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지훈, 지훈!”“응. 왜, 지호야.”.이씨이. 지훈. 나 봐바. 저의 부름에 대답하기만 할뿐 시선을 돌리지 않는 지훈을 보며 투 덜거리던 지호가 피식 웃으며 그제야 돌아보는 그를 보고 덩달아 웃음지었다. 왜? 뭐 할 말 있어?.“내 눈 봐바!”“왜? 뭔데?”“지훙, 사랑해!”.덜컹. 예상치도 못했던 뜬금없는, 갑작스러운 말에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을 받은 지훈이 잠시동안 멍하니 지호를 보다가 휘청, 하고 비틀거렸다..“끄웅? 사랑해!”.콜록, 콜록. 급기야 기침까지 해대는 지훈을 보며 되려 당황한 지호가 왜구래, 왜그래애 하며 주저앉은 지훈을 따라 시선을 맞추며 쪼그려 앉았다..“콜록, 너. 콜록, 콜록. 그런거 어디서 배웠… 흐…!”“나 잉제 한글 쪼꼼 마니 읽을 쑤 있써! 사전에서 봤써.”.사랑해, 뜻이 모냐며언. 엄청 아끼고 조아하고 그리워하는 사람한테 해주는 말이래써! 긍데 아끼는 거랑 조아하는 건 아는데 그리운 게 뭔지 모르겠써…. 말꼬리를 옹알거리는 지호의 말은 이미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좋아하 거나 그리워하는 마음. 사랑. 그 뜻을 완벽히 이해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그 뜻풀이를 듣고도 저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지훈이 빨개진 얼굴로 아직 입술을 오물대며 옹알거리는 지호를 덥썩 끌어안았다...02...알람이 왜 안 울리나 했더니 핸드폰이 부서졌더라. 지호가 깨워 겨우 일어난 지훈이 지호가 고양이를 죽여 화가 많이 났던 날 제가 던져 부서졌던 핸드폰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이거, 웅. 움지겨!”.그래서 새 폰을 사러온 핸드폰 판매점. 지호는 판매원이 화면을 보여주며 설명을 해줄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곱상한 지호의 얼굴을 보고 잔뜩 신이 나 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화질은 어떠니, 4G는 어떠니 설명하는 여직원이 조금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 덕에 귀찮게 간섭을 들으며 판매원의 말에 속을 염려도 없었다..“지훈, 지훈. 이게 쩨일 조태.”“쓰읍. 내말 믿어, 저 사람 말 믿어?”“지훙!”“이게 좋은 거야.”“웅.”.푸흡.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어이없다는 듯 굳어진 여직원의 얼굴에 대고 이 핸 드폰으로 할게요. 해주세요. 했더니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며 네,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 한다.그럼, 지호는 너 같은 향수냄새 진한 흔한 여자의 말 따위보다, 내 말이 우선이지. 괜스레 흐뭇해진 지훈이 저를 올려다보는 지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03...“지호야. 이것도 먹어.”“웅으.”“자, 이것도.”“끄우응?”.매일 얼굴을 바닥에 파묻고 음식을 먹는 지호만 봐왔던터라, 음식을 씹으며 오물대는 모습을 보질 못했었는데. 이제 차츰 사람답게 먹는 방식을 배워가는 지호가 처음으로 고개 를 들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을때는. 되려 지훈이 정신도 못차리고 지호에게 계속 무언가 먹여댔다. “우웅. 으? 그응.”“맛있어? 응?”“우응.”.잔뜩 흘려대는 것도 귀엽고, 입가에 묻히고 먹는 것도 귀엽고, 볼에 다람쥐처럼 한가득 머금은 것도 귀엽지만, 가장 귀여운 것은 열심히 오물거리는 저 도톰한 입술이었다. 베어 물면 과즙이 나올 것 마냥 유난히 통통한 지호의 아랫입술. 입안에 음식물을 가득 담 고 고 입술을 오물거리면, 지훈은 금방이라도 감격의 눈물을 흘릴 듯한 표정을 하고 죽을듯이 그를 귀여워했다..“웅으! 그으응.”.지호가 맛있다는 듯 웃으며 웅얼댔을 때엔, …아, 진짜 욕 나오게 귀여워…! 하며 지훈이 지호를 꼭 끌어안았다...04...“지호야. 이제 카운트 다운한다. 봐봐.”“갸우우…?”.한 해의 마지막 날이랍시고, 놀아야한다고 낮에 너무 무리한 모양인지 아까부터 계속해 서 꾸벅꾸벅 졸던 지호가 지훈의 말에 흐릿한 눈을 떴다..“푸흐… 지호야. 일어나봐. 이제 30초 남았어.”“우우…….”.지훈의 어깨에 턱을 기댄채로 반쯤 겨우 뜨인 눈을 느릿하게 깜빡거리던 지호가 종 치기 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비춰지는 TV화면을 보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봐봐. 한다. 10초 카운트.”“…그응….”.……5, 4, 3, 2, 1! 2013년, 새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지난 한 해는 가고 새로운 마 음으로……. 들려오는 전형적인 멘트에 지훈이 고개를 돌려 지호를 확인하려던 순간, 지 호가 잠에 빠져 지훈의 앞으로 스르르 미끄러졌다..“아, 지호 카운트다운 못 봤네….”.보여주고 싶었는데…. 지호를 부드럽게 안으며 제 무릎에 머리를 뉘인 지훈이 잠들어버 린 지호의 머리칼을 쓸어 올려 이마에 짧게 키스했다.Happy new year. 새해복 많이 받아. 사랑해. 동글게 예쁜 이마에서 부드럽게 이어지는 코, 빨갛고 귀여운 도톰한 입술에까지 가볍게 입을 맞춘 지훈이 지호를 토닥이며 작게 웃었다...05...“저 사람 에뻐.”“…너 예쁘다 뜻 안 배웠잖아.”“아냐아. 배워써!”.TV에 특정 여자 연예인이 비출 때마다 손가락질해가며 예쁘다고 말하는 지호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잔뜩 굳은 표정의 지훈이 팔짱을 낀 채 화면을 노려보았다. 하, 예쁘긴 뭐 가. 몸매 좀 좋고. 얼굴… 미스코리아 출신이니까 뭐. 예쁘면 뭘 해. 성격은… 음. 연기 는… 에이씨. 지훈이 갑작스레 리모컨을 신경질적으로 던지자 깜짝 놀란 지호가 찔끔 지 훈의 눈치를 보며 옆으로 가 쪼그려 앉았다..“…지후웅. 화 나써?”“아니.”“우웅… 지후운?”“화 안 났어. 저리 가.”.끄으응, 끄응. 화난 것이 분명한데, 아니라고 말하는 지훈의 표정이 잔뜩 굳어있어 어쩔 줄 모르던 지호가 끙끙거리며 지훈의 눈치를 보았다.한참을 낑낑대며 지훈의 옆에서 꼼지락대던 지호가 지훈에게 얼굴을 부비며 말했다..“지후우… 지훈이 더 에뽀. 쨰보다 지훈이 더 에뻐어!"“…남자는 예쁜 게 아니라 잘생긴 거야."“갸우우? 그럼 지훙 잘생겨써어!".…지호는 예뻐. 끄응? 지호더 남잔데. 나더 잘생겨따고 해조! …아냐. 넌 예뻐. …갸우 우? 물음표를 가득 단채로 저를 올려다보는 지호의 시선에 알게 모르게 스르르 풀리는 것을 느끼며 지훈이 작게 웃었다. 어. 넌 예뻐. 저 김사랑보다 예뻐...06...“엉망진창 해봐.”“언마으징차우! 운마웅지쨔?”.아직 사람 발음 한참 멀었구나. 지훈이 오물거리는 지호의 입술을 보며 크게 웃음을 터 뜨렸다. 그래, 일반 사람들 중에서도 좀 어려워하는 발음이긴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되 지?.“엉마지땨아. 옹먀찌챠아? 대써! 대써, 대써! 방금 해써!”.되긴 뭐가 돼! 아예 침대위를 굴러다니며 대놓고 웃기 시작한 지훈이 눈꼬리에 눈물까지 매달고 박장대소했다..“푸흐, 그럼, 콜록. 내가그린기린그림 해봐.”“내가구릉…? 구르기리…?”.푸하하하,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입술을 내밀고 오물거리는 지호의 모습에 지훈이 그를 껴안고 침대 위를 굴러다녔다. 지훙, 지후우. 숨 마켜! 하며 바둥거리는 지호에게 셀 수 없을 만큼 쪽쪽대며 베이비키스를 해댄 지훈이 웃으며 말했다..“너 그냥 발음 배우지마. 흐, 으 귀여워 죽겠어.”“앙 기여워. 안 기여어! 지호 남자야!”.으하하학, 볼을 부풀리고 투덜대는 지호의 말에 또다시 웃음을 터뜨린 지훈이 숨넘어갈 듯 웃어댔다. 그래 너 남자야. 근데 귀여워. 미치겠다...07...“지훙, 지훙 이거 봐아아아. 꺄우우.”.뭔데, 하며 지훈이 돌아볼새도 없이 그의 앞으로 후다닥 뛰어간 지호가 엉거주춤한 자세 로 이리저리 뽈뽈 돌아다녔다. 뭐야, 뭐하는건데? 당황한 지훈이 급하게 눈으로 지호를 쫓아가니, 지호의 앞에 빠른 속도로 도망가는 큰 벌레가 보였다. 뭐야, 뭐야. 미친 저거 바퀴벌레 아냐?.“지호야, 지호야. 저거 죽여! 지호야!”“바끼벌레에에에!”.지호야!!! 해맑게 웃으며 바퀴벌레를 쫓아다니는 지호를 보며 식겁한 지훈이 소리지르 자 지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멈추었다. 왜애? 하며 멈춰선 지호에게 지훈이 다시 급하 게 손을 파닥거리며 벌레를 눈으로 쫓았다..“지호야, 저거. 저거 따라가. 빨리! 따라가!”“우웅. 응으!”.지훈의 말에 다시 후다닥 벌레를 따라 뛰기 시작한 지호가 파랗게 질린 지훈과 달리 즐겁 다는듯 싱글벙글 순진하게 웃었다..“지호야. 죽여! 죽여, 빨리! 바퀴벌레!”“주겨어? 주기면 안 댄대써. 주기는 거 안대.”“그냥 죽여, 지호야!!! 죽여도 돼!!!”“주기면 안대, 바끼벌레 아파!”.그냥 제발 죽여!!! 지끈지끈 정신없는 머리를 부여잡은 지훈이 소리질렀다. 그러건 말 건, 지호는 집안 구석구석 도망다니는 벌레를 쫓아다니며 해맑게 웃었다...08... 허엉-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며 지훈의 눈치를 보는 지호. 별로 나오지도 않는 눈물이나 찔끔찔끔 눈치를 보며 일부러 크게 울음소리를 내는게, 진짜 우는게 아닌데? 지훈이 작게 웃었다. 귀여워라. 달래주길 바라는거구나.."어구, 우리 지호 다쳤어?""우으. 웅. 나 여기 아파아.".고양이에게 긁힌 상처를 내보이며 입술을 오물오물. 토닥토닥 끌어안아 달래주니 갸우우, 하고 만족스럽게 갸릉거리며 웃는다. 그리고 지훈 몰래 한답시고 꼬물거리며 저 뒤의 고양이에게 하는 짓이란, 메에롱-. 혀를 비죽 내밀고 히죽히죽 귀엽게 웃는 것. 고양이 상대로 질투하는구나. 지훈이 웃음을 터뜨렸다...09... "들고 먹어, 지호야.""우으웅. 시뎌.".시뎌? …아아, 싫다고…. 지훈이 작게 웃으며 지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양이마냥 가지런히 양팔을 세운 다리 사이에 모으고서, 얌전히 오물오물 지훈이 들고있는 아이스크림을 받아먹는 모습. 언뜻 보면 귀여운데…. 웃고있던 지훈이 어느새 서서히 얼굴을 굳혀갔다.."우웅. 갸우웅.".벌려진 빨간 입술로 드나드는 흰 아이스크림이나, 내리깔린 눈때문에 유난히 예뻐보이는 속눈썹이라던가.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좋은지 나른한 표정에 약간 상기된 얼굴이……. 멍하니 굳은 얼굴로 지호를 보던 지훈이 무언가 야릇한 기분에 이를 악물었다. 아. 표지훈 욕구불만이냐. 안돼, 안돼. 심호흡하며 애써 스스로를 진정시킬때쯤, 문득 지호의 입가로 녹은 흰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렸다.……아. 와. …와. 미친. 진짜…. 와. 위험해.."웅…?".바닥을 짚은 지호의 손을 들어 그에게 아이스크림을 쥐게 한 지훈이 서서히 발기하는 제것을 느끼며 후다닥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나갔다...10... "바! 드러바. 지호 애기 드러바.".애기가 아니라 얘기…. 지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열심히 입술을 오물거리며 지호가 말을 시작했다. 오늘 모 핸냐면, 웅. 지훙 업써서 심시맸어…. 화장실 가서 물도 마셨써!(…그건 마시면 안된다고 얘기했는데…. 지훈이 허탈하게 웃었다.) 우으! 그리거 우리 지베 나비 들어왔썼써! 그래서 놀았써. 응…. 막 팔랑빨랑해! 파닥파닥, 팔을 흔들며 아이처럼 웃는 지호를 보고 덩달아 웃음짓던 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어지는 지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나 그리구 호랑이도 머겄어!""…호랑…?".호랑이…? 호랑이. 호랑이라니. 어. 아니. 늑대가 호랑이도 잡나? 아니, 이…. 상식적으로 가능한가? 그 전에 우리 뒷산에 호랑이가 살기는 하나…? 말그대로 멘탈붕괴에 빠진 지훈이 얼굴에 물음표를 한가득 달고 지호를 바라보자 덩달아 물음표를 달고 말똥말똥 한참동안 그를 마주보던 지호가 지훈의 소매를 잡고 부엌쪽으로 걸어갔다. 잉거! 호랑이! 머것어. 해맑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것은,…아아. 콘푸로스트…. 호랑이…. 하. 저 자신이 한심하다는듯 웃은 지훈이 지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했어, 하고 칭찬했다. 하긴, 지호 사냥 안한지도 오래됐고……. 쓰다듬는 손길에 기분 좋다는듯 꼭 감은 두눈에 방실방실 웃어대는 모습이 귀여워 지훈이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11... 거기 있는건 막 먹는거 아냐. 절대로 먹으면 안돼. 목이 떨어질정도로 끄덕끄덕끄덕 열심히 알았다고 수긍하는 지호에게 세뇌하다시피 교육을 하고, 다시 데려간 대형마트. 지훈이 끌고다니는 카트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두리번두리번 신기하다는듯 살피던 지호가 저에게 먹어보라고 권하는 시식코너의 직원에게 안대! 하고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지훈의 뒤에 숨었다.."…저건 먹어도 돼.""먹…? 먹으면 안대애….""저기 주시는건 먹어도 돼. 가서 먹고와.".웅? 응. 그래서 냠, 하고 고기를 입에 물고, 해맑게 감사하다고 인사도 하고. (이쑤시개까지 함께 먹어서 직원이 당황한건 지훈도 모르는 일이었다.) 먹어도 되는게 있어서 신기하다는둥, 이건 양이랑 비슷한 맛이 난다는둥 웅얼거리던 지호가 음료류를 파는 코너를 빤히 쳐다보다가, 판매하는 우유를 보고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훈에게 외쳤다.."지훙지훙! 요기 지훙 정액도 파라!""정애…….""하양거! 미끌미끌. 물가튼… 우븝.".그런걸 이런데서 크게 외치면 어떡해!!!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인 지훈이 지호의 입을 막으며 소리없이 항의했다. 시선집중이 되어버린 모습에 왜그러냐는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리번거리던 지호가 카트를 끌고 성급히 자리를 빠져나가는 지훈에게 끌려가다시피 붙잡혀 뛰어나갔다....필명이 바뀌었어요 ㅠ♥ㅠ 뎨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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