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엑소유치원! first |
어제부터 일하게 된 곳이 바로 여기. 엑소유치원이라죠? 천사들이 가득한 나만의 파라다이스, 나만의 헤븐!
앞치마를 두르고 유치원 대문 앞에 서서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부모님들과 담소를 즐기고 있는 참이였는데, 찬열과 백현이 귀여운 분홍색 토끼 장갑을 한 쪽씩 나눠끼고선 신나게 유치원 마당 안으로 뛰어들어온다. 그런 둘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담소를 대충 마무리 짓고 찬열과 백현에게 다가갔다. 어머, 백현이를 닮은 귀여운 분홍토끼네. 그러자 백현의 얼굴이 장갑의 토끼마냥 분홍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찬열이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싱글벙글이다.
「이거 백현이껀데, 백현이가 저랑 이거 나눠끼자고 했어요!」
정말? 백현이가 찬열이를 정말 많이 좋‥ 내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백현이는 터질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그리고는 찬열이를 노려다보다가 씩씩거리더니 갑자기 끼고있던 장갑을 손에서 빼버리곤 찬열의 품에다 억지로 안겨준다.
「야, 야! 내가 언제 그랬어! 이거 네꺼잖아!」
백현이가 찬열의 정강이를 발로 뻥하고 차버리고는 아야야 하며 정강이를 붙잡고 낑낑거리는 찬열이를 두고 유치원 건물 안으로 냅다들어가버린다. 찬열이는 아파서 눈물을 찔끔 흘리다가도 백현이 눈 앞에서 사라지자 백현아. 어디 가, 같이 가! 하고 소리치며 쫄래 쫄래 따라간다. 나는 괜히 머쓱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백현이가 부끄러운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분홍색 토끼 장갑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변백현이라고 적혀있었으니까.
종인아, 안녕? 허리와 무릎을 살짝 굽히고 종인과 눈을 마주한채 웃어보였다. 내 인사에도 종인은 들은 척도 안한다. 칭찬이라도 하면 좀 나아질까싶어, 우리 종인이 다 컸네, 다른 친구들은 다 엄마랑 등교하는데 종인이는 혼자서 씩씩하게 등교하고. 라고하니 조금 효과가 있었나? 종인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무슨 대답이 나올까. 새까만 눈동자를 들여다보고있자니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종인이 이내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걸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경수 형은 아직 안왔어요?」
으응, 경수가 올때가 됐는데말이지‥ 굽혔던 허리를 펴고 대문을 바라보자 기다렸다는듯이 경수가 얼굴을 내비춘다. 동글동글한 눈에, 동글동글한 얼굴. 경수가 문 밖에서 몸을 숨기고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있다. 경수야, 안들어오고 뭐해? 경수는 표정에 자신의 기분이 다 드러났다. 눈을 도로록 도로록 굴리면서 내 눈치를 보는데, 어쩔 줄 몰라하는 게 눈에 다 보인다.
「그, 그게요‥」
경수가 울상을 짓자 종인이 나를 매섭게 쳐다본다. 내, 내가 울린 거 아니야. 속으로 생각했다. 다행이다. 나도 모르게 종인에게 변명을 할 뻔했으니까. 경수야, 괜찮아. 선생님한테 말해보렴. 무슨 일이야? 그 때 갑자기 자그마한 치와와 한 마리가 어디서 튀어나와 발발거리며 대문 안으로 들어오려했다. 경수는 화들짝 놀라며 치와와를 번쩍 안아들었다. 둘이 그렇게 얼굴을 맞대고 있으니까 애완동물은 주인을 닮아간다는 말이 생각났다. 동글동글. 경수네 집 강아지야? 경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경수의 품에 꼬옥 안긴 치와와가 버둥버둥거리자 경수가 됴야, 안돼. 형아랑 같이 있으려면 조용히 해야해. 하자 깡깡! 두번 짖었다. 그러자 경수는 낑 거리며 치와와를 더욱 꼬옥 안아들었다. 그러니까, 경수의 자초지종을 들어보아하니 어제부터 됴를ㅡ치와와ㅡ키우게 됐는데, 자기가 유치원 간 사이에 됴가 너무 외로울까봐 엄마 몰래 됴를 데리고 나왔다는 것이였다. 엄마한테 안 이를거죠, 선생님? 경수가 일렁이는 눈을 하고 저를 올려다보는데 거기다 대고 아니, 선생님은 엄마한테 이를거야. 라고 대답 할 수도 없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됴를 쓰다듬었다.
「경수형. 얘 안 물어?」
종인의 말에 경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됴, 진짜 착해! 선생님이 만지는데도 가만히 있었잖아. 그러자 종인이 나를 쳐다본다.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됴를 바라본다. 물 것 같은데. 종인이 말했다. 그런데, 종인은 어딘가 불편해보이는 표정이다. 어째‥ 됴랑 눈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눈싸움이라기보단 종인이 일방적으로 됴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종인의 눈빛에 잔뜩 겁먹은 됴가 경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응. 질투, 종인의 눈빛은 마치 바람 피는 아내를 목격한 남편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와, 예쁘네. 우리 됴.」
세상에. 살면서 저렇게 영혼없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았다. 어떻게 저런 무미건조한 말투와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경수는 그저 좋다고 방실방실 웃고있다. 종인이 됴에게 손을 살며시 뻗었다. 됴가 살짝 으르렁 거린 것 같기도 했지만, 설마 물기야하겠어. 라는 생각으로 그저 가만 바라보고만 있었다. 종인은 살짝 멈칫하고 다시 경수를 바라봤다. 경수가 괜찮아. 만져봐. 라고 하자 다시 손을 뻗었다. 와그작. 원, 원장선생님! 구급상자요! 구급상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호들갑을 떨며 원장 선생님을 찾았다. 경수가 으아앙하고 울음을 터트리며 주저앉았다. 아직 어린 강아지라 큰 상처는 나지 않았지만, 경수는 많이 놀란 듯 했다. 아니‥ 그러니까, 물린 건 종인인데 경수가 울음을 터트렸다. 종인은 물린 손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내가 뭐랬어. 물것 같다고 했잖아.」
그 말을 들은 경수는 더욱 더 크게 울면서 미안해, 미안해 종인아‥. 하고 잔뜩 뭉그러진 발음으로 말했다. 원장선생님이 급하게 구급상자를 가져와서 종인의 손에 연고를 바르고 뽀로로 밴드를 붙여주었다. 경수는 눈 한번 깜짝않는 종인의 모습을 보고 훌쩍거리며 울음을 스스로 그치더니 됴의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왜그래! 우리 종인이 왜 물었어!」
됴는 경수가 때릴 때마다 낑, 깽, 깡거리며 경수에게 매달렸다. 경수야, 그만해. 그만. 됴 죽겠다. 내가 말리자 그제서야 경수는 때리는 걸 멈추었다. 종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경수에게 다가갔다. 눈물 범벅이 된 경수의 눈가를 닦아주고, 닦아주고. 볼에, 볼에‥
「울지마. 난 괜찮아.」
멍하니 벙쪄있는 나를 두고 종인과 경수는 손을 마주잡고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 됴까지 합한 세명이 유치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강아지를 싫어하는 백현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으아아악! 찬열, 박찬열! 찬열아‥!」
어제부터 일하게 된 곳이 바로 여기. 엑소유치원이라죠? 천사들이 가득한 나만의 파라다이스, 나만의 헤븐‥은 좀 무리지 않을까? |
트리플망고 | ||
엑소유치원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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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유치원에 암호닉 신청하신 분들만 넣었어요! 혹시나 빠지신 분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정말 오랜만에 찾아왔네요! 쓸데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는 많아서 프롤로그만 3개 질러놓긴했지만 찬찬히 연재를 하려고 해요!
늦어도 이해해주시고 프롤로그에 덧글 달아주신 11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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