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또라이
글 ; 노랑의자
네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온 집안의 기대를 온 몸에 걸었던 나는, 고등학교 입학에 대한 기대와 설렘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냥 열 일곱살이 되었으니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를 하는 학교에 입학한다. 그 의미가 다였다. 어릴 때 보다 더 기울어진 부모님의 관심에 이젠 해탈을 할 지경이었다. 친구를 사귀기 보다는 공부와 수업에 집중했다. 부모님께서 그러길 바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라곤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같은 학교를 다닌 김재환이 전부였다.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 시간에도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거나 하는 행동은 정말 드물었다. 그렇다고 모든 시간에 공부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친구관계가 넓지는 않았다는 소리다. 그래서 다들, 조용하고 공부만 하는 황민현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그런 생각은 2학년이 되자마자 깨져버렸지만.
1학년 때 다른 반이었던 김재환과 2학년 때에는 같은 반이 되었다. 새학기 첫 날이 되자마자 김재환이 교실로 뛰어들어와 나에게 헤드락을 걸어 댔다. 고의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학교에서는 조용하게 지냈는데, 김재환을 만나고 매일 같이 있다보니 정말 친한 친구들과 놀 때만 보이는 활발한 모습을 간간히 같은 반 애들이 보게 되었다. 김재환 덕에 친해진 남자애 중 한 명의 너 은근 똘끼있다.라는 한 마디에 예쁜 또라이라는 별명까지 붙게 되었다. '예쁜' 이라는 단어는 왜 붙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예쁜 이라는 단어가 왜 붙는지, 삼학년 때 같은 반이 된 너의 목소리로 듣게 되었다.
"근데 왜 또라이야?"
"왜 예쁜이 붙는지는 안 물어보냐?"
"예쁘잖아. 민현이."
앞에서 조용히 엿듣던 내가 당혹스러워질 정도로 당연하단 듯 나온 대답이었다. 너는 나를 예쁘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리고 한편으론 안심이 되었다. 너는 아직 나를 좋아하고 있구나. 안심이 되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야 재환아."
김재환과 너는 처음 만난 날인데도 꼭 붙어 앉아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소근대며 웃고 있었다. 간간히 내 이름이 들려와 내 이야기를 하는 건가 싶어 슬쩍 쳐다본 둘의 모습은 너무 다정해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시원한 걸 먹고싶어졌다. 그래서 김재환을 불렀고,
처음으로 너와 가까이에서 눈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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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존재는, 이미 1학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급식실에서 밥을 먹을 때 간간히 느껴지는 시선을 따라가면, 네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이 보인다거나, 복도를 걷고 있으면 저 멀리서 네가 빼꼼 고개만 내밀고 나를 보고 있다던가, 하는 여러번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네가 나를 좋아하고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 알지 못했다. 얼굴을 보면 바로 알아볼 수 있었지만, 크게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2학년이 되던 때, 학기 첫 날이었다. 복도쪽 맨 뒷자리에 앉아 김재환과 이야기를 하다, 문득 시선이 느껴져 돌아보니 교실 앞문에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누굴 찾는듯 한 네가 있었다. 나를 찾는건가, 싶어 나도 너를 빤히 보았다. 그때, 복도에서 성이름!! 하는 우렁찬 여자 목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너는 움찔 하며 놀라더니 우리 반 눈치를 봤다. 그러던 중 나와 눈이 마주쳤고, 너는 더 놀라며 도망치듯 사라졌다.
성이름.
신기하게도 네 이름은, 내 기억 속에 쏙 박혀버렸다.
그때부터 였던 것 같다. 네가 보이지 않으면, 나도 슬쩍 둘러보기 시작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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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학교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야겠다는 엄마의 의지에, 온 가족이 이사를 했다. 귀찮고 성가신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내 짐이 든 플라스틱 박스를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순간 들려오는 감탄사 비슷한 소리에 앞을 바라보니 네가 서 있었다. 대화를 하던 사이도 아니었고, 아는 척을 하던 사이도 아니여서 먼저 반응을 보인 네 모습에 조금 놀랐었다. 너도 무의식적으로 나온 반응이었는지 그대로 잠시동안 굳어있었다.
"그..나 너랑 같은 반인데! 김재환 짝꿍!"
"..."
"아..하하. 그니까.. 어.. 이사온거야?"
당황스러웠다. 나에게 어색한 티를 팍팍 내며 이런 저런 말을 건네는 네가 예뻐보여서. 대답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못한 채, 나도 모르게 든 생각에 혼자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때 쯤, 네가 물어왔고 나는 정말 정없게도 고개만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가야겠다는 너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려 인사를 건넸다.
"잘가, 성이름."
집에 들어와 짐 정리를 하며 드는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이사오길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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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아, 앞집에 떡 좀 가져다 줄래?"
너를 볼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입고 있던 검은 런닝과 반바지를 맨투맨과 트레이닝복 바지로 갈아입고, 괜히 머리도 한번 정리했다. 그냥 떡만 가져다 주는건데, 왜 긴장이 되는거지? 띵똥- 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리고 잠시 뒤 네가 문을 열었다. 네가 인사를 건네자마자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한 지도 모른 상태로 집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너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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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체육시간이 싫었다. 귀찮게도 이것저것 알러지를 달고 태어난 덕분에 땀에도 민감했기 때문이다. 체육복을 대충 걸쳐입고 강당에 갔더니, 너는 이미 와있었다. 추웠는지 팔을 열심히 비비다, 김재환이 잠바를 건네자 야무지게 지퍼까지 올려 입는 모습이 귀여웠다. 몸집은 또 작아서 김재환의 옷이 넉넉할 정도였다. 긴 소매에 손이 보이지 않는 네 모습이 귀여웠다.
"고삼이라고 체육 설렁설렁할 생각 치워라! 짝피구 한다. 남자여자 둘씩!"
아. 귀찮게. 체육선생님의 말씀에 아무생각 없이 멍하게 서있는데, 너와 김재환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 주먹을 부딪히길래 둘이 짝을 하는구나 싶었다. 그와중에 김재환와 맞닿은 네 손은 왜 그렇게 조그마한지. 손 잡아보고 싶다. 아쉬운 마음에 손을 꼼지락대는데, 얼굴도 잘 모르고 있던 여자애가 다가와 짝을 하자고 한다. 원래는 안 할 생각이었는데, 김재환과 꺄르르 웃고있는 너를 보고있으니 안 할 수가 없었다.
네가 질투했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그런 것 처럼.
김재환의 뒤에 숨어 공을 피하던 네 모습을 별로 보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너의 발을 공으로 맞추어 아웃시켰다. 아프진 않을까, 신경이 쓰였다. 유치하게도, 꽁해진 마음을 너에게 풀어버리고 말았다. 누가봐도 잔뜩 긴장하고 조심스럽게 물어온 네게, 싫어. 하는 단호한 대답을 했다. 멍해진 너를 힐끗 보고 교실로 돌아왔다. 스스로에 대해서 욕이 나왔다. 지금 내 행동을 욕해주자면 정말, 병신같은 짓이었다.
#
"집에 같이..갈래?"
밤 열한시. 하늘은 깜깜했고 주위는 조용했다. 언제 다가왔는지 불쑥 나타난 네가 같이 가자며 내 옆에 섰다. 대답을 하면 너를 보고 활짝 웃어버릴 것 만 같아서 그냥 잠잠히 있었다. 여전히 씰룩대는 입꼬리를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아, 너 김재환이랑 어릴 때부터 친했다며?"
"..어."
"김재환 엄청 이상한 드립 많이 치잖아. 완전 근본없이 웃기지 않아?"
너는 김재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입꼬리가 겨우 진정되어 처음으로 대답을 했더니, 네가 더 신나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시작한다. 옆에서 쨱짹거리는 모습이 병아리 같아서 미친 척하고 머리를 쓰다듬고 싶었다.
"하긴, 너는 오랫동안 친구여서 별로 감흥도 없겠다. 난 얼마 안 돼서 그런가, 진짜 웃기더라."
근데, 나 김재환 얘기 그만 듣고 싶은데.
"...안 추워?"
오늘도 유치한 질투심이 발동해, 화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김재환이 너 초등학교 때부터 인기 많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당연히 그랬겠지, 라고 생각했.."
그 날은, 잠에 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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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랑의자입니다 ♡
다들 민현이의 마음을 궁금해 하시길래 민현이 시점을 써봤어요!
이제 민현이의 행동에 대한 답을 아셨나용?
반응 좋으면 나중에 더 써볼게요 ㅎㅎ..
앞으로 썸탈 일만 남았네요^^*
오늘도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고 신알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00분 넘어써여 ㅠㅠㅠ 감격)
암호닉이에요!
정태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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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은 제일 최근 화에 해주세요 ㅠㅠ 누락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