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단편/조각 팬픽 만화 고르기
기타 변우석 이동욱 세븐틴 빅뱅
곰곰이 전체글ll조회 682l


*'어느 몽상가의 우아한 세계'는 여러 작가분들이 모여 함께 공동 제목과 어두운 주재를 소재로 글을 연재하는 이벤트성 글입니다.
*아무쪼록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작가 분들의 글도 충분히 훌륭하니 다른 작가분들 글도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어느 몽상가의 우아한 세계
(abnormal paradise)


"이 씨발년아!"


혈액이 떨어지는 손목을 부여잡으며 홍빈은 말했다. 흘러내리는 선혈. 흘러내리는, 학연. 대리석의 바닥으로 퍼지는 짙은 혈흔의 향을 맡으며 홍빈은 감출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미쳤어? 미쳤냐고! 커지는 목소리가 썩 유쾌하지 못했다. 여전히도 그 담담한 얼굴로, 학연은 말했다.

"홍빈아."


"……."


"사람이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인지 알아?"


대답이 없다.



"죽을 때야."


맞춰오는 눈으로, 짙게 퍼져나가는 감정 하나가 보였다. 즐거움, 혹은, 분노. 물과 불이 뒤섞여 화학 작용을 일으키듯, 학연의 눈이 작게 일렁였다. 학연은 물끄러미 제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홍빈에 의해 결박된 제 오른손목으로 벌어진 살갗이 보였다. 흘러내리는 선혈. 그 선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학연은 문득, 반대편 손으로 제 오른손목의 벌어진 틈을 주욱 잡아 늘렸다. 빼짓이 흘러나오던 피가 점차 그 양을 늘리더니, 이윽고 천천히 팔 전체를 물들였다. 붉어진 팔. 홍빈의 손이 미약한 경풍을 일으켰다.


"차학연, 너 지금 이게 무슨…."


"말했잖아."


"……."


"네가 죽을 수 없다면, 차라리 나를 죽여달라고."


* * *



학연은 LP판의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했다. 낡은 축음기 위로 이따금씩 레코드판이 희미하게 돌아가는 날이면 학연의 콧소리가 작은 방 안을 가득히 채웠다. 작은 새의 울음 소리. 작은 콧노래가 들어간 그 목소리를 듣고있노라면, 홍빈은 단 한 사람을 떠올렸다. 이재환. 그것은 전적으로 재환을 향한 노래였다. 이름 모를 그 어느 노래는 그렇게, 재환을 위해, 혹은, 재환에 의해 불러졌다. 


학연을 좋아했다. 학연의 그 웃는 얼굴은 자신을 사로잡았고, 학연의 그 목소리는 홍빈의 귓가를 간질였다. 빨려갈 듯이 깊고 진한 그 두 눈은 홍빈을 담지 않았으나, 홍빈의 두 눈은 그 깊고 진한 그 눈을 담고 있었다. 차라리, 저 두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면 좋았을 텐데. 학연의 두 눈을 보고 있노라면 그러한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것이 어떠한 죄악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자꾸만 속내로 그러한 생각들이 퍼져 나갔다. 홍빈은 제 입술을 짓눌렀다. 그 눈이, 탐이 났다.


"홍빈아, 이리와서 같이 먹자."


자리에 앉으면서, 학연은 홍빈을 불렀다. 웃고있는 얼굴이 보이고, 그 옆으로 재환의 얼굴이 보였다. 질투. 재환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명백한 질투였다. 홍빈은 애써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그래요. 대답하는 목소리는 썩 유쾌하지 못했으나, 그것을 알아차리기엔 작은 새는 너무나도 '무뎠다'.


"재환아, 이것도 먹어봐. 응?"


한없이 다정한 목소리는 늘상 재환의 몫이었다. 생긋이 웃으며 자신을 향해 포크를 들이미는 학연을 향해 작게 웃어보이며 재환은 포크를 받아들곤했다. 유하게 곡선을 그리는 눈은 학연을 담고 있었다. 작게 일렁이는 홍빈의 시야로, 파노라마와도 같이 둘의 잔상이 담겼다. 속으로 토기가 자꾸만 올라왔다. 홍빈은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을 향하는 두 쌍의 눈. 뭐해, 홍빈아? 물어보는 학연의 목소리가, 어지러운 틈새를 파고들었다.


"미안해요. 속이 안좋아서, 화장실 좀 갔다올게요."


"아, 응. 그래 그럼."


학연은 멀어지는 홍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최근 들어서 홍빈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처음에는 그저 제 기분탓이겠거니 하고 넘겼으나, 이제는 부정할 수 없이 홍빈의 얼굴이 어두워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나. 학연의 눈으로 걱정스러운 시선이 어룽거렸다.


"재환아, 홍빈이 요즘 왜저러는지 알아?"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걱정되네."


"…학연아, 잠깐 나도 화장실 좀 갔다올게."


"응? 응. 갔다와."


미소짓는 얼굴이 학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더없이도 다정한 얼굴. 말하건데, 학연은 단 한 번도 그러한 얼굴의 이면을 본 적이 없었다. 재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터벅, 터벅. '정중한' 걸음 하나가 대리석 바닥을 사뿐히 즈려밟았다.




속을 게워냈다. 여전히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으며 홍빈은 애써 주저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문을 열었다. 다리에 힘을 주었으나, 자꾸만 다리가 후들거리며 풀려왔다. 재환과 학연의 웃는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을 휘저었다. 다시 한 번 토기가 올라오는듯 했다.


마침내 정말로 속을 다 비워내고 화장실을 벗어났을 때, 홍빈은 재환과 마주쳤다. 무표정한 시선. 낙원의 '이면'. 재환은 빙긋이 미소지었다. 학연에게 지어보이듯이. 그렇게.


"이홍빈."



"……."



"너, 얼마 전에 내 물건 가져갔더라."


그러지 마. 알겠지? 재환은 홍빈의 어깨를 두드렸다. 축축히 젖은 손이 끈적하게 홍빈의 어깨에 적셔들었다. 그 날 밤, 달 두 개가, 밤하늘에 떠 있었다. 새카만 밤하늘에.


* * *



홍빈은 잠든 학연을 내려다보았다. 축축이 젖어있는 눈가. 손목을 결박한 새하얀 붕대. 그리고, 달. 어느 순간부터인가 홍빈의 낙원에는 달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새하얗게 떠오르던 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달만이 차올랐다. 아니, 어느순간부터가 아니라, 재환이 죽은 그 순간부터, 달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차학연."



나직이 이름을 부른다. 대답은 없었다.




"왜, 이재환을 좋아했어?"



나직이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왜 내가 아니고, 이재환이었어?"



나직이, 분노했다. 대답은, 없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학연의 두 손을 잡고서 홍빈은 울음을 쏟아냈다. 왜그랬어. 왜. 아직도 그 날의 잔상을, 홍빈은 잊을 수 없었다. 떨어져 있던 칼. 가만히 잠이 든 재환. 흘러내리던 선혈. 어룽거리는 잔상이 여전히도 홍빈의 머릿속에 남아 홍빈의 속내 어딘가를 강하게 찔러왔다. 내가, 아니였어. 그건 내가 아니였어. 울먹이는 목소리는 진실을 고했다. 그 어느 누구도 들어주지 않을 진실을 고했다.


"이홍빈."


"너였어. 그건."


그런
그러니까, 죽어.



* * *



안녕하세요 곰곰입니다.'ㅅ'.
글잡에서 곰곰으로 만나뵙기는 처음이네요. 야호!
원래 이 프로젝트에서 제가 맡은 소재는 자살 중독이었는데,
아무래도 그게 잘 표현이 안된 것 같습니다(ㅠㅠ)
아무쪼록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S.뭔가 찝찝하게 끝난 것이 후속이 있어야 될 듯 싶네요. 그런데 제가 뒷이야기를 적을 수 있을런지가 미지수라는게 함정.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독자1
신알신!!!
10년 전
독자2
헐 신알신 하고 가여!!!!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변우석 [변우석] 저는 불륜녀입니다_046 1억09.04 22:47
기타 [도윤/윤슬] 우리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로 돌아가는 - 카페베네 과일빙수1 한도윤09.05 23:47
      
      
      
빅스 [VIXX/랍켄] 봄을 그리다. 中9 마침표 02.23 00:27
빅스 [빅스] 얼떨결에 아이돌 이상형 된 썰 999154 단톡방 02.22 23:24
빅스 [VIXX/켄홍/택엔/랍혁] Walking dead 0620 Walking dead 02.22 22:52
빅스 [VIXX/엔총] 마왕의 캄비온 078 코알라 02.22 22:04
빅스 [빅스/학연총수] 다크엘프 02 4 애련 02.22 21:50
빅스 [VIXX/택엔/랍엔] 건반을 밟는 남자 074 녹색의자 02.22 20:10
빅스 [VIXX/택엔] 오전, 오후 41 스킨로션 02.22 19:03
빅스 [VIXX/택켄] 워킹데드 (The Walking Dead) 013 워킹맘 02.22 18:49
빅스 [VIXX/이홍빈] 미술학원 선생님 이홍빈3411 이름모를새 02.22 16:22
빅스 [VIXX/켄홍/택엔/랍혁] Walking dead 0510 Walking dead 02.22 15:36
빅스 이른 아침부터 띄우는 공지 아닌 공지61 디야 02.22 07:29
빅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2 빛보다어둠 02.22 06:44
빅스 [빅스] 여섯 덩치와 빚쟁이의 단톡방 (그린라이트!) 41152 단톡방 02.22 05:06
빅스 [VIXX/홍차] 학생회장 차학연9 바뽀 02.22 03:28
빅스 [VIXX/랍켄] 봄을 그리다. 上9 마침표 02.22 00:58
빅스 [택엔] 토닥토닥5 로제 02.21 23:57
빅스 [VIXX/택엔미] 우리 결혼했습니다 17 들장미 02.21 23:05
빅스 [VIXX] 어느 몽상가의 우아한 세계(부제:abnormal paradise)2 곰곰이 02.21 21:48
빅스 [VIXX/이홍빈] 귀신을보았다-02(묘한말만남기고,여지를또남기고)4 빅스네점쟁이 02.21 21:45
빅스 [VIXX/켄홍/택엔/랍혁] Walking dead 0416 Walking dead 02.21 20:05
빅스 [빅스] 얼떨결에 아이돌 이상형 된 썰 888101 단톡방 02.21 18:27
빅스 [VIXX/택켄] 워킹데드 (The Walking Dead) 005 워킹맘 02.21 17:32
빅스 [VIXX/택엔] 오전, 오후 33 스킨로션 02.21 16:33
빅스 [VIXX/이홍빈] 귀신을보았다-01(아,잠이나자야지)7 빅스네점쟁이 02.21 15:51
빅스 [VIXX/홍차] inexorable ─ pro4 꼬깔 02.21 13:28
빅스 [정택운/차학연] 내 친친 정택운과, 그 친친의 친친 차학연.048 훈민이 02.21 02:28
빅스 [VIXX/켄엔] 혓바늘33 소리꾼 02.21 01:37
추천 픽션 ✍️
by 한도윤
오늘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출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어제 윤슬과 바다 프로를 뒤로하고 노래방에서 뛰쳐나와 집으로 와 버렸기 때문에 내 양쪽 자리에 앉는 두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회사를 출근하지 않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내 병에 대해서 동네방네 떠들고..
by 이바라기
2시간 후...스텝1 잠시 쉴게요~둘은 쇼핑을 마치고 밥을 먹으러 마트 푸드코트로 왔다.온유가 먼저 말을 걸었다."뭐 먹을까?""음~~ 떡볶이 먹을까?""그래! 떡볶이 두개 주세요""네~"탁"아 배고파 맛있겠다"하며 나는 혼잣말을 하고 맛있게 먹었다.푹 푹 푹 쩝 쩝 쩝 쯔압쯔압쯔압진기도 배가 고팠는지..
by 한도윤
2014년 12월 24일.오늘은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이브다. 나는 지금 신촌역 오거리 앞에서 내가 사랑하는 윤슬을 기다리고 있다. 슬이가 이제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오늘 아침에 통화했을 때 슬이는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니까 내가 기분 좋게 해 줘야지 생각했다. 하..
thumbnail image
by 1억
저는 불륜녀입니다_ 사랑하는 파도에게w.1억  아이들과 떡볶이를 먼저 다 먹은 ##파도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면서 우석에게 목례를 했고, 우석은 팔짱을 낀 채로 먹지도 않고 앞에 앉은 아이들을 보다가 급히 팔짱을 풀고선 똑같이 목례를 했다. "쌤! 쌤은 안 먹어요?""어. 너희 많이 먹어.""오예!"..
by 한도윤
“윤... 슬?”너무 당황하고 황당한 나머지 입 밖으로 보고 싶지 않았던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불편감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꺼내어 열어보지 말아야 할 상자가 스스로 열린듯한 느낌. 내가 윤슬을 회사에서 다시 만날 거라고는 상상해 본 적도 없다. 하필 우리 회사, 우..
thumbnail image
by 1억
내일 올게오…..🥹🙇🏻‍♂️오래 기다려쬬..?
전체 인기글 l 안내
9/26 22:28 ~ 9/26 22:30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