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또라이
글 ; 노랑의자
수능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공부하는 시간은 늘었고, 잠을 자는 시간은 줄었고, 피로를 풀 시간은 0에 가까워졌다. 몸도 마음도 다 지쳐있을 때마다 황민현과 나는 서로를 다독여주며 하루하루를 지나보냈다. 고3 생활이 끝나기 전 마지막 자리 바꾸기는 무슨 인연인지 또 김재환과 짝이 되었다. 담임 선생님께서 일부러 그러시는 건지, 황민현과는 멀리 떨어졌다. 시무룩해져 있으니 김재환이 농담을 던진다.
"야. 나로는 만족이 안 되냐?"
"뭐래 진짜 ㅋㅋㅋㅋ"
"나도 나름 한 인기 한다?"
내가 뭐래 하며 웃자, 고개를 옆으로 살짝씩 틀며 눈썹을 들렸다 올린다. 사실 내가 황민현에게만 푹 빠져서 그렇지, 김재환도 나름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나쁘지 않은 외모에, 노래도 잘 해서 축제 한번 나갔다 하면 난리였다. 그때마다 얼마나 우쭐대던지. 매점에서 과자 얻어먹기 딱이었다.
"무슨 얘기 해?"
"민현아!"
"와..얘 표정 달라지는 거 봐."
옆에서 김재환이 뭐라고 하든말든 황민현을 보며 밝게 웃었다. 어이없다는 듯한 김재환의 말에 황민현이 하하하,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책상에 걸터앉은 황민현은 별안간 큰 손을 내 이마에 갖다댔다. 영문을 모르는 내가 의아하게 쳐다보자 반대쪽 손을 자신의 이마에 대고 있던 황민현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그래?"
"아니, 너 곧 어디 아플 거 같아."
"어?"
"매일 잠도 별로 안 자고. 그럴 때 감기 같은 것도 잘 걸려."
걱정스러움이 담긴 다정한 목소리에 또 웃음이 실실 새어나왔다. 그런 나와는 다르게 진지하게 나를 살피는 황민현이다. 김재환이 옆에서 유난이라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뭐 어떤가. 나랑 황민현만 좋으면 됐지. 그리고 황민현의 직감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적중했다.
"아..재환아. 휴지 있냐."
"왜, 헐. 너 코피나?"
"어. 휴지 좀. 빨리."
야자 1교시가 거의 끝나갈 무렵, 코피가 났다. 급히 김재환에게 휴지를 받아 화장실로 향했다. 세면대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피가 금세 멎지 않아 뒷목과 코를 꾹꾹 눌러주다, 결국 휴지로 코를 막고 교실로 돌아왔다. 괜히 머리가 더 띵해지는 기분이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에 앉으니 딱 종이 쳤다. 그와 동시에 뒷문을 확 열어젖힌 황민현이 숨이 차는 듯 헉헉대고 있었다. 교실은 쉬는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 금세 소란스러워졌고, 나는 놀란 눈으로 황민현을 쳐다보았다.
"어디 갔다 왔어?"
"이거, 약, 이랑, 영양제.."
"..이걸 다 사왔어?"
내 책상에 하얀 약국 봉투를 내려놓은 황민현은, 숨이 차 말을 뚝뚝 끊어가며 사온 것들을 설명해주었다. 대체 언제 나간거지? 코피 났을때 나름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갔다고 생각했는데. 김재환이 옆에서 아까 급하게 나가더니 그거 사왔냐? 하고 놀리는 투로 말한다. 아까 본 건가? 황민현이 김재환에게 고개를 끄덕거렸고,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교실에서 입을 맞출 뻔 했다. 콧구멍에 휴지를 꽂고 말이다.
*
야자를 모두 마치고 집에 가는 길, 황민현은 무언가에 토라져 있었다. 입이 비죽 나온 모습이 뭔가 나한테 서운한 게 있나보다. 왜 그래? 하고 물어도 나를 불만 가득한 시선으로 쳐다보기만 한다. 그런 황민현의 손을 꼭 잡고 흔들었다. 응? 왜 그래? 말해봐!
"..내가 아까 얼마나 놀랐는지."
"뭐? 나 코피난 거?"
"내가 며칠 전부터 계속 일찍 자라고 했는데 말도 안 듣고.."
"곧 수능인데 어떻게 일찍 자라구."
며칠 전부터 유독 어지러워하고 피곤해했던 나를 보며 항상 한 시간이라도 더 일찍 자라고 했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하고 불안해서 누워있어 봤자 잠도 안 왔다. 내가 코피가 난 것에 정말 많이 놀랐던 것인지 주절주절 자신이 얼마나 걱정했는지가 드러나는 말을 이어간다.
"철분제 챙겨 먹으라니까 집에 있다면서 먹지도 않고."
"아..맞다."
"너 집에 철분제 없지?"
날카로운 질문에 대답할 변명이 없어 그냥 헤, 하고 웃어버렸다. 내가 웃는 것을 보고 따라 미소짓던 황민현은 자신도 모르게 나온 표정이었는지 다시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샀으니까, 이것도 챙겨먹고 저것도 챙겨먹고. 알았지? 열심히 오물대는 황민현의 입이 너무 귀여워서,
"..."
"..왜 아무 말도 안해?"
"..아, 아니."
"싫어? 내가 뽀뽀해서?"
"아니! 아니야. 완전 좋아 완전!"
붉어진 귀로 손까지 흔들어가며 대답하던 황민현이, 장난기 가득한 내 얼굴을 보다 결국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덕에 가까워진 황민현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아, 내 남친 너무 귀여워. 광대가 내려갈 줄 모르고 계속 올라왔다. 고개숙인 황민현 몰래 작게 웃는데, 갑자기 고개를 든다.
"완전 반칙이야.."
"왜?"
"혼내주려고 했는데."
결국 아까부터 이어지던 잔소리를 접고 나를 향해 양 팔을 넓게 벌리는 황민현이다. 망설임 없이 달려가 안긴 나는 고개를 묻고 기분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이 순간이, 지금 내가 안고있는 이 사람이, 지금의 내 모습이 모두 다 좋다.
"민현아."
"어?"
"안되겠다."
"뭐가?"
"너 나랑 결혼해야겠다."
안되겠다. 하며 어깨에 손을 탁 올리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가 안되겠냐고 묻는다. 내 입에서 나온 '결혼'이라는 단어에, 안그래도 큰 눈이 더 커진다. 여우에서 토끼로 변한 것 같았다. '좋아'라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마음이 점점 커져갔고, 하루종일 껌딱지처럼 붙어있고 싶었다.
"..."
"싫어? 나 까인건가.."
놀란 표정 그대로 나를 바라보기만 하다 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아까처럼 또 아니아니아니! 하며 부정한다. 게다가 나 진짜 꼭 너랑 할거야. 결혼. 하며 새끼 손가락까지 꼭 걸고 도장을 찍는다. 황민현의 표정이 지금의 나만큼 행복해보였다. 그래서 나도 행복했다.
"근데 이름아."
"응?"
"사실 아까 코에 휴지 꽂고있는 거 사진 찍었어."
"야!!"
그 말만 던지고 아파트 현관 안으로 도망치는 황민현을 얼른 따라 뛰었다. 이 순간에도 피어오른 미소는 그대로였다. 우리는 딱 우리 나이처럼 풋풋하고, 조금은 서툴고, 어떻게 보면 독특한 방법으로 서로를 향해 걸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예쁜 추억들을 쌓아가고 있었다.
# 번외
(황민현. 19세. 약국 털어갈 기세)
"제 여자친구가 코피가 갑자기 나가지구.. 철분제 필요하겠죠? 영양제도 챙겨 먹여야 될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감기약도 사야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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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전개를 훅훅 당기고 있습니다 여러분!
대학 이야기는 번외 두 편 정도로 예상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돌아왔는데도 초록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암호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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