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도령에게 시집가기
글 잎련
"우와!"
서방님의 손을 꼭 잡고 도착한 곳은, 개나리가 가득 피어있는 작은 동산이었다. 노랗고 예쁜 풍경과 함께 풍겨오는 꽃내음에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어느새 서방님보다 꽃들에 시선이 팔려 여기저기 뛰어다녔더니 꽃이 만개한 동산 가운데 혼자 우두커니 서있었다. 서방님을 찾으려 자리에서 일어나 두리번거리는데, 갑자기 내 앞에 개나리 꽃으로 만든 작은 꽃다발이 내밀어진다.
"서방님!"
"감동이지?"
"진짜.진짜 여기 너무 예뻐요!"
"네가 더 예뻐."
"당연한 것 아니여요?"
나름 나를 당황시키려 능글거리는 웃음을 머금고 멘트를 날린 서방님이, 놀라는 기색도 없이 받아치는 내 모습에 잠시 멍하더니 웃어버린다. 바람빠지는듯 한 소리를 내며 혼자 웃던 서방님이 나에게 손을 뻗다 멈추고, 자기의 얼굴을 한번 쓸어내린다. 여전히 입꼬리를 올린 채로. 서방님, 대답 안하셔요? 하는 새침한 나의 말에 한 품 가득 나를 안는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뛰어다닌 덕분인지, 오늘따라 쨍한 햇빛 때문인지 금세 지친 내가 걸음이 느려지자 귀신같이 알아챈 서방님이 근처에 있는 정자로 나를 이끈다. 뜨거워.. 작은 혼잣말은 또 어떻게 들었는지 남자치곤 고운 손으로 내 얼굴로 쏟아지는 햇빛을 가려준다. 금세 정자에 자리를 잡고, 햇빛을 가려준 서방님의 손이 오늘따라 예뻐 보여 잡고서 한참을 만지작댔다.
"예뻐 죽겠어, 우리 부인."
"아셔서 다행이네요."
"..오늘,"
"..."
"놓지마."
여전히 새침한 척 하느라 바쁜 내 말을 들어주며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던 서방님이 잡고있던 손에 힘을 꽉 주며 말한다. 괜히 장난치고 싶은 마음에 눈을 도르르 굴리며 음,글쎄요? 하자, 잡고있던 내 손을 끌어당겨 가까이 얼굴을 마주보게 한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에 놀란 내가 말없이 서방님만 쳐다보고 있자, 서방님도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손을 잡고있지 않던 반대쪽 손으로 나의 볼을 감싸고선 입을 맞춘다. 그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 없는 한 마디와 함께.
"사랑한다."
*
짧지 않은 입맞춤 후, 아주 조금 어색해진 분위기에 서방님의 손만 만지작거렸다. 사실 부끄러웠던 것이 더 크다. 아무리 할거 다 했다지만, 아직은 부끄럽고 쑥스러웠다. 손만 바라보던 고개를 들어 서방님을 힐끔 쳐다보면, 서방님은 계속 나를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괜히 얼굴이 다시 붉어지는 기분이라 다시 고개를 숙인다.
"근데 서방님."
"응."
"저를 왜 연이라고 부르시는 거에요?"
"이제야 궁금해진 것이야?"
"아니..아까 물어보려고 했는데 서방님이.."
"입을 맞추어서?"
"...네에."
놀리는 거다 지금. 확실하다. 아까처럼 잘 받아쳤어야 하는데, 바보같이 얼굴을 붉히며 또 당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이어서 들려오는 서방님의 즐거운 웃음소리에 나도 베시시 웃어버리고 만다. 이런 직설화법에는 언제쯤 적응하게 될런지.
"처음 보았을때, 너는 하얀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
"얼굴도 하얗고 어여쁜 아이가 옷도 그렇게 입고 있으니 연꽃이 생각나더구나. 너무나도 순수해 보이고 깨끗해 보이는 아이였어.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싶었지."
"..."
"그래서 널 연아, 하고 불러봤더니 하얗게 웃던 네 얼굴과 너무 잘 어울리는거야. 그래서 연이라고 하였지."
서방님을 알기 전의 시간들에서 서방님의 시선으로 본 내 모습을 듣는 것은, 생각보다 설레고 기분좋은 느낌이다. 처음 연이라고 불렸을 때에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는데, 연아. 하는 목소리에 담긴 애정어린 감정에 나도 어느샌가부터 그 호칭을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네 이름도 좋아하지."
"이름아."
*
한참을 서로 손을 만지작대다, 갑자기 든 허기에 배고파요. 말하자마자 서방님이 장터로 나를 데려왔다. 오랜만에 찾은 장터의 풍경이 반가워 또 이리저리 구경하기 바빴다. 오늘도 어여쁜 빛을 내는 장신구들에 시선을 뺏기자, 서방님이 일단 밥부터 먹고. 하며 단호한 투로 말한다. 배가 고픈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군말없이 서방님을 따랐다.
"다 먹은 거야?"
"네. 배불러요.."
"안돼. 뭐 먹지도 않아 놓고서."
"많이 먹었는데.."
아.
한 숟가락 가득 밥을 푼 서방님이 내가 좋아하는 찬까지 올려 입 앞에 가져오며 입을 벌리라고 아, 한다. 이러면 내가 받아먹을 수 밖에 없잖아요.. 배부르다고 볼록 나온 배를 두드리며 울상을 지어봐도, 서방님은 단호히 내 앞에 숟가락을 내밀었다. 몇 번을 내가 받아먹는 모습을 더 보고서야 그 행동이 멈추어졌다. 대박, 진짜 많이 먹었어.
"저 못 걸어요 서방님."
"업어줄까?"
"완전 잘 걸을 수 있답니다!"
또 장난끼가 슬그머니 나타나 기어코 업어주겠다는 서방님에게 격렬하게 손사래를 쳤다. 말 한마디를 함부로 못 하겠다, 정말.
배도 두둑히 채우고 나니, 아까 홀린 듯 구경하던 장신구들이 다시 생각났다. 슬쩍 서방님을 쳐다보니, 아는 사람을 만난 듯 정신없이 이야기 중이길래 건너편의 그 장신구들에 다시 다가갔다. 서방님이 저번에 사주신 가락지와 비슷한 모양의 가락지를 보고 서방님께 사드려야하나 고민하는데 불쑥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이것이 마음에 드신 겁니까?"
"..지금 저한테 여쭈시는..?"
"예. 아까부터 그 가락지만 보고 있길래."
"아.."
"혹 이것을 선물해 드린다면, 저와 잠깐이나마 시간을 보내주실 수 있으신지.."
너무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제안이었다. 내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어버버거리다, 고개를 돌리자 언제부턴지 이쪽을 쳐다보던 서방님과 눈이 마주쳤다.
"..."
굳은 얼굴로 서있던 서방님이 이내 빠른 걸음으로 나에게 걸어온다.
내가 아무 말이 없자, 어리둥절해하던 낯선 남자가 '정혼자가 있으십니까?' 묻는다.
"보다시피."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어느새 내 옆에 다가온 서방님이 잡은 손을 흔들거리며 했다.
"큰일이네, 우리 부인 예쁜 거 다 소문나 버려서."
남이 들으면 저절로 주먹지게 되는 유난스러운 말과 함께.
처음보는 낯선 남자가, 숨겨져있던 서방님의 질투심을 건드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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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냈죠?
저 노래 듣고 너무 좋아서 지금 몇번째 반복재생하는지 모르겠어요..
행복해 ㅠ
아기도령 재환이는 곧 완결이 될 것 같아요.
250명 이상이라는 많은 분들이 신알신 눌러주신 제 부족한 글을
최대한 많은 정성을 쏟아부어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금 다른 분위기의 새로운 글도 조만간 들고올게요.
항상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 신청은 마감하겠습니다.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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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다 못 달아드려서 죄송합니다
항상 꼼꼼히 읽고 힘 얻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