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 우태운 과외학생 표지훈 上
" 그렇게 푸는 거 아니라니까. 형이 저번 시간에 곱셈공식 외우라는 건 외웠어? "
" 아니요. "
" 왜 안 외웠어. 곱셈공식 안 외우면 안 된다고 그랬잖아. "
" 아, 짜증나. 오늘 수업 안할래요. "
이런 시발새끼. 책상 위에 올려놓은 손을 저도 모르게 말아 쥐었다. 아, 태운아. 참자, 참아야 돼. 지금 니 눈앞에 있는 앤 돈덩어리야.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은 태운이 눈을 뜨자 의자에 기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지훈을 보였다. 우지호가 이랬으면 반 죽었는데… 내 동생으로 안 태어난걸 다행으로 여겨라. 아, 내 동생으로 태어났으면 과외를 안했겠구나. 멍청한 생각을 한 태운이 지훈을 노려봤다. 숙제를 내주면 까먹었다고 안하고 펜으로 손등 위에 적어줘도 씻다가 지워져서 몰랐다며 제가 적어준 글씨가 말끔히 지워진 흰 손등을 내미는 이 녀석에게 진저리가 났다. 그렇다고 과외를 바꾸자니 공부는 시켜야하는데 애 성격에 못 이겨 관둔 과외선생들이 많았는지 다른 학생들의 두 배 가까이 되는 페이를 놓칠 수는 없었다.
동네에서 성격 지랄맞기로 유명한 제 동생이 있어 남학생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연락을 했던 게 제 인생의 가장 큰 실수였다. 흥얼거리며 여친이랑 카톡하는지 입이 귀에 걸려 신나게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는 모습이 참 가관이었다. 한숨을 쉰 태운이 내일까지 곱셈공식 외워. 내일도 안 외웠으면 핸드폰 뺏고 너 외울 때까지 계속 수업할거야. 라고 말하며 짐을 쌌다. 예예, 잘 가요. 쳐다보지도 않고 대충 말하는 지훈을 본 태운이 허, 하며 방문을 쾅 닫고 나갔다.
-
" 우지호! "
집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건 거실 구석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 제 남동생이었다. 아, 왜. 여전히 컴퓨터만 보며 소리 지르는 지호의 모습에서 표지훈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가방을 내팽개치며 지호의 곁으로 가 뒤통수를 후려치니 왜 때려! 하며 뒤통수를 부여잡고 저를 째려보며 외치는 지호의 뒤통수를 한 대 더 때리자 지호가 벌떡 일어나 저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게 아닌가.
"작작 좀 때리라고! 니 과외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 나한테 푸니까 기분 좋냐? 어? "
" 아니, 이 새끼가 형한테…. "
더 때릴 생각으로 팔을 들어 올리니 지호가 울 듯 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본다. 뭐야, 얘 왜이래….
" 우태운 니 존나… 난 아무것도 안했는데 맨날 때리고… 내가 좀만 뭐라 하면 형한테 대든다고 때리고… 짜증나! 시발 우태운 원숭이 새끼 군대나 가! "
" 아…아, 시발…. 우지호…저 개새끼…. "
군대나 가라며 태운의 급소를 무릎으로 찍은 지호가 훌쩍이며 방으로 들어가고 이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태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에 주저앉으며 차마 만질 수 없는 그곳을 감싸며 끙끙 앓았다. 시발 오늘 하루 되는 일이 없구만. 겨우 괜찮아져 바닥에 구르던 몸음 일으켰다. 인상을 구기며 뒷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벅벅긁은 태운이 지호가 들어간 방을 보았다. 매일 때린다라… 그러고보니 말안듣는 좆고딩 표지훈에게 쌓인 스트레스를 항상 지호에게 풀었던 거 같기도 하다. 크흠, 헛기침을 하며 지호가 앉아있던 의자를 봤다. 아, 괜히 미안해지네….
-
한편 방으로 들어간 지호는 침대위에 누워 바나나인형을 끌어안고 제 친구 경에게 전화했다. 통화가 연결되는동안 아랫입술을 깨물며 바나나껍질을 벗겼다 씌웠다하며 발을 동동 굴렸다. 아, 박경 오이새끼는 찾으면 꼭 안받아! 결국 통화종료버튼을 누르고 유권에게 전화했다.
- 어, 지호야!
" 유권아…. "
다정한 유권의 목소리를 들으니 쌓였던게 펑 터져 유권의 이름을 부르며 엉엉우니 무슨 일이냐며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왜, 누군데? 지호. 엥? 우지호가 어쩐일로 너한테 전화를 했대. 어, 나한테도 전화했었네. 지호한테 무슨 일 있어? 몰라, 갑자기 우는데? 뭐? 우지호가 울어? 야, 나 좀 바꿔줘. 같이 있었는지 작은 소리로 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박경 이새끼… 노느라 전화 안받은거였어? 괜히 경에게 짜증이 난 지호가 지호야! 하며 걱정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제이름을 부르는 경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안고있던 바나나인형을 집어던졌다.
" 박경 씹새끼야!! 왜… 전화 안받아… 너나 우태운이나 둘 다 짜증나!! "
- 진동으로 해놔서 몰랐어. 태운이형이랑 싸웠어?
" 우태운 얘기꺼내지마! 유권이 바꿔 피클새끼야. "
- 피… 아, 아니야. 미안해. 내가 죽을 죄를 졌어. 지금 집이지? 유권이랑 갈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뭐라 하기도 전에 끊긴 전화를 본 지호가 베개위로 휴대폰을 던졌다. 마음같아선 벽이나 바닥으로 던져 박살났음 좋겠지만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진 휴대폰 안바꿔준다던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아, 왜이렇게 내 인생이 불쌍하지… 껍질이 벗겨진 채 우는 표정으로 바닥에 아무렇게 놓여진 인형의 모양이 오이를 닮아 인상을 쓰다 다시 풀고 인형을 주웠다. 그래, 인형이 무슨 죄야. 우태운이 개새끼지.
-
" 누구. "
" 유권이랑 경이요. "
" 아, 들어와. "
형, 안녕하세요- 서글서글하게 웃는 유권에게 웃어주던 태운이 유권 뒤에서 제 눈치를 보며 고개를 까딱이는 경을 보고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지호가 아니라 오이한테 풀면 되겠구나. 태운의 표정을 본 경이 울상을 지으며 신발을 벗고 유권을 따라 지호방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경아, 형이랑 지호에 대해서 깊은 대화를 나누자. 제 어깨를 붙잡고 웃는 태운에게 아, 형… 지호 좀 달래고 오면 안될까요? 하며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유권에게 도움을 청하려 시선을 돌리니 문에서 얼굴만 내민 지호가 유권의 손목을 잡고 방안으로 들여보낸 뒤 문을 닫으려고 할때였다.
" 지호야! "
너라도 날 도와줘! 뒷 말을 표정으로 지은 경이 지호에게 애절한 눈빛을 보냈지만 지호가 인상을 쓰며 문을 쾅 닫았다. 하하하, 가식적이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태운을 본 경이 고개를 숙이고 태운이 이끄는 대로 태운의 방에 들어갔다. 초등학생때부터 지호와 친했던 경은 자연스럽게 태운과도 친했다. 또래에 비해 키도 크고 힘도 쎈 태운은 장난치는 것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튼튼하지만 어렷을 땐 몸이 안좋았던 지호를 대신해 태운에게 괴롭힘 당했던건 자주 지호네 집에 놀러왔던 경이었고 태운의 장난은 대학생이 된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초딩때는 또래에 비해 세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초등학생이었기에 그나마 괜찮았는데 커가면서 나날이 늘어가는 기술과 힘때문에 가끔은 버겁기도 했다. 아, 내 성격이 우지호처럼 지랄맞았으면 그나마 덜 했을텐데… 괜히 집에있는 누나와 동생이 그리워졌다. 동생아, 형이 이러고 살아.
형님! 죄송해… 아악! 방 문 밖에서 들리는 경의 목소리가 들렸고 유권이 한심하단 표정으로 방문을 바라본 뒤 바나나인형을 끌어안고 침대구석에서 울먹거리는 지호를 봤다.
**
블독방에 썰올렸는데 친구1이 보고 좋다!!해서 계속 쓴 썰 친구야 보고있니? 피코는 다음편에 만나겠죠...
피코섹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