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우리 Prologue.
난 내 인생에 있어 현재에 몰두하고 미래는 완벽하며 과거에 후회할 일 따위는 없을 줄 알았다.
너를 만나고 너와 헤어지기 전까지는,
재작년 이맘때 난 너를 처음 만났다
아마 신입생 환영회였을 거다
넌 경영학과에서 알아주는 핵인싸였고
난 그에 못지않은 회계학과 인싸였다.
우리 학교 전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경영학과와 회계학과의 질긴 인연이
너와 나에게도 성립하는 식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냐고
나름 경영학과 인싸였던 내 주위에는 신입생 환영회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동기, 선배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그중 너와 친했던 옹성우도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그 옹성우는 회계학과 15학번 내 동기이자 친구였다.
" 야, 김여주 쟤 어때 잘생겼지 "
" 응 잘생겼네 "
" 니가 보기에도 그렇게 잘생겼어 ?
아니 내 동기들이 소개해달라고 난리더라고
아 - 이리저리 핑계 대느라 진땀뺐다 "
" 그럼 소개해주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
" 야 이 오빠가 널 위해 꽁꽁 숨겨뒀잖냐 "
" 내 스타일 아닌데 ?"
" 야 …. 니가 그렇게 얘기하면 옹존심 다 - 무너져요 … "
" 딱 싫어 기생오래비처럼 생겨서 주위에 여자 득실득실하고
여자 맘 몰라서 상처 주게 생긴 애들은 "
" 상처 좀 받아본 것처럼 말한다 ? "
옹성우의 물음에 아니라고 단호하게 잡아뗐지만
사실 … 맞다
학창시절 3년 내내 기생오래비처럼 생긴 학원 오빠 좋아했다가
그 오빠가 사실 어장이 아쿠아리움 수준에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옆구리에 낀 여자가 바뀐다는 얘기를 듣고
자지러졌던 경험이 있었다.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나로서는
딱 저런 타입은 질색이었다.
" 남 이사, 아무튼 난 관심 없으니까 니 주위 잘난 동기들한테 잘난 친구 소개해드리세요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기생오래비 좋아했던 옛 마음 아직 다 안 죽었는지
한 번 더 눈길이 가긴 했다.
하얀 피부, 약간은 불그스름한 귀, 립밤을 바른건지 반짝이는 입술, 남자치고도 조금은 더 높던 콧대, 서로 상극인 듯 찢어 올라간 …
그 순간이었다. 황민현의 얼굴을 나도 모르게 세세하게 관찰하던 그 순간
찢어 올라간 눈매의 끝맺음을 맺으려던 그때 황민현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서로 눈이 마주쳐버렸고
혹시나 쳐다보던 게 들켰을까 당황한 나는 눈을 피할 생각조차도 못했다.
이러다 먼저 피하겠지 싶었지만, 상대방은 피하지 않았고
얼어버린 나 또한 굳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던 그때
'안녕'
황민현이 아무도 들리지 않도록 입 모양으로 인사를 했다.
순간 잘못 본 건가 싶었다.
그때부터였을 거다
너와 나의 질긴 인연의 첫 시작이
아직까지도 악연인지 필연인지 정의 내리지 못한 그 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