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여진구
진구는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마음이 짠했다
채 빨갛게 변하기도 전에 떨어진 잎을 주워 책속에 꽂아두었다
"뭐하고있어"
"그냥요"
"벌써 가을이네"
"그러게요"
"어디로 갈지 생각은 해봤어?"
진구는 약속했던 삼개월이 지나자 다시 천천히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여행을 가자던 정재의 말을 그냥 흘려 들었었는데
진심이었는지 요즘에는 가끔 여행지를 정했냐며 물어오고 있다
"음.... 체코나 스페인 어때요?"
"좋아"
"그럼 스페인?"
"뭐 둘다 가지 뭐 가는길에 오스트리아나 스위스 거쳐서 유럽여행 하면 되겠다"
"우리 진짜 가는거에요?"
"그럼 가짜 가겠어?"
"장난 치지 말구요 시간 되요?"
"안되더라도 빼야지 우리 아가씨가 이렇게 기대하시는데요"
진구는 신이난듯 표정이 변했다
푸릇푸릇 귀여운 표정을 짓자 정재가 볼위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아- 그럼 어디어디 가야되지? 이사님은 어디어디 가고싶어요?"
"아- 그전에 그 이사님부터 어떻게 좀 하자"
그러고 보니 경황이 없어 호칭이 이사님에서 멈춰버렸다
진구가 이사님이라고 부를 일도 별로 없거니와 부를 때는 싸울때나 심각한 상황 뿐이어서 딱히 바꿀 필요를 못느낀 탓도 있었다
"이제와서 뭘로요?"
"그러게요 아가씨"
"그놈의 아가씨 소리 하지마요 나도 확 아저씨라고 불러버릴까보다"
"그러시던지요 아가씨"
자꾸만 아가씨라고 하는 정재에 심통을 부렸지만 정재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아저씨-"
"아가씨-"
"이게 뭐에요! 이사님은 진짜 아저씨니깐 내가 아저씨라고 해도 데미지가 없잖아요"
"그러게요 아가씨"
푸흐 하고 웃는 정재가 얄미워 휙 등을 돌리고 서자 정재는 그런 진구의 어깨를 감싸며 별장 안으로 이끌었다
"알았어 아가씨라고 안부를께 대신 이사님이라고 하지마"
"그럼 뭐라고 해요?"
"오빠?"
"미쳤어 진짜"
"싫어? 그럼 정재씨?"
"어색해요 다른거 없어요??"
"음... 진구는 뭐라고 부르고 싶은데요?"
"그러게요 형은 어때요? 이건 쫌 아닌가?"
"내가 나이가 몇인데"
"좋겠네요 나이 많아서!"
"형 말고 그냥 이름 불러줘 그러고 보니 니가 내이름 부르는거 못들어 본거 같아"
"그런가?"
"응 불러줘 내이름"
"투정부리지 말아요"
"말돌리지 말고"
정재가 이름을 불러달라며 투정을 부리자 진구는 어깨에서 정재의 손을 내리고 도망을 간다
정재가 씩 웃자 진구는 별장안으로 발길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