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ndicapped
벌어짐, 그 뒤의 건조함
"........하...."
"역시"
입을 열고 무언가 말하려던 표지훈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난 시선을 피해버렸고
그런 날 빤히 쳐다보더니 한숨만 내뱉을 뿐이었다.
그런 표지훈을 보고 또 한번 짓껄이는 게이새끼.
"좋아하는거네, 병신"
"......."
"처음으로 니가 남을 뭐같은 시선으로 야릴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이민혁이 말을 할때마다 표지훈의 고개는 점점 숙여진다.
무슨얘길 짓껄이는거야, 저것들은 도통 알아듣지 못할 얘기들을 주고받고있다.
"음, 그럼 마지막배려라고 칠까? 아니면, 마지막기회정도?"
"......"
"......"
알수없는 이민혁의 말에 나와 표지훈은 동시에 그를 쳐다봤고, 그는 표지훈만을 빤히 쳐다보다가
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폰을 표지훈에게 보이며 입을 열었다.
"10분이다. 10분동안 밖에나가 있어라"
".....무슨?"
"면상보고는 절대 못고르지, 그니까 밖에서 쳐 고르라고"
"......."
"정확히 10분뒤에, 니가 들어오면 우지호를 선택한걸로, 안들어오면 최진리를 선택한거야"
"선배님, 제발!"
"나가, 두번말하기 전에"
다시금 한숨을 푹 쉬더니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당구장 문을 열고 나가는 표지훈을 보고서는, 얼굴엔 씨발 되도않는 썩소를 지으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넌 어땠으면 좋겠냐?"
"걍 니가 꺼져줬으면 좋겠는데"
"궁금하지 않냐? 꽤 싸움하는 표지훈이 왜저렇게 쩔쩔매는지"
.....솔직히, 궁금하긴했다.
대충 붙어봤을때는 표지훈은 나보다 싸움을 잘하거나, 맞먹거나, 둘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정도 싸움실력이면 어딜가든 왠만히 맞고다닐 일은 없는 표지훈이
도대체 왜그렇게 이민혁한테는 쩔쩔맸는지.
말해달라고 말은 못하고 이민혁을 빤히 쳐다보자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야리는거 존나 섹시하네"
"아 꺼져"
"내가 그새끼 싸움 가르쳐준거거든, 그새끼 어릴떄 길에서 쳐울고있던거 데려와서 거의 키우다시피 했지"
"그럼 넌 뭐하는 사람인데, 니가 뭔데 싸움을 가르쳐"
"나? 조폭아들"
약간은 흠칫했다. 어느정도 싸움은 하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조폭이라니, 소위 양아치에서 상위쪽에 있는, 그냥 싸움만 좀 잘하는 양아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아니었다.
".........맘에안들어"
"어?"
"좆같다고, 너"
표지훈을 키웠다, 그럼 이새끼가 거의 표지훈 아버지랑 다를게 없었고,
표지훈과 엮인, 그딴새끼랑 몸을 섞었다는게 순간 역겨웠고, 생각했던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기어오른다? 난 내가한말은 지켜, 심심하면 따먹는단말, 그냥 짓껄인거 아니야"
"씨발새끼, 여자는 하면 거의 임신인데, 니가 책임질꺼냐?"
"내가왜, 그년들이 재수가 없는거지. 난 아무잘못없어"
"역시 쓰레기다, 너는"
"나한테 말 찍찍 까는거 너밖에 없다? 그리고, 2분남았어"
............
그말에 문쪽을 쳐다봤고, 온 몸의 신경을 문쪽으로 기울였다.
여긴 방음이 거의 안되기 때문에 계단만 올라와도 인기척이 들리는데,
그때까지만해도, 안올걸 알면서도 내심 기대를했었다. 병신처럼.
"......"
".......줘"
"......"
"달라고, 씨발!!!!!!!"
그렇게 문만 보다가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 내 폰이라는 사실에 한번,
그리고 액정에 최진리라고 뜬것에 한번 놀라 폰을 가져가려고 뻗었지만,
그런 나를 한손으로 제압하더니 폰을 낚아채가는 이민혁.
달라고 발악해대는 날 흘겨보더니 통화버튼을 눌리고 스피커모드로 전환한다.
[지호야!!!!!!!!!!도와줘!!!!!꺄아아악!!!!!!!!!!!!!!!!!]
받자마자 우렁차게, 귀가 찢어질듯 당구장안을 채우는 비명소리.
최진리였다, 머리가 멍해졌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뭐야, 너 무슨 개수작이야"
"난 니년을 위해 서프라이즈 하나 준비한것 뿐인데"
"뭔 개소리냐고 묻잖아!!!!!"
"표지훈이 혹시라도 최진리를 선택해서 달려가면, 표지훈 보는 앞에서 최진리 강간치라고 애들 시켜놨거든"
"........뭐?"
"고맙지않냐? 내가 대신 복수해준건데"
"미친새..."
"옷입어"
"......."
"오다가 봤을거야, 당구장오는길에 후미진 골목하나 있는거, 거기에 창고하나 있으니까, 거기로 가봐"
아직까지 알몸이었던 내게 아까 입고있던 옷을 던지는 이민혁,
일단 대충 옷을 추스려 입고 이민혁이 말한 장소를 되뇌인채, 문쪽으로 달려갔다.
"명심해라, 우지호"
"......"
갑자기 불러대는 이민혁에 발걸음을 멈춘채 귀를 귀울였다.
뒤를 돌아보지않아서 무슨표정을 짓고있는지는 모르지만, 목소리는 차가울만큼 차가웠다.
"최진리가 강간당한다는건, 표지훈이 널 선택하지 않았단 뜻이니까"
"......."
"넌, 버림받은거야. 표지훈한테"
..........씨발,
ㅡ
"아으윽......!"
당구장문을 열고 뛰어내려가다 허리통증때문에 삐끗했고,
그 충격으로 미끄러져 계단을 굴렀다. 아윽, 검은 옷은 먼지가 덕지덕지 붙어 더러울대로 더러워졌고,
끙끙대며 발걸음을 옮겼다. 구르다가 여기저기 부딪혀 몸은 물론 얼굴 여기저기에서 피가 조금씩 맺혀나왔다.
치료같은건 할 시간이 없기에 그냥 옷소매로 슥슥 문지르고 이민혁이 말한 창고로 향했다.
"......지호야...?"
"........뭐하는거야, 너"
".......이새끼들한테..몸따이는것보단..죽는게 나아"
창고문을 열자마자 네명정도로 보이는 남자들 가운데서
깨진 유리조각을 들고 자신의 팔을 겨누고있던 최진리와 시선이 마주쳤다.
심하게 흔들리는 눈동자에, 망설임없에 최진리에게로 다가가
유리를 내려쳤다. 얼마나 꽉잡고 있던건지 유리를 잡고있던 새하얀 손은
피가 철철 흘러 손의 색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차피 그짓잘하게 생겼네, 그냥 몸한번 대주고 빡촌가서 일하는게 어때?"
"....흑...흐윽....흐....."
씨발, 최진리 뒤에있던 드럼통에 꽂혀있는 쇠파이프를 뽑아들고
음담패설을 짓껄였던 새끼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관자놀이을 겨냥하고 치자,
그 새끼는 그자리에서 고꾸라졌고, 난 멈추지않고 옆에있던 남자에게 쇠파이프를 던지고
문앞에 있던 남자를 있는힘껏 발로 깠다. 그리고 아직까지 벙쪄있는 최진리의 손목을 잡고
되는대로 뛰었다. 허리통증에 온몸 여기저기가 아려왔지만, 그냥 미친듯이 뛸 뿐이었다.
ㅡ
"이렇게 될때까지 뭘 하신건지, 원..."
"......."
"어, 얼마 안걸릴겁니다. 이정도는 시술하면 10분에서 20분정도면 됩니다"
아직도 울고있는 최진리는 보이지도 않는건지,
비아냥 대는 의사를 아니꼽게 쳐다보자 당황하며 일단 바로 상처를 꿰메자고 했다.
수술실만 들어갈뿐 그냥 간단한 시술이라는 말에
최진리를 안심시킨후 밖에 의자에 걸터앉아 아까부터 쑤셔대는 허리를 툭툭 쳤다.
".......선배.."
"........"
때리다가 지쳐 팔꿈치로 무릎을 짚고 고개를 숙였다.
숙인지 얼마안되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낮익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슬쩍 고개를 올려다보니 어디서 쳐맞다 온건지 나보다 상태가 말이아닌 꼴로 힘겹게
나를 내려다 보고있는, 표지훈이 있었다.
"........괜찮아요?"
"꺼져"
이러면 안되는데, 나보다 지금 꼴이 말이아닌 표지훈은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최진리를 선택한 것이 맞을게 뻔한데,
나를 버리고 갔다는 사실에 짜증이 났고, 계속 버렸다느니 뭐니
아까 이민혁이 씨부려댔던 말들이 귓가에 맴맴거려 표지훈에게 냉담하게 답할 뿐이었다.
그런날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을 짓더니 무릎을 궆혀 나와 시선을 맞춘다
"최진리 선택했으면, 지켜주던가 니가 대신쳐맞던가, 했어야지"
".........."
"이제껏 뭐하다가 그꼴로 면상을 들이밀어, 좆같게"
".........."
"애초부터 니새끼, 맘에 안들었고 계속 엮어가는거 좆같앴는데,"
"......내말좀 들어봐요"
"어차피 이렇게 된거 그냥, 나 아는척 하지마라. 그냥 같은학원다니는 사이로끝내"
".......아니에요"
"내가 불편해서 그러니까, 부탁아니고 명령이야. 형으로써. 최진리 금방나오니까 나오면 데리고가라"
".....아니라구요.."
계속 아니라고만 말하는 표지훈, 그리고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듯한 시선으로
날 쳐다보던 표지훈을 애써 무시한채, 일어나 표지훈을 지나쳐 밖으로 향했다.
더 이상 표지훈과 말을 섞으면 울컥해 아픈애를 때릴것만 같아서, 그럼 한동안 나혼자만 찝찝해 할것같아, 그냥 자리를 피했다.
..........표지훈의 말은 듣지 못한채로.
"............진리누나 선택한거,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