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어디 갔어?˝
˝걔? 걔 아까 저기로 가던… 니가 김성규 아니야? 어? 어디 가!˝
A 성규는 답답한 마음에 한 손으로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사람으로 인산 인해를 이루어 발 디딜 틈도 없는 클럽 안을 뚫고 지나가면서 부딪히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이 년은 또 어딜 갔어. 여기저기서 손길이 쏟아져 내렸다. 금세라도 게워 낼 것만 같은 역한 향수 냄새에 신경질 적으로 제게 뻗어지는 손들을 쳐낸 A 성규가 화장실 앞에 쭈그려 앉아 있는 B 성규를 발견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야.˝
˝으으….˝
˝일어 나, 이 년아.˝
술을 마신 건지 아님 술에게 마셔진 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바닥과 계속해서 키스 시도를 해 대는 B 성규를 한심하게 내려다 보던 A 성규가 발을 뻗어 B 성규를 툭툭 찼다. B 성규는 슬그머니 눈을 떴다. 눈 앞에서 사이키 조명이 새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헤에.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헤실헤실 웃고만 있는 B 성규를 잡아 일으킨 A 성규가 이미 잔뜩 번져있는 B 성규의 아이라인을 손으로 문대고는 실실 웃었다.
˝김성규.˝
˝왜애, 미친 새끼야….˝
처음에는 그렇게도 부르기 힘들었던 이름이 이제는 입 밖으로 술술 나오는 게 신기했다. 제 품에서 하느작 거리는 B 성규에게서 묘한 약 냄새가 났다. 아, 이 년 또 약 했네. 미친 년이. 한 손으로 B 성규의 뒷 머리를 쥔 A 성규가 손가락에 부드럽게 감겨 오는 머리칼을 말아 쥐었다. 살짝 당기니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아프긴 아픈 지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을 부리는 꼴이 우스웠다. 시끄러운 클럽 음악이 머리를 울렸다. 춤 추는 사람들의 신나는 발자국 소리에 맞추어 심장 박동이 증가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A 성규는 아득해지는 정신 대신 B 성규의 얼굴을 붙잡는 것을 선택했다. 두 손으로 B 성규의 얼굴을 단단히 붙잡은 A 성규가 한참을 말 없이 B 성규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아, 씨바알… 이거 놓, 으으…˝
그리고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여전히 뒤에서는 사이키 조명이 번쩍거렸고, 사람들은 신명나게 몸을 흔들었다. B 성규는 힘이 없어 혼자 몸을 가누지도 못 하는 주제에 힘을 주어 A 성규를 끌어안았다. 제 목을 당겨 오는 손길에 A 성규는 고개를 틀어 더욱 깊숙히 입을 맞추었다. 아, 죽을 것 같아. B 성규는 온 몸에 힘이 풀려 금방이라도 주저 앉을 것만 같았다. 자꾸만 바닥에 앉으려는 B 성규의 허리를 한 손으로 단단히 지탱한 A 성규가 입술을 떼어내고는 낮게 으르렁 거렸다.
˝똑바로 못 서?˝
˝미친 새끼야, 나 힘 없어어….˝
˝존나 클럽 한 복판에서 떡 장사 하면 즐겁겠다?˝
˝씨바알, 절루 가아.˝
미약하게 남은 약 기운에 달달 떨리는 손으로 A 성규를 밀어낸 B 성규가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시금 바닥에게 키스 세례를 퍼부으려는 B 성규의 모습에 쯧쯧 혀를 찬 A 성규도 옆에 같이 주저앉았다. 화장실 입구 옆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옆에서 한 커플이 진득하게 서로를 쓸어 내리고 있었다. A 성규는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 낮게 욕을 짓씹었다. 미친 년 놈들이 화장실 앞에서 지랄이야, 씨발. 나도 안 차린 떡 집을 차리려고 쌍놈 새끼들이. 그런 A 성규의 말을 들은 B 성규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너 진짜 웃긴 새끼야.˝
˝반했냐?˝
˝어.˝
이제는 아예 바닥을 손으로 탕탕 두드려 가며 웃던 B 성규가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는 A 성규를 빤히 바라보았다. 약 기운에 초점을 잡지 못하는 시선이 A 성규의 주변을 부유했다. 잠시 A 성규 너머의 사람 무리를 바라보던 B 성규가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A 성규는 여전히 자리에 앉은 상태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걸어 사람들 사이로 섞여 들어가는 B 성규의 뒷 모습을 바라보던 A 성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여전히 화장실 옆 벽에 기댄 채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커플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작작 해, 쌍년들아.˝
길게 뻗은 다리를 들어 올린 A 성규의 까만 워커가 여자를 벽에 몰아 세운 채 입술을 들이밀던 남자의 무릎 뒤쪽에 꽂혔다. 절로 무릎을 꿇게 된 남자가 욕을 지끼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술에 쩔어 제 몸도 가누지 못 하는 주제에 금방이라도 덤벼들 듯 하는 모양새가 우스웠다.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을 지우지 않은 A 성규가 여전히 일어나지 못하는 남자의 얼굴 앞으로 주먹을 가져다 대었다. 순간 눈을 꾹 감으며 제 몸을 움츠리는 남자의 모습에 A 성규는 웃음을 팍 터트렸다. 제게 닿지 않는 주먹에 꾹 감았던 눈을 슬그머니 뜨는 남자의 눈 앞에 길고 얇은 가운데 손가락이 보였다.
˝주먹 말고.˝
˝…˝
˝엿 먹으라고, 이 새끼야.˝
웃기는 새끼네 이거. A 성규는 살짝 숙였던 몸을 일으켰다. 금방이라도 같이 떡 집을 차려 살림을 할 기세던 여자는 이미 사람들 틈 사이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A 성규는 다시금 다리를 들어 올려 무릎을 꿇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찼다. 그리고 허리를, 다시 다리를. 붉은 빛의 물이 새카만 워커를 적셨다. 바닥에서 끙끙대는 남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몸을 돌린 A 성규가 여전히 신나게 몸을 흔드는 사람들 틈으로 섞여 들어갔다.
˝아, 이 년은 또 어디 갔어.˝
신발 닦으라고 시켜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