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베이커리 EXO입니다
"…아, 진짜 미안해. 왜 내가 거길 가서…."
"정말 기억 하나도 안 나?"
"응. 진짜 아무것도 모르겠어. 혼자서 술 마신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렇게 어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후,
정수정은 아침부터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부여잡고 나에게 왜 자기가 이곳에 있는지를 물어왔다.
…내가 어제 데려왔다 이 기집애야!
화를 낼 뻔한 걸 겨우 참고 나서 차근차근 어제의 일을 이야기해주니 엄청 당황한 정수정은 계속 나에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해 왔다.
자신이 왜 어제 베이커리에 가 있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면서.
"…그럼 어제 왜 혼자 술 마셨어? 그것도 대낮에."
"…썸남 때문에…."
"…뭐?!"
겨우 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난 후에 왜 어제 술을 마셨는지 그녀에게 묻자 정수정은 갑자기 아래입술을 깨물며 이야기해왔다.
바로 썸남 때문이라는 것.
그 말에 엄청 놀랐다. 정말로.
정수정이 썸을 탔다고? 진짜?
"너 썸남도 있었어?"
"…그런 기류였어. 완전 좋은 사이."
"누군데 그 사람이?"
"…같은 과 후배."
"후배?!"
나랑 맨날 같이 다니고 자기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는 정수정이 썸남이 있었다니. 나도 못 타는 그 썸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같은 과 후배라고 정수정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동갑도 아니고 선배도 아니고 후배?!
"…근데 왜 그 사람 때문인거야?"
"…아 진짜! 걔 여친 있었다고! 그거 보고 완전 짜증나가지고 술 마시러 갔지!"
그녀에게 계속 묻자 정수정은 그 생각만 하면 화가 나는 듯 화를 잔뜩 담은 목소리로 짜증을 내며 여친이 있었다고 대답해주었다.
…그래서 대낮부터 술 마시러 간 거였구만?
결론은 '썸' 이라는 것도 정수정의 좋은 선후배 관계에 대한 오해나 다름 없었을거고.
"얼마나 마신거야 진짜…."
"나도 기억에 없어. 소주 한 병은 넘게 마셨을걸?"
주량이 센 편이 아니라 평소에 술을 잘 안 마시는 정수정이 술을 마실 정도면 정말 힘들었거나 화가 났거나 할 경우밖에 없으니까 술을 마셨다는 사실에 대해 차마 이러쿵 저러쿵 할 수는 없었지만,
근데 왜 하필이면 그렇게 마시고 나서 집으로 안 오고 거길 갔냐, 이 말이지….
"그리고 왜 베이커리로 향해서 그냥 커피도 아니고 술 들어있는 커피를 주문했을까?"
"어? 내가 그랬다고?"
"어. 거기 직원이 그러던데?"
"…헐."
혼잣말을 하듯이, 아까부터 계속 궁금증이 들던 질문을 나즈막히 말하니 정수정은 자신이 그랬었냐며 놀란 눈치였다.
…변백현이 설마 거짓말을 했을리는 없을테고. 그렇다면 참트루일텐데.
"아 정말. 나 어제 뭔 짓 했음?"
"…이제 좀 부끄럽냐?"
"아오. 나 이상한 짓 안 했지?"
"어. 그나마 다행으로 그냥 커피만 마시고 잠만 잤다더라."
"…다행이다."
뒤늦게 부끄러움이 몰려드는 건지 어제 무슨 짓을 했냐며 고개를 숙이는 정수정.
행패 안 부린 게 다행이지. 으이그.
"아 어떡해. 아 진짜."
"부끄러우면 직접 가서 사과드려. 어제 너가 그런 짓 한 거 본 직원분들은 세 분 정도 밖에 없지만서도."
"…그래야겠다. 너도 와."
"…나는 왜?"
"아 너가 그분들이랑 그나마 친하잖아!"
"너 민석 오…. 아니 그 바리스타 분이랑 안 친해?"
그래도 부끄러움은 남아서 마구 고개를 저으며 어떡하냐며 난리를 치는 그녀에게 부끄러우면 사과드리라며 넌지시 말하니 그래야겠다며 나도 따라오라고 한다.
…난 아무 죄도 없는데요?
싶어서 나는 왜 가냐고 물으니 내가 그나마 베이커리 직원분들과 친하니까 그렇다나.
어라, 그래도 민석 오빠랑은 친하지 않을까 싶어 민석 오빠랑 안 친해? 라고 물어보려다가 얘 그 사람 이름 모르지, 싶어 바리스타 분이랑 안 친해? 라고 물어보았다.
"별로. 그냥 이야기만 몇 번 했어. 워낙 말이 없으시더라."
"…아, 그래?"
"그래도 되게 귀엽게 생기셨긴 하셨어."
그 사람이 제일 나이가 많단다.
라고 말해주고 싶은 걸 꾹 참고 아 그래? 라는 말로 대충 맞장구를 쳐 주었다.
"아무튼 너도 와! 나 혼자 부끄러워서 못 가!"
"알았어 알았어."
정수정은 되게 처음 나서는 건 잘 하는데, 이렇게 뒷처리를 해야 할 때는 이상하게 부끄럼을 탄단 말이야.
하긴 내가 이런 상황이었으면 나도 분명 정수정한테 이렇게 이야기했겠지.
싶어 결국 따라가기로 했다.
-
"어서오세요, 베이커리 엑소입니다~"
먼저는 못 들어가겠다는 정수정에 내가 먼저 문을 밀고 들어가니 어서오라는, 언제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근데 오늘, 얘네 다 출근했으려나?
"어, 오징어다!"
"징어 누나 안녕하세여."
"징어 안녕."
그런 걱정은 들어가자마자 잊어버렸다.
떡하니 계산대에 있는 종대와 세훈이, 그리고 민석 오빠.
"변백현은? 안 왔어?"
"아녀. 지금 창고에 있을 거에여. 근데 왜여?"
"…어제 일 때문에. 너네 셋이 발견자잖아."
계산대로 다가가 백현이가 보이지 않길래 변백현은 안 왔냐며 묻자 창고에 있을 거라고 대답해주는 오세훈.
왜 찾냐는 투로 나에게 다시 되묻는 세훈이에게 어제 일 때문이라고 간략하게 대답하곤 정수정을 흘깃 되돌아보니 정수정은 빵을 고르는 듯한 행동을 취하며 아예 모른 척 하고 있었다.
…너 빵 안 먹잖아.
"아하하하. 그거여? 기다려여. 불러올게여."
"응, 그래."
"…어제 일이 뭔데?"
"형은 모르는 게 좋아여."
그 말에 한바탕 웃던 오세훈이 곧 불러온다며 기다리라고 말하고 들어가려는데 옆에 있던 민석 오빠가 어제 일이 뭐냐며 궁금하다는 듯 물어왔다.
다행히 눈치가 빠른 세훈이는 모르는 게 좋다며 얼렁뚱땅 넘어갔다.
"아 맞어. 너 어제 얘한테 아이리시 커피 만들어줬다며?"
"…어? 어. 그거 주문하시길래."
"야,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정말로 그걸 만들어주면 어떡해!"
"야야야야, 잠깐만, 내 말 들어봐."
세훈이가 들어가고 나서 아이리시 커피를 만든 종대에게 물으니 매우 당황한 듯 그거 주문하시길래, 라고 대답하는 김종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걸 만들어주면 어떡해! 라고 외치며 정말 한 대 때릴 기세로 말하자 손사래를 치며 자신의 말 좀 들어보라고 말한다.
…일단 듣고 화를 내자.
"주문하시는 분 상태가 그래서 일부러 위스키 조금밖에 안 넣었어! 평소 만드는 것보다 4분의 1쯤만 넣었다고."
"…아, 그래?"
"어어어어! 괜히 화내지 마아아아!"
"…알았어. 그걸 시킨 쟤가 문제지 만든 너가 무슨 죄겠어. 에휴."
평소보다 4분의 1 정도 밖에 안 넣었다는 종대의 말에 얘도 얘 나름대로 배려를 했구나, 싶어서 화를 내려던 걸 그만뒀다.
하긴, 시킨 사람의 문제지 만든 사람은 그냥 주문에 따른 것 밖에 없는데.
"백현이 형 불러왔어여."
"진짜 왔어?"
때 마침 백현이를 불러온 세훈이.
백현이는 정말로 온 거냐며 약간은 놀란 눈치였다.
"형 잠시만 비켜주실래요?"
"어? 엉."
잠시만 비켜달라는 종대의 말에 아무런 토도 달지 않고 순순히 자리를 비켜주는 민석 오빠.
저 정도 됐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할텐데, 알겠다며 자리를 벗어나는 게 조금 신기했다.
"정수정! 얼렁 와라."
"…아, 저분들이야?"
"응."
저만치 있던 정수정을 부르니 쭈뼛거리며 겨우 내 옆으로 와서 서는 정수정.
…나라도 좀 그렇겠다.
"……."
"……."
"풉."
한참 동안 어색함이 계속되자 결국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풉, 하고 오세훈과 변백현이 웃어버렸다.
덩달아 나도 실실, 웃음이 났고.
"큭큭큭. 아 어색해여."
"아 진짜, 이런 거 너무 웃겨."
저마다 한마디씩 하고서 계속 웃는 그 둘 때문에 김종대도, 정수정도 같이 웃어버리고 말았다.
"사과 안 해 주셔도 되요. 징어 친구 분이시니깐 좋은 분이시잖아요?"
"어? 아…."
"징어 누나랑만 친해지면 좀 그렇져? 이왕에 이렇게 된 거 통성명해여."
사과할 필요 없다며 웃으며 이야기하는 변백현의 말에 정수정은 아…. 라고 대답했고
그 뒤를 이어 통성명을 하자며 아무렇지도 않게 분위기를 이어가는 오세훈이다.
얌마, 무슨 여기가 군대냐, 통성명하게. 라는 백현이의 덧붙임과 함께.
"전 오세훈이라고 해여."
"저는 김종대에요. 아, 징어랑 같은 나이일테니까 반말해도 괜찮죠?"
"저도 종대랑 같은 나이, 변백현이에요. 나도 반말할래!"
"…어…."
차례대로 말하는 그 세명 때문에 정수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길래 그녀에게 친해지라며 눈짓을 주며 웃어보이자 잠시 벙찐 표정을 짓던 정수정은 이내 웃어보이며 대답했다.
"정수정이라고 해. 잘 부탁해!"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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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진 암호닉은 말씀해주세요!
(그럴 땐 작가를 욕하기ㅜㅠㅠㅠㅠ)
중간에 잘못 올라가서 수정했어요 허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은 빵을 넣을까 말까 하다가 안 넣었어요... ㅎ...
그래도 괜찮나요?
암호닉, 덧글, 신알신 항상 감사드립니다!
암호닉은 계속 받고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