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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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들린 펜만 멍하니 돌리며 생각했다. 내가 그 선배를 언제 처음 봤었지.
아마도 학기 초였을 거다, 봄이랍시고 샛노란 니트를 입고 동기와 함께 가벼운 걸음으로 걷던 차에 불쑥 나타났었다.
후드티를 입곤 밝은 갈색 머리가 바람에 나풀나풀 하는 걸 보며 무슨 생각을 했었는데. 뭐더라.
놀라서 쳐다보니, 제 등에 붙은 연두색 포스트잇 두 장을 떼어 제게 건넨 것까진 기억이 난다.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지, 그 포스트잇이 김재환 거라는 걸 알아챘었고 또...
'노란 옷에 이거 붙이고 있으니까 개나리 같다. 개나리.'
하며 웃는 그 얼굴이 더 개나리 같다고 생각했었다. 욕은 아니고 그냥.
-개나리
-어디?
-안 바쁘지?
-나랑 만나
그러니까, 지금 드륵드륵 연락하는 저 강다니엘을 보곤.
ㄹㅓ ㅂㅡ ㄴㅔㅌㅡ우ㅓㅋㅡ
'자, 이거야.'
확실히 처음엔 어려운 사람은 아니었다.
그냥... 만인의 친절남 정도? 워낙 소문도 좋고, 공부도 잘 하는데다 얼굴, 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었으니 곁에 있으면 도움은 끝내주게 잘 되겠거니 했다.
'헐, 너 그거 민현 선배랑 같이 했어? 내 동기는 부탁했다가 까였다던데, 그것도 엄청 정중하게.'
[만인의 친절남]
시간이 지나며 나 홀로 씌워둔 타이틀에 금이 갈 때 즈음엔
'이름아 점심 먹었어?'
'이름아 과제 어렵지 않았어?'
"이름아 도와줄까?'
그 입에선 내 이름이 가장 자주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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