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도령에게 시집가기
글 잎련
갑자기 나타난 낯선 사내가 나에게 호감을 보였고, 이에 질투심이 불타오른 서방님이 나의 손을 잡고 그대로 그 자리를 떠나버려서 결국 서방님에게 선물하려 했던 가락지는 얼마인지 물어보지도 못했다. 꽤 오래 걸어온 것 같은데, 잡은 손에는 여전히 힘이 들어가 있고 서방님의 표정도 아직 좋지 않다. 이러다 걸어서 집까지 가겠네, 하는 생각이 들자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내가 갑자기 움직이지 않자 서방님이 의아하게 뒤를 돌아본다.
"..왜?"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 아파요."
"아, 미안. 어디 좀 앉을까?"
약간은 장난을 섞어 조금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다리를 통통 두드렸고 서방님은 정신없어 보이는 와중에도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쉬었다 가자는 말에 내가 웃으며 가리킨 곳은 작은 찻집이었다. 서방님은 군말없이 나를 따라 들어왔고 우리는 볕이 잘 드는 쪽에 자리를 잡았다.
"서방님."
"어?"
"좀 기분 좋았습니다."
"뭐가?"
"아니.. 이미 서방님이랑 혼인했는데도 그렇게 질투해주니까요."
아까부터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겨우 부여잡으며 말을 꺼냈더니, 어째 서방님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이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건가? 하고 다시 말하려는데, 서방님의 말이 좀 더 빨랐다.
"혼인하였기 때문에 질투하는 것이 아니냐."
"나의 여인이니까."
잠깐 잊었다.
서방님은 너무나 순수하게, 온 마음을 다하여 나를 사랑하고 있다.
*
질투심으로 불타오르던 서방님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든 것 같아 꼭 사고싶은 것이 있다며 다시 장터로 가자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장터에 또 가자고? 하는 얼굴이던 서방님이 사고싶은게 있다는 내 말에 금세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서방님 이렇게 질투심이 많아서야.
"아까 사려고 했는데, 서방님때문에 못 샀어요."
"..."
"농입니다! 그렇게 진심으로 미안해하시면 제가 더 민망해요."
우리는 다시 장터로 돌아왔고, 아까 그 갑판상을 찾아 두리번대는데 서방님이 옆에서 내 손을 꼭 잡고 애써 티내지 않으며 주위를 경계하는게 느껴졌다. 그 모습이 꼭 어린아이 같아 귀여웠다. 그래서 농담삼아 던진 말인데 서방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미안한 표정으로 애꿎은 손만 만지작댄다.
그렇게 잠시 둘러보다보니 아까 그 갑판상이 보여 걸음을 빨리 했다. 드디어 서방님께 가락지를 선물해 줄 수 있다는 마음에 신이나서 아까 그 가락지를 찾았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내 손에 쥐어진 반지를 서방님에게 내밀었다. 어때요? 얕은 미소를 띄우며 내 머리를 쓰다듬던 서방님이 앞으로 불쑥 내밀어진 반지로 시선을 옮겼다.
"이것은 왜?"
"서방님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래?"
어째 내가 더 신났다. 서방님이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기도 전에 잽싸게 돈을 지불한 내가 상인에게 반지를 받아들고 서방님의 손을 덥썩 잡았다. 내가 사줄 것인데. 하는 서방님에게 고개를 저으며 제가 사드리는 겁니다! 하고서 서방님의 왼손 검지에 나무 가락지를 끼워주었다. 맞춘 것처럼 딱 맞는 크기였다. 서방님이 자신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살펴보다가, 짠! 하는 소리와 함께 서방님의 손과 나란히 내밀어진 내 손을 보고 아까처럼 웃어버린다. 물론 내가 내민 손에는 서방님이 준 나무 가락지가 약지에 끼워져 있었다.
"우리 이제 같은 가락지 꼈어요."
"이런 재롱은 어디서 배워오는거야?"
"제가 뭘요?"
아까부터 입꼬리에 달랑달랑 매달린 미소를 주체하지 못하던 서방님이 물어왔지만 나는 또다시 새침하게 모르는 척을 했다. 아양이라고 불리는 짓 같은걸 하고 있는데도. 여태 서방님과 꽤 살았다고, 이제 눈빛을 읽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서방님은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다. 오늘따라 유난히 붕 뜨는 기분에,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까지 해서 신난 내가 길 한복판인데도 불구하고 서방님을 와락 안아버렸다.
"서방니임."
"오냐."
"감사해요, 저랑 혼인해 주셔서."
"오늘따라 왜이리 귀염을 떨지?"
서방님께 안긴 채로 고개를 들었더니 내 이마에 입을 맞춘다. 놀란 내가 주위를 살피며 아 서방님! 하는 앙탈 섞인 소리를 지르자, 능글맞게 웃어보인 서방님이 손으로 내 머리까지 감싸안아 품에 들어오게 한다. 가만히 안겨있으니 서방님의 심장소리가 쿵쿵 귓가를 울린다.
"이름아."
"네에."
"안되겠다."
"뭐가요?"
안되겠다, 라는 말과 함께 나를 품에서 떼어낸 서방님이 내 손을 잡고 어딘가로 급히 걸어간다. 서방님에게 손을 꼭 잡힌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졸졸 따라갈 수 밖에.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약간은 숨이 찰 정도였다. 이내 좁은 골목으로 들어간 서방님이 나를 벽에 기대게 했다.
"서방님?"
"네가 너무 어여쁜 탓이다."
"네?"
알수 없는 말을 하며 약간은 급히 입을 맞춰온다. 갑작스런 입맞춤에 놀란 탓인지, 서방님이라서 설레는 것인지 쿵쿵거리는 심장처럼 서방님의 어깨에 살짝 얹어진 손도 파르르 떨렸다. 부드럽게 내 입을 감싸던 서방님이 그런 내 손을 꼭 잡아온다. 그런데 오히려 역효과가 난 건지, 심장이 더 크게 뛰는 것만 같다.
진한 입맞춤 뒤로도 계속에서 쪽쪽 소리를 내며 짧게 입을 맞추는 서방님에 얼굴이 새빨개진 내가 그만하세요오, 하는데도 놀리려고 일부러 그러는지 얼굴 여기저기에 도장을 찍듯 입을 맞춘다. 부끄러우면서도 입맞춤 하나하나의 의미를 알기에 계속 웃음이 피어났다.
"행복해."
진심이 가득 묻어나는 서방님의 말 한마디가 너무 사랑스러워 내가 먼저 서방님에게 입을 맞추었다. 잠깐 놀란 듯 한 서방님은 이내 웃으며 나를 받아들였고 우리는 또 서로에게 사랑을 불어넣었다.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왔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사랑해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 처럼,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조선시대 남편이 임신한 아내를 돌보는 법
"부인, 먹고싶은 거 없어?"
"딸기가 먹고 싶어요."
"..지금 여름인데?"
"딸기.."
"구해올게! 나 다녀올게!"
"서방님.."
"응? 왜? 뭐해줄까?"
"아침 차려야 되는데.."
"아냐 내가할게! 앉아있어 어 괜찮아!"
"안 졸려요?"
"어..어?? 아 괜찮아 괜찮아."
"..방금 눈 감고 있었거든요."
"..잠깐 생각한거야."
"됐어요, 안마 그만하고 자요 이제 안아파."
"안돼. 더 해주고 잘래."
"그럼 나 안자."
"응 좀 이따 안마 다 하면 나랑 같이 자자."
"..그럼 나 밥 안먹어."
"내가 먹여줄게."
"..뽀뽀 안 해줄거야."
"얼른 자자! 자자 우리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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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여러분 드디어 완결이 났습니다..!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네요..
제가 완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다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고마운 독자님들 덕분이에요!
정말 감사하다는 말로 다 표현을 못하겠어요
언제나 저에게 힘을 주시고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새로운 작품도 조만간 올라올 것 같으니 다음 작에서도 함께 달려주셨으면 좋겠어요!
독자님들 다시한번 너무너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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