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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이즈/이재현] 연놈 上 | 인스티즈














연놈

w. 시타


























이재현을 처음 만난 것은, 지식머리만 좋았지 그 외의 모든 것은 다 멍청했던 고등학교 시절. 뿔테 안경을 끼고 다니고 영어 단어장을 뚫어져라 노려보던 나를 과연 몇 명쯤 매력있다고 생각해 주었을 지 의문이었을 정도로 나의 모습은 한창 꽃같이 예쁠 외모가 큰 안경에 눌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향에다가 무매력이었을지도 몰랐을 것이었음. 그리고 이재현은 유명 기업의 재벌 2세 차남 도련님이라는 칭호를 달고선 학교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음. 나 김여주와 이재현 사이의 갭은 어마어마했기에 우린 만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 아. "





뿔테 안경이 떨어지고, 손에 들려있던 영어단어장도 떨어지는 하강의 이미지와 다르게 고개는 상승 곡선을 탔음. 시선의 끝엔 여자애들이 보면 심멎이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올 정도로 잘생긴 소년의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음. 그렇게 5초 가량 서로를 쳐다보았을까. 상황판단이 지지리 빨랐던 나는 그냥 사과하고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생전 제대로 해 본 적도 없는 사과의 말을 더듬더듬 하기 시작했음. 아마 지나가는 말로 재현이 여간 깐깐한 게 아니라고 주워들었던 기억이 났었기에. 그런데 재현은 얼굴 가득 웃음을 짓기 시작했음.


너 진짜 예쁘다, 순간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생각함. 예상치 못한 말에 멍청이처럼 눈만 깜박거리면 크고 하얀 손이 내려앉아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해 주기 시작함. 이름이 뭐야? 어..나는 김여주. 부딪힌 거 미안해서 그러는데, 있다가 찾아올게.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듬. 학원 가야 해, 그러자 재밌다는 듯 날 뚫어져라 쳐다봄. 그리고 정규 수업시간이 끝나자마자 반 분위기가 평소보다 달라짐. 무시하곤 이어폰을 꼽고 집에 가려고 하자마자 누군가 날 막아섬. 찾아온다고 했잖아, 어느새 어깨에는 재현의 팔이 올라와 있었음.











 " 괜찮은...거야..? "

 " 뭐가. "

 " 한 번 부딪힌 것 뿐인데..이렇게 많이 사 줘도 괜찮냐구.. "





넌 태연해 보이지만 난 정말 안 괜찮다..! 아니 사과한답시고 내 앞에 올라와 있는 15종류는 돼 보이는 고급진 조각 케이크들과 그 옆에 있는 형형색색의 파르페들은 다 뭐다냐. 흘깃 옆구석에 있는 주문서를 봤는데 까무러칠 뻔. 난 분명히 맨 아래에 적혀있는 6자리의 숫자를 봄. 재현은 편안한 듯 턱을 괴곤 어서 먹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음. 안 먹으면 계속 쳐다볼 것 같아서 조각 케이크 중 초콜릿으로 보이는 케이크를 칼로 조심조심 떠서 접시에 올려놓곤 포크로 살짝 떠서 입에 넣음. 와 너무 달콤해, 나도 모르게 행복한 표정으로 조각 케이크를 클리어함. 그런데..



 " 너도 먹어. "

 " 진짜? "

 " 에...? "


너가 산 거잖아.. 재현은 잠시 동안 입술을 내밀다가 활짝 웃으면서 말함. 번호 주면 먹을게. 뭐 번호정도야 괜찮겠지, 가방 속에서 포스트잇을 꺼내서 김여주 - 010-xxxx-xxxx 라고 적어서 재현한테 내밈. 재현은 그걸 보고 또 귀엽다고 함. 내 글씨 하나도 안 귀여운데, 뭐 어쨌튼 그렇게 누가 성장기 아니랄까봐 조각케이크를 하나씩 클리어해가고 있었음. 처음엔 많이 어색했지만 얘기를 하면서 착각인지는 몰라도 약간 친해진 것 같았음. 여주야, 파르페는 안 먹어? 라고 말하는 재현의 입꼬리에 크림이 살짝 묻어 있었음. 그걸 보고 피식 웃어버리다가 손을 뻗어서 크림을 닦아줬는데 너무 가까웠음. 이렇게 남자와 얼굴을 가까이 밀착해 본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 동공이 팝핀을 하고 있었음.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첫 번째 얼굴을 뒤로 뺀다. 두 번째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한다. 세 번째는 도망간다... 촉 하는 소리와 함께 입술이 닿아버림. 순간 펑 하고 터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가슴이 쿵쾅대기 시작했음. 대체 무슨 상황인가. 고개가 돌아가면서 숨이 점점 차기 시작하자 뒷머리를 쓰담는 손길이 느껴짐. 입술을 떼었을 때는 첫 키스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얼굴이 급속도로 빨개짐.









 





 " 여주 너 왠일로 렌즈 꼈냐? "

 " 흐지믈르그...(입꽉) "

 " 솔직히 말해봐, 좋아하는 사람 생겼지? "




좋아하는 사람이라.. 생긴 것 같았다.















HYUNJAE














 " 여주야. "

 " ... "

 " 여주 사원님~?? "



엇, 미, 미안!! 나보다 몇 년 전에 입사한 동갑의 친구는 배를 잡고 깔깔대며 웃었음. 입사하자마자 만났던 친구였는데 지금은 세일즈퍼슨의 비서로 일하고 있어서 스케줄이 두 배로 더 늘어난 것 같다며 갠톡으로 푸념을 늘어놓거나 같이 술잔을 기울이는 소울메이트였음. 지금도 바쁜 시간 중 틈이 겨우 나서 휴게실에서 캔커피를 마시고 있는 우리는 영락없는 초보 여직원들으로 보였을 것이었음. 아참, 여주야. 나 부탁이 있어. 무슨 부탁? 이 기업 도련님 오늘 입국하신다는데 대신 차 끌고 회사로 픽업해주라.. 워낙 망나니 기질이 세서 어디로 튈지 몰라서 조심해야 한대..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음.




 " 아잉, 나 요즘 많이 바쁜 거 알잖아.. 제발 한 번만! 다음에 시간나면 내가 밥 사줄게~ "




결국 고개를 끄덕여버림. 천성이 거절을 잘 못하는 기질이었을까, 친구에게 공항 가야 하는 시간 등이 적혀져 있는 포스트잇을 건네받곤 뭔가 무거워지는 마음을 애써 무시해 버림. 다시 앉아서 상사들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들어가면서 밀려있던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음. 캔커피는 고딩 시절이나 지금이나 아무 효력이 없었음. 그렇게 픽업 4시간 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을 때 그만 엎드려서 잠이 들어버렸음.
















.













 " 요즘 뭔 일 있니? 갑자기 수학이 2등급씩이나 떨어지고. "


시간은 흘렀고, 재현과의 연락 때문에 공부에 집중을 못했다는 생각과 함께 성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음. 그리고 사랑과 시간은 반비례한다는 말이 있듯 나는 재현과의 관계성이 점점 뒤틀려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음. 물론 이재현은 그렇게 생각 안 하겠지만, 왜냐하면 그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무력으로라도 돌릴 수 있으니까. 진로 상담 선생님께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밖에 할 도리가 없었음. 관자놀이가 점점 아파왔음. 재현을 만나고서 생기게 된 습관은 담배를 사는 것이었음. 그런데 정작 한 번도 피지 못했다는 건 함정.


괜히 뒤뜰에 가서 가방 깊숙히 넣어둔 담배 케이스를 만지작거림. 한 번 펴 볼까, 담배 케이스에 있는 경고 문구가 보였음. 뭔가 불일치하다, 담배 경고 문구를 달아놓았으면서 유통은 활발히 되고 있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서서히 중독되어 간다는게.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나도 중독의 문에 발을 들여놓는 것일까. 그 순간 발소리가 들려왔고 반사적으로 담배를 깊숙이 숨김.







 " 여주야, 요즘 왜 연락 씹어? "



여전히 잘생긴 너는 나를 보며 웃음을 지었고, 나는 그 웃음에 얼마든지 녹아들 준비가 되어 있었음. 나는 오늘도 이재현에게 홀려버렸고 재현은 기분나쁜 일이 있는 듯 담배를 꺼내 듬. 알고보니 날 만나기 전에도 피운 듯 했었음. 필터가 복숭앗빛으로 타 들어가는 담배였음. 담배 피지 마, 나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버림. 재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다가 뭔가가 재밌는 듯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고선


사탕이라도 주게? 라고 묻는다, 사탕이 없다고 답하면 뽀뽀를 해 달라고 함. 애정 표현이라는 것이 메말라 있을 것만 같던 내가 표현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익숙한 듯 재현과 입을 맞추면, 그는 뽀뽀라는 말이 거짓말이듯 더 옭아매기 시작했음. 입술이 떨어지고 나면 나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고, 재현은 꿀이 떨어지는 듯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음. 그 순간이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었음, 그땐 그랬었지.






아까 언급했듯이 사랑과 시간은 반비례한다고 했었던 것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건조해졌음. 그리고 일은 터졌음. 유명 기업의 차남이 타 기업의 아가씨와 다정하게 있는 장면이 포착되었고, 그 소녀는 유명 걸그룹의 멤버였음. 그 순간 예감했음, 우리는 이미 끝나 있었구나. 어차피 안 될 사랑이었는데 밤마다 혼자만의 소설을 써 가는 내가 너무 바보같다고 여겼음. 이재현이 그동안 날 갖고 놀았었단 말인가. 그 소문은 교내에 쫙 퍼졌고 몇 달 전부터 사귀고 있었다는 기사와 함께 방에 들어가서 펑펑 울기 시작했음.

















HYUNJAE



 





입국하기 전까지 미리 보냈다는 수화물을 받은 채 정장 차림으로 기다리고 있었음. 공항 안은 왠지 모르게 더 북적여댔고, 비행기가 착륙했다는 사실이 전광판에 드러나자 판을 치고 있던 기자들은 카메라를 들이대기 시작했음. 게이트 밖으로 쏟아져나오는 승객들과 함께 양복 입은 경호원들 사이의 정장 차림의 청년이 보였음. 잘생겼는데, 낯익은 얼굴. 잔뜩 경직된 자세로 수화물을 경호원들에게 건네고 낯익은 픽업 상대와 구 대면을 하게 되었음.








[더보이즈/이재현] 연놈 上 | 인스티즈






이재현, 내가 다니는 유명 기업의 재벌 2세이자 차남, 도련님, 그리고 구 애인. 그는 참 여전했음. 여전히도 잘생겼고, 여전히도 키가 컸고, 여전히도 능글맞았음. 그리고 난 여전히도, 너를 보면 심장이 뛰었음. 짜증나게도, 여전히도.

















/



소년스러운 첫 움짤을 보다가 생각나서 쓴 글이에요! 처음엔 스핀오프 형식으로 쓰려다가 엇나갔네요..

요즘 너무 능글맞은 현재한테 빠진 것 같아서 써 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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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72.58
쟈까님 저 주거요............... 피로 다 녹는 기분..... 재현아........... 아 진챠 글마다 이러케 조으면 어떡하나요 자까님 오늘도 최고 최고 충성 충성 ♡₍₍ ◝(・ω・)◟ ⁾⁾♡
6년 전
시타
진짜 계속 예쁜 말만 해주시고 이러기에요? 저도 충성 충성 ! ♥ㅁ♥
6년 전
독자1
안녕하세요 작가님 ㅠㅠㅠ 재현이 글이라서 안 들어올 수가 없었는데 분위기부터 내용까지 너무 완벽해요 ㅠㅅㅠb 뒷이야기가 넘넘 궁금해집니당... 잘 읽고 가요 다음 편 기다리고 있을게요♡
6년 전
시타
감사합니다! ♥ 저 뒷내용 열심히 써서 빨리 돌아올게요~ 진짜 너무너무 감사해요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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