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용국과 두 마리 떨거지들 2 |
방용국과 두 마리 떨거지들 떨거진데 떨거지들이 방용국 먹여살리는게 함ㅋ정ㅋ
written by.이수현([email protected])
2. 젤로, 타다.
“이게 다 뭐야...”
말 끝의 온점 갯수에서라도 볼 수 있듯 용국은 지금 넋을 잃었다. 고향별인 마토행성에서 챙겨온 거라며 꺼내든 심상치 않아보이는 검정색 백팩에서는 온갖 해괴한 물품들이 좁아터진 투룸의 거실을 한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쏟아져 나오는 물품들 중에는 젖병..이라고 추정되는 것도 있었고 영양 가득! 마토 베스트셀러, 생후 3개월부터 사용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진 포장지를 두른 마토 분유...라는 한국에서의 분유통과 비슷해보이는 통도 여러 통, 아니 거의 몇 십통이 쏟아져나왔다. 아니 대체 이것들이 저 좁아터진 가방에서 어떻게 나오는거야?! 경악에 가득 찬 용국의 표정을 살피던 파마머리가 마토 분유라고 적힌 통을 한 통 가져다 용국의 손에 들려주었다.
“밥.”
“어어..어?”
“밥. 지구인아빠. 밥.”
“아이가 배고프면 즉각 일어나서 분유를 태워주는게 부모의 도리지.”
아빠라는 파마머리의 호칭에 아예 유체이탈 하려는 용국을 잡아붙든 건 생 노란머리의 목소리였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분명 방금 전까지만해도 이 둘을 쫓아내려 했는데 어느새 상황이 뒤바뀌어 용국은 상황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기계마냥 가스레인지에 분유에 탈 물을 올렸다. 대충 생긴게 보아하니 믿고싶지는 않지만 젖병으로 추정되는 물건에다가 물을 부어 분유라고 우겨대는 저 통 안에 든 가루를 젖병을 닮은 물건 안에 태워넣어서...이걸 누가 먹어? 저와 키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생 노란머리는 당연히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170정도 되어보이는 저 파마머리도 아닌 것 같...에이. 설마,
“야.”
분명 부른 건 생 노란머리였는데 용국의 부름에 반응한 건 거실에 있다가 주방으로 조르르 좇아 온 파마머리였다. 왜, 지구인아빠? 아빠라는 말에 한 쪽 눈을 찡그리며 파마머리를 손짓으로 밀쳐낸 용국은 큰 보폭으로 아직도 거실에 가방에서 꺼낸 물품들을 펼쳐놓는 생 노란머리를 찾았다.
“야.”
“나 부른건가?”
“그래, 너.”
“지구인들은 모두 그렇게 무례하게 서로를 부르나?”
“..뭐?”
“내 이름은 아까도 말했듯이 대현. 그러니 앞으로는 이름을 불러주도록.”
참나, 어이가 없어서. 용국은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대현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대현은 용국의 시선에도 아랑곳않고 마지막 물품을 이제는 바닥도 보이지 않는 거실에 내려놓으며 가방의 지퍼를 닫았다. 그러더니 아!하며 용국을 돌아본다.
“야.”
저보고는 이름을 부르라면서 용국을 부를 때는 야란다. 이거 뭔가 불공평한 것 같은데. 한 마디하려 입을 떼기도 전에 대현이 선수쳐서 먼저 입을 연다.
“그러고보니 넌 네 소개를 하지 않았잖아.”
아, 그래서 이름을 안불렀다, 이거? 계속되는 용국의 악의적인 시선에도 대현은 꿋꿋했다. 그렇게 살기도 힘들거다 정말.
“네 이름이 뭐지?”
내가 그걸 순순히 알려줄 것 같으냐. 왠지 제가 주도권을 쥔 것 같아 그 단순한 것에 기분이 좋아진 용국이 문턱에 기대서서 팔짱을 낀 채 저를 무심히 올려다보는 대현과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씩 웃었다. 난 말야, 아무에게나 함부로 내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특히 너같은 애들한테는 말이야,
“방용국.”
더 쉽게 알려주지. 헐? 이게 아닌데. 어디서 내 이름이 들린 것 같은데? 대현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럼 뭐지. 뒤를 돌아보자 어젯밤 격한 숙취로 내팽겨쳐진 빈폴 반지갑 새로 삐져나온 학생증을 그새 젤로가 주워다 들고 있었다. 그리고 학생증에 씌여진 이름을 매우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하게 다시 한 번 읽었다.
“방.용.국.”
“저게 네 지구인이름인가 보군.”
자리에서 일어난 대현이 팔짱을 낀 그대로 민망해져 괜시리 시선을 피하는 용국을 스쳐지나가며 한 마디 쐐기를 박았다.
“아무에게나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다더니 너무 쉽게 노출을 하는 군. 헤픈 지구인.”
아니, 이게 아니라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절규를 삼킨 채 용국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뒤를 돌아보자 어느샌가 젤로가 제 앞에 서 있다. 그래도 기본 예의는 배웠는지 학생증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바친다. 빠르게 젤로의 손에서 학생증을 낚아챈 용국이 거칠게 학생증을 주머니에 쑤셔넣자 놀라 토끼눈이 된 젤로가 용국을 올려다본다. 잘못했어? 그렇게 물어온다. 무슨 뜻인지 몰라 대현 쪽을 쳐다보는데 끓기 직전인 주전자 탓에 능숙하게 가스레인지 불을 끈 대현이 거실에서 들고 온 젖병..으로 추정된 것에-언제 담은 건지 심지어는 젖병 안에 분유도 담겨져 있었다-물을 부으며 용국과 젤로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젖병 안에 물을 채워넣는 것에 집중했다.
“방금 네가 한 행동 때문에 아이가 겁먹은거야. 그래서 본인이 잘못한 게 있냐고 물어오는 거다.”
엄밀히 따지면 잘못한 건 맞다. 왜? 본인의 이름을 함부로 노출시켰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된 근본 원인은 방용국, 제 탓이라는 걸 알기에 이도저도 못한 채 용국은 꼼짝없이 젤로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야..이럴 땐 어떡해야 하냐. 결국 젤로의 시선을 이기지 못한 용국이 작게나마 대현에게 물어온다. 그새 분유..라고 추정되는 것을 다 태운건지 젖병..을 능숙하게 흔들며 젤로 쪽으로 오던 대현이 한심하게 용국을 쳐다본다.
“그런것도 모르나, 지구인?”
아니 쒸벌!!!! 내가 애를 키워봤냐 뭘 했냐!!! 애를 본 건 중학생 때 미국에서 살던 이모가 5개월 된 조카랑 비행기타고 한국으로 놀러왔을 때 밖에 본 적이 없단 말이다!!!!! 등등을 포함한 온갖 의미를 담은 시선을 대현에게 보내자, 무신경하게 용국의 시선을 받아낸 대현이 입을 연다. 타다.
“뭐? 뭘 타?”
“타-다. TADA. 설마 귀마저도 먹은건가 지구인?”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를 말하니까 그렇지!!!! 아오 쒸벌 진짜!!!! 도통 대현을 당해내질 못하겠다. 씩씩거리는 용국을 보던 대현이 픽, 가볍게 실소를 흘렸다.
“너 지금 비웃냐? 어?!”
“멍청하긴. 어쨌든 지금과 같은 상황일 때는 아이와 눈을 맞추고 웃어주면서 타다-하고 말해주는거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뜻인데.”
“마토 행성에서는 최고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 어쨌든 아이에게 자주 타다-라는 표현을 해주면 좋아.”
뭔 놈의 표현이 저따위냐. 버릇처럼 한 쪽 눈을 가볍게 찡그린 용국은 어렵사리 젤로 쪽으로 다시 돌아섰다. 젤로는 여전히 용국을 올려다보며 울상인 채였다. 아씨, 저러니까 더 안 할 수가 없잖아...흠흠, 가볍게 헛기침을 한 용국이 젤로의 양 어깨를 살짝 그러쥐었다. 아빠..? 순진하게 올려다보는 눈이 꽤나 맑다. 용국은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부드럽게 웃으며 젤로와 눈을 마주쳤다.
“젤로, 타다.”
그러자 마법처럼, 정말 신기하게도 울상이던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 듯 밝고 환하게 펴졌다. 아빠, 타다! 저도 용국이 했던 말을 똑같이 용국에게 돌려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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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빨리 씻디망....글 올릴 수 있어서 다행임당...
재밌게 읽어주세요ㅎ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