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10010 |
백열 W.레미 "니, 니, 짐 뭐하는 짓이고, 돌았나?" "안 돌았다, 내가 확인 좀 한다 캤잖아." 한참을 입술을 부대끼며 쪽쪽대는 민망한 소리들이 찬열의 귓가로 속속히 박혀들었지만, 경직되어버린 몸은 쉽게 밀쳐낼수가 없어 망설이다가 백현의 혀가 제 입술을 톡톡 두드리던 때, 그제서야 정신차리고는 백현을 밀쳐냈다. 얼굴이 잔뜩 붉어져 교복 소매로 입술을 벅벅 닦아낸 찬열이 씩씩대며 백현을 흘겨보았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백현이 찬열의 붉어진 볼을 톡톡 쳤다. 내는 첫키스 였, 였는데… 부끄러운듯 웅얼대는 찬열을 보며 백현이 개구지게 미소 지었다. 내도 첫키스다, 인마, 기집애도 아이고, 뭘 그리 빼노. 넋나간 찬열의 가슴팍을 아프지 않게 치고는 다시 한번 찬열의 뒷덜미를 잡아 통통한 아랫입술을 깨물어 부드럽게 입술을 가르고 들어오더니 치열을 훑으며 이내 찬열의 혀를 옭아매왔다. 섞여지는 혀의 감촉이 말랑말랑 하면서도 말캉말캉 마음이 두둥실 떠오르는게 확실히 기분이 좋았다. 나른한 찬열의 눈이 천천히 감겨졌다. 갈팡질팡 갈피를 못 잡던 손도 어느새 백현의 어깨 위로 살포시 올라갔다. ' ' ' "우리 인제 사귀는 사이가? 뽀뽀도 했는데.." "찬녈아, 니 내랑 사귀고싶나?" 장난스럽게 들이밀어진 백현의 얼굴을 보며 찬열은 한대 때릴수만 있으면 때리고 싶었다. 아오. 실실 대며 웃는 저 얼굴을 차마 때리지는 못하고 애꿎은 쭈쭈바만 더 쪽쪽 빨아당겼다. 사귀고 싶나? 괜히 쭈쭈바만 빨아당기며 제 다리로 발장난만 치던 찬열이 백현의 재촉에 눈을 마주치다 결국 볼이 바알갛게 물들었다. 또, 또, 놀리네, 내가 놀리지 마라 캤지. 붉어진 제 볼을 느끼고는 부끄러워져 일부러 미간을 살짝 좁히고 백현의 이마를 밀어낸 찬열이 툴툴대며 중얼댔다. 흘낏 입술쪽으로 시선을 옮긴 백현이 부루퉁하게 튀어나온 입술을 보고 저의 길다란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주고는 다시 능글 맞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뽀뽀 해달라고? 끼부리나? 화악하고 달아올라버린 찬열이 먹던 쭈쭈바를 툭하고 떨어뜨렸다. 니 죽을래? 안그래도 낮은 찬열의 목소리가 더 스산하게 들렸다. 소름돋네, 내 공포영화 보는줄 알았다. 흘겨보는 찬열의 볼살을 한번 쭉 잡아당긴 백현이 무서운 척 몸을 한번 떨었다. "아프다, 인마, 니가 내 쭈쭈바 떨어뜨렸으니 사내라." "내가 떨어뜨렸나? 니가 수줍어가 떨어뜨렸제." 그, 그렇긴 하제. 백현의 말에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쉬운듯 땅에 떨어져버린 쭈쭈바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바람에 흩날린 찬열의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정리해준 백현이 찬열의 고개를 돌려 저를 보게하고는 툭 던지듯이 내뱉었다. 내가 아까 확인 좀 한다 캤었잖아. 어? 그랬나? 점점 녹아서 흐물흐물 해져가는 쭈쭈바에 자꾸만 시선이 갔지만 백현의 진지한 얼굴에 머쓱하게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내 니 좋아하는 것 같다. 말끔한 백현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어?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찬열의 심장이 다시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쭈쭈바 사줄테니까, 내랑 사귀까? 얼떨떨한 찬열의 얼굴을 잡아 입술에 도장 찍듯 제 입술을 눌러 찍은 백현이 환하게 웃었다. "내랑 사귀자, 찬녈아." . . . 어느날, 종대가 찬열에게 물어본적이 있었다. 니 백현이랑 대체 문 사이고? 뭔 헛소리고, 당연히 친구지. 대수롭지 않게 친구 사이라고 넘기던 찬열이 문득 다시 곰곰히 생각 해보았다. 친구 사이가 아니면 뭔데? 자기 스스로에게 묻던 찬열이 종대의 질문을 좀처럼 이해할수가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종대가 찬열의 옆으로 가까이 달라붙었다. 사내아들끼리 뭘 그리 서로 챙기지못해 안달인데? 누가 보면 기집애들인줄 알겠네. 니 변백현 좋아하제? 뭐라카노 얘가. 말도 안된다는듯 손사래를 치고 종대를 밀어낸 찬열이 백현에게 문자를 보내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니 언제 끝나?] 뒤에서 문자 내용을 몰래 훔쳐본 종대가 혀를 끌끌 차며 어깨를 아프지 않게 쳤다. 니 안갈끼가? 징그럽다, 징그러워. 내 먼저 간다. 소름 돋는듯 제 팔을 벅벅 긁으며 토하는 시늉을 하더니 가방을 들고 두어번 손을 흔들고 교실을 나가버렸다. 교실에 혼자 남겨진 찬열이 종대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멋쩍은듯 제 머리카락을 정리하고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백현이랑 나는 대체 무슨 사이지? 친구라기엔 종대 말처럼 좀 진득한 것 같기도한데... 이것저것 복잡해지는 생각에 찬열이 방금 전에 정리한 머리를 다시 거칠게 헤집어버렸다. "아, 얘는 연습 끝났다 캐노코 왜 안오는데." 취미로 매일 체육관에 남아 태권도를 하는 백현을 기다리는건 찬열의 하루 일과 중 하나다. 항상 빠릿빠릿하게 일찍 왔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백현이 늦었다. 종대가 가고난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문자 답장도 없고 백현은 올 생각을 하지않았다. 결국 기다리기 지루해진 찬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체육관으로 향했다. 이 새끼 귀찮게 하네. 툴툴 대며 긴다리로 휘적 휘적 빠르게 체육관 쪽으로 움직이던 찬열의 다리가 복도 끝쪽의 익숙한 인영에 잠시 멈춰섰다. 변백현 아이가? 확실히 백현이 맞았다. 손을 흔드려는 찰나 주위 여자들에게 둘러 쌓인 변백현. 찬열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여자들 틈에서 활짝 웃고있는 백현의 모습을 보니 찬열의 마음이 한순간에 밍숭맹숭 이상했다. 이게 대체 무슨 느낌인지 찬열은 잘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여자랑 같이 있는 변백현? 그게 뭐, 어때서. 찬열이 마음속으로 제 자신을 진정 시켰지만 쉽사리 가라앉지 못했다. 멍하게 그 모습을 넋놓고 바라보다 백현이 저를 발견했는지 반갑게 뛰어왔지만, 떨떠름했다. 종대의 말이 귓가에 웅웅 울리는것 같았다. 니 변백현 좋아하제? 그 때 부터, 찬열은 백현을 향한 저의 감정이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는것을 알아챘다. 백현이가 좋았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저는 백현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제 눈 앞에 백현이 저에게 고백을 했다.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솔직히 키스로 조금 눈치챘다. 찬열의 입꼬리가 씰룩 거렸다. 변백현의 고백은 좋았다. 머릿속엔 폭죽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찌릿 찌릿 했다. . . . "그럼, 들어가라, 내가 톡 하께." "알았다, 마, 니 먼저 들어가라" "니 먼저 들어가라니까." 옆집인데도 불구하고 헤어지기 싫은건지 연신 서로의 얼굴을 붙잡고 뽀뽀를 하곤 자꾸만 먼저 들어가라며 실랑이를 벌였다. 찬열은 지금 심장이 터질것만 같은걸 애써 참았다. 제가 변백현이랑 사귄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그냥 옆에 친구로만 남아도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백현이도 나를 좋아한다고 먼저 고백까지 해주었다. 꿈은 아니겠지. 슬슬 다시 입꼬리가 올라갈것만 같아서 큼큼, 괜히 헛기침을 하번하곤 백현을 대문 쪽으로 밀어넣었다. 낼 보자, 변백현. 찬열이 손을 흔들고는 제 집 대문 쪽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씩 웃던 백현이 찬열의 모습이 사라질때 까지 쉽게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쟤 봐라, 팔랑팔랑 넘어질것 같다. . . "장군아, 내랑 백현이랑 사귄데" 믿겨지노? 장군아, 니 주인이 변백현이랑 사귄단다. 쑥쓰러워 도망치듯 대문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찬열이 제가 키우는 하얀 진돗개를 붙잡고 실실 대며 웃기 시작했다. 날씨가 추워 볼이 발그레 해진건지 수줍어서 발그레 해진건지 찬열의 발그레진 볼을 장군이 핥아주었다. 간지럽다, 인마. 결국 빵하고 터진 웃음이 바람을 타고 정원을 메웠다. 장군아, 이거는 진짜 비밀인데, 내 오늘 첫키스도 했다, 것도 백현이랑. 내가 니한테 밖에 자랑할 사람이 없다. 니가 사람은 아니지만.. 장군이의 팔을 붙잡고 연신 쫑알 쫑알 대는 찬열의 기분은 지금 최고조였다. 괜히 장군이에게 했던말 또 하고 또 하고 흥분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숨을 몇번 고르다 차가운 공기에 으스스 몸이 떨려와 코를 훌쩍이곤 일어섰다. 형아, 간다. 장군이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고 신나는 발걸음으로 뛰어가더니 현관문을 열어 안으로 사라졌다. 엄마!, 내 왔다. 낮은 목소리가 하이톤이 되어 집안을 울렸다. . . . "박찬열?" 집에 들어가려다 담장 너머로 찬열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귀에 박혔다. 연신 쫑알 거리는 낮은 목소리가 백현의 다리를 멈춰 세웠다. 날씨도 추운데 빨리 안들어가고 뭐하나싶어 백현의 걸음이 찬열의 대문쪽으로 다시 옮겨졌다. 쟤 개 붙잡고 뭐하노. 멈칫 대문 앞에 서 기척을 줄이자 개 집앞에 쭈그려 앉은 찬열의 목소리가 솔솔 잘도 들려왔다. 백현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미치겠다, 박찬열. 씹어먹고싶다. 입에서 웃음이 터지는 걸 허벅지까지 꼬집어가며 참아낸 백현이 찬열이 집안으로 사라지자 마자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박찬열, 덩치는 커가지고, 뭐가 저래 귀엽노" |
♡백열 행쇼♡
보잘것 없는 저에게 암호닉 신청해주신분들 읽어주신 분들 다 감사합니다..ㅠㅠ 현실눈물