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안해?
나는 슬쩍 웃었다. 눈물이 마른 피부가 당겨서 아팠지만 나 오늘 울었다고 광고내듯 얼굴을 닦을 생각은 없었다. 날카로운 눈매를 최대한 순하게 낮춘 남자가 대답없는 나에게 다시 물었다. 후회안하냐고. 나는 담담하게 답했다. 꼭 장범준이랑 나랑 헤어질때 같네. 은근슬쩍 답변을 피하는 나를 쏘아보는 남자에게 그냥 한번 더 웃어줬다. 속이 시원하기도 했고 가슴이 답답하기도 한데 이 마음을 말로 담아낼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남자는 이해한다는듯 행동했지만 사실 그가 더 답답해하고 있음을 아는 나는 남자의 외제차에 올랐다. 고급외제차는 씁쓰레한 담배냄새와 향수냄새가 섞여 풍기고있었다. 어른의 냄새였다. 장범준과 나처럼 사회에 막 입문한 풋내기가 아니라 사회의 끄트머리쯤에서 명령하는데 익숙한 어른의 냄새. 나는 숨을 들이켰다. 장범준의 비누냄새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지 오래였지만 그렇게 하면 장범준의 흔적을 찾을수 있다는 듯이.
…너 걔 좋아하잖아. 안 잡아?
너무, 너무 멀리왔어.
슬쩍슬쩍 운전하는 가운데에서도 나를 훔쳐보는 남자에게 나는 살짝 웃어주었다. 티나게 나를 떠보는 남자의 생각이 눈에 보이는거같았다. 막상 내가 잡는다 그러면 바짓가랭이 붙잡고 말릴사람이. 내가 흘리듯 말하자 남자가 나를 밉지않게 흝었다. 내 중얼거림이 끝나자 차안에는 조용한 적막이 흘렀다. 나는 별로 불편하지 않았지만 남자의 생각은 달랐는지 남자의 긴 손가락이 더듬더듬 시디롬의 플레이버튼을 눌렀다.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노래가 남자와 내 사이를 채웠다. 물 흐르듯 흐르는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달콤하게 공기를 울렸다. 나는 장범준이 꾹 잡아챘던 내 손목을 빤히 쳐다봤다. 희게 질린 피부가 부잣집거실에나 걸려있을만한 코끼리 상아같이 딱딱해 보였다. 그건 파충류의 피부같기도 했고 어류의 비늘같기도 했다.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잘한 소름이 돋은 손목께를 잘라내고 싶었다.
…섹스 하고 싶어.
나는 운전중인 남자의 팔뚝을 잡았다. 남자의 길게 뻗은 눈꼬리가 나를 향했다. 의아함을 담고 있지만 아무말 없이 갓길에 차를 주차하는 남자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 고마움을 전할 새는 없었다. 주차가 끝나자 마자 남자의 입술이 나를 덮쳤으니까. 급한 손놀림으로 셔츠 단추를 풀어내리는 남자의 행동에 나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안도감이 밀려왔다. 이제 장범준이 나에게 주는 이상한느낌은, 없어질것이다. 나는 남자가 부비고 있는 입술을 열어 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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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작은 탄식이 터져나왔다. 남자가 뚝뚝 떨어지는 땀을 닦으며 내 목덜미를 애무했다. 나는 조용히 남자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내 팔에 닿는 남자의 피부가 끈적끈적하면서도 뜨거웠다. 나는 조용히 남자의 귓가에 속삭였다.
후회하냐고, 했지? 나는… 장범준이 무서워. 걔가 나를 버릴까봐 안절부절못하는 내가 무서워. 걔 사랑을 시험하면서도 덜덜 떠는 내가 싫어.
내가 조용히 꺼내는 말에 남자가 푸시시 바람빠지는 듯한 웃음소리를 냈다. 목덜미에 닿는 남자의 뜨거운 숨결에 나는 움찔거렸다. 남자는 내 귓볼을 한번 깨물고는 낮은 중저음으로 귀를 간지럽혔다. 그런 행동때문에 나는 남자를 끌어안은 손에 힘을 줄수밖에 없었다. 어깨를 안은 손에 힘이들어가자 남자의 몸이 내쪽으로 숙여졌다. 땀에 젖은 검은색의 머리가 내 눈가에 가만히 사브러졌다.
나는 너랑 섹스하는게 좋아 김형태. 너는 섹스할때 솔직하거든.
…….
근데 가끔은 별로야. 니가 장범준을 시험하고 온 날에는 발기가 안되거든. 너.
긁히는 듯한 남자의 웃음소리에 내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외국여자의 팝송은 계속 차안을 울리고있었다. 어쩌면 차 밖에서도 들리겠지. 나는 가만히 생각하며 남자를 끌어안은 손에 힘을 줬다. 절벽에서 보인 단 한가닥의 동아줄이였다. 남자와 섹스하는 동안은 장범준에게서 벗어날수 있었다. 나는 장범준이 좋았다. 그래서 그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았고 게이라는 틀을 씌우고 싶지 않았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한 고백은 장범준에 의해 기적적으로 받아들여졌다. 3년동안, 나는 장범준과 단 10번 이내의 섹스를 했다.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게 느껴졌다. 애증이 섞인 장범준과의 섹스는 힘들었다. 또 다시 다른남자와의 밤을보내고 돌아온 옥탑방안에 조금 더 는 증오가 나를 기다릴거란걸 알면서도 장범준의 사랑을 시험하는 행위를 버릴수가 없었다. 나는 여자가 아니였으니까. 처음부터 노말이였던 장범준을 게이로 바꾼건 나니까. 줄줄 흐르는 눈물을 핥아 내린 남자가 굳은얼굴로 내 귀를 물었다. 남자의 거친행동에 내가 깜짝놀라서 눈을 뜨자 눈을 맞춰온 남자가 슬쩍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은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짜증이 섞인 그의 웃음에 내가 얼굴을 굳히며 남자를 쳐다보자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근데, 그거 알아? 김형태?
…….
오늘도 넌 발기하지 않았어.
남자의 조용한 속삭임이 내 머릿속에 쾅 하고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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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관계묘사를 안해서 일단 19금딱지는 안붙였는데ㅋㅋㅋ... 혹시나 붙여야한다면 둥글게 댓글주세요 :)
오늘은 형태시점이였네요ㅋㅋㅋ 스아실 제 기분에 따라 애들성격이랑 글분위기가 마구마구 바뀌더라구요
역시 저는 똥손인가봄ㅇㅋㅋ 남자이름을 못정하겟네여 계속 남자라고 해야지ㅋㅋㅋㅋ 그리고 저 남자의 대사속에 숨겨진 의미 아시겠어요?
김형태가 장범준의 사랑을 시험한날에는 ㅂㄱ가 안되여ㅛ 근데 오늘도 ㅂㄱ가 안됨
= 김형태의 거절= 김형태의 시험 = 아직까지 김형태는 마음 있음
요정도?ㅋㅋㅋ 차라리 해석안보시는게 훨씬 편하네여............... 음 암튼 관심감사드려ㅑ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