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셔틀 그대 내가 널 사랑해!
메시아(Messiah)
w.봉봉&천월
36-2 (Click Here!) |
[지금 바깥은 어때요?] [모래바람때문에 잘 안보이는데... 잠시... 아아아아아아악!] [형? 호원이형?] [씨발 너네... 지지직- 다 빠져... 지직- ... 라고...!!!] [형 뭐라고...] [다 빠져나와 씨발!! 함정이야!!!] 모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저택 안에 매복해있던 정부군들이 물밀리듯 바깥으로 빠져나가 방심하고 있던 호원과 동우를 덮쳤다. 동시에 저택 안쪽에서 엄청난 양의 폭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격 폭격기 하나가 흐릿한 허공 사이로 지나가고 있었다. 폭격이 떨어지는 순간 저택안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최소 몰살이다. 호원의 고함소리가 발악처럼 들렸다.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새하얗게 질린 태민과 성종이 먼저 저택을 뛰쳐나갔다. 아직까지 저택에 남아있는 선두팀을 신경쓸때가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 개죽음이었다. 서둘러 저택을 뛰쳐나온 그들의 뒤로 엄청난 소음이 귀를 찢어왔다.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2팀과 3팀의 등 뒤로 날카로운 콘크리트 조각들이 날아와 박혔다. 호원의 예상대로 대형 폭격은 저택을 향한 것이었다. 흔적도 없이 바스라진 저택을 보며 성종이 눈물을 삼켰다. 등허리와 팔 여기저기에 난 상처들이 문제가 아니었다. 또 이렇게 당하고 말았다. 자신의 무능력함으로 함께 하던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어나가고 있었다. 극심한 자책감에 성종이 진저리쳤다. 저택을 빠져나와 갈팡질팡하던 2팀과 3팀의 양 옆으로 또다른 적군들이 몰려들었다. 탕- 애달프게 성종을 응시하던 명수의 옆구리로 뜨끈한 피가 흘러내렸다. "명수형..." "당했어 씨발. 저길봐." 무너진 저택 뒷편에서 또다른 정부군이 몰려들어오고 있었다. 사방에서 모두 정부군이 들끓고 있었다. 완전히 갇혀버렸다. 더군다나 그들에게 생소한 모래바람에 시야가 가려 완전히 불리한 상황까지 치닫게되었다. 최악이었다. 모두가 손아귀에 힘을 줬다. 꽉 쥐어잡은 총으로 적군이든 아군이든 무조건 미친듯이 죽이기에 이르렀다. [아... 아아아악!!!!] [씨발, 이성종!! 이성종 어디있어!!] [장동우!!! 장동우!!!] 냉정을 잃은 명수와 호원의 비명이 인이어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정신없이 총을 쏘던 성종이 슬쩍 옆을 돌아봤다. 우현이 있었다. 전혀 흥분하지 않을뿐더러 차가운 비소를 머금고 양손에 블랙샴을 쥔 채로 정확히 적군을 맞추고 있는 우현이 있었다. 오싹하게 돋는 소름에 성종이 총탄을 갈던 손을 멈추었다. 쉬익- 귓가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목 끝까지 닿는 성종의 약간 긴 머리가 푸스스 잘려져나갔다. 정신이 번뜩 들었다. 급히 총탄을 갈고 사격자세를 취했다. 조금도 방심해선 안된다. 총을 잡고 싸우는 첫실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종은 꽤 잘 버텨나가고 있었다. 호원의 지옥훈련이 톡톡히 효과를 보고있었다. [형들! 저 진영인데 무슨일이에요?] [하- 씨발. 당했어. 함정에 걸려들었다고. 으- 악! 대현이는... 대현이는 찾았냐?] [아니요 그게...] 진영과 함께 그들의 새 보금자리로 정해졌던 저택 지하 비밀의 공간에 들어온 찬희가 바깥 상황을 알 리가 없었다. 진영의 인이어 너머로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총성에 잔뜩 겁먹은 찬희가 어깨를 움츠렸다. 진영이 그런 찬희의 어깨를 다독였다. "괜찮아요. 이 형들 그렇게 쉽게 당할 사람들은 아니니까요." "아..." 지하공간의 벽은 단단한 강철로 이루어져 있었다. 바깥 충격에도 끄덕없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정부군의 습격만 아니었다면. 차가운 기운이 솔솔 피어오르는 어두운 복도는 충분히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찬희가 침을 꼴깍 삼켰다. 걸을때마다 물컹한 무언가가 밟혔다. 내려다보니 정부군의 시체더미였다. 찬희가 기겁을 하고 진영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피비린내가 여기까지 진동하고 있었다. "조금 더 아래층으로 내려가 볼까요?" "잠시만요," 정대현- 정대현! 찬희의 애탄 외침이 텅 빈 지하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 어디에서도 찬희가 그리워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찬희가 풀이 죽은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럼... 더 내려가봐요..." "네, 잠시-" "... 헬로?" 기운을 모으던 진영이 깜짝 놀라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통통한 볼에 길고 가는 검지손가락이 콕- 찔렸다. 한 남자가 유쾌하게 웃고 있었다. 진영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총을 꺼내들었다. 그대로 남자에게 총을 겨눴다. "다.. 다.. 당신 누구에요!" "이런이런, 어린 친구들이 왜이렇게 살벌하게 구시나- 귀엽게 생겨가지고는!" 남자가 상황에 맞지 않게 꺄르르- 유쾌하게 웃었다. 진영이 남자를 빤히 쳐다봤다. 어디서 본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흐으... 사.. 살려주세요..!!" "아이고... 아저씨 그렇게 나쁜사람 아니야! 너네 도와주려고 온거라구! 거기 소에족 어린이! 나 처음봐?" 진영이 어떻게든 생각을 떠올려보려 머리를 굴렸다. 하얗고 곱상하게 생긴, 여유로운 나그네의 영혼.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주위로 옅은 바람이 불어오고있었다. 진영의 머릿속으로 무언가 번뜩 스치고 지나갔다. "... 풍(風)술사, 박유천?" "오, 빙고! 똑똑한 친구네~" 풍술사? 그게 뭔데요! 진영의 등에 찰싹 달라붙은 찬희가 진영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넉살좋게 웃어넘긴 유천이 진영의 총을 살풋 잡아내렸다. 진영이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며 찬희를 안정시켰다. 유천이 찔끔 흘러나온 눈물을 장난스레 닦았다. "매우 눈물겨운 우정이야, 어린이들! 그나저나 여기서 뭐하니?" "풍술사님은 여기서 뭐하고 계신데요..." "나? 아참, 그래 너네 도와줘야지! 이러다간 완전 소중한 우리 동우랑 까칠한 호원이도 개죽음인데!" 그런 섬뜩한 말을 웃으며 하지말아요- 찬희가 우물거렸다. 그러나 뒤이어 들려오는 유천의 한마디에 꾸물거리던 찬희는 진영의 등 뒤에서 튀어나와야 했다. "너네가 찾고있는 잘생긴 어린이, 나 좀전에 봤는데~" "... 네? 대현이요?" "아 이름이 대현이니? 이름도 잘생겼다 얘~" "장난치지 말고! 지금 대현이 어디있어요? 우리 대현이..." "에휴, 눈물겨운 어린이들의 사랑에 내가 감동먹어서 가르쳐준다! 대신 거기 소에족 어린이! 인이어 나한테 좀 줘봐!" "왜.. 왜요?" "너네 도와주려고 한다니까~" 진영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유천이 바람을 움직여 진영의 귀에 달랑거리고 있는 인이어를 빼어냈다. 인이어를 장착한 유천이 무척 만족스럽다는 듯 뿌듯한 웃음을 날렸다. 그런 유천을 보며 찬희는 애가 타 죽을지경이었다. "이제 대현이 어디있는지...!" "어린이가 너무 성급하네... 이 복도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바로 보일거야. 잘생긴 어린이 데리고 바로 빠져나가서 저택 뒤쪽으로 도망쳐, 알았지? 이 아저씨 말 꼭 들어야한다?" "네..." 그리고 여기- 유천이 찬희의 손에 딱딱한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포장도 뜯지 않은 소독약이었다. "내가 약초전문 소에족친구한테 특별히 부탁해서 제조한 스페셜 소독약이란다! 아까 잘생긴 대현어린이가 많이 다친것처럼 보이더라고! 아끼지 말고 듬뿍 발라줘요~" "아... 감사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대현이 많이 다쳤다는 유천의 말에 파랗게 질린 찬희가 소독약을 꼭 쥐고 긴 복도를 뛰어갔다. 진영도 짤막한 인사를 남기고 찬희의 뒤를 따라갔다. 유천이 기분좋게 휘파람을 불며 멀어지는 찬희와 진영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인이어 안에서 귀를 자극하는 총성과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유천이 살짝 입꼬리를 내렸다. [자 전투중인 Baby들 여기에 귀를 기울여줘요~] [씨발 넌 누구야!] [별 지랄... 악, 크흑- 진영아 너네...!] [웁스, Baby들 너무 격하다. 너네 도와주려고 바쁜 몸이 행차했더니 욕이나 하고 말이야~ 자 지금부터 살아돌아가고 싶다면 조용히 내 말 들어요~ 친구찾으러 온 어린이들은 잘 보내줬으니까 걱정말구!] 정신없이 먼지바람을 헤치고 총을 쏴대던 동우가 문득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환하게 웃었다. 방긋웃으며 총을 쏘아대고 불을 날리는 동우의 모습에 적군들은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유천이형!!!] [오, 완전 소중한 내 동우야! 많이 안다쳤니?] [괜찮아요 전!] [그래그래- 다행이에요~ 자 다들 들었지? 난 절대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 조금 스페셜하고 스트롱한 소에족일 뿐이라구!] 총을 쏘다 옆을 돌아보면 시체, 또 시체 뿐이었다. 이미 너무 많이 잃었다. 더이상 싸움을 끌었다가는 몰살당할지도 모를일이었다. 명수의 눈 앞으로 힘이 빠져 비틀거리는 성종과 그를 부축하며 총을 쏘고있는 태민이 보였다. 모두 팔이나 다리에 깊은 상처를 하나씩 새긴채 바닥에 혈흔을 남기며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명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까 맞은 옆구리에 아직까지 총알이 박혀있었다. 몸이 점점 굳어옴을 느꼈다. 그때였다. 쾅!! 엄청난 파괴음. 그들이 향하고 있던 앞쪽에서 폭격소리가 들렸다. 구조한 선발팀과 준홍이 있는 버스쪽이었다. "씨발... 안돼!!!!!!!" 여러대의 버스가 한줌의 재로 그들의 눈 앞에서 사라져있었다. 이대로는 끝이었다. 모두 죽음이었다. 앞뒤와 양 옆에서 정부군이 얼마 남지않은 그들을 압박해오고 있었다.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모든것을 포기한 그때, 유천의 목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박혔다. [그러게 애초에 내말 좀 듣지 베이비들! 마지막 살 길이니까 잘 들어~] [짧게 본론만 말하시... 아, 저리 좀 비켜 씨발! 말하시죠 어서!] [에이... 쌀쌀맞은 호원이...! 자 내가 지금부터 카운트다운을 셀거야. 딱 5초야. 카운트다운이 끝나면 모두들 눈 꼭 감고 젖먹던 힘을 다해서 뒤돌아 뛰어. 바람의 저항이 심할거지만 무조건 뚫어야해. 알았어? 더 묻지말고 나만 믿으라구!] [네, 어서!!] 유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가 몸에 달려있던 거추장스러운 홀스터와 탄띠를 벗어던지고 몸을 최대한 가볍게 만들었다. [5] 뒤쪽에서 달려들던 정부군이 가까워졌다. 무조건 뚫어야한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미친척. 등 뒤로 식은땀이 질끈 흘러내렸다. 헐빈해진 옷 안으로 차가운 겨울바람이 스며들었다. [4] 피투성이가 된 대현을 부축한 찬희와 진영이 유천의 말에 따라 저택 뒤쪽으로 빠져나왔다. 멍하니 전투중인 저택의 앞마당을 응시했다. 그들의 등 뒤로 심상치않은 기운의 모래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있었다. [3] 호원이 동우의 손을 잡았다. 명수가 성종의 손을 잡았다. 우현의 블랙샴을 움켜쥐었다. 태민이 그 뒤를 따랐다. [2] 대현을 맨바닥에 눕히고 소독약을 바르고있던 찬희의 옆에서 별안간 북적이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놀란 진영이 급히 옆을 돌아봤다. 새하얗게 웃고있는 준홍이 구조한 선발팀들을 이끌고 맹렬히 달려오고 있었다. "너... 너 준홍아!" "헤... 내가 한건 했다!" [1] 손과 손을 맞잡은 호원과 동우, 성종과 명수 그리고 우현과 태민이 동시에 뒤를 돌았다. 얼마 남지 않은 후발팀도 각각 선두들을 따라 몸을 돌려세웠다. [Zero!!] 카운트다운이 끝남과 동시에 엄청난 모래바람이 그들의 앞에 들이닥쳤다. 눈을 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뛰었다. 뛰고 또 뛰었다. 엄청난 기압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뒤쪽에서 정부군이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다. 거센 바람에 후방공격을 해오던 정부군들이 밀려 힘없이 우현의 옆을 스치고 빠르게 지나갔다. 가면 갈수록 모래바람이 잦아들었다. 눈을 뜨니 어느새 맑은 하늘이 보이고 있었다. 슬쩍 뒤를 보았다. 모래바람이 거센 압력으로 뭉쳐 토네이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바람에 휘말린 정부군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우왕좌왕 흐트러지고 있었다. [하! 베이비들 다 살아있냐?]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는 진영이 보였다. 가장 먼저 도착한 우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었다. 전쟁통을 뚫고 빠져나온 동료들이 힘차게 뛰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뿅!" "... 너 안죽었냐?" 폭팔한 버스와 함께 죽어있어야 했던 준홍이 방실방실 웃으며 우현의 옷깃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준홍의 뒤로 몇안되는 선발팀 생존인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준홍이는 다~ 알고있었다! 형아가 총맞고 아야하면 안돼서 계단도 갔고, 요기 이 사람들이 다 같이 아야아야 하는게 눈에 보여서 산책 시켜주려고 데리고 나왔다!" 이 꼬마도 예언능력을 가진 것일까. 보면 볼수록 기묘한 꼬마였다. 그사이 살아남은 반정부연합군들이 모두 모였다. 모래바람이 사그라들고있었다. 다시한번 주먹을 꽉 쥐고 넓고 넓은 벌판을 뛰어나갔다. 세상의 끝을 향해서, 그렇게. - "번호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한일에게 연락을 넣던 성종이 급기야 핸드폰을 저 멀리로 던져버리고 말았다.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앞에 놓인 모닥불이 타닥타닥 장작을 집어삼키며 불타오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으신가보지..." "정대현 저 새끼가 일어나야 스파이새끼고 뭐고 상황파악이 될거아냐!" 그렇게 미친듯이 뛰어 도망친 곳이 분지지역답게 높고 곧은 산 속이었다. 왠일로 민둥산이 아닌 수풀림인지라 자연동굴까지 그대로 남아있었다. 동굴에 자리를 잡은 일행들이 대책없이 모닥불만 피우고 몇시간째 대현의 의식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나 모를 정부군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은닉술의 소에족인 창현이 잔뜩 기운을 모은 채 동굴을 감췄다. 아마 창현의 약한 능력으로는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유일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한일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유천이 찬희와 준홍에게 각각 쥐어준 소독약 2개로 겨우 상처 치료를 시작했다. 그마저도 준홍이 가지고 있던 한 통은 벌써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 163, 번호 끝!" 성종이 제 귀를 한번 후비적였다. 내가 잘못들은건가- "거기! 숫자 제대로 센거 맞아요?" "지금 저흴 바보로 아십니까?" 연구원과 M, 소에족을 모두 합쳐 400명에 육박하던 숫자가 확 줄어있었다. 반 이상이 이번일로 목숨을 잃었다. 성종이 피어오르는 현기증에 몇번 몸을 휘청였다. 검지와 엄지 사이에 잔뜩 힘을 준 찬희가 명수의 옆구리에 박혀있던 총알을 빼어냈다. 분수처럼 퐁퐁 피어나오는 피가 찬희의 하얀 얼굴에까지 튀었다. 소매 끝으로 대충 피를 닦아낸 찬희가 상처부위에 소독약을 아낌없이 부어넣었다. 총을 맞을때보다 더한 고통에 명수가 사지를 비틀었다. "아... 씨발... 좀 살살할순없냐?" "닥쳐요 형부." 연구원들이 내어준 가운을 길게 찢어 이은 찬희가 긴 천조각을 명수의 허리께에 몇번 둘러매고 꽁꽁 묶었다. 열약하기 그지없는 환경이었다. 다들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이렇게 총맞고 어떻게 뛴거에요..." 나긋한 목소리가 분명 성종이다. 가출사건 이후로 이런 목소리는 처음이었다. 명수가 빤히 성종을 올려다봤다. 허리에 두 팔을 짚고 성종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명수를 내려다봤다. "... 삐진거, 풀렸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이 상처 그대로 두면..." "난 그게 문제야. 너 아직 화났어?" "도저히 말이 안통하네요. 풀린 화를 도로 돋굴생각이에요?" 성종이 슬쩍 쪼그려앉아 명수의 상처에 묶인 매듭을 살짝 풀어 리본모양으로 묶었다. 그러곤 뭐가 그리 좋은지 뿌듯하게 웃었다. 명수가 성종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우리 이제 어쩌냐..." "그러게요..." 큰 상처가 없는 동우를 금방 치료한 찬희가 우현에게 다가갔다. 그때 무언가가 찬희의 발목을 턱- 잡았다. 다른 연구원들을 치료하고 있던 준홍이었다. "찬희형! 여기와서 이 아저씨들 좀 치료해주라!" "아... 어? 응..." 빨리빨리- 준홍의 재촉에 못이겨 찬희가 끌려가듯 연구원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예의 예쁜 미소를 머금은 준홍이 우현에게 뛰어갔다. "형 안녕!" "... 그래." 우현의 허벅지께에 꽤나 큰 부상이 있었다. 총알이 깊이 박혀있었다. 준홍이 생전 찌푸리지 않던 얼굴을 잔뜩 구겼다. "형아 이게 뭐에요!" "이건, 니가 하지마라." 우현이 더러운 옷에 손을 몇번 닦고 상처부위로 손을 밀어넣었다. 경악스럽게 바라보는 준홍의 시선을 무시한채 살 깊이 박혀있던 총알을 뽑아냈다.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이제 닦고 치료해." "안... 아파?" "안 아파." "정말?" "니가 그렇게 쳐다보면 더 아프니까 어서 치료해." 형아 아프면 안된다! 내가 얼른 유천이형이 준 약 발라줄게! 준홍이 뚜껑을 열어버린 소독약을 아예 우현의 상처에 쏟아부었다. 스며드는 소독약때문인지 무척 괴로웠다. 방금 전까지 앞에서 몸을 비틀며 난리도 아니었던 명수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으, 으윽-" "형아 아파요?" "아니..." 그렇게 순수하게 쳐다보는데 누가 아프다고 엄살부리겠냐. 우현이 중얼거렸다. 못들었다며 다시 말해달라는 준홍을 한사코 뿌리치고 직접 가운을 찢어 상처부위를 압박했다. 하얀 가운이 피로 적셔지고 있었다. "현재 남은 소에족 102명, 연구원 41명, M 20명, Mko 4명. 딱 이렇네요." 죄도 없는 사람들이 무수히 죽어나갔다. 대책이 서지 않았다. M의 생존인원을 들은 우현의 얼굴에 더 진한 그늘이 서렸다. 가장 정부에게 큰 고통을 받았고, 아무런 잘못이 없던 M들이 너무 많이 죽어나갔다. 성종이 포옥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뱉았다. 누군가 성종의 어깨를 툭툭 쳐왔다. 성종이 짜증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오오~ 베이비들 여기 있었구나!" "유천이형!!" 팔을 축 늘어뜨린채 반질한 총만 매만지고 있던 동우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유천에게 달려가 폭삭 안겼다. 유천이 예의 여유로운 미소로 동우를 어루만졌다. 그의 주위로 여전히 따뜻한 바람이 불고있었다. "형 아니었으면 우리 다 죽을뻔했어요... 사랑해요 형!" "아유, 그럼 알지알지- 내 동우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근데 여긴 어쩐일이세요?" "나야 뭐 바람따라 물따라 나그네 인생 아니겠냐~ 바람이 솔솔 불어와서 너네가 있는곳을 알려주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말이지!" 거기 은닉 소에족 어린이~ 저를 부르는 풍술사 유천의 말에 깜짝 놀란 창현이 눈을 땡그랗게 떴다. 동굴 앞만 가리면 무슨소용이냐는 유천의 말에 다시 정신을 집중해야 했지만. "어어- 유천이다! 유천이형이다아-!" 우현에게 쏟아붓고 정말 몇방울밖에 남지않은 소독약을 들고 이리저리 소에족들의 상처를 살피던 준홍이 도도도도- 유천에게로 뛰어가 동우를 밀쳐냈다. 호원이 눈을 부릅 뜨고 쓰러지는 동우를 받아냈다. 동우가 살살 웃으며 꺼져가는 모닥불에 불을 잔뜩 붙였다. 따뜻한 불의 기운에 비친 유천과 준홍의 모습은 행복한 부자지간을 떠오르게 했다. "유천이형! 보고싶었다! 준홍이가 유천이형 보고싶었다!" "그래요 우리 준홍이?" "유천이형! 근데 사람들이 아야아야하다! 약을 더 주면 준홍이가 뽀뽀해줄거다!" 유천이 싱글벙글 웃으며 주머니에서 약을 잔뜩 꺼내 준홍의 품에 안겨주었다. 품 안 가득 소독약을 끌어안은 준홍이 유천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영락없는 아들과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신나게 달려가 찬희와 M들에게 소독약을 나눠준 준홍이 남은 소독약 4개를 자신의 주머니에 꾸역꾸역 쑤셔넣었다. 호원이 의심쩍게 유천을 바라봤다. "저기, 박유천씨. 혹시 준홍이 아버지 되십니까?" "이런이런- 나처럼 젊고 순수한 영혼에게 아이라니. 까칠한 호원이가 상처를 주네!" 대충 대화를 듣고있던 우현과 유천의 시선이 마주쳤다. 유천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거기 잘생긴 친구? 왜 그렇게 무섭게 노려보고 있냐-" "... 잠깐만 이리와봐요." 우현이 손을 몇번 까닥였다. 유천이 순순히 우현의 곁으로 다가갔다. "저 애 말이에요." "우리 준홍이?" "능력에 몇개입니까?" 올것이 왔구나, 유천이 어색하게 웃었다. 웃음으로 넘길생각 말라는 우현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시무룩하게 입꼬리를 내려야했지만. "내... 내 동우한테 안들었어요 친구? 준홍이는 통증완화를 하는 소에..." "저 아이는 후사(後事)를 예지하고 대처를 했으며 희귀능력인 순간이동까지 자유자제로 했습니다. 제 눈앞에서 말이죠." "으.. 으응 그건.." "어떻게 설명하실겁니까." "하하하...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보지마... 으하하..." 바들바들 떨며 우현의 어깨에 척 손을 얹고 넉살좋게 웃어보이는 유천이다. 동우와 호원이 그런 유천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숨겨야 될 이유라도 있습니까?" "어머머! 내가 뭘 숨긴다고," "장난은 여기까집니다." 냉랭하게 얼어있는 우현을 따라 유천이 갑자기 진지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큼큼- 몇번 헛기침을 한 유천이 입을 뗐다. "사실 준홍이가 말이죠, 돌연변이 소에족입니다." "돌연변이... 소에족이요?" "네. 소에족이 원래부터 인간의 변종, 즉 돌연변이로 탄생하게 된 것이지만, 준홍이는 그 소에족 중에서 특출나게 태어난 아이입니다. 능력 복제라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일한 능력을 타고난 것이죠." 토끼처럼 통통거리며 뛰어다니던 준홍이 우현에게 소독약을 더 발라주겠다는 생각에 빠르게 뛰어갔다. 동우가 준홍의 허리를 급히 감싸안고 파닥이는 몸을 저지했다. "그럼..." "혹여나 준홍이가 저 능력을 악용할까봐, 아주 어렸을때부터 내가 데리고 다니며 키웠습니다. 세속의 때가 묻지 않게 깨끗하고 순수하게 말이죠. 준홍이는 제 바램대로 잘 커주었고요. 아직도 자신이 가진 능력이 무엇인지 잘 몰라요. 가끔가다 심심하면 주변 소에족들을 빤히 바라보며 관찰을 할겁니다. 그렇게 능력카피가 이루어지는것도 모르고요. 그냥 본능적으로 능력을 사용하는거죠. 아마 주위에 있던 예언능력과 순간이동능력을 카피했을겁니다." "그렇다면 저 작은 아이가 원소술사의 능력까지 카피가 가능하단 말씀입니까?" "물론이죠. 약간의 한계도 있고 몸에 무리도 가겠지만 가능합니다." 성규를 그리워하며 몸을 회복하는 동안 우현은 소에족과 Mko에 대해 참 많이도 공부했었다. 탄탄하게 깔린 우현의 기본지식이 놀랍다며 유천이 한가득 칭찬을 했다. 언제 진지하게 굴었냐는 듯 다시 싱글벙글 웃음으로 얼굴을 가득 매우고. 저놈의 장난기는 한시라도 떨쳐낼수가 없나보다. "자! 이제 궁금증은 해결됐고?" "네." "그래그래, 잘생긴 청년이 똑똑하고 예의도 바르고 말이야! 그 차가운 눈빛만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하다가 얼어죽겠다!" 동우의 품을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던 준홍이 힘없이 풀어진 동우의 팔을 헤치고 우현에게 가던 발걸음을 재촉했다. 준홍을 안아주기 위해 쭉 뻗어있던 유천의 두 팔이 무색해지게 지나친 준홍이 우현의 다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형아 약발라!" "어? 어...?" 얼떨결에 준홍을 따라 바닥에 주저앉은 우현이 잠시 준홍을 노란 머리통을 응시하다가 짐짓 진지하게 유천에게 말을 걸었다. "박유천씨." "또 왜~" "이 꼬마, 저한테 주십시오." 동굴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하던 동작을 멈추고 뻣뻣하게 고개를 돌려 우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부담스런 관심에 우현이 괜한 허공을 바라봤다. 유천이 볼을 발갛게 붉히고 몸을 배배 꼬고있었다. 저건 또 왜저래? "아이... 잘생긴 우현청년 취향이 그쪽이었어?" "... 그게 무슨," "무슨 사위가 장인어른한테 말하듯이 그러냐... 막내딸 시집보내는 기분이 다 드네~" "그런게 아니라 전 그저 전쟁에 도움이 필요해서..." "준홍이 우현이 형아한테 시집가나? 갈거다! 나 우현이 형아랑 살꺼다!" 앙큼하기 그지없었다. 잠시간 웃음을 잃었던 사람들이 준홍의 한마디에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삭막한 분위기가 풀리고 차갑기만 했던 공기가 조금씩 데워지고 있었다. 세상물정 모르는 그저 순진한 어린아이 하나로 인해. 소독약을 더 발라놓은 준홍이 이제서야 안심이 된건지 새 가운을 뜯어 우현의 허벅지에 예쁘게 리본매듭을 지었다. 뿌듯하게 제 품을 파고드는 준홍을 우현은 차마 거부할수가 없었다. 다시는 볼 수 없을것만 같았던 우현의 미소가 희미하게나마 올라왔다 사라졌다. 유일하게 그 짧은 찰나를 지켜본 성종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잡담을 하고 있었다. 개중 사담을 나누는 몇몇을 빼고는 다들 반정부연합군의 앞날에 대해 열띈 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눈뜰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대현의 얼굴 위로 하얀 찬희의 손이 몇번이나 왔다갔다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대현은 작은 눈떨림조차 없었다. 성종이 슬금슬금 찬희의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아무 소식도 없냐?" "... 응. " 원래의 대현이었다면 이쯤되어 갑자기 확 일어나 찬희의 손목을 잡아채야 정상이었다. 개구장이같은 얼굴로 개구지게 웃으며. 찬희의 주위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너도 참 극성이다- 작게 꾸지람한 성종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 유천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마 새 보금자리에 관한 이야기일것이다. 어중간하게 떠있는 대현이 목이 아플까 남은 옷가지들을 차곡차곡 개어 베개를 만들던 찬희의 다리를 누군가 건드렸다. 대현의 검지손가락이 꿈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곧바로 베개를 내팽겨친 찬희가 대현의 고개를 두 손으로 잡아올렸다. 그의 몸 전체가 들썩였다. "야... 야 정대현! 정신이 들어? 정대현!" "으... 으으윽-" 엄청난 양의 상처로 피칠갑을 했던 대현의 상태는 보통 사람이었다면 회복기간이 한달을 훌쩍 넘겼을 정도로 심각했다. 그러나 그는 짐승같은 감각에 이어 짐승같은 회복력을 보이고 있었다. 성종과 태민이 급히 대현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파르르 떨리던 눈꺼풀이 살짝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더니 이내 대현의 검은 눈동자를 드러냈다. 그 모습을 울먹이며 지켜보던 찬희가 결국 눈물을 쏟았다. "흐... 흐으으... 정대현! 이 나쁜새끼야!!" "아... 뭐야? 나... 산거야? 여기 천국아니야?" "너... 너 혼자 어떻게 싸웠어 이 바보야... 이 병신아!!" 여전히 개구지고 장난스런 대현의 첫마디에 찬희가 대현의 배에 얼굴을 묻고 소리내어 울었다. 찬희를 옆으로 살짝 밀쳐낸 성종이 대현의 손을 잡았다. 얼마나 혼자 싸웠는지 손 마디마디에도 상처가 가득했다. 대현의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준홍을 무릎에 앉힌 우현과 관심없는척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명수까지도. 유천이 잔잔히 휘파람을 불었다. "정대현. 몸은 괜찮아?" "야- 내가 누군데? 천하의 정대현이 겨우 이런 것 가지고..." "그럼 내가 묻는말에 대답할수도 있지?" "당연하지!" 대현이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보이는 곳마다 깊은 상처로 온 몸이 엉망이었다. 그래도 살아난게 어디야- 대현이 바보처럼 히죽 웃었다. "일단 내가 천국에 안가고 여기 남은 이유부터 말해봐. 나 진짜 죽도록 맞았는데... 살아있다는게 감격이네-" "넌 지금 웃음이 나오냐?" 찬희의 솜주먹에 옆구리를 한번 맞고서야 대현이 입꼬리를 시무룩하게 내렸다. "찬희 연락받고 오던길에 지름길로 빠져서 바로 도착했어. 도착하니까 선발팀은 거의 몰살수준이더라. 남아있는 사람들이라도 빼온답시고 저택안으로 들어갔는데 정부새끼들 함정에 걸려들었어. 폭격기에 모래바람에 난전하다가 살아남은 사람들만 이끌고 겨우 도망쳤고. 남은사람이 200명도 안돼." "어... 상황이 꽤 심각하네?" 대현이 머리를 몇번 긁적거렸다. 자신이 기절해있던 사이 아무래도 많은 일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잠시 대현이 생각을 정리하게 기다려준 성종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니가 대답해. 생각나는데로 전부 다-" "와 이거이거... 나 머리나쁘다고 완전 무시하는거야?" "조용히하고. 일단 왜 찬희 먼저 도망쳐보냈는지 설명해봐." 성종은 알고있었다. 짐승의 본능을 타고난 대현의 소름돋는 감에 대해. 아마 이번일도 타고난 대현만의 감으로 알아챘을 것이다. 대현이 멈칫 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음... 그래. 한참 이찬희랑 떠들면서 가고있었는데 문득 어떤 사람이 보이더라고. 약간 수상한 기운이 감도는." "어떤... 사람? 그게 누군데?" "연구원 대표. 김정식." 그러고보니 그 어디를 둘러봐도 정식과 고위연구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우현이 반년 전, 그들을 설득했던 여름날을 떠올렸다. 젊은 연구원들에 휩쓸려 동의하는 척 하곤 온갖 불만을 토로하며 끝까지 버텼던 사람들이다. 반년의 시간이 흐르고 이제 완전히 하나가 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교활하고 이기적이었다. "책을 읽고 있더라고. 근데 뭔가 이상한거야. 내 눈이 잘못되지 않은 이상 그사람은 분명, 입을 움직이고 있었어. 무언가를 중얼거리듯 작게 말이야. 물론 책을 보며 따라 읽는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그 책을 슬쩍 보니까 고전 미술에 관한 내용이더라. 글자 하나 없이 미술작품으로 가득 찬. 그 책을 보면서 중얼거린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그 사람을 비롯한 몇몇 고위 연구원들에게서 구린냄새가 났어. 만약을 대비해서 이찬희에게 대충 지시를 내리고 계속 그들의 동태를 지켜보고 있었지. 저택에 가까워지니까 역시나 다급한 움직임이 여럿 포착되었어. 그리고 그 저택안에서, 살기에 번뜩이는 수많은 눈동자가 보였어. 내 두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저택 주위에 가득한 적들의 기운을 느끼고 난 확신했지. 김정식과 고위 연구원들이 꾸민 함정이었다는걸." 명수와 성종이 치를 떨었다. 그들과 함께 쌓아갔던 신뢰는 빈 껍데기에 불과했던 것일까. 함께 웃고 즐겼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김정식과 고위연구원들의 가식놀음에 완전히 놀아나고 말았다. 아무런 의심 없이 그들이 원하는데로 착착 움직여줬다는 생각에 성종은 금방이라도 멍청했던 제 뇌를 뜯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여기저기서 화를 뿜어내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힐끔거리던 대현이 품에 안겨 울고있는 찬희의 머릿결을 만지작거렸다. "왜... 왜 나한테만 도망치라고 한거야? 모두에게 알렸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었을텐데...!" "아니. 오히려 섣불리 행동했다간 모두가 죽을수가 있었어. 적의 수는 너무나 많았고, 우리에겐 아무 무기도 없었으니까." "무기가 없었다니. 유사시를 대비해서 가져갔던 총기류가 있었잖아?" "총기류는 선발 10호차로 모두 옮겨져있었어. 괜히 분산되어있으면 배부도 힘들고 하다면서 1호차에 타지 않은 고위연구원들이 모두 뺏아서 10호차로 가지고갔거든.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도망친다고 생각해봐. 개작살이지. 게다가 우리가 전부 죽으면 후발팀인 너네는 어쩔건데? 꼼짝없이 똑같이 당하게되잖아. 그래서 이찬희를 내보낸거야. 이제 됐어?" 정말 생각치도 못하게 대현의 대처능력은 뛰어났다. 물론 이미 너무 많은것을 잃었지만 대현의 재빠른 대처가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을 사람들도 없었을 것이다. "이찬희 보내고 얼마 지나지않아서 공격받았어. 10호차는 이미 중간에 다른곳으로 세서 무기도 챙길세가 없었고. 알다시피 선발팀 대부분이 M들이었잖아. 공격능력을 가진 소에족도 얼마 없었고... 연구원들이 개인 소지하고 있던 권총 몇개로 싸웠어. 예지능력을 가진 소에족인 지아씨도... 온갖 이상한 핑계를 대면서 한일씨한테 두고왔잖아. 그 새끼들이 치밀하게 계획을 짠거지. 후발팀에는 너네가 있으니까 승산이 없잖아. 그러니 선발팀에서 골치아픈 M이랑 연구원들을 다 죽여버리고 남은 사람들을 미끼로 삼겠다- 이렇게 생각했나봐. 꼴에 Mko라고 나를 또 어찌나 공격하던지... 진짜 한번 삐끗했으면 그대로 아웃이었어 아웃! 김정식이랑 연구원들이 정부쪽으로 갔으니까... 한일씨는 물론이고 여태껏 우리 도와줬던 모든 사람들이 위험할거다. 함부로 연락하지 말고 기다리자. 어떻게든 해주겠지." 뒤이어 들려오는 여행담 비스무리한 대현의 이야기까지 다 들은 성종이 복잡한 머리를 정리했다. 처참한 완패였다.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도저히 대책이 서지 않았다. 여전희 희망어린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피하는 성종이다. "자 일단 대충 상황을 정리해볼게요. 현재 남은 인원은 167명. 데이터베이스와 갖가지 정보들이 모두 들어있는 제 노트북을 비롯한 고급장비들은 버스에 두고내려서 다 없어졌고. 옷가지부터 기본 생활용품도 다 사라졌고. 이렇게 덩그러니 남은 저희를 구해줄 한일씨도 위험해지고. 결론이 뭔줄알아요? 우린 모든 것을 잃었어요. 가진게 아무것도 없다고요." 당신들의 깡따구랑 저희들의 머리. 이게 전부라고요. 성종이 냉정하게 잘라 말을 끊었다. 성종에게서 무언가 희망을 전해들을줄 알고있던 사람들이 기가죽어 고개를 폭 숙였다. 유천이 착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워보려 애썼지만 그게 될리가 없었다. 그렇게 무표정으로 서있던 성종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사람들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왠만하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던 성종이었다. 사람들은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비록 차갑고 냉기서린 말을 뱉아도 성종은 아직 여리고 약한 어린아이일 뿐이란 것을. 자신이 조성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성종이 서글프게 울고 또 울었다. "내가... 내가 많이 미안해요... 다 내 잘못인데 괜히 화풀이해서 미안하고요... 상황을 이렇게까지 악화시켜서 미안해요... 내가 능력이 없어서, 그래서 그래요. 그래서!" "네 탓이 아니야." 성종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우현이 웃고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환하게 웃고있었다. "네 탓도 아니고, 그 누구의 탓도 아니야. 우리가 완전히 무너진 것도 아니잖아? 너와 나, 우리가 살아있는한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 성종이 몇번 눈을 깜빡거렸다. 그동안 우현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하더니 늘 그렇듯 무표정으로 돌아와있었다. 다시 한번 웃어보라며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잡아당기는 준홍을 팔을 잡아내린 우현의 입가에 아직까지 희미한 웃음기가 감돌고있었다. "모두... 힘내요. 할수있어요!" 가만히 앉아있던 진영이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서로 모종의 눈빛을 교환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진영을 따라 일어났다. "맞아요! 아직 우리의 복수는 끝나지않았습니다!" "이대로 물러서지 맙시다! 더이상 잃을게 없습니다. 더 과감하게 싸워봅시다!" 모든 사람들이 일어서서 외치고 있었다. 메시아의 밝은 앞날을 향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밝아진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준홍이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우현의 귓가에 속삭였다. "형아도 보여요?" "응?" "저 밝고 환한 빛 말이에요!" 준홍의 반짝이는 눈망울 안에 찬란하게 빛나는 한줄기 빛이 어두운 세상을 뒤덮었다. 우현이 가만히 준홍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응. 보여." 그들이 원하던 아름다운 세상이 한발짝 가까이 다가와있었다. 12월이 벌써 반이나 지나간 어느 겨울날이었다. |
With 봉봉 |
안녕하세요 봉봉입니다! 힘드네요. 지금 완전 토할것같아요.. 피곤하고 힘들고 지치고;; 이노무 몸은 한번 몸살이 쫙 나서 드러눕기라도 하든가... 절대 쓰러지지는 않는 튼튼한 몸이네요.. 지금 뜨끈한게 열도나는것 같은데 죽을맛입니다진짜. 아이고.. 요즘 개학시즌이라 그런지 독자님들이 팍 줄어든 느낌! 더 힘듭니다...ㅠ 물론 지금 메시아가 많이 지루... 한 부분이 없지않아 있어요. 날짜맞추느라 대강적고 다듬어지지도않고.. 극적전개때문에 괜히 피곤해지고 참... 이런게 진짜 슬럼프인가 싶네요. 저희도 지금 많이 부족해진점, 잘 알고있습니다. 완결본에서는 많이 다듬어진 모습으로 찾아뵈어야죠...! 메시아가 길면 길어질수록 챙겨보기도 힘드실텐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구독해주신 그대들! 정말 사랑해요... 진짜 좋아요...ㅠㅠㅠ 힘든만큼 골수팬분들이 간절해지네요. 오늘도 봉봉이는 열심히 공부도 하고... 글을 씁니다! 어서완결이 났으면 하는게 바램이에요^,^ |
봉천이에게 트윈홈이 생겼어요!! |
하 대박사껀!!!!!! 그대들!!!! 봉천이에게도 드디어 홈이 생겼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흡흐ㅡ흐흐흐ㅡㅎㅂ 그제저녁 트윈홈을 갖고싶다는 봉봉이의 칭얼거림에 차칸친구 천월이가 이틀밤낮을 세어가며 블로그 강좌만 보고 만든 갠홈!! 사실 메시아끝나고 나면 여러가지 이유로 글잡은 떠날 생각이에요... 그 외에 연재를 하던 다른 사이트들도...☆★ 그냥 편안하게 홈에서 독자님들과 친분도 쌓고 편안하게 활동할까 생각중이거든요...ㅠ 여긴 뭐 규칙이고 그런거 거의 없으니까 와서 놀다가세요! 편한 동네친구같은 봉천이와 친해져 BoA요! 데헷♥ 눈팅은 기본 가입은 옵션! ↑ 배너클릭하면 이동합니다^,^ 스릉해요 그대들~ 다음편에서 만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