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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환은 옭아매는 밧줄에 혼몽하여 발버둥을 쳤다. 머리에 동백기름을 발라 귀 뒤로 깔끔하게 쓸어올린 민현의 이마에서 도드라진 핏줄이 몸을 키웠다. 민현은 자신의 복색이 망가지는 것을 아랑곳 않고 이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눈을 희번득하게 뜨고 입꼬리를 귀 끝까지 끌어올린다. 그리곤 원앙이 그려진 파랑색 부채를 턱 끝에 가져다대곤 재환의 턱을 두어번 두드렸다. 재환의 턱이 위로 조금 틀어올려졌다. 


"여기 둘 중에서 누가 더 영민하느냐?"



'"내가 어떻게 아냐. 밧줄이나 풀어줘."
재환이 퉁명스레 말했다.




"한 시진이나 지났다. 군사들이 지쳐있으니 협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분홍색 무명옷감이 사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민현은 다시 일어섰다. 



"어떤 자가 형인지 고하도록 해라."
"내가 왜..."

[워너원/김재환/하성운/사극물] 바보왕자와 똑똑이 형 02 | 인스티즈 

 


"목숨이 가벼운가 보구나. 너희 둘 중 형만을 살릴 것이다."


"....헛소리하고 앉아있네. 어? 법치주의 시대에 어? 경찰이 니네 가만 둘 것 같아?"



"너희와 지체할 시간이 없다. 누가 형인지 입을 얼른 여는 게 좋을 것이다."


"저들에게 찬 물을 부어라."


"예!"


촤악- 시린 기운이 정수리 쪽으로 덮친다. 물은 사정 봐주지 않고 가슴, 허리 부근께를 지나 아랫도리 밑단까지 흠뻑 적셨다. 뜻밖의 고문에 재환과 성운의 얼굴이 아연실색했다. 바들바들 떨리는 주먹과 잇새 사이로 찬 물이 뚝뚝 떨어진다. 민현의 손짓이 동그랗게 공중에서 한 번 더 흔들리자, 다시 한 번 물소리가 두 번 들리며 흐린 정신을 각성시켰다. 살벌히 피부를 파고들던 고문은 성운이 땅바닥으로 고꾸라질때쯤이야 멈추었다. "살려주십시오!" 재환은 그 커다랗던 하성운이 남에게 부복한 것을 보고 놀란다. 하성운이 남에게 벌벌 긴다. 그 콧대높던 하성운이 남에게 엎드린다. 재환은 어쩐지 자신이 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평생 자신보다 우월할 것이라 생각한 하성운의 몰락을 보는 것이 탐탁치 않아서였을까, 재환은 더욱 허리를 곧게 펴고 목을 빳빳이 세웠다. 죽여라 이놈들아.



 "저 눈 처진 놈에겐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구나."


"그 옆의 네 놈이 말하거라."


 

 

[워너원/김재환/하성운/사극물] 바보왕자와 똑똑이 형 02 | 인스티즈


 


"....예?"


"형이면 당장 살려줄 것이다."



형만을 살린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황막하고 검은 시야가 성운의 머릿속을 덮친다. 물에 젖어 시린 이가 달달달 위아래로 부딪혔다. 민현의 눈빛이 재환 쪽에서 성운의 등을향해 옮겨가다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민현은 칼집에서 칠성검을 꺼내어 하성운의 목 언저리에 들이대었다. 칼의 시린 감촉이 성운의 목을 꾹 누르자, 통점을 자극한 듯 성운이 컥- 하고 숨을 토하는 소리가 공중에 흩날렸다. 자상을 입은 성운의 목에서 피가 흐르자, 성운의 눈에 작은 눈물이 대롱 매달렸다. 정말 칼이다. 내 목숨이, 없어질 수도 있다. 재빠르게 상황처리를 마친 성운은 자신이 필사의 순간에 직면했음을 알았다. 이 어이없는 사건은 나중에 근원을 알더라도 일단 둘 다 반드시 살아야 한다. 그 무슨 호기로운 기개였던지, 아니면 빌어먹을 형제애라도 생긴걸까. 재환을 살리자, 성운은 제 마음이 외치는 소리를 듣기로 했다. 말랑한 입술을 단단하게 물었다. 제 결정이 제 인생에 무슨 영향을 미칠지 모르고, 찰나의 시점에 겁 먹은 재환을 다독여주기 위해 눈빛을 쫓았다. 재환이 마주한 성운의 얼굴은 공포감에 덮쳐 시퍼렇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재환은 처음보았다. 늘 커다랗기만 했던 성운이 어깨가 그렇게 경련하는 것을 본 건. 크기만 했던 동경의 대상이 스러지는 것을 보는 건 점차 늙어가는 제 부모님의 쉰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성운은 조그마한 목소리로 재환에게 말했다. 너 먼저 가,


"제가 아우되는 사람입니다."


"뭐? 아니잖, 아니잖아! 야, 너 왜 거짓말해!"


거짓된 발언에 놀란 재환이 돌아보았다. 횃불이 점점 사그라들어 나무를 쪼았다. 겉불꽃이 희미해질 때쯤, 성운의 애걸하는 울음소리가 목구멍에 먹힌듯 떠듬거렸다. 살려주십시오, 그을어 검댕이 진 장작만큼 힘 없는 소리였다.  



"살려주시지 않으시겠다면 차라리 저를 산짐승의 먹이로 버려주십시오."

"신관님, 아무리 생각해도 말씨나 행동이 이 자가 더 격조가 높은 것 같습니다만. 이 자가 형이 아닐까 생각되옵니다."

"되었네. 내 이미 저 아이가 이미 용포를 입은 미래를 본 것 같네."

"세자 저하가 되실 분은 가마에 모시고, 이 자는 몰래 산에 데려가 죽이도록 하게."


포졸들은 고개를 잠시 주억거리는 것을 끝으로 재환을 억지로 가마에 끌었다. 재환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온 손발을 사용하여 발악하였다. 재환의 발 아래 돌무더기가 치여 운동화가 찢어지고 ,재환은 옭아맨 밧줄에 저항하며 어깨를 흔들었다. 이럴려고 거짓말을 했어. 이럴려고! 눈물, 땀 등의 불순물들이 온 옷에 파고들어 쪼그라든다. 마침내 양 쪽의 포졸들이 성운을 잡고 힘껏 위로 끌어올리자, 재환의 울음이 달에 치여 되돌아온다. 형, 형! 성운은 이미 시진한 듯 재환의 음성에 고개만 끄덕여 준 뒤, 포졸들을 뒤따랐다. 짜식, 평소에 잘 할 것이지 이럴때만...터덜터덜, 끌려가는 성운은 여린 동생을 보내야한다는 사실에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어딜가서든 저 무지몽매한 것이 제 역할 다해주기를 빌며 한 걸음을 떼었다. 반드시 다시 만날 것을 희망하며. 나 킹갓제네럴 하성운이야! 흘러나오는 눈물을 훌쩍이며 성운은 애써 자신을 고무했다. 한겨울의 칼 바람이 무섭게 옷속을 비비며 침투했다. 재환이 새끼 춥겠구나...들리지 않게 성운이 중얼거렸다. 비록 다른 배에서 태어났지만 한 번도 제 동생이 아니라 생각한 적 없었다. 재환의 질투가 제게 꽂혀도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늘 곁에 돌봐주는것이 익숙한 아이였는데. 성운은 재환의 지껄임 끝이 매우 처연해 발길 떼는 것을 주저해 본다. 세월 네월이 가듯.


"개새끼들아! 내가 뭘 잘못했다고!!"
"쟤가 우리 형이란 말이야...내가 아니고..."



***
"죽여라."


석지라 그런지, 확실히 돌무더기가 많다. 포졸이 급하게 한 손으로 성운의 마른 어깨뼈를 누르자, 힘없이 머리가 곤두박질쳤다. 헉, 헉. 땀의 악취가 코를 찌른다. 살아야 한다. 마음속의 다급한 외침이 성운을 흔들었다. 평소 날래기로는 동네에서 최상이라 일컬어졌던 성운은, 제가 도망꾼 역할도 잘 해낼 거라 생각한다. 두 주먹을 오그렸다. 날카로운 칼이 나오는 소리가 섬벅하게 귀를 갉는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살자고. 같이 보자고, 나 자신과의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포졸 하나가 두 손으로 칼을 바르게 움켜쥐고 성운의 최후를 재단할 때쯤, 성운은 벌떡 일어났다. 포졸들의 불같은 목소리가 산에 쩌렁쩌렁했다. 

"도망친다!"

"잡아라!!"

"저 도망치는 것을 잡아라!!!! 당장, 무엇을 하고 있느냐!"


"에이, 시발 것들아, 좀 천천히 따라오라고!!!"


노란색 나뭇잎이 사스락거리는 소리가 귀를 덮는다. 돌부리에 신발 앞코가 걸려 발가락이 욱씬거린다. 성운은 삐죽하게 돋아난 나뭇가지들을 손으로 꺾으며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달음질을 하는 도중 서편에서 온 바람이 동행한다. 성운은 정신이 혼몽하여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지 못한다. 단지 살겠다는 생존의 의지만이 성운의 몸을 재촉했다. 저기다! 하고 외치는 포졸들의 거대한 음성과, 횃불이 타들어가는 소리가 뒤를 밟았다. 성운은 제 주위를 돌보지 못하다 검은 돌부리에 채여 쿵 하고 넘어진다.



"이씽, 겁나 아파아..."


성운은 재빠르게 나뭇잎을 털고 일어나 바닥을 쳐다본다. 내리막길이 심하다. 주위를 둘러본 성운은 옆에 있는 가마니를 발견했다. 성운은 그것을 엉덩이에 바싹 붙이고 미끄러지듯이 험한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엉덩이에 돌부리와 수많은 나뭇잎들이 채인다. 미끄럼틀을 타는 듯한 기분에 옛날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 재환이와 함께 놀이터를 점령하던 기억. 부디, 그 자가 재환이에게 아무런 해를 가하지 않아야 할텐데. 재환의 걱정을 하는 사이 나무들이 순식간에 제 몸을 지난다. 평지로 내려온 성운이 숨을 몰아쉴 겨를이 없이 시냇물이 흐르는 개울을 건넌다. 성운은 중간에 제 바짓가랑이가 흠뻑 젖어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달렸다. 시야가 점점 더 묽게 흐려진다. 이것은 아마, 제 힘이 소진되고 있다는 뜻일터. 마음이 급박해진다. 꼭 제가 위기에 처한 히어로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숨을 조이는 매우 불쾌하고 공포스러운 감정이었다. 다리에 간신히 힘을 보태며 높게 쌓여져 있는 바위에 다리를 쭉 뻗어 제 발을 디뎠다. 무릎에 반동을 주며 일어서자, 제 키만한 바위가 멀찍이 멀어진다. 험한 지형에 성운은 제발 저보다 포졸들이 먼저 체력이 떨어질 수 있기를 빌며 바위를 손톱으로 긁었다. 정상을 모르는 돌무더기를 올려다보자, 왼쪽으로 기운달이 조그맣게 어물댔다. 조금만 더,



"헉헉...."

"아이씨, 존나 힘드네 진짜...."


마지막 바위를 집고 올라온 성운은, 그대로 엉덩이를 땅에 떨어뜨렸다. 기운이 시진한 성운이 대 자로 몸을 뉘였다. 살았다, 라고 생각했다. 재환이는 잘 있을까. 땀에 젖은 옷을 말리며 성운은 모로 누워 새우등을 하였다. 잠깐 동안 일어났던 이 허왕된 상황을 찬찬히 곱씹었다. 이런 판타지 같은 일은 책 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는가, 왜 하필 내게. 왜 하필 재환이와 내게. 이 세계를 연 사람은 누구이며, 우리를 기절시켜 이 세계에 끌고 온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의문을 반복하던 허한 눈동자가 말라 비틀어진 나뭇잎을 담았다. 성운은 제가 겪고 있는 상황이 몽중이기를 빌며 지친 눈꺼풀을 감았다. 


"....이 놈 아닌가?"


흠칫. 칼칼한 음성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성운은 재빨리 눈을 번쩍 떴다. 제 몸만한 칼을 들쳐업은 강골한 어깨들이 그림자 무더기를 만들었다. 어찌 이런 악재만 계속 중첩되는 것인지, 절대 여긴 못 올라올 줄 알았는데. 성운이 한 발짝 발을 뒤로 무르자, 킬킬거리는 경박한 웃음소리가 귀를 헤집는다. 이 놈 겁 먹었네, 겁 먹었어. 성운이 다시 일어나 도망치자, 돌부리가 뒷코에 걸린다. 뒤를 돌자, 기어코 마주치고 싶지 않은 현실을 보았다. 훅- 하고 바람이 귓불을 스쳐지나 갈때 쯤, 성운은 황막한 낭떠러지를 보았다. 시냇물이 을씨년스럽게 바위에 몸을 부딪히는 것을 보고 성운은 입을 물었다. 왜 하필, 내게 이런일이 일어나냔 말이다. 성운은 제게 커피를 처먹인 소녀를 원망하며 욕을 쓰게 뱉었다. 영화 속 낭떠러지가 나온 스크린을 진부한 연출이라며 참 탐탁하게 감상했는데 제가 겪으니까 온 중력이 자신을 죄어오는 생경한 경험으로 뒤바뀐다. 성운의 몸이 점점 차갑게 식었다. 성운은 살면서 생사의 기로에 서면 어떤 기분일까 자주 생각하곤 했었다. 그것은 최고의 호기심이자, 절대로 가져선 안될 금지의 호기심이었다. 저 길다란 장도에 내 목이 썰리든, 바위에 몸을 부딪히든 나의 존재는 없어진다. 부모님은 영원히 찾지 못하는 자식을 위해 가출 청소년 전단지를 붙일 것이며, 끝내 나의 실종을 깨닫고 나의 졸업사진을 붙잡으며 오열할 것이다. 다 늙어서는 나에게 이런 대단한 아들이 있었다 하며 노인정에서 자랑 하실것이고 집에 돌아와서는 또 눈물바다를 만드시겠지. 첨예한 칼끝들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며 압박한다. 성운은 발걸음을 한발짝, 두발짝 무른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미래가 그려짐과 동시에 엄청난 공포가 발끝, 무릎, 복부를 타 온 몸을 휘감고 똬리를 틀었다. 하얀 눈망울에 희뿌연 것이 두둑히 차오른다. 성운은 마침내, 제 앞에 거슬리는 돌을 탁- 소리가 나게끔 밀었다. 성운은 제 몸이 쑥-하고 떨어지는 엄청난 중력을 느꼈다. 성운은 처음으로 그 금지된 호기심을 풀 수 있었다. 물소리가 급격히 가까워진다. 



"놈이 떨어졌다!!!"
"어서 놈을!!"




***

[워너원/김재환/하성운/사극물] 바보왕자와 똑똑이 형 02 | 인스티즈 

 


"나는 절대로, 네 말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죽여봐 시바라."



"이 놈! 감히 영상이자, 신관님께 무례 하구나! 말을 높이지 못하겠느냐! 이 분은 이 나라에서 왕 다음으로 높으신!"



"야야야! 니네! 왕이란 것 좀 데려와!"


"그만 두어라."


자비로운 손짓을 하던 민현이 두 손을 포개고 얼굴을 재환에게 바짝 붙였다


"재환이라고 했느냐. 네가 나의 제안을 따른다면 난 기꺼이 상관대접을 해 줄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네 목숨은 장담하지 못한다."
"아 됐고, 우리 형 어쨌어"
"정말 그 사람이 형인가...?"



민현은 단아하게 늘어진 가느다란 검지 손가락을 턱 끝에 올리곤, 곤란하단 표정을 만면에 내비쳤다. 갸르릉 거리는 게 꼭 새끼 늑대 같군, 민현은 눈을 한껏 치켜올린 재환을 보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신탁이 다르다. 신탁에선 분명히 형을 세자의 자리에 올려야만 된다고 했는데, 왜 어째서

"야, 뭘 꼴아! 눈 안깔아?"





[워너원/김재환/하성운/사극물] 바보왕자와 똑똑이 형 02 | 인스티즈 

 


"이런 천박한 것이 나라의 미래라니,"

"야, 너 말 다했냐?"


민현은 한숨을 늘어쥐게 쉬며 회한이 담긴 고갯짓을 했다. 발발거리는 게 귀여워서 봐준다. 만일 신탁에 맞지 않더라도 운명을 보는 내 눈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네 놈이 2년동안 우리 천선국을 이끌어 줄 세자가 될 것임을...민현은 애써 자신의 실수를 합리화하며 팔짱을 낀다.

"하성운 죽었으면 너 죽고 나 죽는다."

"....."
"야야, 내 말 듣냐?"
"...다 좋은데, 대신 그 저급한 언사는 좀 고칠 필요가 있겠군."



민현의 긴 손가락이 재환의 입술에 닿았다. 재환은 손가락에 복수의 침을 퉤- 뱉으며 호기롭게 지껄였다.

"네 얼굴이나 고쳐"
"....."
"난 세자 저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얼대로"

"거 숨은 적당히 쉬고 말하거라."
"안할거니까 잡아 족치세요"

"...그것이 네 뜻인가."
"......"
"소원대로 해 주지."

민현의 얼굴에 웃음이 걸리며 볼우물이 패인다. 어쩐지 오싹해졌다.

***

[워너원/김재환/하성운/사극물] 바보왕자와 똑똑이 형 02 | 인스티즈 

 


"물 한 모금, 미음 한 접 주는 자에게는 엄벌을 내릴 것이다. 알겠느냐?"


재환은 퍽 자비로웠던 자신의 회상과 꽤 다르게 엄한 눈빛을 쏘는 민현을 본다. 자신의 시야에 가득찬 거대한 황민현의 비웃음을 뒤로 개미만한 포졸들이 일제히 허리를 조아렸다.


"예, 영상!"
"야, 이거 태세 전환이 너무 빠른거 아니냐? 아까 가마 태운 놈 맞아?"



옥중의 나무를 손으로 잡으며 재환은 자신의 얼굴을 걸었다. 횃불을 들고 서 있는 포졸들에게 애처로운 눈짓을 보내지만, 가소로운 시선이 머문 뒤 그대로 창쪽으로 떨궈졌다. 
아니야, 아닐거야. 재환은 죄수들이나 입는 흰 옷을 보고 드디어 정신을 우두커니 놓았다. 교복은 어디에 갖다뒀는지 늘상 입던 그 평범함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무릎을 끌어 얼굴을 갖다대자, 추위가 선득하니 목덜미를 훑고 지나간다. 짚을 제 집처럼 갉아먹는 좀벌레들이 재환의 앞으로 지나가자, 재환이 변색하며 얼굴을 구겼다. 다리가 여러 개 달린 미물들은 질색이거니와 태생이 벌레를 무서워하는 재환은 훠이- 하며 짚신으로 벌레를 문질렀다. 아 이런건 성운이 형이 진짜 잘 잡는데, 진짜로...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벽에 등을 기댔다. 옆 공간은 흰 수염을 허리까지 곧게 기른 노인이 코골이를 하며 잠을 잤다. 에라 모르겠다, 재환은 노인과 등을 맞대며 등을 동그랗게 말았다. 머리를 받칠 것으로 쓴 팔이 아려오자, 재환은 몸을 쉴 새 없이 뒤스르기 시작했다. 평생 열등감에 시달렸던 존재가 막상 눈에 안보이자, 뭔갈 잃어버린 사람처럼 속이 허했다. 그 가지런한 치아가 어쩐지 보고 싶어졌다. 부모님도 잘 계실까 걱정이 되는 것이 잠이 잘 오지 않는 밤이었다.


"아이씨, 진짜 존나 배고프네..."




여기까지 오는데에 대략 5일은 지난 것 같은데 민현은 정말로 저를 굶길 생각인지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볏짚 베개에 몸을 누인 재환은 주린 배를 잡으며 이따끔 지친 신음을 토했다. 그것은 옆자리 노인도 마찬가지였는지 품 안에서 꺼낸 감자 하나를 급하게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교과서에나 볼 법한 서정적이고 가련한 장면이다. 재환은 그 먹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저 감자른 삼키다 질식사 하는 것이 나을까, 굶어 시체가 되는 것이 나을까 쓸데없는 양자택일을 놓았다. 

어쩌면 의식주가 늘 당연한 서울은 가짜고, 이 세계가 진짜가 아닐까. 예전 죄수들은 옥살이를 하다 아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종종 들었는데, 오늘 자신과 그 노인이 그것을 방증하는 듯했다. 재환의 입술이 공복감에 타들어간다. 물을 갈급히 원하는 혀가 입 밖으로 주욱 몸을 내었다. 


[워너원/김재환/하성운/사극물] 바보왕자와 똑똑이 형 02 | 인스티즈


 


"괜찮으십니까?"

다정한 목소리의 존댓말이 귀를 달콤히 파고들었다. 남자가 들어도 좋다고 생각할정도의 무게감 있는 저음은 재환을 뒤돌아보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늘색과 자주색이 섞인 도포를 입은 남자는 보자기에 든 것을 재환 쪽으로 내밀었다. 보자기에 든 것은 설익은 밥과 김이 얹혀진 주먹밥이었다. 공복에 주린 재환은 반사적으로 주먹밥을 집어 입 안으로 쑤셨다. 

"천천히 드시지요, 체하십니다."

간신히 주린 배를 채운 재환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본다. 이름이 뭐에요, 남자의 말랑한 입술이 제 목소리만큼 느리게 벌어졌다. 어색한 어눌한 발음.



"유학을 오래 하다와서 일단 말이 유창하지 않은 점, 사과해요. 사역원에서 일하는 라이관린이라 합니다."
"...왜 제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말해요?."

고개를 떨군 남자의 입술이 동그랗게 호선을 그리는 것을 눈치챈다. 뭐야 이 남자, 로맨스도 아닌데 존나 설레고 난리네 딱봐도 눈 소눈깔인거 같은데 여자들 여럿 울렸겠구만.


[워너원/김재환/하성운/사극물] 바보왕자와 똑똑이 형 02 | 인스티즈


 


"제 눈 보면, 재환 과거 다 들킵니다."

"아아, 그래요? 그럼 절대 보면 안되겠네~"

"내 얼굴 궁금하면 나중에 한폭, 그림 보내드리겠사옵니다."

"아, 됐어됐어. 사내놈 얼굴을 봐서 뭐합니까. 밥 맛 떨어져요."



땅과 눈을 마주하던 남자는 고개를 떨군상태로 낮은 웃음을 흘렸다. 재환은 양반다리를 하고 관린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나직이 내쉬는 차분한 숨소리에 심장의 박동소리가 정직해진다. 어쩐지 묘한 기시감이 드는 그의 거동과 몸짓이며,혹 내가 이 사람을 본 적이 있던가? 궁금함이 어린 재환의 시선이 단정한 얼굴에서 청의를 입은 어깨선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자, 이윽고 겨드랑이 밑으로 널따란 소매품을 뒤지는 관린을 발견한다. 익숙한 선한 향이 나는 옷자락은 조용히 사스락거렸다. 관린은 이윽고 서찰 한 장을 꺼내어 재환에게 내밀었다. 구겨진 종이. 이거야 원 사람이 예의가 없네. 까끌한 종이를 받으며 재환이 생각했다.



"아니 다음에 주실 땐 에이포 용지에 주시겠어요? 이거 원 받는 사람 개운치 못하게."

재환이 툴툴거렸다. 

"그것을 들고 지훈, 아니 왕을 뵈어야 하옵니다"

"찾아가서 어쩌란 겁니까, 난 뭐 썅 죄인 신분인데."

"가서 무조건 잘못했다고 비십시오, 세자 하겠다고 꼭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려요."

"...제가 왜..."

"사는 거, 중요해요. 살아야 당신의 형을 찾든, 여기까지 재환을 끌고 온 자를 죽이든 하죠."



형이 있는 것을 대체 어떻게 안 것일까, 혹시 무심결에 나를 보고 내 과거를 안 것일까. 제 안을 죄여오는 궁금증을 버리고 재환은 반문했다. 저를 죽이면 어떡합니까. 허약해진 심신은 재환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장점인 배짱을 짓밟았다. 축 늘어진 어깨 위로 독려를 담은 손바닥이 자신을 흔들었다. 관린이 고개가 부드럽게 자신쪽으로 올라갔다. 빚은 듯한 도자기같은 얼굴과 마주하는 기분은 꼭 아름다운 여자를 보는 기분과 비슷했다. 그 미색이 흘러가는 고갯짓 한 번에 재환은 침을 꿀꺽 삼켰다. 관린은 이윽고 겁을 집어먹은 재환의 머리와 뒷목을 아래위로 쓰다듬었다. 그것이 왠지 자신을 위로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절대 당신을 죽일 일이 없습니다. 저희는 당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절 그냥 죽일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분은 겉으론 매정하지만 성정이 부드럽고 배포가 유한 분입니다. 재환이 사정한다면 당신을 죽이려 들지 않을 겁니다." 

 "혹시 벌써 내 과거를 읽었..."



관린은 재환의 말을 끊고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당신은 정해진 운명 그런 거, 믿습니까?"
"이거 뭐 사이비 종교처럼 말씀하시네? 전 운명 안믿어요, 그러면 저 평생 바보로 살아야 돼요. 철학원에서 나 평생 공부 안 한댔거든"


어깨를 으쓱하며 뱉은 생기발랄한 말에 관린이 웃음을 넓게 터뜨렸다. 웃음에 치여 복부를 흔드는 것도 잠시, 깊게 그늘 진 미간 아래로 눈망울이 물기를 머금으며 다시 한 번 간곡히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저도 그렇습니다, 잘 하셔야 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그는 옆을 돌고 다시 시선을 아래로 숙이더니 포졸에게 사정했다.


 

 


"이 자를 좀 보내주게."
"아니되옵니다! 아무리 역관 나으리라도 그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옵니다."
"모든 일을 내가 책임질 것이네. 전하가 자네에게 죄를 물을 일은 절대 없네. 내 장담하지"
"...."
"이 자는 죄가 없네. 무고한 자는 살리고 봐야 할 것 아닌가."


포졸이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모로 돌렸다. 시원찮은 몸짓에 다급해진 관린이 품을 뒤져 다시 보랓빛 꽃자수가 담긴 돈 주머니를 건네었다. 순식간에 반색하는 표정으로 돌변한 포졸은 손을 동그랗게 말아 헛기침을 두어 번 삼켰다. 그 모종의 거래에 응답하듯 포졸은 감옥 문을 열고 재환을 돌아보며 턱짓했다. 얼른 나가란 뜻이었다. 혹시나 마음이 바뀌어 뜻을 번복할까봐 재환은 황급히 나왔다. 이 얼마만에 맛보는 공기더냐! 재환은 가슴을 넓게 펴 숨을 크게 들이쉰다. 신선한 공기를 누리기도 전에 제 얼굴 위로큰 모자 비슷한 것이 씌워진다. 군관들이 입는 구군복을 몰래 빌려왔다며 웃는 라이관린. 재환은 홍색의 소매안에 제 팔을 구겨 넣으며 생각했다. 뭐야 이건 또, 아 옛날 사람들 대가리랑 몸 한번 더럽게 크네. 제 머리를 다 가릴 전립과 전대를 깔끔히 매듭지은 재환이 질문을 하기도 전에 다급한 목소리가 그를 가로막았다.



"왕은 가짜 세자를 받드는 것을 매우 반대합니다, 그러니 재환을 매우 탐탁치 않아 할 겁니다. 만나면 반드시 제 서찰을 드리시옵소서"
"그리고 당신은 머리가 짧으니 웬만하면 그 전립이 벗겨지지 않도록 하십시오."
"네?????? 전립선이오? 아니, 높으신 분이 어떻게 그런 존나 음란마귀 끼는 말을..."
"그리고 이계의 말은 절대 쓰지 않도록 하십시오. 편전 쪽을 지키는 배진영이란 호위가 매우 올차고 눈치가 제법입니다. 서두르십시오."




재환은 전립에 손을 대어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오자, 저를 깔봤던 포졸들이 홍해처럼 갈라져 모두 라이관린과 재환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쭈, 이것들 봐라? 전율이 종아리를 타고, 복부를 타고 오른다. 꼭 어렸을 적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상황 아닌가! 근자감. 쥐뿔도 없는 것들은 뭐 자신감 가지면 안되나? 재환의 어깨가 으쓱한다. 관린은 약간은 빠른 듯한 잰걸음으로 호위들의 동태를 살피며 걸었고, 그 뒤를 재환은 궁둥이를 흔들며 방정맞게 따라간다. 재환이 두 손을 서로 품속에 넣고 합장하는 상태로 걷자, 관린이 자그맣게 나무랐다.

아니, 내시 궁녀도 아니고 누가 그렇게 소매안에 팔을 넣습니까. 제발 팔 좀 푸십시오."
"아, 미안! 내시 좀 따라해봤어요. 형이 보는 사극에선 이렇게 하던데 다들"
"관린! 어딜 그렇게 다녀오는 것이오."


관린은 황급히 제 뒤로 재환을 보내 저보다 한 뼘 작은 재환의 머리를 꾹 눌렀다. 억-힘을 잃은 재환의 머리가 속수무책으로 벼익은 고개처럼 숙여진다. 재환이 들키지 않게 힐끔 시선을 위로 올리자, 검은색 머리 남자 한명과 깎아 놓은 듯한 남자 한명이 뭐라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아이씨, 저건 또 뭐람. 어째 이 궁에 있는 사람들은 다 잘생겼네. 나만 못생겼군 나만...재환이 불퉁하게 입술을 내밀자 관린은 손바닥으로 어깨를 확 밀치며 입모양으로 속삭였다. '혼자 가, 미안' 

 

 

 

아니 이렇게 끌고 왔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이 아닌가. 겨우 전옥서의 문을 넘은 재환이 고개를 들어 망연한 얼굴로 곤색의 지붕을 쳐다보았다. 청소를 소홀히 한 것인지 지붕에 거미가 작은 벌레를 갉아 먹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개미떼처럼 붙은 주위의 궁궐들을 둘러보자, 머리가 지끈거린다. 재환은 관린이 몰래 품 속에 넣어준 약도가 그려준 종이들을 보았다. 이 자식 그림도 별로 못그리면서 나대네. 내가 더 잘그리겠다. 


"아니,장 군관 아니오! 허허 달밤에 어인 일이시오."
"네? 뭐요? 잘 못,잘 못 들었는데요"


흠칫. 자신을 부르는 사내들의 소리에 재환이 황급이 전립에 손을 대어 얼굴을 가렸다. 청색 도포를 입은 세명의 사내가 미심쩍은 얼굴로 재환의 얼굴을 살폈다.

"술자리가 계셨소? 이상한 말씨를 쓰십니다그려."
"네? 아니, 저 미자라 술을 못마, 못 마시는데요오...."
"술이 좀 들었나 봅니다. 갑시다 그려."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제 갈길을 가는 사내들의 뒷모습을 확인한 재환이 다시 고개를 약간 숙이고 종종걸음을 걸었다. 수많은 관리를 거치고 마침내 재환은 사정전의 문턱에 다다랐다. 문이 열리고 수백 장의 돌이 사용되었을 것 같은 회색 돌길이 저를 안내한다. 와 이거 사극 촬영지에서나 보던 건데 개쩐다. 재환은 돌을 밟는 것조차 분에 넘치다는 듯이 두 손으론 돌기둥을 잡고 한 쪽 발만 사뿐히 내딛었다. 내가 들어가도 되는건가. 재환은 찰나의 눈치싸움을 마친 뒤 마침내 선을 넘어간다. 갓난배기 시절 걸음마를 떼던 것처럼. 진짜 신기하다... 예전에 담임이 자장가 삼아 말해주던 옛 전설이 떠오른다. 


중국의 것을 많이 차용하였으나, 우리나라 말을 쓰는 나라.

남녀의 역할에 차등을 두지 않는 나라. 


궁궐은 여러 동양의 나라 건축양식을 섞은 것처럼 생겼으며, 신의 힘을 빌린 자들이 운명을 점지하는 나라. 


신이 점지한 나라

천선국...


그 뒤로 선생님이 뭔가 항상 더 말씀하셨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더 기억속을 헤집지만, 들려온 것은 제 코골이 소리였다. 에이 몰라, 중요한 것이면 더 기억이 나겠지 뭐. 다리를 쭉 뻗은 재환은 그대로 잰걸음으로 칼집을 꽂은 무사들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단정히 머리를 뒤로 넘긴 여자 내시에게 말을 걸었다. 재환의 부름에 여자는 응답하듯이 자세를 모로 틀었다. 와, 여자 내시 전설 속에서만 들어봤는데. 재환은 여자를 진귀한 보물을 보듯 쳐다보았다. 



"전하를 뵙게 해주시지요."
"존함이 어떻게 되시옵니까."

[워너원/김재환/하성운/사극물] 바보왕자와 똑똑이 형 02 | 인스티즈


 



"....?그게 뭔데요?"



정말 정답을 모르겠단 얼빠진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하자, 여자의 곱게 핀 미간이 구겨졌다. 그.게. 뭔.데.요? 



"호패를 좀 봅시다."
"....?화투패요...? 그런 거 없는..."


순식간에 제 목 밑으로 칼이 들어온다. 홍색의 띠를 입은 남자가 칼을 잡은 손아귀에 더 힘을 주었다. 그의 이름은 배진영. 나라에서 무술이라면 다니엘 다음으로 손에 꼽히는 자였다. 병서와 시사에 능할 뿐만 아니라 그 기개도 제법 비범하고 바른 소리를 할 줄 아는 충의 있는 자라 하여 왕이 장군의 자리를 주고자 했던 사람이었다. 물론 배진영은 왕의 곁에 있겠다하여 그것을 거절했지만, 세상이 애중하는 호위 중 한명인 것은 분명했다. 배진영도 제 능력을 알기에 제 자신을 약간은 분에 넘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관리들 역시 배진영을 높게 평가하며 찬송하고, 그 동향이 점점 짙어져 오만과 자신감의 경계에 있는 사람이었다. 배진영은 생각한다. 주야로 이곳저곳 떠도는 것을 좋아하는 제가 이런 군관 하나의 얼굴을 기억 못할리 없는데. 배진영은 마침내 입을 떼었다. 
    

"못 보던 자다, 어디에서 온 누구인가"

[워너원/김재환/하성운/사극물] 바보왕자와 똑똑이 형 02 | 인스티즈


 


"대한민국에서 왔는데요?"
"....수상하다."
"당연히 수상하겠죠!"
"침입자가 분명하다. 놈의 목을 쳐라!


그것은 확신에 찬 말이었다. 누구보다 제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는 배진영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을 터, 군사들은 그대로 머리를 조아렸다. 날카로운 창이 하나 둘 몸쪽으로 기울더니 끝내는 제 주위를 포박했다. 재환은 얼빠진 듯 걸음을 뒤로 하나씩 하나씩 물렀다. 아니 썅 존함이란 단어 좀 몰랐다고 사람을 이렇게 칠 수 있는 건가? 씨이- 나는 살아야 한다고! 재환은 굳은 의지를 담은 입술을 깨무는 것으로 다짐을 대신한다. 재환은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빠리게 굴렸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던가. 나 김재환 그래도 킹갓제네럴 승부사 하성운의 동생인데, 달리기라면 누구보다 자신있지 않겠는가. 재환은 군사들의 아랫도리를 보았다. 재환은 몸을 낮추어 공격할 곳을 조준한다. 저기가 바로 성교육 시간에 배운 남성의....남성의..음..그래. 하나, 둘
                                                                                        

셋!
  
"으악!"


갑자기 몸을 포복한 재환에게 당황한 병사들의 발걸음이 흔들리자,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아랫도리를 주먹으로 때렸다. 병사하나가 악을 쓰며 뒤로 엉덩이를 붙이며 미끄러지자, 그대로 이마를 짓밟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에이씨 젠장할 나 왜 이런것까지 해야되는거야? 당황한 목소리가 궁 내를 쩌렁쩌렁이 울렸다.



"침입자다. 침입자가 나타났다!"



배진영의 말 한 번에 궁내가 소란스러워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세 번의 북소리가 자명하게 울렸다. 저기가 편전인데 시부럴! 재환은 신까지 벗어 던지고 양말 투혼을 벌인다. 양말에는 상황과 안맞게 앙증맞게도 갈색의 테디베어가 그려져 있었다. 벌떼처럼 커다란 함성과 횃불이 재환의 뒤를 쫒는다. 이 나라 인구수는 왜이렇게 많은건지 군사까지 그 엄청난 머릿수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안그래도 가슴 졸이며 왔던터라 땀이 잔득 배였는데, 이번엔 달음질을 하여 옷을 적시다니 젠장! 


저기있다!



자신을 찾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재환은 모퉁이를 돌았다. 그리곤 궁과 궁 사이에 깐 널빤지 아래로 자신의 몸을 구겨넣었다. 그리곤 돌바닥에 납작하게 자신의 몸을 붙였다. 거미줄이 이리저리 타래처럼 얽혀 있는 지저분함에 재환은 몸서리를 치며 동태를 살피기 위해 얼굴만 슬쩍 바깥쪽으로 내밀었다. 비릿한 냄새를 따라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자, 저를 찾는 신발 여러개와 횃불 타는 소리가 우르르 지나간다. 재환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슬쩍 다시 널빤지를 빠져나와 곤색의 지붕을 쳐다보았다. 넓이는 창문은 열 여섯개는 제 몸을 붙일 수 있을정도로 넓었고 높이는 제 키의 여섯배는 되는 듯 높았다. 금박무늬와 보랏빛 꽃이 아름답게 조화 된 궐을 쳐다보다가 나무를 지지하는 석담을 밟아 올라간다. 어렸을 적 온 놀이터를 놀러다닌 기억 때문인지 지붕을 타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나무를 타고 놀던 기억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재환은 마침내 지붕에 한 발을 디딛고 무릎으로 기어 올랐다. 야트막하게 트인 전망 속에서 노한 진영의 얼굴과 쩔쩔매는 군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헤, 짜식들아. 내가 형처럼 전국체전은 출전 못했어도 학교 계주는 해봤다고! 맑은 달을 뒤로 한 청야 아래서 사뿐히 돌담을 밟고 일어서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면류관을 쓴 남자는 배진영과 군사들을 느리게 두어 번 번갈아 보았다. 깨끗한 목선 아래로 용이 그려진 홍색 군룡포를 입은 남자는 심기가 썩 좋지 않은 듯 혀를 찼다. 

[워너원/김재환/하성운/사극물] 바보왕자와 똑똑이 형 02 | 인스티즈


 


"와... 악세사리 오지는 거 보소."


그 화려한 미모에 넋을 놓아 너무 큰 음성으로 찬탄한 것일까, 지훈은 찬찬히 얼굴을 돌려 지붕 위를 마주하였다. 그 검은 눈동자가 재환의 방자하게 널브러진 하지를 담았다, 서늘한 눈빛에 재환이 황급히 다리를 오므렸다. 그 위엄있는 눈빛에 기가 죽은 재환은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재환이 본능적으로 그가 왕임을 직감할 수 있게 했다. 왕이다, 왕이 나타났다.


[워너원/김재환/하성운/사극물] 바보왕자와 똑똑이 형 02 | 인스티즈 

 



 "너는 누구냐?"



***

오늘 새롭게 진영이와 관린이, 지훈이가 등장했습니다!!!
저번 화에 댓글 달아주신 두 분! 너무 감사드린단 말씀 하고 싶습니다ㅠㅡㅠ
지금 제 시놉시스에 맞춰 차근차근 하고 있는데
두 분이라도 원하신다면 여주를 넣도록 하겠습니다!


재환이 성운이를 투탑으로 오늘나온 관린 민현이, 지훈이가 많이 나오고 지성이도 은근히 많이 나올 것 같고 나머지 멤들도 골고루 나와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하트 드립니다 가져가세요(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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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15.119
?????작가님 분량 무슨 일..?셍언이 우째요ㅠㅠ넘 아프겠다 흑..짼이..ㅋㅋㅋㅋㅋ말투 넘 웃겨욬ㅋㅋㅌㅋㅋㅋ중간에 린린이 짤 보고 넘 잘생겨서 헉..!잘 보고 갑니당♡
+)앗 혹시 브금 정보 알 수 있을까욤?!

6년 전
내통장주인은너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비회원님!!! 제가 글을 잘쓰는 편이 아니라 진도라도 빨리 빼고싶더라고요ㅠㅡㅠ 브금은 선덕여왕 ost 아라로입니다♡
6년 전
독자1
보는 내내 글 속 풍경들이 상상되어 정말 몰입해서 읽었어요! 한 편의 사극 드라마를 본 느낌이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가 제 눈 앞에 펼쳐진 느낌이기도 해요! 이 일을 재환이가 앞으로 어떻게 해쳐나갈지, 성운이는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면서 다음 편이 기대되기도 해요! 작가님 글을 어제 새벽 처음 봤었는데, 이렇게 빨리 두번째 편을 보게 돼서 좋아요..(*'▽'*) 앞으로도 열심히 챙겨보겠습니다! 좋은, 흥미로운 글 연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6년 전
내통장주인은너
어제도 댓글을 남겨주신 분이시네요 정성스러운
댓글 감사드립니다!! 한 편의 사극을 본 것 같았다니 과분한 피드백 감사합니다!! 재환이는 점점 더 성숙해지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다음편에서 뵈어요!!!(이모티콘 너무 귀엽네요??)

6년 전
독자2
헤헤 다음화가 떴다고 해서 읽으러 왔어요! 진짜 내용 장난아니에요 완전 탄탄하고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너무너무 궁금해져요 얼른 재환이랑 성운이랑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ㅜㅜㅜ(멋대로 성운이 살아있다고 생각해버리기) 잘 읽고 갑니다!0!
6년 전
내통장주인은너
댓글 감사합니다ㅜㅜㅜㅠㅜㅠㅠ성운이 죽지않아요ㅠㅠㅜㅠ어제도 댓달아주신분 같은데 댓글 감사합니다♡♡♡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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