가 그런 존재인거야.
친구. 그 놈의 친구말이야. 친 구




나는 부서지고 있었다. 길 여기저기에 바스락 바스락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낙엽들처럼. 작은 균열이 깨지면서 흩날려지고 있었다.
진영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혐오스럽니




아니






그럼 다행이네 바라지도 않았어 그냥 묻어두고 지내려고 했어





그건 좀 아니다.  감출 생각을 했어 이걸?




어 당연한거아니야? 말하기 전까진 모르는거잖아. 그런데 이젠 상관없어.  다 끝났으니까.
말했으니까.




김여주,  나.
나 여친 있어.
전에 나 별로라고 말했던 걔랑 사귀고 있어 나.





그렇구나




눈물이 떨어지기 전에 진영이 등을 돌려줬으면 하고 바랐다.
내 처지가 지금 너무 추했다.
동정조차 받지 못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아는척 하지 말라고 해 차라리. 말 섞기 싫다 그래.
멀어지자 그래. 그래야 편할 것 같아. 그래야,  그래야 내가 접을 것 같아.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떨고 있다는 걸 배진영이 알아차릴까봐 가방를 고쳐매고 몸을 돌렸다.



나 갈게






여주야 잠깐만,
너 할 말만 하고 그렇게 가면 어떡해. 난 아직 결정도 못내렸는데







너 걔랑 잘 사귀고 있잖아. 난 거기에 훼방 놓을 생각 없어.






그럼 일단 내일 봐. 내일 얘기하자
잘 가 





배진영이 어색하게 내 뒷목을 잡고 가볍게 두들겼다.
물 안개 자욱한 길을 걸으며 혹시 내가 자각몽을 꾸고 있나 생각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으련만 꿈이라기엔 내 맘대로 안되는게 현실은 맞나보다.




학교 가기가 오늘처럼 싫은건 또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갖은 수를 써서 결석하려고 해봤지만 내 이마를 짚으며 지극히 정상이니 지각하기 전에 가라던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신발 뒤축을 구겨 신은 채로 밖에 나왔다.
아침 안개에 아무것도 걸쳐 입고 나오지 않은 몸을 움츠리며 빠른 걸음으로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갔다.

애매하게 추운 10월에 아직 학교는 난방을 틀어주지 않으려 했다. 애들 때문에 사람에게서 나오는 온기는 있었지만 추운건 여전했다. 차가운 책상, 차가운 의자에 찬 공기가 들어오는 창가 자리. 그보다 더 추운 교실 밖 복도.
벌써 조례할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진영의 책상은 깨끗했다.
팔짱을 끼고 앉아있는데 어깨에 따뜻한 뭔가가 걸쳐졌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시선 끝엔 뛰어올라왔는지 가쁜 숨을 색색 내쉬는 진영이 있었다.




아 지각할 뻔 했네.


... 


 



갑자기 확 추워지네



자 입어





너나 입고 있어.  뛰어와서 더워





무심하게 던지는 다정함에 맞으면 아프다는걸 모르나보다.
진영은 점심시간 때까지 내게 후드집업을 벗어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제 일 때문에 애들이 점심 먹겠다고 우르르 나갈 때도 나는 어색해서 어물쩡거렸다. 편의점이나 갈까, 밥맛 없으니 다른 애들이랑 먹으라고 할까 고민하며.




뭐해 밥 먹으러 안 가?




안 먹겠다, 밥맛 없다 그 말이 그렇게 안나왔다. 어제는 좋아한다고 잘도 지껄였으면서. 머뭇거리는 나를 진영은 팔을 잡아채 끌고 나갔다. 평소와 다름 없었다, 배진영은. 아니,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급식 줄에 서 있으면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간간히 진영은 폰을 보며 설핏 웃기도 했다.





나 기다려줄 수 있어?





뭐?





나 기다려줄 수 있냐고



 


 

너 그 말 무슨 뜻으로 알고 하는 말이야? 


 


 


 


기다려줘.
조금만
조금만




흔들리지 않았다고,  설레지 않았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일거다.











*











그 색깔의 이름은.





permanent red

으, 잔인해요.








*






1







새해 선물이라며 꽃다발을 받았다. 진영에게서.
결국 그 애와 헤어졌다면서. 더 좋아하는 애가 생겼다니까 화를 내면서 뺨을 치려하길래 그냥 내줬단다. 그 얘길 하며 허허 웃는 배진영에게 나는 병신이라고 한 마디 해줬다.
원래부터 나처럼 마음이 있었던 건지 그래서 서로 삽질을 조금씩 했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본인이 아니니까.
찜찜하든 어찌됐건 결론적으론 잘 된 일이니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당장에 우리는 서로에게 친구 그 이상이 되어버렸다.



뭐부터하지



시꺼매가지곤 그런 생각이나 하고
다를거 없어 그냥 평소처럼 지내는데 스킨쉽만 깊을 뿐이지

 


너 그거 해봤어?



아니



 

뭔 줄 알고 아니래.



너는 해봤어? 


 


 

나 키스하는거 드라마로는 많이 봤어. 


 


 

헐 지금 키스, 그거 하겠다고?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입 맞대다가 혀 넣고 돌리면 되는거 아니야?



어우 말 하는 것 좀 봐 부끄럽지도 않나봐


 

부끄러운데.  


 


하는 말과는 다르게 진영이 짓는 미소는 순수하기 그지 없었다.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점점 내려가고 배진영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심장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김여주응







 나 지금 떨려




떨린다며 입꼬리에 숨겼던 웃음을 다시 터뜨린 진영이가  왜 그렇게 야살스러워보였는지.




여주 너 되게 가깝다




응 너도




가까이서 보니까 이상해. 너 이상하게 생겼어




너도









나는 진영의 얼굴을 감싸고 먼저 입술을 포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아랫입술을 빨았다. 머금었다가 살짝 뗐다가를 반복하는 동안 눈에 띄게 굳어진 진영에 나는 입술을 붙인 채로 피식 웃었다. 코끝이 맞부딪쳤다.




왜 이렇게 잘하는거야




이거 잘하는거 아닌데
네가 못하는건 아니고?




내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체중을 실어 나를 눕힌 진영이 잡아먹을듯이 키스했다. 그의 말 마따나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들어온 혀가 내 혀를 툭툭 건드렸다. 촉촉한 것이 닿는 느낌에 몸에 전율이 일어났다.  입술을 떼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웃었다. 미칠 것 같았다. 너무 좋아서 기절 할 것만 같았다.



부모님은언제 오셔?




엄마아빠 해외 여행 가셨어
그러니까 내가 우리 집으로 불러서 이러고 있지




이야 치밀해
키스하는거 재밌다 맨날 하자




근데 우리 미자 주제에 이래도 될까? 


 


 

미자 주제에 애들은 할 거 다 하고 다니더라.  


 


 

..그건 그런데. 


배진영은 순수하게 야했다.
그 정도가 상대방을 적당하게 홀리게 만들었다.




진영아 나는 항상 이 침대 위에서 네 꿈을 꾸었는데.
어느날 꿈이 정말 찾아와버렸네.






주말 내내 진영이는 우리 집에서 나와 함께 지냈다. 그리고 눈만 마주치면 입술부터 부딪치고 봤다. 원래 한 몸이었던 것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았고 항상 엉켜있었다. 일요일 밤에 티비를 보다가 진영이가 이런 말을 하기도 했었다.


누가 이 상태로 우리 좀 끈이든 테이프든 칭칭 둘러서 꽉 묶어줬으면 좋겠어 절대 풀리지 않게



그건 좀 그렇다
볼 일은 어떻게 봐 불편해서



너 되게 낭만 없다



퍽 서운한듯 새끼 동물 처럼 낑낑 거리는 진영의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주었다. 이마를 까도 잘생겼다. 그걸 저도 아는지 마침 그 얘길 꺼내 물었다.



나 이마 까도 잘생겼지?









뭐야 반응 당황스럽다




잘생긴걸 잘생겼다 하는데 뭐
욕이라도 해줘?




아니
나 잘생긴거 알고 있어서 다행이야




응 나 너 잘생겨서 좋아하잖아






나 못생겼으면 안 좋아했겠다? 나 상처 받았어




어 당연한걸 물어




진짜 상처 받았어 나
잔인한 외모지상주의




잘생긴 배진영의 잘생긴 부분 중에 제일 잘생긴건 이름이지



토라져서는 뒤를 돌아 웅크려 앉아 쇼파에 기대 앉아 있는 진영의 등에 정 자로 배 진 영 을 계속 쓰면서 말했다.




넌 그냥 뭐든 잘생겼어 얼굴이든 이름이든 성격이든 하는 짓이든 네 존재 그 자체든





아이 거 참 부끄럽게





참 나





새초롬한 배진영은 어디가고 바보 같이 헤실거리는 강아지만 있었다.
어디 가지마 멍뭉아 계속 옆에 있어줘




아 내일 월요일이야
학교 가기 싫다 이렇게 못 붙어있잖아




바보야 방학이잖아




헐 대박 진짜 신난다





축 처져 있던 눈동자에 생기가 감돌다가 이내 다시 죽어버렸다.




나 학원 특강 가야 돼




학원 가기전까지 나랑 있다가 학원 갔다와서 또 나랑 있으면 돼




오 매우 좋은데?




 노래 불러줘




진영이는 입 안이 바싹 말라서 목소리가 갈라질 때까지 쉬지 않고 주크 박스처럼 노래를 불러줬다. 나는 규칙적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배진영의 가슴에 기대어 눈을 감고 부디 이 꿈에서 깨지 않기를 빌었다.







 


 


 


 

*










진영아,

나 너무 아파.

나 좀 봐주면 안돼?





미안해.
내가 많이 많이.














*







2







수능의 늪에 발을 담군 고3들은 2월달부터 학교에 나와 자습을 해야했다. 진영이는 사실 학원 때문에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됐었지만 나를 꼭 보고 가야 노래가 잘 불러진다며 오전 자습을 꼭꼭 하고 갔다. 오전에 자습하고 오후에 바로 연습하러 가는 진영이는 하루종일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공부를 하는 나보다 더 곤할 것 같았지만 지쳐보이는 기색은 없어 보였다.



괜찮아 너 보면 힘 나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는 진영에 나도 힘이 났다.





여주야쓰




읍 집중해 진영아




좋아해






어?





애정 표현은 뜬금없이 하는 거래
두근거리지?





허 그래




히히





나는 진영이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만 작게 미소를 띄웠다.
배진영 보고선 집중하라 그래놓고 정작 내가 집중을 못하고 있었다. 정신 차려야 하는데. 잠깐 잠도 깰 겸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오는데 문제집을 펴 놓고 진영이가 핸드폰을 열심히 두들기고 있었다. 누구랑 저렇게 연락을 주고 받는건지.
내가 자리로 다가가자 흠칫 떨더니 어딜 갔다왔냐고 묻길래 화장실이라 말하니 자기도 다녀오겠다며 나갔다.
나는 진영이 복도를 지나 화장실 쪽으로 가는걸 눈으로 쫓다가 책상 위에 엎어놓은 핸드폰을 눈치를 보며 집었다.
저번에 옆에서 언뜻 본 패턴을 기억을 더듬어가며 푸니 두 번만에 풀렸다. 카카오톡 아이콘 위에서 누를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문자가 왔다.




♡미미♡


자습 안 하면 안돼? ㅠㅠ 보구시포 배배ㅠㅠ




미미.
미미가 누구지.
미미라고 뜬 이름을 눌러 문자를 들어가 찬찬히 읽어보다가 복도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급하게 핸드폰을 끄고 다시 엎어놓았다. 문제를 푸는 척 했지만 지문 위에 그보다 더 선명하게 겹쳐오는 잔상들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사랑해 지녕앙



원래 애정 표현은 뜬금없이 갑자기 해줘야 돼!!



걔는 아직 모르는거야? 헐룽 완전 짜릿한데?



양다리 쩔어주시네요 지녕씨




눈동자를 굴려 본 배진영은  폰을 보면서 숨죽여 웃고 있었다.
배신감이 치밀어 올랐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진영은 시간이 다 되어 인사를 하며 가버리고 나는 자습 시간이 끝나는 6시까지 오늘의 목표 공부량을 채우기는 커녕 10개도 채 못 푼 문제들을 죄다 틀려버렸다. 비내리는 문제지처럼 내 마음에도 빨간 비가 내렸다. 창문 밖 하늘은 저렇게나 예쁜 노을이 졌는데

아, 금세 어둠이 노을을 삼켜버렸다.









언제 끝나?




11시에. 왜?





니네 학원 앞으로 가 있을게





집에서 기다리지 왜 춥게 학원 앞에서 기다려




거기서 할 얘기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수화기 너머로 진영이 뭐라 말하는걸 듣지도 않고 종료 버튼을 눌렀다. 11시까지 앞으로 2시간이 남아 있었다.
진영이와 사귀게 된 첫날이 생각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너무 아무 생각 없이,의심 없이 지냈나보다.
설레는 기억 말고는 떠오르지 않아서 더 괴로웠다. 비참했다.
지금 당장은 화가 나지만 막상 2시간 후에 배진영 얼굴을 마주한 순간 화가 눈 녹듯 사라질까봐 두려웠다.
두려웠다. 멍청하게 계속 놀아나 줄 것 같아서 두려웠다.
차라리 다 오해였으면 좋겠다.
내가 나빠서 나밖에 모르는 진영이를 괜히 불신하고 있는 거였으면 좋겠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를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진영이 다니는 학원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10시반쯤에 도착해서 계속 기다렸다. 어둡기만 할 줄 아는 융통성 없는 밤 하늘을 핀잔이라도 하듯 하얀 빛을 내며 잔잔하게 눈 송이가 떨어졌다. 손을 뻗어봤지만 손바닥에 닿자마자 사라지는 눈이 꼭 배진영 같다 라는 생각을 했다.




여주야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내려오더니 옆에 귀엽게 생긴 남자애를 두고 진영이 계단에서 내려오는게 보였다.



얘는 이대휘
내가 전에 말한 적 있지?



안녕하세요









얌마 잘 가라 나는 친구랑 갈거니까





네 안녕히 계세요



친구. 아무렇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그 단어에 흔들렸다. 

배진영이 슬쩍 내 손을 잡아오는걸 나는 뒤로 물러나며 내뺐다.




솔직하게 말해줘



뭘?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남의 폰 보는거 나도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어쩌다 우연히 봐버렸어 사생활 훔쳐본건 미안해 그런데 미미가 누구야?



배진영은 쉽사리 답을 해주지 않았다. 망설임이 가득한 표정을 보며 나는 허탈감에 가득차서 한숨만 쉬었다.



괜찮아 어서 말해




여자친구야





뭐?




헤어졌었어 그건 사실인데 다시 사귀게 됐어





언제부터




작년에 네가 고백하고 얼마 안되어서 헤어졌었는데
크리스마스 때 다시 만났어




그런데 너 나한테 이번년도 1월에 헤어졌다고 그랬잖아
그건 거짓말이었어?









왜그랬어?
왜 그런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아니 내가 안 받아주면 죽기라도 한대? 내가 너 협박이라도 했어?
너 진짜 최악이야



미안



미안하단 말 하지마 더 기분 더러워
다 인정하는 것 같으니까



이제 나 안좋아해?



말문이 막혀버렸다. 늘 어린애 같아서 오구오구 해줬는데 이제보니 귀여운게 아니고 그냥 철 없는 애였다.
서투른게 아니라 모르는 거였다. 공감할 줄 모르고 이해할 줄 모르는 거였다.



증오하지 않는걸 다행으로 여겨




그래도 너 좋아하는건 진짜야 나도
좋아해 



진영아 너 왜 노래 해? 그냥 연기하지 그쪽으로 재능 있는 것 같은데




야 김여주짜




증나

짜증난다고
짜증나 진짜




눈물이 고였다. 짜증났다, 나한테. 좋아하는 마음은 진짜라는 말에 뿌리 채 뽑혀버렸다. 우뚝 서지 못하고 배진영한테 기대버렸다.



그 후로도 변한건 별로 없었다. 둘 다 헤어지잔 말은 꺼내지 않았으니 계속 사귀고 있는 사이는 맞았다. 다만 서로를 바라보며 웃기보단 사람들 눈을 피해 몰래 입을 맞췄다. 그러고 있는 나도 참 한심하다. 우리 집에 배진영이 오는 일은 이제 없었다. 대신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곳이라면 어디든 거길 가서 욕정만 채웠다.
배진영은 여전히 나와 그렇고 그런 사이를 유지하며 그 여자애와 사겼다. 싫은건 걔가 날 안다는 것이다. 날 얼마나 멍청한 년으로 볼 지는 만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걔도 참 별로다. 다른 여자애랑 짓거리를 하고 있는 애를 남친으로 두면서 입술을 공유하는게 더럽단 생각도 안 드나보다. 공유. 걜 만진 손으로 날 만지고 걔랑 한 짓을 나랑도 하는 배진영을.
진짜 개자식인데 멀어지는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배진영
나 이제 안 해
이제 나 못 해
너무 아파서 안되겠어 내가 살아야겠더라고




그럼 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왜 날 놓질 못해 이러고 있어




배진영은 나를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알고서 갈수록 뻔뻔해져갔다. 나와의 약속 도중에 그 여자애와 이중 약속이 생기면 미안해라고 말할 정도의 성의는 보였던 진영은 날이 갈수록 나를 같잖게 여겼다.




그만하자
헤어지자



몇 번을 말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다음 날 그 말을 취소할 날 알기 때문에

나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온전한 정신 상태였다면 이렇진 않았겠지.
결국 입시를 완벽하게 망쳐버리고 졸업했다.




엄마 나 재수할래
기숙 학원 들어가서 할래




좁은 대한민국 땅에서 어떻게든 너와 떨어지려고 발버둥이라도 쳐야겠다 결심했다.





진영아,
안녕.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글 쓰는 재주가 없어서.
음. 나는 너를 많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좋아했어.
배진영 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우습게도 난 네 얼굴을 보기도 전에 널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
있잖아, 네가 웃을 때마다 뒤에 후광이 나는 것 같았어.
그런 너를 보고 있으면 뭐랄까 솜사탕에 얼굴을 파묻고 부비적 대는 기분?
나는 너를 그런 마음으로 늘 좋아했어.
짝사랑으로 시작해서 아슬하게 일직선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간극이 있는 마지노 선이었네. 나는 내가 하는게 첫사랑인줄로 알았지 외사랑인줄은 몰랐어.
진영아
밥 먹듯이 내게 했던 헤어지잔 말 말이야
나 늘 진심이었어
네가 내게 늘 말했던 좋아해라는 말처럼
난 진심이었어 헤어지잔 말
그런데 넌 진짜 잔인하고 나쁜게 내치질 않더라.
오히려 비아냥 거렸지. 방관 했지. 내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네가 감히 라는 뉘앙스로.
그래 내가 먼저 못 끊겠더라고. 너랑 헤어지고는 싶은데.
둘 다 못난거라 치자. 그동안 예행 연습 한거라 치자
이젠 할 수 있어. 나 진짜 너 안 보려고.
세상이 워낙 좁아서 언젠가 우연히 길 가다 마주칠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어 그때쯤엔 내가 널 완전히 밀어냈을테니까.
진영아, 네가 불행했으면 좋겠어. 응? 꼭 불행해야 해 진영아.
내가 그동안 앓았던만큼만, 너한테 속았던 날들 만큼만, 우리가 알고 지냈던 만큼만 불행에 빠져서 허우적 댔으면 좋겠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끝났어.
더 이상 그 어떤 말도 적고 싶지 않다.
부디 내가 말한대로만 지내.
잘 지내라는 말은 차마 못하겠어. 용납이 안돼.
그럼 이만 줄일게.



김여주사















*












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 빈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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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04.53
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114.48
이렇게 끝내는게 더 뭔가 여운이 오래남고 하겠지만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요8ㅁ8 시대로 끝나면
여주가 블쌍해료ㅜㅜㅜㅜㅜ

6년 전
비회원114.48
이렇게 끝내는게 더 뭔가 여운이 오래남고 하겠지만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요8ㅁ8 이대로 끝나면
여주가 블쌍해료ㅜㅜㅜㅜㅜ

6년 전
독자1
아 이걸 왜 이제 봤을까요 완전 명작인데ㅜㅜ 진짜 실제로 제가 겪은 일 처럼 가슴이 저려와요 진영이 완전 나쁜놈이었네.. 진짜 여운 남고 너무 좋아요 여주가 조금 불쌍하긴 하지만 다시 다른 좋은 사랑을 찾겠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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