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이게 편집한 거라고 가져온 거냐 "
" ... "
" 정신 안 차려? "
" 죄송합니다 "
" 오타 투성에 컷 편집은 말할 것도 없고. "
" 편집 한두 번 해 봐? "
" ... 아니요 "
" 싹 다 수정해 와 "
" 피디님 또 사람 울리겠네 울리겠어. 그래도 2달이나 버틴 우리 팀 막낸데 살살 좀 말해요 "
" 그럼 너가 편집 할래? "
" 아닙니다. "
빡세기로 유명한 민윤기 피디가 있는 방송국 D팀 입사 생활기 01
w. 정피디
진짜 짜증나 민윤기... 민윤기에게 엄청 깨진 뒤 작업실에서 나와 다시 편집실로 향했다. 피디만 아니면 내가 아주 뼈저리게 굴렸을 텐데. 팀에서 왕이나 맡고 있고 씨발... 속으로 온갖 쌍욕을 하면서 빠꾸 맞은 영상을 재편집 하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1시를 넘어서고 우리팀 몇 명은 이미 칼퇴근하고 간 상태. 아 나도 퇴근할 수 있는데. 항상 나를 굴리는 민윤기가 괘씸해서 가끔은 일탈도 생각해 보았지만 민윤기 성격에 내가 일탈을 하게 된다면 그날부로 나는 옷을 벗게 될 것이다. 어떻게 들어온 방송국인데 이렇게 짤릴 순 없지
무지무지한 경쟁률을 뚫은 뒤 입사를 하고 아는 선배의 권유로 지원한 팀이었는데 그 누가 지금 들어온 팀이 B 방송국에서 제일 빡센 팀이라는 걸 알았겠는가. 어쩐지 들어갈 때부터 팀 인원수가 참 거지 같았다. 7명이 뭐야 7명이. 남들은 15명은 되어 보이던데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원수였다.
" 어? 아직도 퇴근 안 했네? "
편집에 찌들어갈 때쯤 누군가가 들어왔다. 김석진 피디. 내가 짝사랑하고 있는 우리 팀의 또다른 피디님이시다. 피디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착하다고 소문이 난 그 유명 인사가 우리 팀에 있었다. 소문이 정말 사실이었는지 김석진은 내가 팀에 들어올 때부터 빡세게 잡는 민윤기와는 달리 항상 잘 챙겨주고 다정다감하게 대해줬다. 얼굴은 또 어찌나 잘생겼던지... 내 직업이 아무리 연예인을 많이 보는 직업이라 한들 김석진은 그 어딜 가도 굴하지 않았다. 그렇게 김석진을 짝사랑하게 된 지 어느덧 2달 째.
" 퇴근하다가 편집실 불 켜져 있길래 들어왔어 내가 뭐 도와줄까? "
" 괜찮아요! 2차 수정 작업 중이라 분량 적어요 "
" 그럼 기다릴게 어차피 집 가는 방향 같으니까 같이 퇴근하면 되겠다 "
" 아 그... 민피디님한테 검사 맡고 또 수정해야 돼서... 피디님 먼저 퇴근하세요 "
" 수고하네 오늘 오전에 촬영 있으니까 무리하지 말고 컨디션 관리 잘해 이따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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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씨발!!! 이 편집은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차마 노트북을 때릴 순 없고 내 머리를 쥐어때리며 그대로 책상에 엎드렸다. 아... 집 가고 싶다. 그렇게 엎드린 채로 아무 생각을 안 하다, 갑자기 서러워져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처럼 흐느꼈다. 내가 씨발... 어 이런 대우 받을려고... 이렇게 뼈저리게 일하려고 여길 들어왔나... 엉엉
" 일어나!!!!!! "
" 아 씨발 깜짝아! "
" 야 감독한테 씨ㅂ... 너 울어? "
" 아니거든요... 아 진짜 깜짝 놀랐잖아요 "
" 왜 울어 또 민피디한테 깨졌냐 "
" 그런 거 아니에요 "
" 일 시킬려고 왔더니 오늘은 영 아닌갑네 소주나 한잔 콜? "
" 소주는 무슨 소주에요 집에도 못 가게 생겼고만 "
" 집 가지 말고 오전 촬영 전에 달리면 되지 "
" 달리긴 뭘 달려 새끼야 "
" 아 깜짝아 노크 좀 하고 들어와! "
" 감독님도 노크 좀 하고 들어오세요 "
" 그건 정효빈 너가 자고 있던 거고. "
" 안 잤다니까요! "
" 정확히 말하면 울고 있었지 "
" 뭐야 울고 있었어? 맡길 일 좀 있었는데 다음에 줘야겠네 "
아니 왜 다 나만 보면 일을 맡길려고 하는 건데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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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퇴근을 못한 채로 그 상태 그대로 촬영장으로 나갔다. 괘씸한 민윤기... 아 물론 민윤기도 나 때문에 퇴근을 못하긴 했지만. 촬영장에 도착하니 현장은 더욱 더 바빴다. 음향이며 조명이며 촬영이며... 각각 맡은 역할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촬영이 있는 날이면 엄청난 대기 시간과 딜레이는 기본에 최소 이틀은 밤을 새야 했기에 모두 예민해져 있었다.
" 오~ 막내 일찍 왔는데~ "
" 퇴근을 못해서...... 편집실에서 바로 나왔어요 "
" 어제 밤 샜어? 이번 촬영 엄청 빡세던데 컨디션 조절 잘 해야 돼 "
" 이번에도 이틀 새는 거 아니에요? "
" 김피디랑 이야기 했을 때 최소 3일 걸릴 것 같다던데 잘 모르겠다. 딜레이 안 되길 바래야지 아 맞다 아까 민피디가 너 찾더라 한 번 가 봐 "
" 피디님이요? "
" 엉 엄청 급해보이던데? "
뭐지? 뭐지?? 나 뭐 잘못했나? 민윤기한테 지시 받은 게 뭐가 있었지? 순간적으로 하얗게 변하는 기억력을 붙잡고 골똘히 생각하자 마침내 민윤기의 지시가 떠올랐다.
망했다. 작가님한테 대본 받아오기로 했었지. 김남준. 김남준을 찾아야한다. 아 잠시만 근데 기억력을 더듬어보면...
" 효빈아 나 오전에 일 있어서 오후부터 가 있으니까 꼭 대본 미리 받아가야 해 "
맞다. 김남준은 오후 타임에 오기로 했었다. 그래서 어제 받아가라고 했던 건데. 어떡하지 이제 나는 민윤기한테 존나 깨질 게 분명한데 제길까? 어쩌지? 온갖 잡 생각을 하며 어떻게 이 상황을 피할까 생각을 하던 도중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민윤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 한참 찾았네 어제 부탁한 대본 좀 줘 "
" 피디님 그게... "
" 안 가져왔으면 방송국 앞이니까 지금 가져 와 "
" 그... 그게 아니고 제가 깜빡하고... 작가님을 안 찾아가서... "
" 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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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받습니다 >0<...!!
김석진 PD
민윤기 PD
정호석 음향 감독
김남준 작가
박지민 조명 감독
김태형 촬영 감독
전정국 촬영 감독
정확한 호칭 정리, 관계는 연재하면서 이어나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