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어택
@Youday
10
전정국 시점
체육대회 날 아침, 따로 연락하진 않았지만
너라면 빨리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전화를 받지 않은 너에 준비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문자를 남겼다.
내가 너무 일찍 왔나 생각하다, 기다리면 너가 올 거라는 사실때문에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저 멀리 뛰어 오고 있는 너의 모습이 보인다.
넘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됐다.
내 앞에 도착해서 말도 못하고 숨을 고르는 모습에 웃음이 터지려 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넌 내 눈을 바라보다 고개를 푹 숙인다.
"...미안해."
왜 사과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유를 묻자, 기다리게 해서. 라고 답하는 너였다.
사실 난 참을성이 많은 편은 아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따분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상관 없게 느껴졌다. 아마도 너라서 그런가 봐 탄소야.
*
난 하루 중 등교시간과 하교시간이 제일 즐거웠다.
딱히 재밌는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너와 둘이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탄소야 너랑 계속 함께 있다면 좋을텐데..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해도 너의 곁에 있을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을 하다보니 우린 어느새 체육관에 도착했다.
체육관까지 좀 걸리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도착한 것 같았다.
너와 있으면 좋은 만큼 그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다.
반 현수막이 있는 곳으로 가자, 박지민이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 박지민을 보며 웃는 너의 모습에 살짝 마음이 이상했다.
항상 있는 일이지만 익숙해 질 수 없었다.
박지민과 있으면 너는 항상 잘 웃었다. 박지민이 워낙 말재주가 좋아서 그런 거겠지 라고 생각해 버리기로 했다.
준비체조가 끝나고 우리 반 축구경기가 시작되었다.
너가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싶었지만, 피구경기가 겹쳐 있어서 아쉬웠다.
경기장을 들어가기 전에 박지민이 갑자기 내게 무슨 얘기를 하려는 듯 다가왔다.
"이제 좀 말할 때도 되지 않았냐."
뭔 말을 하는 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박지민을 쳐다봤다.
"탄소말이야. 너무 늦기 전에 말해."
아무리 생각해도 박지민은 너무 눈치가 빠르다.
사실 겁이 났다.
내 진심을 너에게 말한다면 널 계속 볼 수 있을까 란 의문이 항상 나를 따라 다녔다.
박지민은 이런 내 생각을 이미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나 보다.
너무 늦기 전에...
생각을 하면서도 어느새 나의 눈은 너를 찾고 있었다.
"박지민"
"왜."
"내가 말해도 되는 걸까."
"니 마음을 너가 말 안 하면 누가하냐?"
하긴 그건 그렇지.
한 번에 명쾌한 답을 내버리는 박지민에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간단한 걸 왜 난 지금까지 몰랐던 걸까.
때마침 넌 우리에게 다가와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물었다.
박지민은 아무 것도 아니라며 넘겼고, 먼저 경기장으로 뛰어 갔다.
아마 일부러 먼저 간 것이겠지.
"지민이 뭔 일 있어? 엄청 급하게 가네."
뭔 일이라.. 나한테 아마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
"탄소야"
"응?"
"체육대회 끝나고, 내 소원 좀 들어 줄래?"
너무 늦기 전에 용기 내보려고.
널 많이 좋아한다고. 너도 내 마음과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
오전 경기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됐다.
체육대회 점심시간마다 행해지는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경품 추첨.
거의 장기자랑이라고 봐도 무관한 것이었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 김석진의 마인드 덕분에
많은 아이들이 뽑히지 않길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전학을 온 넌 경품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거리며 받아 보고싶다는 말을 꺼냈다.
차라리 안 받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나의 말에 넌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곧, 경품추첨이 시작되자 넌 이해한 듯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3명 정도가 탈탈 털리고 경품을 가져갔다.
마지막 경품 추첨, 김석진은 학년 반 번호를 순서대로 뽑았다.
3학년 4반 31번 이 호명되었다. 바로 탄소 너였다.
입을 크게 벌리고 당황한 표정을 한 너의 모습에 나와 박지민은 웃음을 참을 수 없어 빵 터트렸다.
넌 착잡하며 경기장으로 내려갔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춤을 시킬 줄 알았는데 김석진은 갑자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전학생이라 색다른 걸 해보고싶다나 뭐라나.
속으로 그 질문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놓고 있을 때,
"네. 있어요."
마이크로 인해 체육관 전체에 울려 퍼지는 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분이 혹시 이 자리에 있나요?"
그 질문에 넌 나랑 박지민이 있는 쪽을 쳐다 보더니
"네."
라고 대답한다.
너가 이 쪽을 쳐다 봤을 때 솔직히 좀 기대했다. 혹시 내가 아닐까.
혼자 김칫국을 마시고 있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나였으면 좋겠다고.
너가 경품을 받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사이에 박지민은 화장실을 간다고 하고 자리를 떠났다.
일부러 자리를 비켜준 건가라는 생각에 고맙게 느껴졌다.
넌 우리 반 아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걸어왔고, 자리에 앉을 수도 없이 여자 애들에게 둘러 쌓였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어? 라는 화제로 소리를 지르며 누구냐고 묻는 것 같았다.
혹시 얘야? 라며 귓속말을 하는 통에 누군지 들을 수 없었지만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귓속말을 들은 후 얼굴이 빨개진 채 당황하는 너의 모습에 그 사람의 이름을 들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 사람의 이름이 전정국, 내 이름이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곧 한 여자애의 말에 난 굳어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박지민이구나?"
*
사실 말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난 말재주가 좋은 편도 아니고, 말이 많은 편도 아니라서 넌 나보단 박지민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박지민과 이야기를 할 때면 항상 웃는 너였다.
아까 여기를 쳐다 봤던 건 나 때문이 아니라 박지민 때문이었던 걸까.
박지민이 다시 자리로 돌아 왔고,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넌 지민이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고, 그 때 난 화장실을 가겠다며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 나왔다.
너가 무슨 말을 할지 몰랐지만, 그래서 더 겁이 났다.
내 예상이 맞을까봐 너무 두려웠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경기장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와 있었다.
아직 오후 경기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야 했다.
정신을 차리고,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내딛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 내가 어쩌면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느린 발걸음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을 때 박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전정국."
뛰어왔는지 숨소리가 거칠었다.
"야 이 호구새끼야."
평소 같았으면 똑같이 욕을 날려 줬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탄소가 그래? 나 좋아한다고?"
그건 아니었다. 너가 직접 말한 건 아니었다.
"그건 아니지만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
내 말에 박지민은 헛웃음을 지었다. 아마 이런 내가 어이가 없는 거겠지.
"그래. 니 말대로 김탄소 걔가 날 좋아 할 수도 있지."
"..."
"근데 걔한테 직접 들은 게 아니잖아. 불명확한 일에 확신하려 하지마."
박지민은 그 말을 끝으로 경기장으로 돌아갔다.
나도 알아. 아는데...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들이 날 두렵게 만든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아무렇지 않은 척 해보려 했지만 감정은 쉽게 숨겨지지 않았다.
그래서 체육대회가 끝날 때까지 넌 내 눈치를 봤다.
같이 집으로 가는 중에 넌 분위기를 풀고 싶은지 먼저 말을 꺼냈다.
"너 소원이 뭐야?"
"아..."
너도 내 마음과 같았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지금 해버리면 무슨 말을 들을까.
내가 만약 더 빨리 다가갔더라면 더 빨리 내 마음을 표현했더라면
달라졌을까.
늦기 전에 말하고 싶었는데
아마 난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
체육대회 다음 날, 토요일
평소 같았으면 학교에서 자습을 하고 있겠지만
체육대회의 영향으로 피곤한 학생들을 위해 학교는 휴일을 선언했다.
난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 상태에서 웃고 있는 지민이와 너의 모습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냥 집에 있기엔 답답해 무작정 집을 나왔다. 딱히 갈 데가 생각나지 않아 발이 가는데로 걸었다.
근데 온다는 곳이 너와 항상 만나는 그 버스정류장이었다.
이런 나의 모습에 괜히 헛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좋을까.
하늘이 점점 먹구름으로 가려지기 시작했다. 비가 오려나 보다.
편의점에서 비닐 우산 하나를 샀다.
우산을 사고 편의점에서 나와 얼마나 걸었을까.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엄청 쏟아졌다.
이대로는 다 젖겠다 싶어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우산꽂이에 우산을 두고 앉을 곳을 찾아 안을 둘러 보고 있을 때, 보였다.
웃고 있는 박지민,
그 앞에서 함께 웃고 있는 너가 보였다.
한참을 멈춘 채로 널 바라 봤다.
그러다 너와 눈이 마주쳤다.
난 우산을 챙길 틈도 없이 카페를 뛰쳐 나왔다.
비를 맞으며 계속 앞만 보고 달렸다.
너의 웃는 얼굴이 다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넌 너무 늦었다고.
있잖아 탄소야 난 하늘이 내 마음과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어.
너무 슬퍼서 견딜 수 없을 때 그래서 지금처럼 이렇게 비가 내리고 있을 때
우산이 되어 준 사람이 너였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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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Youday입니다!
제가 너무 늦었죠? 죄송합니다..
밝게 가고 싶은데 자꾸 슬퍼지네요ㅠㅠㅠㅠㅠㅠㅠ 정국이 때문에 마음이 아픕니다..
왜 탄소는 지민이와 함께 있었던 걸까요? 그것은 다음 화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오늘도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암호닉
치명 / 1201 / 저장소666 / 전스티니 / 꾸꾸야 / 이상형 / 그린내 / 가을
마시멜루 / 오빠아니자나여 / ㄱㅎㅅ / 쫑냥 / 꾸꾸 / 땅위 / 9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