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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by little
김종인 도경수

02



 신작은 물론, 꽤 예전에 나온 작품도 여전히 베스트셀러칸에 있었다. 경수는 제 책들에게 잠깐 시선을 뒀다가 고갤 돌렸다. 이번에 나온 책은 표지가 예쁘게 잘 빠져서 경수의 마음에 들었었다. 하지만 표지만 보고 책을 살 정도로 예쁘진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람들이 제 소설을 왜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로맨스 소설이면서 표현이 미숙하고, 애정씬이 허접한데도 그것을 굳이 순수한 사랑이야기라며 포장해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제 소설이라면 무조건 사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수는 얼마 전 독자들에게 온 메일을 떠올렸다. 작가님 덕분에 많은걸 느꼈어요. 작가님의 소설을 읽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경수는 그 메일들을 읽으며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제 글은 예전부터 항상 같았는데, 한번 이름이 알려지고 나서는 예전의 것이든 최근의 것이든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갑작스러운 독자들의 찬양 비슷한것들이 고마우면서도 적응이 되질 않았다.

 경수는 제가 좀 꼬인것 같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어찌됐든, 제 소설이 흥행한다는건 좋은일이였으니까. 굳이 제 소설이 잘나가는 이유에 대해 파고들 필요가 없었다. 저는 분석가도 평론가도 아니였다.

 오랜만에 나와서 그동안 못 산 책들을 한꺼번에 사려니 양이 좀 많았다. 끙끙대던 경수가 제 손에 들린 책들을 다시 고쳐들며 고갤 들었을때, 눈에 들어온건 의외의 인물이였다. 종인. 경수는 제 눈이 잘못됐나 싶어 눈을 몇번 깜박거렸다. 종인이 맞았다. 지난 며칠동안 왜인지 제 머릿속에 문득문득 잘도 떠올랐던. 종인 역시 경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단정하게 내려온 어두운 갈색의 앞머리와 까만 니트 위에 야상을 걸친 모습이 멋있었다. 경수는 쟤 학교에서 한 인기 하겠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종인이 먼저 꾸벅 인사를 해왔다. 경수는 그때처럼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작게 흔들었다. 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책 좋아해?"
"그냥 글 읽는거 좋아해요."
"공부 잘하겠다."
"공부는 별로…."

 종인이 그렇게 말하며 눈을 내리깔아 웃었다. 쌍커풀 진 눈이 살짝 휘어졌고 가지런한 속눈썹이 그늘을 만들었다. 웃으니까 어려보인다. 꽤 수줍은듯한 얼굴을 하는게 경수의 감성을 자극했다. 예쁘구나. 경수는 뭐든지 예쁘고 아름다운것을 좋아했다. 그게 사물이든,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래서 경수는 백현이 집에서 키우는 페르시안 고양이 백춘이도 좋아했다. 제 집에 데려오는건 털때문에 싫었지만. 어색하게 웃던 경수가 종인이 들고있는 책으로 시선을 내렸다. 경수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종인의 커다란 손에 들린 책은 제 신작이였다. 경수는 하마터면 떨어뜨릴뻔 한 책을 다시 고쳐들었다.

"…그럼 나는 가볼게. 안녕."
"안녕히 가세요."

 경수는 왠지 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있을 것 같아서 걸음을 재촉했다. 조금 급하다 생각 될 정도로 서둘러 책을 계산하고 서점 밖으로 나왔을 때. 그제서야 경수는 의아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아는사람이 제 글을 읽는다는건 조금 낯간지러웠지만, 종인은 제가 그 책의 작가 도경수인줄 모를 것이였다. 제가 왜 이렇게 종인에게 신경을 쓰는건지. 급할 필요도 없었는데. 경수는 어이가 없어졌다.




"백춘이 살 쪘다."
"니가 주는대로 다 먹으니까."
"귀엽다. 포동포동."

 미련해보여. 백현이 종이뭉치만 들여다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귀엽구만… 저만 들리게 중얼거린 경수가 쇼파밑에 무릎을 접고 앉아 백춘이의 하얀 털을 쓰다듬었다. 백춘이가 졸린지 몸을 웅크리고 눈을 느리게 깜박거렸다.나른한 모습을 보니 자연스럽게 또 누군가가 떠올랐다. 나른해보이는 깊은 눈. 가지런한 속눈썹. 경수는 머리위로 둥둥 떠오르는 생각을 떨치기 위해 괜히 백현에게 말을 걸며 귀찮게했지만, 백현의 반응이 시큰둥해 그만두었다. 이정도면 중증이였다. 마주친건 세번뿐인데, 맨날 종인이 생각났다. 돌겠네. 경수가 백춘이의 꼬리를 괴롭히자 백춘이는 귀찮다는 듯 자리를 떴다. 저 미련한 돼지고양이가. 맨날 밥 찔끔찔끔 먹는게 안쓰러워서 변백현 몰래 많이 줬더니… 은혜를 모르네. 경수가 허전한 손으로 방바닥을 툭툭 두드리며 생각했을때, 백현이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아는동생이 다음에 너 소개시켜달래."
"누구."
"김종인이라고 있어, 대딩."

 산만하게 움직이던 경수의 손이 한순간에 멈췄다. 경수는 제 귀를 의심했다. 종인? 종인이라면. 경수는 백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니 사촌이랑 같은 대학이였던 것 같은데. 여전히 종이뭉치를 넘겨보던 백현이 흘러내린 안경을 올리며 중얼거렸다. 경수의 입이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백춘이 맡기려고 걔 집에 갔는데 니 책을 한권도 빠짐없이 다 갖고 있는거야. 그래서 자랑했지. 내 담당이 도경수고, 제일 친한 친구라고."
"…그러니까 뭐라던데."
"엄청 부러워하던데. 내가 달라보인대."
"……."
"도경수. 짱팬도 있고. 작가생활 괜히 한건 아니네."

 백현이 어느새 쇼파 위로 올라온 백춘이를 안아들었다. 진짜 살쪘다. 백춘이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린 백현이 경수에게 말했다. 너무 쪘지않냐? 내일부턴 운동시켜야겠다. 경수는 백현의 말에 대꾸하지 못했다. 머리가 복잡했다. 왠지 백현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사실 백현이 잘못한건 없었지만. 좋아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담배를 꺼냈다. 옆에서 백현이 뭐라해대는게 들렸지만 무시했다. 종인이 제 팬이였다. 제가 쓴 책을 한권도 빠짐없이 모두 읽었을 것이다. 경수는 얼마 전 제 신작을 사가던 종인을 떠올렸다. 그 책도 읽었겠지. 왠지 경수는 제 속마음을 들켜버린 기분이 들었다.

"집에서 금연이라고, 새끼야."
"……."
"말이 안통하는 새끼."

 일부러 담배연기를 길게 뿜어낸 경수가 쇼파에 아무렇게나 기대 제 머리를 헝클었다. 사실 제일 걱정되는건 따로 있었다. 종인이 작가가 저라는 것을 알고 실망할까봐. 또는 작가에 대한 환상을 제가 깨버릴까봐. 경수는 그런것까지 걱정하는 제 자신이 낯간지러웠다.





"불편해. 사람 만나는거."
"참아. 걔 완전 기대중이야."

 그러니까 그게 싫다고, 병신아. 경수는 목끝까지 차오른 말을 꾹꾹 눌러 넣었다. 조금 후면 종인이 백현의 집에 도착할 것이다. 경수는 안절부절못하고 거실을 돌아다니다가 식탁에 앉아 태평하게 귤을 까먹고 있는 백현을 몰래 흘겨봤다. 이런 어색한 상황을 만들어놓고 귤이 잘 넘어가냐. 경수는 식탁의 귤 여러개를 백현의 입에 한꺼번에 구겨넣고싶은 충동이 들었다. 경수가 미간을 좁히며 백현의 맞은편에 앉았다. 백현이 귤을 하나 건넸지만 받지 않았다. 원래 좋아하지도 않았고 태평하게 귤이나 먹을 기분상태가 아니였다. 식탁을 초조하게 두드리던 경수에게 백현이 그거 하지마! 하고 짜증을 냄과 동시에 경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아무래도 나 가봐야겠다."
"아, 왜!"
"작가는 작가로 남아야… 환상을 깨버리면…책도…."
"뭔 개소리야."
"아무튼 나 갈래."

 백현이 제 손목을 붙잡았다. 불편했다. 일단 사람을 누군가의 소개로 만나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그 사람이 전에 몇번 만났던 사람이면 더 불편했다. 차라리 초면이면 어색함이 덜하겠는데 종인과 경수는 몇번 만나고 인사를 했지만, 딱히 친하다고는 할 수 없는. 애매한 관계였다. 경수의 인간관계에 있어서 애매한 관계는 있을 수 없었다. 친하면 친했고, 아니면 아니였다. 누구에게나 둥글둥글하게 대하는 백현과 달리 저는 사람 대하는것에 까다로웠다. 그래서 주위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제가 자초한 일이면서 외로움을 탔다. 백현은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괜찮은 애야. 내가 왜 굳이 이러겠어."
"……."
"나이는 어려도 어른스럽고 착해."
"……."
"그냥… 나 못만날때 만나면 좋잖아. 밥도 먹고, 얘기도 하고."
"……."
"이제 세훈이 기숙사 신청하면."
"……."
"…너 외로워 할거 다 알거든."

 백현이 뒷머리를 괜히 긁적거렸다. 낯간지러운지 딴청을 부리는 백현을 가만히 보고있던 경수가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저를 이렇게 걱정하는 친구는 세상에 또 없을것이다. 경수가 백현의 머리에 제 손을 얹었다. 쓱쓱. 결 좋은 머릿결을 쓰다듬자 백현이 발끈해서 경수를 노려봤다. 경수가 백현의 머리를 아프지않게 밀었다.

"넌 내생각을 좀 덜 할 필요가 있겠다."
"……."
"그런 걱정 하지마. 난 진짜로 괜찮으니까."

 경수는 애써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제가 피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종인은 저도 꽤 마음에 들었으니까.




 종인은 경수를 보고 잠깐 놀란얼굴을 했다가 이내 예쁘게 웃으며 꾸벅 인사를 했다. 경수와 종인을 쇼파에 앉힌 백현은 커피를 끓이러 갔고, 경수는 어색한 분위기에 제 무릎위의 백춘이를 쓰다듬기만 했다. 백춘이가 졸린지 하품을 했다. 나른한 얼굴. 경수는 종인과 백춘이 닮았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백춘이는 살이 쪘고, 종인은 말랐지만. 경수가 백춘을 보며 소리없이 웃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종인이 입을 열었다. 경수가 종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종인의 깊은 눈과 시선이 맞닿았을때, 경수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네번째로 보는것이였는데, 볼때마다 느낌이 달랐다.

"신기해요."
"…뭐가."
"작가님 처음본날, 그때요."
"……."
"왠지 도경수 작가는 저런 분위기일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경수와 마주한 종인의 눈이 진지함으로 반짝거렸다. 곧고 정직한 눈빛에 경수가 조금 긴장했다. 믿기지 않는 말이였지만 종인의 눈빛은 사실만을 말하는 것 같았다. 종인이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는듯이 조금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거짓말같죠? 정말이예요.

"그래서 여기 와서, 작가님 봤을때."
"……."
"……정말 놀랐어요."
"…실망한건 아니지?"
"아니예요. 정말."

 얼굴에 웃음을 지우고 진지하게 말하는 종인에 경수가 조금 웃었다. 그렇다면 다행이였다. 조금 긴장을 푼 경수가 쇼파에 등을 푹 기댔다. 힐끔 부엌쪽을 봤을때, 백현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경수와 눈이 마주치자 실장, 이라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표정을 오만상으로 찡그린게 일때문에 하는 통화인듯 했다. 경수는 문득 백현과 종인이 어떻게 아는사이인지 궁금해졌다.

"종인아."

 머뭇거리던 경수가 종인을 불렀다. 제가 부르고도 어색했다. 그러자 백춘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종인이 조금 놀란 얼굴로 고갤 들었다. 살짝 당황한듯한 얼굴에 경수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무슨 문제있나. 경수와 눈을 마주하던 종인의 귀끝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 때 백현이 부엌에서 나왔다.

"커피 왔습니다."
"땡큐."
"실장한테 전화와서. 진짜 지랄맞은 새끼."

 경수가 백현의 말에 큭큭 웃었다. 종인은 그제서야 경수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수가 한결 편한 얼굴로 컵을 들었고, 종인은 그 얼굴을 힐끔거리며 쳐다 볼 뿐이였다. 왜이렇게 경수의 사소한 행동에 휘둘리는지. 저도 모를 일이였다





무사히 2편이 나왔네요 1편 읽어주신분들 감사드려요 ^0^

댓글 피드백 꼭 부탁드립니다

엑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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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만세! 경수분위기가 너무 좋네요 암호닉되나요?.?
11년 전
디 어
당연하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담편도 꼭 보러와쥬세요 ㅎㅎㅎ!!
11년 전
독자1
흐힠ㅠ좋아요ㅠㅜ
11년 전
디 어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ㅜ.ㅜ!!!
11년 전
독자2
여세훈이에요..저번편에서 암호닉 신청햇는데...☞☜이글 분위기가 너무좋아요...연하공연상수라니ㅠㅠㅠㅠ하아너무좋아요!
11년 전
디 어
여세훈님 ㅠㅠㅠㅠㅠㅠㅠㅠ 이번편도 보러와주셨네요 아까 암호닉 봐써여 분위기 좋다고 해주시니까 기분 진짜 지젼 조아여 흙흙...글 분위기가 진짜 중요한건데.....담편도 꼭 보러와주세요!!!ㅠㅠ
11년 전
디 어
암호닉 당연 받아요!! 받으면 저기 적어야되는건가... 다 기억하고있긴한데 아무튼 암호닉 당연하게 감사히 받습니다ㅜㅜ
11년 전
독자3
그 비회원댓글 처음달았다는 독자엥여!!!! 암호닉 미치게써로 신청할께요..S2역시 카디는 달달이 제맛이지라 ^*^!
11년 전
디 어
감사합니다 미치게써님!!!!!!! ㅠㅠㅠㅠ이번편도 보러 와주셨네요!!! 카디는 역시 달달한게..b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ㅎㅎ
11년 전
독자4
으앙....으앙....그냥 막 조닌이랑 경수랑 만나는 부분에서 내가 막 설레네....ㅠㅠ 달달하고 좋아요! 나는 독방ㅇ에서 온 징어이므로 독방으로 암호닉 신청할게요!!ㅠㅠ
11년 전
디 어
독방!!!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ㅠㅠ 담편 올라오면 꼭 읽어주세요!!! 더 달달하게 쓰도록 노력하겠슴당 ㅎㅎ 예아
11년 전
독자5
암호닉은 김미원신청할게요!심심해서 글잡뒤지다가 봤어요 ㅠㅜ뉴ㅠ 설레임먹어야할듯 왜내가 설레ㅋㅋㅋ 다음편기대할게요!
11년 전
디 어
감사합니다 김미원니뮤ㅠㅠㅠㅠㅠㅠㅠ 담편 오늘 올려요 꼭 봐주세용 감사합니다 ㅎ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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