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만 가득하던 세상에 작은 균열이 생긴다.
균열 속에선 세 마리의 새와 세 개의 세상이 태어났다고 한다.
태
해를 받들어 그을린 깃털을 가진 현작 (玄雀)
달을 받들어 흰빛을 받은 깃털을 가진 월작 (月雀)
또 다른 생명이 태어날 새로운 세계를 받들어 혈(血)의 색을 가진 홍작 (紅雀)
세 마리의 새는 함께 세 개의 세상을 보듬으며 만물의 조화를 이루었다.
그러던 중, 홍작이 받은 세계에서 '인간'이란 새로운 존재가 태어난다.
세 마리의 새는 이를 기뻐하며 그 세계에 햇빛을 내려 싹을 틔우고, 달빛을 내려 음기와 양기의 균형을 맞추었다.
덕분에 세계엔 축복과 빛 만이 그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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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대부분은 세 마리 새들의 언어와 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유일하게 현자라는 인간만이 그들의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현자는 새들의 뜻을 받들어 세상의 중심에서 모두를 공평하고, 올곧게 이끌었지만
인간의 생명은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부재를 걱정한 현자는 영특한 아이들을 뽑아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새들의 언어를 가르쳤다.
하지만 그 중 유독 배움이 뛰어나던 아이 하나가 배덕과 악행에 물이 들어
이내 세 마리의 새를 죽이고 현자를 대신하여 세상을 지배할 헛된 생각을 한다.
스승의 피를 손에 묻힌 아이가 새의 목을 부러뜨리기 전, 현작과 월작은 원래 자신들이 받들던 해와 달로 돌아가 다시는 세상에 발을 들이지 않았고,
세상을 받들던 홍작 만이 넓고 넓은 천지(天地) 어디론가 몸을 숨겨 다시는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홍작은 몸을 숨기기 전 아이에게 지독한 저주를 걸었다.
그의 피가 섞인 생명들은 모든 새의 언어에 통달하지만
저주가 풀리기 전까진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로 살아야만 하는 것이었다.
결국 성스러운 피를 묻히고 흉측한 모습을 변해버린 아이는 또한 어디론가 숨어버렸고,
사람들은 이 아이를 두고 '배덕(背德)의 아이'라 칭한다.
세상이 어그러진 사이 사람들은 순리에 따라 균형을 되찾고, 각자 세 마리의 새를 모셔 세 개의 국가를 탄생시키니
이를 각각 화국(火國), 월국(月國), 운국(雲國) 이라 부른다.
< 태초사 太初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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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을 이어받은 마지막 배덕의 아이가 모든 저주의 대를 끊을지어니
세 마리 새의 피를 이어받은 자들이여, 모두 고개를 들라.
운담 (雲談)
; 흘러 가는 구름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