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또라이
글 ; 노랑의자
"아, 죽겠다.."
아직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려면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졸음까지 참고 공부한 수학 덕분인지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이건 분명히 공부 하기 싫어서 생긴 두통이다. 학교에선 깨질 듯이 아팠던 머리가, 학교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상쾌해지기 때문에. 이미 중학교 때 부터 앓고 있는 증상 중 하나였다. 익숙하지만 학교를 벗어나는 방법 외에는 치료법이 없는 두통에 인상을 쓰고 책상에 엎드렸다.
"야. 괜찮냐?"
"어, 일 봐라."
"쿨하네."
영어 지문을 읽다 멍을 때리던 김재환이 엎드리는 나에게 괜찮으냐고 물어왔다. 남한테 걱정끼칠 정도는 아니어서, 최대한 쿨하게 대답을 하고서 잠깐이나마 잠을 청했다. 두통이 조금은 사그라지길 바라며.
"야. 일어나."
"..으어.."
"야자 다 끝남."
"헐?"
김재환의 목소리에 눈을 뜨니 잠깐 오분만 자려고 했는데, 어느새 시계는 열 한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 미쳤어. 잠도 덜 깬 상태로 부랴부랴 짐을 쌌다. 아, 오늘 집에 가서 공부하고 자야겠네..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두통은 가라앉아 있었다. 가방을 다 싸니 황민현과 김재환은 물론 같은 반 아이들 대부분이 집에 간 듯 자리에 없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확인하며 뒷문으로 교실을 나갔더니, 문 뒤에 누가 서있는 것 같았다.
"아, 나왔네."
"어..어..나 기다렸어?"
"응. 가자."
기다..기다렸..? 나를..?
요즘들어 거의 매일 집에 같이 가긴 했지만, 기다리기까지 하다니.. 생각도 못 한 설렘에 어벙벙해질 지경이었다. 한쪽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오른 손으로 왼쪽 어깨를 살짝씩 주무르던 황민현은, 나의 바보같은 말투에도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곤 가자, 하는 다정한 말을 건넨다. 아, 신이시여.. 오늘도 듬직한 뒷모습을 감상하다, 혹시 얼굴에 개기름이라도 끼었을까 서둘러 핸드폰 카메라로 얼굴 상태를 확인했다.
"머리는 괜찮아?"
"응? 머리?"
"응. 아프다며."
"아.. 응 괜찮아! 그거야. 공부하기 싫을 때 괜히 아픈 거."
"아, 알겠다."
황민현은 내 증상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황민현처럼 공부 잘 하는 애도 그럴 때가 있는건가.. 그러고보면 황민현도 나와 같은 평범한 학생일 뿐인데, 우등생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가 신기했다. 새삼스레. 그러다 문득 궁금해져 황민현에게 물었다. 질문을 하려 올려다 봤을 때 마침 머리를 쓸어넘기던 황민현의 미모에 잠시 심장이 멎을 뻔 했지만.
"너는 무슨 과 가고싶어?"
"공대 쪽으로 생각하고 있긴 한데, 약대를 더 가고 싶어."
"헐. 완전 잘 어울려!"
"그래? 고마워."
"응응. 그리고 너 정도면 성적도 충분할 것 같은데?"
"그런가.."
너블대 약대면 엄청 쎄긴 하다. 그래도 황민현은 우리 학교 내에서도 전교권이니까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이는데. 황민현이 오히려 더 자신없어한다. 너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내 말에 고마워, 하고서 또 예쁘게 웃어보인다. 그나저나 약대면.. 약사 가운.. 하얀..가운.. 더 상상했다간 코피가 터져버릴 것 같아 내 머리 속에 둥둥 떠다니는 하얀 가운을 입은 황민현을 서둘러 지웠다.
"잠깐 들려도 돼?"
"응? 편의점?"
"응. 살 게 있어서."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있는 편의점을 가리키며 묻는 황민현에, 그런걸 뭐하러 묻냐는 듯 고개를 세차게 끄덕거렸다. 밤이라 인적이 드문 도로를 건너,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워너원이 가나 광고를 찍었다던데, 요하이처럼 사진 있나? 초콜릿 부스로 다가가는데, 황민현도 망설임 없이 초콜릿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덥석 집은 것은, 나의 최애인 로아커 초콜릿이었다.
"이거 사려구?"
"응."
"이거 내가 인정한다. 진짜 맛있어."
그래? 하더니 하나를 더 집어 계산대로 향한다. 교복 바지 뒷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계산하는 모습이 왜 귀티가 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건 뭐 콩깍지 수준도 아니고.. 병인가. 계산을 마친 황민현이 뒤를 돌자 괜히 민망해진 나도 뒤를 돌아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
"이제 밤인데도 안 춥네."
"이거."
"응?"
"너 주려고."
편의점에서 나오자마자, 검은 봉지를 부스럭거리더니 나에게 방금 산 초콜릿 하나를 두 개를 건넨다. 설마 나 주려고 산 건가? 얼떨떨하게 받아들고 비닐봉지를 야무지게 쪽찌 모양으로 접는 황민현을 쳐다봤다. 나 이거 진짜 좋아하는데 설마 알고 사준 걸까? 다시 집 쪽으로 걷기 시작했고 나는 양 손에 꼭 쥔 초콜릿을 한 번, 황민현을 한 번 번갈아 쳐다봤다. 그런 내 시선에 황민현이 민망해졌는지 머리를 살짝 만지작거리며 말한다.
"..그, 좋아한다고, 그래가지구."
"어??"
"..아니야? 너 이 초콜릿.. 자주 사먹길래."
"아, 아. 초콜릿, 맞아! 어 엄청 좋아해 나!"
심장이 떨어질 뻔 했다. 주어가 없으니 내가 듣고싶은 대로 들은거다. 나를 좋아한다는 줄 알고.
"아 맞다. 나 궁금한 거 있는데."
"응? 뭔데?"
이제 대화도 자연스럽게 나눌 만큼 가까워졌으니, 그동안 너무 너무 물어보고 싶었던 걸 물어보았다.
"그때, 예전에. 내가 짝피구 같이 하자고 했을때, 왜 싫다고 그랬어?"
"..."
"나 사실 그때 좀 상처받았어. 너무 단호하길래.."
"..미안."
"아, 지금은 전혀! 다 잊었어! 그때만 그랬었어."
미안해하며 시무룩해진 얼굴을 보니, 괜히 말을 꺼냈나 싶었다. 그 땐 별로 안 친했으니까, 어색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 뭐. 정말 시간이 약인건지, 그 며칠 동안 우울했었는데 이제는 가볍게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황민현은 내 물음에도 입을 꾹 다물고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아, 후드티! 잠깐만."
깜빡하고 오늘도 후드티를 못 줄 뻔 했다. 섬유유연제 가득 넣고 빨았는데, 방에 들어와 한번 더 확인해보니 은은한 향이 남아 있어 다행이었다. 종이가방에 착착 개어 넣고,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잘 썼어! 하고 건네니 더 입어도 되는데.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속으로는 나 진짜 가질래!! 하는 외침이 지하 105층 부터 울려퍼졌지만 정말 초인적인 힘으로 참아냈다.
"있잖아 민현아."
"응."
나름 가까워 졌다고 생각했는데, 핸드폰 번호가 아직 없었다. 번호를 알려달라는 말 한마디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입도 못 열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알려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보다, 막상 말을 하려니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서 망설였다.
"네 번호가 없더라구.."
"아."
"그 막, 연락을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아, 연락을 하면 좋긴 한데! 그.. 아.."
미친. 진짜 아예 고백을 해라. 말을 할 수록 이상하게 움직이는 입을 탓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떴더니, 황민현이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 얼굴 완전 빨개졌을텐데. 화끈거리는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는데, 내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을 가져간 황민현이, 숫자 11자리를 톡톡 입력하고서 나에게 폰을 다시 건넨다.
"여기."
"아..고마워."
"아냐. 얼른 들어가."
"응! 잘가!"
가볍게 손 인사를 건네고, 집으로 들어왔다. 진짜 꿈같다. 깊은 밤에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애꿎은 이불만 팡팡 쳐댔다. 나한테 이런 속도가 가능했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씻고 나와, 바로 폰을 집어들었다. 벌써 자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문자를 보냈다.
[민현아 자?]
[이름이야?]
[응! 내가 잠 깨운 건 아니지? ㅠㅠ]
[응. 이제 막 누웠어.]
[나도 이제 자려구. 내일 봐!]
[잘자.]
문자는 이렇게 순탄하게 잘 보내놓고선, 설레는 마음에 공부는 무슨 새벽 두 시까지 잠에 들지도 못 했다.
# 번호 교환 후, 민현의 집
(황민현. 19세. 모솔)
"아, 번호 내가 먼저 물어볼걸.."
빨개진 귀로 자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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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랑의자입니다 ♡
오늘은 쉬어가는 편이네요!
뭔가 임팩트가 없어..
힐링편이라고 해야 될까요..?
오늘 그래도 여우가 안 나와서 평화로웠죠?
다들 안 나오길 바라시던데 안타깝게도..
다음 화에는.. 나올 것 같습니다..ㅎ..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
신알신 해주신 200명 이상의 (감격ㅠ) 모든 분들,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암호닉이에요!
정태풍 ♥
뷔밀병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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