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배우 vs 경쟁 배우 팬
이 애매한 관계는 어떻게 정의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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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 조공 한대? "
경수의 들뜬 표정에 3달 차 신입 매니저가 울먹 거렸다. 형, 스케줄에나 제발 신경 쓰세요. 매니저의 말에도 경수는 눈을 반짝이며 매니저의 팔을 질질 잡아 끌었다. 이번 매니저를 기점으로 벌써 7번째였다. 데뷔 10년차 경수의 매니저가 바뀐 횟수가. 그것도 자진해서 말이다. 겉과 달리 경수와 꽤나 질긴 고집은 사람을 질리게 만들었다. 물론 배우인 경수에게 연기에 대한 열정이 그만큼 크다면 좋겠지만, 왠일인지 경수의 관심사는 연기에 약간 벗어나 점점 꺼져가는 불씨처럼 시들해지는 시점 이었다.
" 형 제발. "
" 종인씨 생일 조공 하냐고. "
" 제발요 형. 제가 무릎이라도 꿇을까요? 사장님 전화 오시고 난리.. "
" 승준이 너 진짜 이렇게 나올거지? 응? 됬다, 됬어. 형이 확인할게. "
이제 곧 스케줄 가야 되요 형. 시계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는 매니저의 모습에도 잠깐만, 하며 짧게 말을 마친 경수가 아랑곳 하지 않고 웃으며 노트북 앞으로 다가갔다. 김종인 생일 조공. 타닥타닥 빠르게 타자를 친 후 많은 양의 글을 내려읽던 경수의 표정이 더욱 밝아진다. 아싸, 개인 조공 받는다! 이번에는 뭘 보내면 좋을까.
" 승준아, 종인씨한테 개인 조공 뭐 보낼까? "
" 형, "
" 음 세탁기? 아님 집 한채? 어우야, 나 요즘에 씨에프 안 찍어서 이럼 안되는데. "
" 형! 저번에 그렇게 돈 쓰셨다가 사장님한테 혼나셨잖아요. "
에이, 괜찮아. 내 돈인데 뭘. 씨에프 안 찍으로 가시고 맨날 김종인 글만 봤잖아요 혀엉. 별일 아니라는듯 웃으며 손을 휘휘 젓는 모습에 매니저가 한숨을 폭 쉰다. 진짜 못말린다. 저번년도 종인의 생일에 보낸 어마어마한 조공으로 보낸 결과로 밀린 카드값 때문에 혼난지가 얼마나 됬다고. 매니저가 눈을 부릅 뜨고 경수의 손을 잡아 끌었다.
" 야,야? 승준아 왜그래! "
" 형, 곧 11시에 영화가 좋다 프로 게스트로 나가야 되구요, 또 1시에 영화 극본 리딩 있습니다 또.. "
" 다 안다니까? "
" 그니까 제발 정신 차리세요. 형도 배우에요. 지금 이럴 시간이, 으쌰 없습니다. "
승준아 승준아! 아직 다 생일 조공글 못봤는데. 매니저의 강한 악력에도 경수의 눈은 읽다가 만 공지글을 재빠르게 흝는다. 그렇다. 일반인 팬보다 더 질기고 무시무시한, 경수는 한참 주가를 올리는 배우 종인의 팬인, 이 시대 최고의 배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