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인 여주에겐 취미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서공예 황자님인 현진이 시도때도 없이 덕질하기. 황자님이라니 뭔 소리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별명 짓기 좋아하는 고교생들에게 잘생긴 현진에게 황자라는 별명을 붙이고 저들끼리 꺅꺅거리는 건 꽤나 즐거운 일이다. 별명의 시발점 또한 여주였다. 현진을 처음 본 여주는 입을 쩍 벌리며 경악했고 그 날부터 현진의 덕질을 시작했는데 왕자님이라고 하기에 부족한 존잘력이라며 왕자를 넘어선 황자라고 멋대로 부르고 다녔다. 여주의 입에서 나온 '황현진=황자'는 곧 서공예 전체로 퍼지게 되었고 누구나 그 별명을 부르게 되었다지
본인 잘생긴 거 알지만 요즘따라 쳐다보는 사람이 많아서 의아해 하는 황자님. 그리고 지성(황자님 친구,다람쥐)에게서 그 이유를 듣게 된다. 야 너 별명이 황자님이래. 알고 있었음? (비웃음). 우리의 황자님 당황하신다. 황자님……? 왕자님도 아니고 그건 또 무슨…. 하고 어이없어 하다가 유독 저와 시선이 자주 마주치는 여주를 발견. 불도저처럼 황자님 잘생겼어 황자님 내 거야 입에 달고 살았지만 막상 눈 마주치면 존잘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눈 돌리는 여주 (ㅠㅠ) 그래도 잘생긴 얼굴 다시 보고 싶으니까 다시 쳐다보는데 황자님이 계속 여주 쳐다보고 있어서 놀란 여주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확 돌려 버리고
" 쟤가 자꾸 나 쳐다보는 것 같아. "
" 김여주? 아 쟤가 걔다. 너한테 황자님이라는 근사한 별명 만들어 준 애. "
뭐? 지성의 말에 얼굴 살짝 꾸깃한 현진은 여주가 더 신경 쓰이기 시작. 사실 황자님 성격 좀 특이하시다. 관심 받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라 (...) 아무렇지 않지만 지성에게 들어보니까 황자님 별명도 직접 지었고 황자님 덕질을 그렇게나 하는 애가 저랑 눈 마주치니까 부끄러워 하는 게 좀 재밌게 느껴짐. 그래서 괜히 일부러 더 쳐다보고 여주 앞에 지나가면서 씨익 웃는다. 덕분에 여주 대환장 파티 (ㅠㅠ). 일개 새우젓의 마음으로 덕질해야 하는데 자꾸 유사연애의 마음이 생기기 시작. 걍 잘생겨서 조았던 거라구 ㅜ 이렇게 자신을 채찍질한다. 너가 몬데 황자님을 마음에 담냐 ? !
그래서 황자님 피하기 시작하는데 사실 같은 층이라서 복도에만 나가면 마주친다. 황자님은 여주가 화들짝 놀라는 반응 너무 웃겨서 자꾸 추운데도 지성이 끌고 밖에 나와 있는다. 덕분에 지성에게 등짝 스매싱 맞는다 (ㅠㅠ). 원래는 황자님 자주 봐서 너무 좋았는데 이제 피해야 되니까 기를 쓰고 복도에 안 나가기 시작하는 여주. 1교시부터 4교시까지 화장실도 꾹 참으면서 안 나가니까 옆자리인 승민이가 조심스레 묻는다. 여주야 혹시…… 황자님한테 고백했다가 차여서 피하는 거야? ……? 모라고? 여주는 그제서야 자기가 황자님 덕질을 얼마나 요란하게 했던 것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황자님 피하는 게 눈새 승민이 눈치챌 만큼 티가 난다는 것도. 여주는 점심 시간에도 평소와 달리 10분이나 늦게 나감. 빨리 가면 사람 많아서 줄 서서 받아야 하는데 그럼 황자님(잘생겨서 후광이 나는 편)과 마주치게 될 거고 그러면 또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나댈 거니까 ㅠㅠ. 배고프다고 징징거리는 승민이 데리고 급식소 가는데 이게 웬걸. 빈자리가 황자님 옆에 밖에 없어서 승민이가 거기로 가버린다. ……. 얼굴 보고 싶어서 난리칠 때는 접점이 1도 없었는데 막상 피하려니까 자꾸만 만나서 힘든 여주…. 하필이면 자리도 황자님이 아닌 지성 옆자리. 황자님이랑 대각선이라 고개 들기만 하면 눈 마주칠 게 뻔하니까 여주는 고개 처박고 밥 흡입하는데 급식 5분컷 찍어버리고 승민이 버리고 먼저 도망가버린다.
승민이는 갑자기 버려져서 승민둥절하고 황자님 또한 황자둥절 함. …갑자기 왜 그러지? 설마 내 얼굴에 이제 흥미를 잃은 것인가? 아니 절대 그럴 리는 없지……! 이러면서 밥알 젓가락으로 집는 매우 느린 속도로 밥 먹으니까 지성이가 자기 축구할 거라면서 가버린다. 결국 승민이랑 황자님 둘이 어색하게 밥 먹고 같이 돌아온다. 황자님 양치하러 나오다가 화장실 가는 여주랑 마주치는데 또 화들짝 놀라며 화장실로 전력질주 하는 여주. 황자님은 왠지 화장실 훔쳐 보려 했던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찝찝해 하신다. 그리고 멍하게 양치를 하는데 아무래도 기분이 계속 찝찝하다. 왜지. 왜지…?
" 양치물 흐르는데…! "
멍하게 양치하다가 양치물 흘리니까 승민이가 친절하게 흐르는 양치물 받아준다…. 참고로 둘이 친분 전혀 없음. 아무튼 찝찝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 황자님은 양치 마치고 복도에 서성이는데 전과 달리 여주가 나오지 않는다. 모야… (황무룩). 괜히 여주네 반 앞에도 가 보는데 여주는 없고 승민밖에 없어서 얼떨결에 승민이랑 인사하고 교실로 가려는데 지성이가 자기 다쳤다면서 보건실에서 약 좀 가져다 달라고 한다. 그래서 보건실 가는데 거기 여주가 보건선생님이랑 얘기 중. 저 체한 것 같아서 약 받으려구요……. 점심을 그렇게 빨리 흡입하더니 결국 체한 여주는 뒤에서 황자님이 쳐다보는지도 모르고 조잘조잘 얘기함. 여주는 말이 매우 많은데 평소에는 승민에게 황자님의 존잘력에 대해 떠벌떠벌 하다가 이제 피하기로 했으니까 말할 주제가 없어서 말을 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보건 선생님께 저 오늘 점심 먹는데 너무 불편해 가지구 5분만에 다 먹었거든요. 그 와중에 남기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승민이도 두고 혼자 와 버렸는데…… 열심히 얘기 중인데 보건 선생님 전화가 울린다. 어 여주야 잠시만 선생님 전화 받고 올게. 아
" 현진이도 여기 잠깐 앉아 있으렴. "
여주는 제 귀를 의심한다. 현진…? 잘못 들은 거겠지? 현준을 잘못 들은 거야. 고개 돌리지 않아도 옆에서 잘생긴 아우라가 황자님인 걸 말해주고 있어서 여주는 뜨악하는데 어차피 황자님이 자기 알 거라고 생각 안 하니까 다시 마음 놓는데 혼자 마음 속으로 또 광광 운다. 왜 마주치고 싶을 때는 안 보이다가 이제서야…(광광). 근데 이상하게 옆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에 여주는 자기가 약간 도끼병이 있다고 생각하며 머쓱해 한다. (머쓱타드)
" 여주야. "
" ……??……?!!?!?! "
" 음…? 이름 여주 아닌가? "
여주 너무나 놀라서 경악한 얼굴로 황자님 쳐다보는데 다시 한 번 들리는 본인 이름에 의자 위에서 뒷걸음 치다가 삐끗한다. 황자님 토끼 같은 얼굴로 여주 명찰 보면서 …맞는데? 중얼거리신다. 황자님이 자기한테 말 걸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당황스러워서 아무 말 못 하는 여주와 굉장히 태평한 얼굴의 황자님
" 나 불편해? "
" ……으어? "
" 내가 불편했어? "
왠지 죄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여주. 아무 말 못 하겠으니까 힘차게 고개만 좌우로 저으며 강력하게 아님을 어필한다. 황자님 해사하게 웃으시며 보건실 밴드 쎄벼가신다…. 여주야. 황자님 목소리마저 좋아서 여주 동공지진 진도 약 6.5. 있잖아……
" 나 잘생겼어? "
" …당연하지……! "
" 그럼 계속, 잘생겼다고 해주라. 나 피하지 말고. "
여주는 이제 더이상 뻐렁차는 덕심을 이기지 못 하고 격하게 고개 끄덕인다. 당연하지…! 황자님이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어요 (ㅠㅠ). 황자님 또 해사하게 웃는데 여주 현기증 날 것 같아 한다. 타이밍 좋게 보건 선생님 돌아오시고 황자님은 몰래 밴드 주머니에 쑤셔 넣으면서 보건 선생님께 인사하고 나가신다. 보건 선생님은 다시 자리에 앉자 여주 또 입 열리면서 온갖 말들을 쏟아낸다. 선생님 저 현기증 나요. 황자님이 너무 잘생겨서.
ㅡ 여러분 모두 황현진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