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월아라고 합니다~.~
예전에 한번 찾아온 적 있었는데.... 그 이후로 많이 바빠서 중단했었어요 흐허허
그 때 팬텀을 많이 사랑해 주시던 분들이 계셨는데 연재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홀연히 사라졌었네요.
심심한 사과의 인사를 전하며 다시 열심히 연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ㅠ_ㅠ
우선 팬텀을 처음 보시는 분들도 계실테니 설명해드릴게요.
팬텀은 어떻게 보면 귀족이야기? 이기도 하고 집사/도련님 그런 거기도 해요.
사실 다른 작가 분 한명한테 소재를 넘겨받아서 제가 쓰게 되었지만 일단은 이러한 소재를 넘겨주신 그 작가분에게 공을 돌리며.... 핳
배경은 옛날의 중세 영국이라고 해야할까요... 음 그냥 시간적 배경만 실제 영국 배경을 빌렸고
나머지 설정은 그냥 제 마음대로.... 픽션이니까요~.~
아무튼 오랜만에 뵙는 만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Phantom - Prolouge |
Phantom (팬텀)
W. 월아
복도 끝에서 트레이가 덜그럭거리며 밀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다랗게 늘어지듯 깔린 브라운 카펫 위로 구두 소리가 느리게 울렸다. 다소 천천히 걷는 발 위로 새까만 구두가 보인다. 일직선으로 곧게 떨어지는 블랙 수트와 새하얀 와이셔츠. 손 끝에 끼워진 먼지 한 톨 없는 장갑이 트레이 손잡이를 잡아 끌고 있다. 밑에서부터 위로 길게 올라간 시선은 남자의 일직선으로 굳게 닫힌 입술에서 멈췄다. 다소 까무잡잡한 피부에 짙은 쌍꺼풀. 귀 밑까지 살짝 덮는 새까만 머리카락은 기름을 바른 듯 단정하고도 깔끔하게 정돈 되어 있다. 장신의 남자는 손잡이 위에 장미 넝쿨이 세공 된 브라운 빛 문 앞에서 멈춰 섰다. 똑똑. 노크 소리와 동시에 문이 곧바로 열렸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움직이는 구두소리가 룸 안으로 향했다.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룸 안에 조용히 울린다. 마호가니 테이블 앞에 트레이가 멈춰 섰다. 디오는 여전히 책상 앞에 앉아 담배를 물고 편지와 씨름 중이었다. 마차라도 한 대 다시 보내 볼까. 소문난 애주가인 디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해 끙끙대고 있었다. 제 앞으로 밀려 들어오는 트레이 위를 힐끗 본 디오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Ordo D.O’
“다시 보내. 왕가에서 보낸 향연의 밤 초청장이야. 어차피 거부권 따위는 없으니 읽을 필요도 없어. 안 그래도 에든버러에 편지가 올까 싶어서 마부 대기 시켜 놨었는데 그냥 왕실로 보내.”
1792년의 영국. 1714년 처음 들어선 하노버 왕가가 자리하고 있는 지금의 영국 왕실은 즉위식 이후로 약해진 왕권에 신하들 간의 권력 다툼이 잦았다. 약 50년간을 피 튀기는 내란 속에서 지내온 영국은 조지 3세가 즉위하면서부터 권력 구도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조지 3세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당시 가장 큰 권력의 중심에 있던 크레아토르 가와 퍼거슨 가를 맞붙게 한 후 틈을 벌린 그는, 별 볼 일 없이 그저 귀족의 이름만 유지하고 있던 귀족들을 끌어들였다. 그것이 바로 녹스 가의 귀족과 오르도 가의 귀족이었다. 오르도는 바로, 디오의 퍼스트 네임이었다. 왕실의 권력을 재조정한 조지 3세는 귀족 숙청을 시작했다. 녹스 가와 오르도 가는 왕을 도와 크레아토르와 퍼거슨 가문의 문양에 칼을 꽂고 깃발을 찢었다.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던 두 귀족 가문이 몰락하자 그 밑에 주둔하던 가문들은 순식간에 사라져갔고 하나 둘 무너져가는 귀족들을 보며 왕권 다툼에 가담했던 소귀족들은 스스로 지방으로 귀향하거나 종적을 감추었다. 그렇게 왕실 내의 세력 다툼을 정리한 조지 3세는 녹스 가와 오르도 가를 양 옆에 두고 왕권을 다시금 견고히 다졌다. 그리고 1771년 D.O가 태어나던 해에, 왕으로서의 완벽한 권력을 되찾았다. 그 이후로 명실공히 영국 내에서 가장 세력 있는 두 가문이 된 녹스와 오르도 가는 왕의 왼팔 오른팔로서 조지 3세에게 충성을 다했다. 일개 귀족에서 영국 내 가장 세력 있는 가문으로 발돋움한 것이었다. 그리고 1789년의 겨울. 디오의 아버지였던 오르도 루멘(Ordo Lumen)은 왕실의 행사에 조지 3세의 부름을 받고 갔다가 크레아토르 스페스(Creator Spes) 라는 자의 습격을 받았다. 스페스는 크레아토르 가가 몰락했을 때 아일랜드 지방에 있어서 살아남았던 것이었다. 기사들의 기량을 확인하기 위한 마상 경기에서 기사로 숨어들었다가 왕을 공격하려 했으나 그 옆에 서 있던 디오의 아버지가 대신하여 흉부를 관통 당했다. 녹스 푸에르(Nox Puer)는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상태였다. 루멘의 장례를 치르면서도 디오는 생각했었다. 만약 푸에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아버지가 죽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고. 루멘이 죽은 지 1년만에 푸에르 역시도 병사를 했으니 그러한 마음도 공중 속 연기처럼 사라졌지만.
루멘이 죽고 백작의 작위를 물려 받은 디오는 왕을 보필하며 세력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오로지 정직만을 모토로 했던 루멘과는 다르게, 때로는 영악하면서도 유하게 사람들을 홀릴 줄 알았던 디오는 오르도 가문의 세력을 더욱 확장시키는 반면에 많은 귀족들의 질투와 투기를 샀다. 때는 1791년. 1년 전의 여름. 왕가 대표로 소작농 협약을 위해 더블린 지역으로 가던 디오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녹스 푸에르가 죽고 백작이 된 녹스 리오마이(Nox Riomai)까지 동원해 영국 전역 곳곳을 수색하며 찾았지만 디오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1791년의 겨울. 텅 빈 채로 녹스 가 덕분에 관리 받으며 근근이 버티고 있던 오르도 가 앞에 군데군데 찢어져 허연 살이 내비치는 낡은 옷을 입은 맨발의 남성이 누군가를 안은 채 찾아왔다. 그가 바로 카이였다. 얼굴에는 상처 하나 없이 새하얗고 말끔한 모습으로, 예전의 모습대로 얌전히 잠든 것처럼 카이에게 안겨 있던 디오는 어깻죽지에 초승달 모양의 상처가 새겨진 채로 돌아왔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기억하지 못했고, 왜 카이가 자신을 데리고 돌아왔는지도 디오는 알지 못했다. 다만 후에 어떤 기억이 돌아올 지 몰라 카이를 집사로 채용하는 빌미로 묶어두었을 뿐이다. 자신을 해하려 했던 사람이었을지 구한 사람이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며칠 안돼서 다시 기력을 회복한 디오는 오르도 가를 다시금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금의 오르도 가는 명실상부한 영국의 대 귀족 가문이었다.
디오는 고개를 푹 숙이고 이마를 짚었다. 한 손을 들어 카이에게 휙휙 손짓했다. 피곤하니까 눈 좀 붙여야겠어. 이것도 치우고. 디오가 반으로 가른 채 휘적거리기만 했던 브리오슈를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다. 보기만 해도 입맛 떨어져. 반쯤 비운 홍차 잔과 함께 브리오슈 접시가 트레이로 다시 실렸다. 버밍엄에서 나오는 초콜릿을 좋아하는 디오는 굉장한 애주가인 동시에 초콜릿 애호가였다. 런던 웨스트민스터에서 가장 큰 제과점인 앤더슨 상점에서 매번 초콜릿을 대서 쓰던 디오는, 앤더슨에서 받는 초콜릿이 아니면 입에도 대지 않을 정도였다. 카이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트레이를 뒤로 뺐다. 또각 또각 구두소리가 카펫 위에서 조그맣게 울렸다. 카이. 문고리를 잡아 돌리던 카이를 디오가 다시 불러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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