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또 귀에 바람을 부는 오세훈을 뒤로 밀었다. 작작 좀 해라 진짜. 나름 인상도 쓰고 말하는건데 오세훈은 귓구녕이 통로로 되있는지 아주 가뿐히 내말을 흘러듣는다. 영화시간을 기다리는 내내 몇 번이나 내 귀에 바람을 부는지 모르겠다. 일단 오세훈의 습관은 둘째치고 사람많은 장소에서 이런짓을 당하는 나는 얼마나 쪽팔리는데!!(오세훈은 꼭 이런거에만 눈치가없다.) 처음에는 그냥 귀여워서 다 받아줬었는데 지금은 커서도 이러는게 문제다.
“장난도 정도껏해 임마.”
이번에는 어깨를 툭쳐줬더니 얼레? 평소의 저 답지않게 인상을 찌푸린다. 나는 그런모습에 조금 쫄,쫄긴했지만(원래는 하나도 안무섭다. 진짜다!!) 정색하는 반응이 귀여워서 나도모르게 우쭈쭈 하게된다. 아무리 나보다 커도 귀여운건 귀여운거니까.
“세훈아 삐졌어?”
갑자기 부드러워진 말투에 오세훈이 아까보다 더 인상을 찌푸린다. 반응이 좋아서 나는 더 놀려주기로 한다.
“아직도 애기네 애기. 우리막내 우쭈쭈”
입술을 내밀고 ‘우쭈쭈’ 소리를 내며 턱을 아프지않게 툭툭 쳐줬더니 하- 하며 되려웃는다. 그러다가 급히 정색하는 표정에 나는 표나지않게 당황했다.
“형도 애기취급 작작해요.”
“애기니까 그러는게 당연..”
“저 그냥 갈래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는 오세훈에 나는 어찌할줄 모르다가 야, 어디가 하며 주춤주춤 뒤를 따랐다. 근데 이자식이 어찌나 빠른지 도통 따라잡히질 않는다. 오세훈! 결국 뛰던 나는 숨을 몰아쉬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녀석의 앞에 섰다. 표정은 아까보다 더굳어있었다.
“형은 그냥 니가 귀여워서..”
말이 채 끝나기도전에 내팔목을 잡더니 죽일 듯이 노려본다. 야.. 너오늘따라 왜그러냐.. 나는 목소리가 떨리는걸 티나지않기위해 숨을 죽이고 말했다. 오늘따라 내려보는 눈빛이 장난이 아니다.
“저 지금 형보다 더 커요.”
뭐? 가슴에 스크래치가 팍팍 스치는 소리가 귀에 울리는 것 같다. 키얘기에 일찌감치 포기한건 맞지만 이렇게 대놓고 말하다니.
“그런데도 귀여워요?”
난 할말을 잃고 멍하니 올려..아니 쳐다봤다. 솔직히 나보다 큰건 인정하지만 이렇게 남자답게 생긴건 몰랐는데 지금 자세히 보니 눈썹선도, 그에따라 내려오는 코도 정말 눈부실정도로 잘생겼었다. 나도모르게 계속 쳐다보고있었나보다. 오세훈의 눈이 점점 풀리더니 갑자기 헛기침을 한다. 그러고보니 귀도 조금 붉다. 얘지금 왜이래.
“뭘 그렇게 뚫어져라 봐여, 사람 민망하게.”
“어..미안.”
갑자기 어색해져서 눈을 피했다. 오세훈이 지하사층이라고 적혀있는 세륜로딩인 엘리베이터의 문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으.. 이느낌 뭐지. 뭔가 간질간질 한 것 같기도.. 나는 기분이 이상해져서 고개를 돌렸다. 생각해보니 오세훈도 남잔데 애기취급한게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거라 생각이 들었다. 나라도 정말 화날 것 같으니까. 나는 형답게 먼저 화해의 손을 건네기로 했다.
“애기취급해서 미안하다.”
오세훈이 고개를 빠르게 돌아 나를 보고있는게 느껴진다. 나는 민망해져서 아예 몸을 뒤돌았다. 아까 오세훈이 이런 느낌이었나. 나는 죄없는 땅을 발끝으로 툭툭쳤다. 방금 뭐라했어요? 나 못들었는데.
“아씨 미안하다고. 그리고 앞으로 그..뭐냐..”
“...”
“니맘대로 해.”
나는 다시 뒤돌아 오세훈을 마주했다. 오세훈은 고개를 반쯤 기울였다. 이해를 잘 못하는 표정이었다. 하여튼 뭐든지 말로 해줘야된다니까.
“니가 나한테 장난치는거 이제 뭐라 안할꺼라고.”
습관적으로 코를 만지며 눈치를 살폈더니 또 표정이 안좋다. 뭐지. 생각과 반대의 표정에 나는 또 당황하고 말았다. 왜 또 뭐가 맘에 안들어?
“장난아닌데.”
그러더니 갑자기 머리를 한번털고 한숨을 쉰다. 하여튼 형은 진짜.. 오세훈이 뒷말을 숨기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번에는 내가 이해를 하지못하고 목을 긁적였다. 그러다가 문득 스치듯이 떠오른 생각에 시계를 확인한다. 8시 30분. 이미 상영시간은 5분이 지나있었다. 헐. 나는 오세훈을 붙잡고 말했다. 야 뛰어!
**
아..
“....”
나는 내가 했던 말을 한지 30분이 채 되지않아 바로 후회하고 말았다.
“야..”
“응.”
또 지멋대로 반말로 대답하며 내 귀를 만져온다. 매번 바람을 불어대더니 이번엔 만지기냐? 나는 영화가 시작한지 30분이 되도록 무슨장면이 지나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영화에 집중좀 하라고! 작게 소리쳤더니 평소처럼 특유의 웃음으로 맞받아친다.
“형이 맘대로 하라고 했잖아요.”
“그건 그거고, 영화볼때는 영화를 봐야지. 돈아깝잖아.”
내말에 짐짓 생각하는 표정을 짓던 오세훈이 이번엔 아예 내쪽으로 몸을 돌린다. 뭐하냐 지금?
“난 형보는게 더 좋아.”
난 할말도 잃은채 다시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럼에도 아까보다 더 집중할 수 없게된 나는 산만하게 시선을 움직였다. 볼이 후끈 달아오는 것 같았다. 아까처럼 기분이 이상해진다. 간질거리고.. 가슴도 쿵쿵뛰고. 아씨 얘랑 괜히 영화보러 나왔나봐. 자책하며 고개를 돌렸을 때.
쪽.
부딪혀 오는 입술은 아까보다 나를 더 세차게 뛰게 만들었다.
“이것도 매일매일 할꺼에요.”
- 세준러는 아니지만! 세준픽이 많이없다는 말에 ㅠㅠ 급히쓴 픽이에염. 끝까지 봐준 독자들 내사랑 가득드림^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