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 소년에게 축복을 01
- 박꼬댁
소년에게 ; 시작 |
추적추적 비가 내리자 지호는 양 손에 꽉 쥐고 있던 장바구니를 들고 산처럼 높은 언덕을 뛰었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아슬아슬 작은 바람에도 큰 소리를 내며 덜컹거리는 유리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경사진 곳을 뛰어 올라오니 숨이 차 방바닥에 장바구니를 놓고 헉헉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이 놈의 천식! 사람 죽겠네.
지호의 호흡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자 일어나 장바구니를 들고 냉장고 앞에 섰다. 냉장고 문을 여니 텅텅비어 횡하다. 밀폐용기에 담긴 김치 하나가 다였다. 지호는 함 숨을 푹 쉬고는 장바구니에서 장 본걸 꺼내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뻐근한 목을 두드리며 지호는 단칸방 한 켠에 작게 있는 좌식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꺼내 풀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샤프가 지호의 손에 의해 굴러가는 소리가 고요한 방 안에 울렸다. 열심히 문제를 풀어가던 지호가 샤프를 내려놓고 아픈 눈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지호가 시계를 보니 저녁 일곱시가 다 되어있었다. 지호는 문제집을 덮고 방에서 나와 추운 몸을 손으로 문질렀다. 지호가 냉장고를 뒤적거리며 저녁거리를 찾았다.
오늘은 된장찌개가 좋겠네
지호는 찬 물 밖에 나오지 않은 싱크대에서 손을 씻었다. 몸을 덮쳐오는 한기에 절로 입김을 내니 하얀 입김이 짙게 나오다 곧 공기 중에 흩어졌다. 탁탁 두부를 썰던 지호가 낡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보글보글 끓고있던 된장찌개에 두부를 넣고는 젖은 손을 행주로 닦으로 현관문으로 향했다. 현관문에는 지호의 엄마와 낯선 남자가 함께 서있었다. 지호는 경계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사장님 여긴 제 아들 지호예요. 지호야 여긴 엄마 일하는 곳 사장님"
"아, 안녕하세요"
"너가 지호구나? 잘생겼네, 안에 들어가도 되니?"
"네? 아, 네! 들어오세요"
지호의 엄마가 말한대로 사장님이란 사람은 한 누에 봐도 부잣집 사람같았다. 지호는 엄마의 가방과 겉옷을 받아들어 한 쪽에 잘 치워두었다. 좁은 방 안에 다 큰 성인 세 명이 앉아있자 어딘가 좁아 보이기까지 했다. 어색한 느낌에 지호가 자신의 발만 바라보고있자 지호의 엄마가 어색하게 웃으면 지호에게 말을 걸었다.
"지호야 밥은?"
"아직, 방금 된장찌개 끓여놨는데 엄마는요?"
"엄마랑 아저씨도 저녁 안 먹었는데 같이 먹을까?"
"그래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상차려 올께요"
지호는 부엌으로 나가 작은 소반에 찌개와 밥 세 공기 그리고 여러가지 밑반찬을 꺼내와 소반을 들곤 방으로 향했다. 좁은 소반에 옹기종기 모여앉아있는 꼴이 웃겨 지호가 살짝 웃다가
맛은 장담 못해요.
라며 말했다. 남자는 웃으면서 지호가 만든 된장찌개를 한 숟갈 먹어싿. 그리곤 남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서 지호를 칭찬했다. 지호는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었고 그 모습을 엄마가 흐뭇하게 바라보고있었다. 남자는
지호 요리 되게 잘하는 구나?
라며 칭찬했다.
"지호가 요리만 잘하는게 아니예요. 성적도 전교 5등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는 걸요?"
"정말? 지호 대단한 걸? 우리 아들도 지호를 본받아야 할텐데..."
"저 공부 잘하는거 아니예요. 공고인걸요, 애들이 공부를 잘 안해서 그래요."
지호의 겸손한 말에도 남자는 웃으면서 지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지호는 낯선 느낌에 몸을 웅크렸다가 어색하게 하하하고 웃었다. 어느 새 깨끗하게 비워진 밥 그릇에 지호가 소반을 들어 도로 부엌에 두었다. 밑 반찬 뚜껑을 닫으며 알 수 없는 오묘한 기분에 휩쌓였다.
두 분, 교제 중이시겠지? 그럼 결혼도 할려나?
지호가 속으로 답도 없을 물음을 자꾸 던졌다. 반찬이 든 밀폐용기를 냉장고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빈 소반을 행주로 대충 닦곤 발 끝으로 구석에 밀었다. 그리고빈 그릇을 싱크대에 두곤 주전자에 물을 올렸다. 환한 방과 다르게 어두운 부엌은 꼭 지호 혼자 고립된 것 같았다. 화기애애한 방안과 다르게 침침하고 어두운 부엌, 지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기분이 이상한데
꼭 안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무서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호는 곧 고개를 저으며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주전자에 물이 다 끓자 지호가 커피를 타, 머그잔을 들고는 안방에 계신 두 분 앞에 커피를 놔드렸다.
"저, 지호야"
"네?"
"엄마한테 지호 너가 음악에도 재능이 있다라는 걸 들었단다"
"아, 아니예요"
"작곡..하고 싶어했다면서?"
"그냥 한 때 하고싶어했던 거예요. 작곡할 여건도 안되고..장래성도 없는걸요"
"지호야, 아저씨가 음악 할 수 있게 도와줄께"
"네?..그게 무슨"
"지호 니가 더 편하게 공부하고 음악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
"하, 하지만"
"아저씨만 믿거라, 아저씨가 다 지원해줄께"
지호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남자와 엄마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중학교 시절 지호는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다. 공부를 쉴 때면 컴퓨터를 붙들고 하루종일 작곡을 할 정도로 음악과 공부 밖에 몰랐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 안이 무너지게 되자 음악을 손에 놓고 공부만 할 수 밖에 없었다. 남자는 지호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정말 자신만 믿으라는 듯 굳게 잡아주었다.
그래, 이건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몰라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지호는 남자의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와 엄마는 웃어주었다. 남자는 곧 가야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는 길에 지호에게 오만원짜리 지폐를 내밀자 지호가 손을 내저으며 거절을 했다. 그래도 남자는 기어코 지호의 손에 지폐를 쥐어주며 현관문을 나섰다.
"지호야"
"네 엄마"
"아저씨 정말 좋은 분이셔"
"그런 것 같아요"
"엄마..용서해 줄꺼지?"
"엄만 잘 못한거 없어요, 그리고 엄마가 좋다면 저도 좋아요"
지호의 말에 엄마가 지호를 꽉 껴안고는 뒷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내새끼, 하나 뿐인 내새끼. 엄마가 미안해
지호도 따라서 엄마를 꽉 껴안고는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엄마를 위해서 또 지호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게 제일 빠르고 최선의 길이었다. 지호가 스스로를 위안하며 제 품에서 눈물을 흘리시는 엄마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안타까운 모자의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
* 이 급전개를 뭐라고 표현해야할까요.
** 사실 핸드폰 메모장에 쓰는데 친구한테 보여준다고 설치다가 지워져서 오늘 급하게 다시쓰느라 망했네요. 망했어요 ㅠㅠ
*** 독방에 이거 썰 푼 적 있거든요. 지훈이랑 지호랑 이복형제되서 지훈이가 지호 괴롭혀서 막 죽이고 난리치는거
**** 기억하는 분 있으시면 부쳐핸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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